입시전쟁 잔혹사 - 학벌과 밥줄을 건 한판 승부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서 교육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이고 어떤 연유로 인하여 지금처럼 심각한 상황에 몰렸는지, 그리고 교육문제의 근본적인 사회적, 역사적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해결책이 가능한지 관심을 가지고 여러가지 책과 의견을 들여다 보고 있다.
이기정씨의 저작을 통해 사교육 현황과 중고등학교에서 가능한 제도적 해결법을 검토하고 박재원씨가 발간한 책을 통해 '쇼욱 선진국'이라 불리는 핀란드의 교육제도와 시스템, 문화를 구경했다. 교육문제 해법이 하루이틀에 사회적으로 합의되거나 실현되지 않기 때문에 당장 각 가정에서 부모들과 학생들이 실행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방법론도 알아보았다. 파울로 프레이리의 고전적인 교육론도 다시금 읽어보고...

교육문제에 관련한 책을 몇 권 읽는다고 수십 년의 세월에 걸쳐 발생하고 이어져 온 교육문제의 해법을 발견할 수도 없는 노릇일 것이고 초,중,고교의 교육현실이 대학교육의 구조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쉽게 느껴지는 바이다. 나는 이와 관련하여 두 가지를 생각한다. 하나는 대학문제고 또 하나는 해결방식이다. 대학교육 문제는 사회 전체 구조와 시스템 속에서 구축되는 현상이니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해야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교육문제는 절대로 개인이나 가족 단위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강준만 교수가 한국의 교육문제에 대해 몇 권의 저서를 발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책을 가장 먼저 선택했다. 강교수가 자신의 전공인 '문화인류학'의 관점에서, 그리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한국 교육문제의 가장 핵심 화두인 '입시전쟁'을 역사적으로 분석하였다는 것이 눈에 확 띄었다.
강준만 교수의 주장은 대한민국 교육문제의 핵심은 대학입시전쟁이고 그 원인은 'SKY 독점의 학벌사회'다. 그는 조선시대 봉건사회까지 거슬러 올라간 후 일제시대, 해방후,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입시전쟁의 역사(잔혹사)를 분석한 후 역사적이고 뿌리깊은 교육문제와 그 핵심인 입시전쟁의 근원적 원인을 분석한다. 그와 동시에 그는 한국에서의 '학벌사회'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음을 우리가 인정하면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하며, '서울대 폐지' 등과 같은 기득권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방법이 아니라 SKY의 정원을 줄이는 '소수정예화'를 목표로 삼아 출발해야 함을 제시한다.

"한국인은 본능적으로 대학입시일의 의미를 알고 있다. 이날은 12년 공부의 결실을 보는 날이며, 한 인간의 평생 운명과 신분이 결정되는 무시무시한 '계급전쟁의 날'이다. 때문에 온 나라가 초긴장 살얼음판이다. 전국의 출근 시간이 늦어지고 비행기가 제시간에 뜨고 내리지 못하며 버스와 전철, 택시 등이 총동원되고 경찰과 구급차가 출동한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매년 뉴스를 통해 접하는 모습이지만, 오히려 우리도 직접 겪은 일이고 매년 반복되는 일이기에 그다지 ?게 생각하지 않지만 외국인들에게는 무척이나 낯설고 우스운 현상이라고 전해진다. 강교수는 학부모들과 국가 전체적으로 단합하여 발생하는 이런 '우스운' 현실의 무의식과 본능에 우리나라 교육문제의 뿌리가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해마다 입시전쟁으로 인해 200여 명 이상의 아이들이 자살하고 있다. 이런 참담한 현실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가 봐도 정부 당국이 발 벗고 나서야 함은 분명한 일이다. 그러나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교육정책의 변화와 기득권 세력의 눈치를 보며 극과 극을 오가는 입시정책의 변화는 도리어 사태만 더욱 악화시켰다. 결과적으로 학력과 학벌의 경쟁 및 차별이 심화됐고 사교육비 증가를 가져왔다.

그런 무책임하고 무능한 교육정책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뿐 아니라 문민정부였던 김영삼에 이어 민주정부라 인정받았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계속되어 왔다. 온갖 데이터와 결과물은 그들의 정책이 학벌사회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여실하게 보여준다.

우리나라 교육문제의 뿌리는 어디인가?
해방 후 사람들은 일제하에서 친일을 했던 '대역 죄인'들이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높은 자리에 올라 권세를 누리며 떵떵거리는 모습을 목격하였다. 친일, 부일 인사와 그 자녀들은 득세하고 독립운동가와 그 자녀들은 여전히 헐벗고 가난한 현실, 자신의 바로 이웃이 학력과 학벌을 근거로 드라마틱하게 사회 지배층으로 등극하는 현실을 목도한 것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현실감각에 의해 해방에서 정부 수립까지의 3년간 국민학생은 136만 6천명에서 242만 6천명, 중학생은 8만 명에서 27만 8천명, 대학생은 7,800명에서 1947년에 1만 3천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새로운 지배세력으로 등장하거나 사회적 위계구조에서 상승 이동하는 기회를 잡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새로운 시대에서 요구되는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음도 확인하였다. 그 지식과 기술은 학교교육을 통해 습득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학력을 출세의 결정적 도구로 확신하게 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학력과 학벌은 방패 또는 면죄부로서의 기능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독립운동가들의 자녀들은 일제 식민지시대에 갖가지 위협과 경제적 어려움의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여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지만, 친일인사들은 자신들의 지위를 십분 활용하여 자녀들에게 학교교육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었으며 사회진출의 발판을 제공하였다. 친일·부일 인사들은 자녀들에게 높은 학력을 성취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경제적 특권을 후손들에게 대물림하였다."(p.70~72)

1950년대에 들어 출세는 학력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것이 속속들이 증명되었다. 논 팔고 밭 팔고 소 팔아서 대학을 나온 농부의 자식들 가운데 성공한 사람은 극소수였고, 대부분 고등실업자 신세가 되었기 때문에 대학을 비판하는 차원에서 상아탑을 빗댄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말은 60년대는 물론 70년대까지 유효했으며 사람들의 생각은 점차 '학력은 기본, 학벌이 좋아야 한다'는 쪽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그에 따라 '국민학교'부터 1류, 2류, 3류라는 구분이 생기는가 하면 '초등학교 아동보건 이상론'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도에 넘치는 과외공부 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대학교육 및 학교교육의 실상은 겉만 요란했지 내용이 없었다. 대학은 돈벌이 잘되는 '장사'감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가 잘 몰랐지만 1960년대는 과외와 사설학원이 왕성하게 시작된 첫 번째 시기였고 당시에 대학은 병역기피 수단이었고 사립대학들은 기부금 입학으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일류 대학 입학은 일류 고등학교 출신들이 거의 독식했기 때문에 경쟁은 중학교 입시 때부터 시작되었다. ... 명문 중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재수가 성행했다. ... 그런 상황에서 당연히 국민학교 과외수업도 극성을 부리고 있었다. ... 사설학원도 점차 늘어가기 시작했다. ... [조선일보]1964년 8월 4일자에 따르면 '과외공부생들의 행렬은 날로 늘어만 가고 있어 사설학관의 단속문제와 과중한 학습에서 오는 어린이들의 건강문제 등 문교 당국의 효과있는 장학정책이 요청되고 있다.'"(p.111~112) 
"대학교육은 우선적으로 병역 기피의 수단이었다. … … 수많은 '대학 장사꾼'들이 생겨났다.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엉망진창이었다. 명문 사립대학인 연세대마저도 고액의 기부금을 낸 사람의 자녀들을 입학시키는 등 뒷구멍 입학이 난무했다."(p.108~109)

박정희는 쿠테타를 일으킨 후 정당성을 만듭답시고 외형적인 경제개발에만 치중하고 교육은 강압통치와 냉전의 도구로 사용할 뿐이었다. 
"박정희는 1977년 2월 4일 문교부 연두순시에서 '충효사상'을 교육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문교부는 이 지시에 따라 2개월간 열심히 연구한 후 1977년 4월 '충효교육을 중심으로 한 도의교육의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전 학교에서 실시하도록 했다. 각급 학교에서 요란하게 진행된 '충효교육'의 메시지는 간단했다. 정치, 사회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충'이요 공부 열심히 해서 부모님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 '효'였다. 사실상 가족 중심의 학력·학벌주의를 국가정책으로 부추긴 셈이었으며, 이는 성공을 거두어 날이 갈수록 시민사회 영역의 학력, 학벌 차별은 심해졌다."(p.132~133)

전두환 역시 군사투테타로 집권한 이후 민심을 얻기 위해 30년간 썩을대로 썩은 교육문제에 손을 댔다. 당시 과외를 금지하고 고교 내신 반영, 본고사 폐지, 대학 졸업정원제 등을 실시했지만 근본적인 교육개혁에는 관심도 없었고 잘 알지도 못했다.
"1979년 12ㆍ12 쿠데타와 1980년 5월 광주학살을 저지르고 집권한 신군부는 … … 과외 금지 및 대학의 졸업정원제를 주축으로 하는 이른바 '7ㆍ30 교육개혁안'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론 그런 취지에서 단행된 것이었다. 1980년 7월 30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교육정상화 및 과열과외 해소 방안'을 발표하였다. … … 대학입시에 고교 내신성적의 반영, 대입 본고사 폐지, 고교교육과정의 축소, 대학 졸업정원제 도입, 대학입학 정원 확대, 교육방송 실시 등을 제시하였고, 사회정책으로는 불필요한 학력 제한 철폐와 학력간 임금격차의 점차적 축소 등과 같은 산업체 고용정책의 개선 등을 제시하였다."(p.145~146)

노태우, 김영삼 정권에서부터 김대중, 노무현 민주정부에 이르기까지 매 정권들은 교육문제의 핵심에는 접근하지 못했고 늘 수술 대상은 오직 입시제도 뿐이었다. 수술을 하는 자들은 늘 돌팔이 수준이었지만, 소신을 갖고 밀어붙이는 것도 늘 비슷했다. 
2001년부터 시작된 대입 수시모집의 특별전형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해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전략적으로 수시 응시생들에게 각종 상과 경시대회 참여를 몰아주는가 하면 선행증[善行證]을 사실상 돈 주고 사다시피 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2002년도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은 엄청난 사회적 분노와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수험생들은 "특기와 적성만으로 대학갈 수 있다"고 큰소리쳤던 '이해찬 교육정책'의 최대 피해자라며 울분을 쏟아냈다. 2005학년도 대입 요강은 더욱 복잡해져 2002년부턴 입시컨설팅 산업이 붐을 이루게 되었다. 대학입시가 너무 복잡하고 다양해져 일선 학교에서 진학 상담을 해주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었다.

한국사회에서는 아무리 가정 살림살이가 어려워도 자녀 사교육비가 절대 줄지 않는다. 자식이 명문 대학을 나와야만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고, 출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우석훈에 의하면 한국의 중산층은 자녀 사교육과 명문대 학벌을 취득하기 위해 가처분소득 30% 가까이를 '입시산업'에 쏟아 붓는다고 한다. 너무 많은 돈을 조기교육이나 어학연수, 학원비, 과외비, 대학교육비에 지출하다보니 내수시장이 궁핍해지고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중소기업이 말라죽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대학생 양산과 입시경쟁에서 기인한 실업률 증가와 출산률 저하 현상이다. 경제 악화에 따른 이유도 있지만, 괜찮은 일자리를 두고 벌이는 학벌경쟁의 심화는 그대로 부메랑이 되어 입시전쟁을 더욱 격화시킨다. 2세를 낳지 않는 젊은 부부의 등장도 이 같은 맥락에 있다. 시원찮은 돈벌이에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데 어떻게 자식교육을 시키겠냐며, 아이 낳기가 두렵다는 그들의 항변은 서민경제 살리기 포인트가 바로 교육개혁임을 알게 한다. 

더 나아가 SKY 출신의 사회요직 독과점은 한국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사교육 과잉과 입시전쟁의 주범이다. 나중엔 어떻게 될망정 자녀를 둔 학부모는 일단 SKY를 목표로 하는 사교육비 지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12월 전북여성정치발전센터가 전주에 거주하는 20~40대 여성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교육비 무서워 자녀 못 낳는다"고 답한 사람이 42.1%로 나타났다. 2006년
6월 한 조사에서도 중산층의 출산중단 이유 1위는 교육비 부담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언론의 수준은 참 한심하다. [중앙일보]는 "서두르지 않으면 나라가 저출산 때문에 망하게 생겼다"고 했고, [조선일보]는 "이렇게 가다간 경제는 주저앉고 복지는 부도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참으로 놀랍다 못해 신기한 건 '국가경쟁력'을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보수신문들이 입시전쟁과 출산율의 문제를 연결시켜 생각하지 못하는 '아메바' 상태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대학입시를 신문광고비로 생각할 뿐이니 그들에게 무엇을 바랄까마는...

한국의 대학입시경쟁과 사교육 문제의 원인은 모두 '대학'이다SKY 출신이 우리 사회의 모든 요직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대학입시제도를 바꿔도 '입시전쟁'이라는 현실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즉  기존 학벌주의를 바꾸지 않고선 사교육비 부담완화와 고교교육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 특유의 입신출세 문화와 연고주의 문화가 결합돼 있기 때문에, 획기적인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러니하지만 한국의 입시문제를 해결해나기 위해서는 먼저 '학벌, 서열, 경쟁이 없는 사회는 이 지구상에 단 한곳도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SKY 입학정원을 대폭 줄여 '소수정예화'하고, 사회 각 분야 엘리트들의 출신대학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 엘리트 구성의 다양화는 필연적으로 '패자부활'이라는 풍토를 조성할 것이다. 또, 대학입시에 집중되는 경쟁의 병목현상을 깨고, 중등교육 정상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주요 '언론사 간부들의 SKY 출신 점유율'을 제시하며, [한겨레]를 비롯한 각 언론사들이 학벌주의를 긍정하는 보도 프레임을 깨야 한다고 주장한다.(2003년 6월을 기준으로 한 '언론사 간부들의 SKY 출신 점유율'은 조선일보 90%, 동아일보 78.6%, 중앙일보 69.6%, 한겨레 57.7%, 경향신문 52.3%, 서울신문 54.8%)
SKY가 잘되는 건 곧 국익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모든 경우에 다 그렇진 않다. 한국의 엘리트 시장에 있어서 SKY에 의한 기존 독과점 체제의 강화는 SKY의 이익엔 기여할 수 있을망정 대학입시 전쟁을 더욱 격화시켜 이미 충분히 피폐해진 모든 한국인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다원적 경쟁체제'다. 대학의 기존 '고정 서열제'를 노력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변동 서열제'로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선 SKY가 기존의 문어발식 팽창주의를 지양하면서 소수정예주의로 내실화를 기해야 한다. 학벌개혁을 바라는 사람들은 성에 차진 않겠지만, 방향이라도 제대로 잡자는 뜻에서 SKY 소수정예화 방안에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이는 입시전쟁과 사교육 문제가 교육정책 때문 만에 형성된 것도 아니고 교육정책만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인식해야한다 장기적인 문화개혁을 추진하려면 기존 학벌 엘리트의 행태를 사교육 문제와 연계시켜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가 지금처럼 미친 척하고 평준화 문제로 싸움만 하다 보면 '학원 공화국'은 우리의 영원한 숙명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회진화론'과 '진보적 근본주의'를 넘어선 '개혁적 리얼리스트'의 자세다.

강준만 교수는 보수주의자들뿐 아니라 진보주의자들마저 입시문제를 잘못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입시전쟁으로 인한 민중의 피폐한 삶에 가장 신경을 쓴다고 하는 진보파들, 국민적 여론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입시문제의 본질과 현상을 잘못 보고 있으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보수주의자는 물론 진보주의자들까지 SKY의 정원을 대폭 줄이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거라며 '소수정예화'를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SKY의 정원을 대폭 늘리면 경쟁이 약화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SKY에 저렇게 많이 들어가는데 SKY 못 나오면 더 죽는다'는 이유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도 있다. 
이에 저자는 '공정거래법' 개념을 입시문제에도 원용할 것을 주장하며, SKY 소수정예화에 벌벌 떨거나 엘리트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진보주의자'들의 오류를 지적한다. 누구도 공정거래법 적용으로 일류 기업 입사경쟁이 치열해진다고 불평하거나 걱정하지 않으며, 아무리 평등을 추구해도 누군가는 대통령을 해야 하고 누군가는 도지사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나 역시 강준만 교수의 학벌사회 완화를 위한 'SKY 소수정예화' 전략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와 동시에 사회적으로 광범위한 논의와 공감을 통해 공공기관과 공기업에서부터 SKY 독점을 완화하는 일종의 '독점방지제도'를 도입하여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서울대와 SKY 출신을 일정 비율 이하로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방안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물론, 두 개의 방법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시간이 제법 걸릴 것이고 그 사이에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박재원의 핀란드식 교육제도와 이기정의 '학교개조론'을 위한 제도를 도입했으면 한다. 위와 아래에서 동시에 병행하여 추진해야만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치원 때부터라면 몰라도 고3이 되어서까지 "죽어도 SKY 아니면 안된다"는 사람은 어차피 극소수다. 그들의 자율 결정은 존중해주자. SKY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 3수, 아니 4수를 하더라도 장한 일이라고 격려해주자. 중요한 건 절대 다수의 학생들이 취하는 태도다. SKY의 독과점 파워가 약해지면서 대학 서열의 유동화가 일어나면 대학에 들어가서도 다시 한 번 경쟁해볼 수 있다는 가능성이 미칠 수 있는 영향에 주목해보는 게 옳지 않을까? 사회 각계 엘리트의 절대다수가 3개 대학에서 나오는 것과 30개 대학에서 나오는 게 무슨 차이가 있는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엘리트 충원 학교가 수적으로 대등한 수십 개 대학으로 늘어나면 서열 유동성이 생겨나게 되고, 대입전쟁의 열기를 대학에 들어간 이후로 분산시킬 수 있다."(p.310~311)

[ 2012년 5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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