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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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노동의 종말>에 이은 저자의 기념비적 역작이다.

저자는 통신과 과학의 발전이 가져온 자본주의의 새로운 전개양상을 ;접속의 시대(The Age of Access)'라 정의하고 '접속의 시대'에 대한 구체적인 현상과 증거를 밝힌다. 또한, '접속의 시대'가 도래한 이유와 그 이전 자본주의와의 차이점, 향후 전망을 제시하면서 독자들이 이에 대비할 것을 당부한다. 동시에 '접속의 시대'가 가져올 폐해를 경고하면서 그 대안을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18세기에 유럽에서 시작된 시민혁명, 르네상스, 근대화, 산업생산은 세계의 주요지역을 봉건주의 시대에서 '사적소유'를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대를 가져왔고 자본주의는 '소유의 시대'를 의미한다.
1990년대부터 '정보화시대'라는 말이 대두되었고 이제는 웬만한 사람이라면 '정보화'라는 말에 전혀 거부감이나 이상한 느낌을 받지 않을 것이다. 20세기 내내 이루어진 첨단과학의 발전은 세계 방방곡곡을 1일 생활권으로 지리적으로 단축시켜 놓았고 인터넷을 대표되는 기술혁명은 빛의 속도로 세계인들이 정보를 접하고 전달하고 결정하는 시대로 바꾸었다. 

'변화'와 '혁신', '효율'과 '시장'을 내세우며 300년간 공룡처럼 커지기만 하던 자본주의는 '소유'에 근거한 '변화'와 '혁신'에 한계를 느끼고 스스로 '소유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이미  20세기 말부터 북미와 유럽에서는 자동차, 주책, 전자제품, 공장, 도소매 등 다양한 시장 영역에서 '소유'를 확대하는 것이 불리함을 깨닫고 '접속'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경영을 재편하고 있다.
즉, 20세기 말부터 제기되어온 '신자유주의'는 결국 '접속 자본주의'를 애기하는 것이고 21세기 자본주의의 중심은 '접속'이 '소유' 대신 모든 존재가치와 부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산업시대는 지난 300년간 '소유'가 인류의 최대 관심사였기 때문에 '소유'의 범위를 정의하기 위한 싸움에 수많은 세대의 정치적 정열이 소진되었다. 근대의 정치 형세는 무엇보다도 계급과 계급 사이에 형성된 전선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상류층, 자본가층, 권력층, 노동자농민층, 빈민층은 물리적 자본을 가용하고 물자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재산을 분배하는 최선을 방안을 놓고 끊임없이 갈등을 빚었다. 한마디로 생산수단을 누가 장악하고 인간 노동의 결실을 누가 주도적으로 분배할 것인가를 놓고 정치세력이 좌우로 갈라져 대립해왔다.
접속의 시대에는 좌우가 대립하는 정치가 내재가치와 효용가치가 갈등을 빚는 새로운 사회구도에 흡수될 것이다. 한마디로 문화적 정체성, 문명의 존엄성이 그 자체로 인류의 목적이냐, 아니면 상품 생산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냐라는 갈등이 될 것이다.

글로벌 거대독점기업들에게 이제 중요한 것은 대규모로 생산하여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고객의 관심과 시간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 조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관심을 돌려 고객을 감동시키는 서비스, 고객을 감동시키는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상품을 팔지 않고 그냥 준다. 그리고 상품의 유지관리와 체험에서 오히려 장기간의 수익을 확보하려 한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는 한국사회에서도 이미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요즘 누가 핸드폰을 돈을 지불하고 사는가? 복사기,복합기를 임대하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냉장고도 거의 무상으로 제공한다.)

 '접속의 시대'에 몇 십년 내에 글로벌 기업들은 지역, 국가, 지구의 접속권을 독점권을 획득할 것이다. 또 기존의 자본주의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삶을 영위했다면, 이제 자신의 체험과 삶을 팔아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소유'를 기초로 계급과 인간을 나누었다면, 앞으로는 '접속' 여부가 사람들을 가를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미디어와 인터넷, 체험과 문화 상품에 길들여진 세대들이 지구상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시기가 도래하면 '문화'와 '문명'은 도태되고 문화상품이 인간을 점령할 것이다.

'접속의 시대'에는 체험과 놀이와 문화가 상품의 중심을 차지할 것이다. 심지어 타인의 시간, 타인의 배려와 애정, 타인의 공감과 관심을 돈으로 사는 경우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심지어 인간관계도 상품화되고 있다. 우리의 삶은 점점 상품화되고 공리와 영리의 경계선은 점점 허물어질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21세기 자본주의가 바야흐로 ';소유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로 전화되고 있으며, 이 대세를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렇지만, 그와 함께 두 가지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다. 
첫째는, '접속'의 불평등이다. 최근 몇 십년 동안 자본주의의 전개과정은 '부익부빈익빈'을 가중시켜 왔고 이 상황을 개선시키지 않은채 '접속의 시대'가 도래하면 더욱 심각한 상황이 재연될 것이라는 점과 공익적,인권적인 관점에서 '접속할 수 있는 인간의 권리'를 제기한다.... '부익부빈익빈'은 신자유주의가 더욱 심화시켜 왔으며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인류의 심각한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두번째, '접속의 시대'에 인류 문화와 문명의 고유가치, 생물 다양성과 함께 문화의 다양성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노력을 게을리할 경우, 문화자본주의와 인류는 스스로 자멸의 구렁텅이로 빠져들 수 밖에 없음을 경고한다.

 저자가 이 책을 발간한 것이 2001년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저자의 뛰어난 분석력과 통찰력이 돋보였다. '접속의 시대'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전망은 우리에게 세계경제의 거시적인 안목을 키워주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우리도 또한 적어도 지구상의 흐름을 방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동시에 비판적인 관점에서 '접속의 시대'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한 저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 2010년 5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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