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사회이야기
문태훈 지음 / 법문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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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1일 [평화나눔아카데미]의 다섯 번째 강연에서 강사로 나온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부교수는 "기후변화시대, 그러나 재앙은 평등하지 않다"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하였다. 윤교수는 10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열심히 강연을 진행하였으며 수강생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상당히 많은 분량의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여 100분이라는 시간도 한참 모자랐다.
 
이 책은 윤교수의 강연을 듣기 전에 윤교수가 이전에 발간한 책을 찾다가 택한 것이다. 21일 강연에서 윤교수는 기후변화, 핵발전소, 생태운동, 에너지 문제, 세계적 불평등,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기에 수강생들이 미처 그 강연의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미리 이 책(그 전에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도 먼저 읽었다)을 읽고서 강연에 참석하여 강연에서 생략하거나 건너뛴 숨은 이야기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미 20세기 후반기부터 전 세계의 수 많은 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이 기후변화로 요약되는 지구의 환경상태가 극히 심각하고 위험한 상황임을 지적하고 경고해왔다. 이제 기후변화 문제는 과학자와 환경운동가 뿐 아니라 유엔(UN)에서도 특별하게 다루어지는 문제가 되었고 2007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간한 ’지구환경전망보고서’는 "인간의 무분별한 경제활동으로 인해 현재 여섯 번째 멸종이 진행 중이며, 이는 곧 인간 자신의 멸망을 의미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 기온은 섭씨 0.74도가 올랐으며, 해마다 200만 명이 대기오염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남극 오존층의 파괴도 역대 최고 규모이며, 양서류의 30%, 포유류의 23%, 조류의 12%가 각각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이처럼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환경변화와 생명체의 위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저자들은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성장궤도를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국가들이 새로운 환경 패러다임의 전환, 즉 ’지속가능한 발전’의 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을 결의한 바 있다.
 
한국은 2008년 세계경제포험에서 발표한 환경보전 순위가 149개국 중 37위이고 생태계 지속성 분야는 109위로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저자들은 이러한 불균형 상태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달성하기 위해서 특별한 정책적, 제도적 차원의 노력이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이 책은 그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시작되어 책으로 발간된 것이다. 저자들은 분야별로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에 대한 각자 논문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각 장을 구성하여 한 데 묶었다.
 
제1장. [조화로운 발전, 지속가능한 전략]에서 문태훈, 제2장. [상장과 환경: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진화]에서 박순애와 이영미는 좋은 환경 거버넌스와 발전 전략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국은 이산화황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 하수 및 폐수처리설비, 폐기물처리에서 재활용율 등의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높은 수준의 환경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역으로 OECD로부터 환경정책의 통합과 조정, 자연과 생물다양성 보존, 수질과 수량관리, 에너지와 자원사용의 효율성, 에너지와 교통부문계획, 국제환경협력, 토지이용에 따른 환경문제 등에 대해서는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받았다. 문제는 환경정책이 국가의 주요 정책과 전략이 아닌 일개 정부부처의 정책으로 격하되어 있어 환경정책의 집행에 있어 부서간 통합과 조정이 원만하게 이루지고 있지 않다.
 
문태훈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3S 전략을 제시한다. 3S란 강한 한국(Strong Korea), 지속가능한 한국(Sustainable Korea), 스마트 한국(Smart Korea)다. 세부적으로는 과학기술 발전과 인재양성, 사회복지시스템을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 환경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경제, 사회, 환경이 균형있게 발전, 낭비없고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정책을 말한다.
 
1장과 2장을 통해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한국식 이론과 근거를 알 수 있었다. ’지속가능’과 ’개발’이 서로 어울리는, 함께 사용이 가능한 단어나 개념인지는 애매하지만 환경정책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방식으로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문태훈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3S 전략’은 배경이나 이론적 근거가 미약해 보인다.
 
박순애와 이영미는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진화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시장 메커니즘의 활용 등 다각적인 방식에 의한 환경규제정책이 기본 조건임을 확인한 후, 환경오염을 단순히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경제학적 인식이 사회전반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며 이를 통해 세대 간, 세대 내 자원의 공평한 할당과 분배가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제3장.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협약]에서 조용성은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 전제임을 인식하고 기후변화협약과 온실가스 저감 방안을 다루고 있다. 온실가스 저감방안으로는 신,재생에너지 이용의 확대, 에너지 절약 및 효율성 제고, 온실가스 저감기술의 개발 및 보급, 탄소 흡수원의 확대 등을 제시한다.
 
한국이 ’선진국’이라는 명패를 위해 OECD에 가입하였고 경제규모로만 보아서는 10위권에 올라 있지만 국제무역 협상이나 환경규제와 관련한 국제협상에서는 항상 ’개발도상국’이라고 주장하는 아이러니가 다시 생각난다. 무모한 개발과 성장전략을 펼치면서 세계 전역에 상품을 수출하고 환경을 파괴하여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했으면서도 그에 걸맞는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한국 정부의 모습은 ’저질러 놓은 결과만큼 책임지려 하지 않는’ 전형적인 ’기회주의자’의 본성을 보여준다.
 
제4장. [한국,중국,일본 간 환경 및 에너지 협력]에서 김정인은 환경, 에너지 분야에 있어 한국-중국-일본 간 상호협력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협력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정책 간 상호교류, 시범적인 에너지 협력 사업 시행,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협력 추진을 제시하고 중장기 전략으로는 상호 에너지 저장 협력 제도 공동 도입, 수소 에너지에 대한 공동개발, 공동 지분 투자를 통한 KO-CH-JA 은행 설립 등을 제시한다.
 
저자와 기대와 달리 내 생각에는 환경과 에너지를 위한 한-중-일 협력관계가 싹트는 것은 상당히 오랜 기간 요원한 일이라 예상한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비슷한 동양문화권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사회,경제적으로 내용과 수준 면에서 격차가 크고 국민들 사이의 감정적인 대립이 상당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에 대한...
 
제5장.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지역에너지 자립]에서 윤순진과 이유진은 정부나 지역사회 혹은 주민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에너지 자립마을 사례연구를 통해 그 성과와 한계, 개선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 진행한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국가지정 시범사업’이 취지와는 달리 관광사업이나 지역개발사업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검토, 분석한 후 살기좋은 마을에서 중요한 핵심요소 중 하나가 에너지를 자립하는 것임을 주장한다. 이어서 제주 동광빌리지, 광주 신효천마을, 홍성군 홍동면, 부안군 주산면 등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 사례를 통해 성과와 한계, 개선점을 제시했다.
 
5장을 통해서 한국에서 지역 단위의 에너지 자립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미래사회에 대한 전략과 정책을 제대로 수립, 집행할 경우 국가적인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처 가능성도 높이고 환경과 생태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중의 하나가 가동될 수 있을 것 같다.
 
제6장. [지속가능한 수자원 관리: 팔당 상수원 사례]에서 김성배는 팔당 상수원 사례를 통해 지역 규제의 타당성을 평가하고 지속가능한 수질관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저자는 규제 개선방으로 지역별 규제정책의 차등화, 오염발생 행위별 규제의 차등화, 규제수단의 다양화, 다양한 방식의 매수제도 활성화 등을 제시한다.
 
제7장. [국토 난개발 방지를 위한 도시성장관리정책]에서 황희연은 개발과 보전을 동시에 고려한 통합적 국토개발에 주안점을 두고 그 세부 대책을 강구한다. 국토 난개발을 유발시키는 요인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분석한 후 도시성장관리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제8장. [보전과 개발이 함께 가는 국토환경계획]에서 김익수는 법, 정책, 인식 등 다양한 차원의 노력을 통해 환경 개선을 담보할 수 있는 국토환경계획이 수립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저자는 계획 수단과 프로그램으로 국토환경성평가제도의 강화, 생태 네트워크 도입, 도시 생태 네트워크의 구축을 제시한다.
 
7장과 8장은 개인적으로도 대학 전공과 연관된 분야라 관심있게 읽었다. 1960년대 이후 최근까지 정부와 관련하계의 주류에서 바라본 국토종합계획이 ’개발’ 중심인데다가 그 개발 마저 중장기 계획이 없는 ’마구잡이’ 개발이고 ’정치적’ 개발이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저자들이 제시한 ’지속가능성’을 방향타로 하여 정부와 학계, 시민이 머리를 맛대어 국토환경계획의 지향점을 합의하고 중장기 계획을 수립, 집행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중요한 일보가 될 것이다. 
 
1장에서 8장까지 대부분 저자들이 전개한 논의와 대안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학문적 공론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 아직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하여 국내에 발간된 책을 찾아보지는 못했지만 저자들의 문제제기와 방향제시는 관련 주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책의 발간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초보적인 논의를 촉발시키기 위한 것인지는 몰라도 각 장에서 저자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에 대한 사회적,역사적 배경이나 필요성, 현황과 제도에 대한 분석, 중요한 주장과 이론을 세우기 위한 근거, 이론의 도입과 전개 등이 부족함을 느낄 수 있다. 각 장에서 다루는 주제는 각각을 별권으로 확대하여 다루어야 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부문별 논의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단락이 없는 관계로 각각의 장을 총괄적으로 바라볼 수 없도록 책이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쉽다. 경제와 환경, 기후변화와 에너지, 도시계획과 개발 등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서로 연결될 수 밖에 없고 각 부분이 서로에게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입부에서든, 결론부에서든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든지, 문제제기를 종합시키는 시도가 필요하다.
 
[ 2011년 4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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