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로 갑갑하면 정리를 하는 게 좋아, 아니면 정리를 해야 할 때거나... 그렇게 말해준 누군가가 있었는데, 요즘은 비슷한 책도 읽고, 여기저기서 비슷한 내용을 많이 듣다보니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최근에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있고, 집도 그러는 사이 엉망이고 보고 있으려니 정리를 하고 싶어졌어요.

 

 인생의 축제가 시작되는 정리의 발견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4년 11월

 

 원서 제목은 每日がときめく片づけの魔法 니까 '나날이 설레는 정리의 마법' 정도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는 계속해서 설레임을 강조하고 있어요. 정리를 하면서 달라지는 모습을 많이 보아 왔을 정리 컨설턴트의 비법이 어쩌면 설레임에서 시작된다니, 효율성이라거나 합리적인 공간의 활용 같은 것은 결국 정리를 하는 목적이 아니라 방식일 수 있겠지요. 설레인다는 말,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느낌이 있다면 정리를 통해서 이전과는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늘 꿈꾸는 멋진 성과 같은 곳을 꿈꾸는 '이상적인 장소' 보다 꿈꾸던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을 사는 '이상적인 생활'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부분부분 정리가 잘 되어있는 사진도 나오고 있고, 정리할 때 생각하면 좋은 것도 간략한 정리가 있고, 또한 서랍속에 넣기 좋은 옷 개는 법도 사진으로 순서설명이 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정리 그 자체가 주는 기쁨과 즐거움을 생각하게 했어요. 그런 면에서는 전에 읽었던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정리법>도 떠올랐습니다. 그 책에서도 정리를 하는 이유가 집을 넓게 쓰거나 공간활용하는 내용보다는 정리를 통해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 바라볼 것을 생각하게 했거든요.  그래서 다 읽고 나니까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인 <인생의 축제가 시작되는 정리의 발견>이라는 제목은 이 내용을 잘 전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프랑스 작가인  도미니크 로로의 책을 보면 표지에서도 빈 공간인 여백을 심플함으로 채우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어요. 간결하고 많지 않은 것들로도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이 책들의 메시지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도서 정가제를 앞두고 어쩐지 더 평소보다는 신간이나 구간 모두 더 많이 사고 있습니다. 그런다고 이후의 신간을 사지 않을 것도 아니지만, 그러다보니 집안에 박스가 늘어나서 정리되지 않은 채 쌓여있어요. 박스채로 열어보지 않은 책도 있었구요.

 

 읽지 않을 책은 사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늘어서 마음이 조급해지더라구요. 빨리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이 책 조금 보고, 저 책 조금 보고, 빨리 읽고. 그러다보니 전과는 달리 재미도 없고 부담스러워지기도 했어요. 읽고 내일 돌려줘야 할 책도 아닌데 천천히 읽자, 하고 마음을 바꾸니까 같은 책이지만 다르게 보이는 점이 있었어요. 마음이 조급해질 일은 아니었던 건데, 싶었습니다.

 

 사소한 것들로부터 초조해지기 시작하면, 여유가 없어지고, 여유가 없어지면 늘 급한 마음으로 살게 되고, 그리고 실수도 많아지고, 좀 그렇더라구요. 요즘 들어 해놓은 것도 없으면서 계속 할일이 밀리는 그런 기분이어서 조금 지친 점도 있었어요. 아마 그래서 책도 더 많이 사지 않았나 싶어요. 조금 그럴 때가 있더라구요.

 

 

 

 

 

 

 

 

 

 

정리라는 것... 그러고보니 참 여러가지 일 수 있어요. 집안 공간의 수납과 활용 같은 것부터 시작해서, 공부를 효율적으로 잘 하기위해서 하는 노트의 요점정리, 그리고 시간을 최적화해서 많은 것들을 잘 해내기 위해서 하는 다이어리에 적는 시간과 스케줄의 정리만이 아니라, 가정내의 재무상태를 살펴보는 것도 정리이고, 그리고 인간관계의 문제도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려면 챙겨야 할 일들이 많으니, 정리를 하면 좋다는 이야기도 해요.

 

 스팸메일과 쇼핑몰의 광고메일로 가득찬 메일함은 정리하기 귀찮지만 그렇지 않으면 중요한 메일을 놓칠 수 있고, 하기싫지만 가끔은 필요해서 시간을 내서 어쩔 수 없이 정리를 해야 해서, 쉬고 싶은 시간을 포기하고, 정리를 해야 할 때도 있지요. 조금더 부지런하면 매일같이 쓰는 카드와 현금을 포함한 지출과 수입을 정리하는 가계부를 쓰고 일정 기간에 결산을 해보기도 하는데, 그러면 전에는 찾지 못했던 불필요한 소비를 찾아낼 수 있는 점이 있어요. 그렇지만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번거롭기도 해서 조금 하지만 계속해서 하기가 힘들어요.

 

 정리를 어느 날 하는 것보다, 매일 정리된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 어쩌다 정리를 하지 않으려면 사용한 물건은 그 때 그 때 가져다두고, 노트는 그때 그 때 정리하고, 카드나 영수증도 잘 보관하고, 그렇게 부지런해지면 좋지만, 가끔은 그런 것들이 조금씩 싫어지거나 지칠 때도 있어요.

 

 정리를 한다, 효율적이다, 그런 말들이 좋은 의미로 쓰이는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우리가 사람을 정리한다, 하고 말하는 것에는 좋지 못한 어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결별한다는 것처럼 느껴져서 일거고, 정리를 통해서 이전과는 새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고 할 때에는 이전의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을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 것들은 때로 좋고, 때로 나쁘며, 그 사람이 누군가, 그 것이 어떤 일인가에 따라 제각기 다르긴 해요.

 

 

 

 

 

 

 

 

 

 가끔은 머리가 복잡복잡해질 때는, 아무 생각없이 정리를 하는 것도 좋긴 한데, 실은 정리를 하면 어떻게 정리를 할 것인지 열심히 생각해야 하니까, 아무 생각이 없는 건 아닐것 같아요. 정리에 골몰하기 때문에, 다른 것으로부터 잠시 떨어져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좋은 점이구요.

 

 때로는 집안을, 때로는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정리하는 것, 책상위를 정리해두고, 내일 할 일을 정리해두면 내일의 시작이 훨씬 좋을 수 있다는 것, 그런 생각에 정리를 조금 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아니면 조금 쉬고 싶어졌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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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11-19 0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니데이님은 솜씨도 좋으니 정리도 잘 하 거 같아요.^^
우리집 거실 책상 서재 책상 다 벌려놔서 카오스인데
그래도 종종 동아리 모임 때문에 가끔은 정리 되기도 합니다.ㅋㅋ

순오기 2014-11-19 03:57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서재에 컵받침 사진이 멋지게 올라 있네요~ 다 이뻐요!!

서니데이 2014-11-19 12:27   좋아요 0 | URL
저희집 책상 위도 엉망이고, 요즘 책을 많이 사서 박스도 정리해야해요.
엄마는 정리를 잘 해놓는 것을 좋아하시는데, 저는 바쁘면 엉망되더라구요. ^^;;

마노아님 서재에 사진이 올라와 있다고 해서, 보러갔다왔어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사진 속의 컵받침은 엄마가 재봉하신 건데, 순오기님의 이야기 꼭 전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