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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 우주와 과학의 미래를 이해하는 출발점 ㅣ 사이언스 클래식 25
리사 랜들 지음, 이강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추측만 할 수 있었던 물질을 발견했다, 난제를 풀 획기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종종 눈에 쏙 들어오는 과학적 성과들에만 귀를 기울이곤 한다. 그리고 리사 랜들은 책 서문에서 이렇게 밝힌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는 과학자들이 수행하고 있는 구체적인 연구와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과학적 의문이 무엇인지를 소개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고. 말하자면 과학의 본질을 해명하고자 하는 것에 주안점이 있다는 뜻인데, 온전히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리송한 부분이 남아있기는 하다. 과학적 식견이 딱히 없어도 읽을 만한 책인 것만은 확실하나 어딘지 모르게 내 독서와 이해력이 다소 부족한 모양이다. 쿼크, 렙톤, 핵력, 전자기력 등등 입자 물리학과 표준 모형에서 쓰이는 용어들 또한 아직 쉽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대폭발 이론. 대폭발 이론은 우주가 137.5억 년의 생애 동안 처음의 작은 크기에서 지금 1000억 광년의 크기로 성장해 왔는지를 말해주는 이론이다. 여기서 과학자들이 알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처음에 무엇이 폭발을 일으켰고, 그 폭발이 어떻게 일어났는가 하는 것, 그리고 폭발한 것의 크기가 정확이 얼마였는지 하는 것. 하지만 그녀에 의하면 대폭발 이론은 우주가 시작된 최초의 순간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지만, 우주의 역사가 그 후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는 잘 알려주는 매우 성공적인 이론이다. 그런데 아마도, 대체 우주에 '물질'이란 것이 왜 존재하는가 하는 물음이 더 흥미로울 것만 같다) 어쨌든 빅뱅이나 힉스, 암흑 물질, LHC 등이 책 속에서 어지러이 돌아다니는 마당에 어느 하나에만 국한된 이미지를 그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그럴 수도 없다). 그녀는 말한다. 과학자들이 무언가를 '안다'라고 하는 것은 일정 범위의 거리나 에너지 영역에서 잘 검증된 예측을 내놓는 생각이나 이론을 가지고 있다는 뜻일 뿐이라고. 나는 과학자들이 합리적인 추리 과정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환자의 병을 추측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대답을 내놓는 의사들 또한 매한가지). 그들은 언제나 생각하고, 추리한다. 비과학자들보다 정밀한 관측 하에서. 물론 훗날 그들의 가설과 추측이 일거에 뒤집어질 수도 있을 터이지만, 그것은 일순의 과정에 불과하다. 새로운 이론과 발견이 나타나면 기존의 것들은 수정되고 폐기되겠으나 정, 반, 합의 복잡다단한 과정 속에서 과학은 발전하고 한층 더 진보된 지식을 낳는다. 광활한 우주에는 분명 지구와 지구인을 제외한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무자비한 공간의 낭비가 아닌가, 하는 말이 떠오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은 연구실과 실험실 안팎에서 그 빈 공간에(이 시점에서 빈 공간이라 여기는 바로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를 찾아내고자 할 것이고, 그 발견이 어떻게 이루어지도록 할 것인가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순수하게 호기심에 의해 유도된 연구야말로 과학 그 자체를 진보시킴과 동시에 우리가 사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획기적인 기술적 발전을 이끌어낸다는 마지막 말이 떠오른다. 왠지 과학이 흥밋거리라곤 찾기 힘든 학문이라는 생각이 팽배해지고 있는 이때,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단기의 과학적 성과에만 집착하는 인식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