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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탄생 - 사라진 암호에서 21세기의 도형문까지 처음 만나는 문자 이야기
탕누어 지음, 김태성 옮김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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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 지금까지 남아있는 표의문자는 한자가 유일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상형문자로서 한자의 외양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다. 『한자의 탄생』도 본론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 사례를 짚는다. 看ㅡ 눈(目) 위에 빛을 가리고 사물을 진지하게 응시할 수 있도록 손이 하나 얹혀있단다, 그래서 見에 비해 또 다른 내용이 가미되었다는 것인데, 전자는 차치하고라도 看은 확실히 見보다는 다소의 확장성을 함의하고 있다. 길을 걸으며 볼 수 있는 표지판, 화장실의 남녀를 구분해놓은 그림들, 비상구 팻말의 달려가는 사람, 신호등에서의 걷는 자와 멈춰있는 자. 이것들을 통해 일종의 기호가 우리 생활에 얼마나 많이 존재하고 동시에 얼마만큼의 밀접함을 지니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기호, 도형, 그림은 결국 문자화되어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도 한자는 엄밀히 말해 표의문자가 아닐는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한 뜻은 물론이거니와 종종 발음을 드러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조어랄까, 조탁이랄까, 알파벳이나 히라가나와 같이 일렬로 배열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처럼 조합, 조립의 과정을 거치므로 음절 면에서 절약의 미덕을 보이기도 한다(획수의 많고 적음은 둘째 치고라도).





때문에 이런 특성을 살려 상당히 난센스적인 흥밋거리가 파생되기도 한다. 그림에서처럼 나무로 둘러싸인(숲) 곳에 남녀가 둘 있으니 달리 무얼 하겠는가, 하는 의미에서 이 글자는 '뻔할 뻔' 자로 불린다. 물론 이런 한자는 실제로 없다ㅡ 굳이 비교하자면, 한때 좋지 않은 감정일 때 의성어로 쓰곤 했던 '뷁'과 비슷한 맥락이려나. 재미있는 예를 몇 가지 더 들어볼까. 생각(生覺)ㅡ 살면서 깨닫는 것, 택시(宅侍)ㅡ 집으로 모셔다주는 것, 백신(vaccine, 白新)ㅡ 몸을 깨끗하고 새롭게 해주는 것……. 자, 어쨌든 탕누어의 글은 다분히 공리적이지 않기도 한데,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더욱 들여다볼 만하다. 진실로 모든 살아있는 생물은 저마다의 흔적을 남기는가? 그렇다면 갑골과 금문, 상형을 지나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한자는 저 옛날사람들의 흔적인 셈이다. 책은 큰 맥락도 훑지만 비교적 세세하고 다양한 사례를 들어 오래전의 갑골문을 지금 여기로 가져오는데, 조금 가혹하게 보자면 상상력이 너무 풍부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아냥거림을 들을는지 모르나 실로 그 해석이 흥미진진하고 반드시 허황된 것만은 아니어서 일종의 은유의 무서움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할 것만 같다. 보르헤스나 벤야민이 언급된다는 것만으로도, 허탈하면서도 무릎을 치는 재치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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