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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그리고 삶은 어떻게 소진되는가
류동민 지음 / 코난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도의 이맛살 같은 등고선을 죽 따라 내려가면 별의별 것들이 다 보인다. 카페도 보이고, 아파트도 보이고, 아파트를 흉내 낸 고시원과 원룸도 보이고, 학교도 보이고, 교회도 보이고, 사람도 보인다. 꼿꼿이, 영원히 수그러들지 않을 것만 같은, 그래서 우리를 현기증 나게 하고 때때로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기도 하는, 고층빌딩들은 페니스처럼 잔뜩 열이 올라있다. 이 시점에서 문득 제목에 있는 ‘작동’과 ‘소진’이란 타이틀과 부제의 단어들이 하나로 겹쳐 보인다. 왜 그런가. 작동했으므로 끝내 소진되는 것인가, 아니면 한쪽에선 작동을 한쪽에선 소진을 동시다발적으로 가져가려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작동하기도 전에 소진되어 버리고 만다는 의미인가. 알 수도 없고, 좀처럼 머릿속에서 내보내기도 힘든 물음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정반대로 생각해온 것일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한다. 어떤 이의 소진으로 발생한 믿기 힘든 은유와 한계가 타인으로 하여금 그것으로써 스스로를 작동케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이다. 류동민은 「이 책에서 다룬 서울의 장소들은 반드시 특정 공간일 필요도, 심지어는 서울에 있는 장소일 필요도 없다 (...) 그러므로 이 책은 서울에 관한 책이지만 서울에 관한 책만은 아니다.」라고 적었다. 서울이란 것(곳)이 어떤 대표성, 아니 대표성이란 말을 갖다 붙일 필요도 없을 정도의 또 다른 의미의 대표성을 띤다고 가정해보아도 우리는 이 말이 무슨 의미인 줄 잘 알고 있다. 우리의 생활과 삶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나가는 것’이며, 나는 당신을 쫓고 당신은 제삼자를 쫓으며 제삼자는 다시 나를 쫓고 있는 거다. 그러므로 여기서 작동과 소진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우리는 우리의 공간이 슬며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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