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기욤 뮈소 지음, 김남주 옮김 / 밝은세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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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이션을 일으킨 기욤 뮈소의 명성을 이제서야 접한 나는, 그의 전작들을 아직 읽어보지 못하였다. 내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그에 대해 그렇게나 열광을 했을 때 나름대로는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나도 그 무리에 끼겠단 생각이 든다. 보통 유명해서 사람들이 열광하는 책은 별로 보고싶어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호기심을 못 이겨 읽어보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사람들의 열광이 절대 허튼 소리가 아니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걔 중에는 내겐 별로인 책도 있었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은 나도 좋더라~ ㅎㅎ 어쨌거나 이번에 나온 기욤 뮈소의 책을 주저하지 않고 선택한 것은 정말 잘한 일 같다.

 

기욤 뮈소를 묘사할 때 꼭 빠지지 않는 말이, 영화로 그대로 옮겨놓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영상미 넘치는 묘사란 말이다. 프랑스 소설 특유의 행간의 의미를 파악해야 하는 난해함을 따르지 않고, 짧고 경쾌한 표현으로 시선을 잡아끄는 그의 필력은 정말 처음 보는 내 시선을 사로잡아버렸다. 그래서 손에 잡은 지 한 시간 반만에 다 읽어버렸다. 속독이 어느 정도 된다고 자부하는 편이지만 실제로 책을 읽을 때는 아주 꼼꼼하게 읽거나 상상하며 읽거나 줄을 친다거나 포스트 잇에 요약정리를 한다고 난리 부르스를 떨기 때문에 소요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읽은 것 같지도 않게 빠르게 읽어버렸다. 내가 그걸 아는 이유는 책을 읽는 자세 때문인데, 보통 난 침대에서 엎드려 읽는 버릇이 있어 책을 다 읽고 나면 팔이 저려서 아주 힘들다. 그런데 이번엔 팔에 전혀 무게가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빨리 읽은 게 정말 맞다. ㅋㅋ

 

예전에 내가 중고등학생 쯤일 때거나 대학생쯤일 때 심심해서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우연히 보게 된 영화가 있다. <사랑의 블랙홀>이던가. 그 당시엔 제목도 몰랐다. 최근에 블로그에 놀러다니다가 얼핏 본 영화 내용이 그때 본 영화여서 알았을 뿐. 그런데 그 내용이 참 재미있다. 한 남자가 하루에 있었던 일을 며칠 동안 반복해서 겪게 된다. 왜 그런 일이 생기는지 처음엔 어리둥절했던 그 남자는 한 여자의 사랑을 얻어야 함을 알게 된다. 그래서 매번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대비해 한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런 영화로 기억하고 있다. 절대 정확한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하루가 매일 반복된다는 소재가 아주 참신했다. 바로 이 책이 그런 소재를 차용했다. 한 남자의 하루가 매번 반복되는 것.

 

그의 이름은 에단. 에단은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을 벗어나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가고야 만다. 그 지점을 건넌하루를 계속 반복하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의 인생을 되찾으려고 하는데, 그의 선택과 인생에서 도움을 주는 두 존재, 운명론자 카티스 네빌과 카르마를 믿는 시노 미츠키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삶을 좌우하는 것은 운명인가? 카르마인가? 어쨌든 우리의 영웅, 에단은 그의 운명을 바꾼다. 가장 소중한 두 존재를 되찾음으로써. 인간의 삶이 운명적으로 결정지어졌다면 에단의 말처럼 정말 사는 게 재미없을 것이다. 성공하기로 결정되어 있다면 누가 노력하겠는가. 실패하기로 내정되어 있다면 아무도 선해지려고 하지 않겠지. 굵고 짧게 한탕 인생을 살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이미 던져진 주사위처럼 돌이킬 수 없는 잘못된 선택을 했을지라도 그것을 백지처럼 되돌릴 순 없어도 그것을 가능한한 하얗게 만들 수는 있다. 우리의 에단처럼 죽을 만큼 노력을 한다면 말이다. 단순해 보이는 사랑이야기를 하면서도 인생의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해주고, 그것을 스릴있게 전달하는 필력 덕분에 기욤 뮈소가 이렇게 대단한 유명세를 타나보다. 읽는 내내 정말 행복한 책읽기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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