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추천해준 영화를 보려고 했지만, 여의치않아 책으로 보게된 이야기.
2개의 도서관에서 첫 시작은 내가 처음 넘기는 책으로 읽고, 대부분의 내용은 빛바랜 책으로 읽게 된 책.
오베씨의 따뜻함에 잃었던 인류애를 채우고,
겉과 속이 한결같은 어른 김장하가 한국에 있다면
겉과 속이 다르지만 매력있는 오베가 스웨덴에 있다.
내가 이해해야 하고 알아야 하는 이 넓은 스펙트럼을 한 뼘정도는 더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오베와 소냐의 이야기에서 나와 남편을 엿보게 되어
처음으로 남편에게 내가 읽은 책을 권하게 되었다.
처음엔 재밌어서 권했지만, 좀더 내 마음을 들여다보니 나는 남편에게 나에게 오베같은 사람이 되어달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과연…?
그해 최악의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밤, 철로를 오르내릴 때쓰곤 했던 낡은 트럭이 마을 20킬로미터 밖에서 고장이 났을 때, 오베는 드라이버 하나와 거즈 테이프 반 통만 가지고 트럭을 수리해냈다. 그 뒤로 철로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베는 ‘괜찮은 녀석‘으로 인정받았다. 저녁이면 그는 소시지와 감자를 데쳤고, 식사를 하는 동안 부엌 창을 통해 바깥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는 일을 하러 나갔다. 그는 이런 일과가 좋았다. 늘 벌어질 일을예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버지가 죽고 난 뒤로, 그는 해야 할일을 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점점 더 차별을두었다. 실천하는 사람과 말만 하는 사람들을 구별했다. 오베는점점 더 말을 줄이고 점점 더 실천을 했다. 오베는 친구가 없었다. 반면 적도 거의 없었다. 톰을 제외하고는 톰은 현장 주임으로 승진하고 나서부터 오베의 인생을 가능한 한 피곤하게 만들고자 갖은 애를 썼다. 그는 오베에게 가장더럽고 힘든 일을 맡겼고, 소리를 질러댔으며, 아침 식사 때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객차를 점검하라며 보내놓고는 오베가 선로 위에 무방비하게 누워 있을 때 객차를 작동시켰다. 오베가 놀
라 몸을 던져 간신히 빠져나오자 톰은 경멸하듯 웃으며 소리를질렀다. "조심하라고, 안 그러면 네 아비처럼 될 테니까!" 하지만 오베는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물었다. 자기보다 두 배나 큰 사내에게 도전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매일 출근하여 떳떳이 지냈다. 아버지도 그렇게 해서 잘 살았으니 오베도 그렇게 해야 했다. 오베의 동료들은 그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말을 많이안 하는 사람은 헛소리도 안 퍼뜨리지." 어느 날 오후 철로를 따라 내려가던 중 작업장 선배 중 하나가 그에게 말했다. 오베는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어떤 건 이해하고, 어떤 건 이해하지못했다. 마찬가지로 오베가 어느 날 이사의 사무실에서 한 행동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렇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오베 아버지의 장례식이 있고 나서 거의 2년이 다 되던 날이었다. 오베는 막 열여덟이 되었다. 톰이 객차에 떨어져 있던 돈을 훔치다 발각되었다. 오베를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톰이 돈을훔치는 걸 본 사람은 없었다. 돈이 사라졌을 때 객차에 있던 사람은 톰과 오베 둘뿐이었다. 이사 사무실에서 나온 진지한 남자가 톰과 오베에게 언제 사무실에 출석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동안, 누구도 오베가 범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그는 범인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오베와 오베의 아내가 밤과 낮 같다고 늘 말했다. 오베는 당연하게도 자기가 밤이라는 걸 잘 알았다. 그게 그에게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반면 누군가 그런 말을 할 때 오베의아내는 항상 재미있어 했는데, 왜냐하면 그럴 때마다 낄낄 웃으면서 사람들이 오베를 밤이라고 생각하는 건 그가 태양 쪽으로가기에는 너무 못돼먹어서라고 지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녀가 왜 자기를 택했는지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음악이나 책이나 이상한 단어 같은 추상적인 것들을 사랑했다. 오베는 손에 쥘 수 있는 것들로만 채워진 남자였다. 그는 드라이버와 기름 여과기를 좋아했다. 그는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인생을 살아갔다. 그녀는 춤을 췄다.
"모든 어둠을 쫓아버리는 데는 빛줄기 하나면 돼요." 언젠가그가 어째서 늘 그렇게 명랑하게 살아가려 하느냐고 그녀에게물었을 때,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읽는 책 중 하나에 프란체스코인가 하는 수도사가 그렇게 써놓은 게 분명했다. "날 속이면 안 돼요, 여보." 그녀가 쾌활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커다란 품으로 파고들었다. "아무도 안 볼 때 당신의 내면은 춤을 추고 있어요, 오베. 그리고 저는 그 점 때문에 언제까지고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당신이 그걸 좋아하건 좋아하지 않건 간에." 오베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결코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그는 춤을 춰본 역사가 없었다. 춤이란 너무 무계획적이고 어지러워 보이는 것이었다. 그는 직선과 명료한 결정을 좋아했다. 그게 그가 늘 수학을 좋아하는 이유였다. 수학에는 정답 아니면오답만 있었다. 수업 중에 ‘네 입장을 토론해보자‘며 사기를 치려 드는 히피 같은 과목들과는 달랐다. 마치 누가 긴 단어를 더많이 아는지 점검하는 게 결론을 내리는 방법이기라도 한 것인양. 오베는 옳은 건 옳은 것이고 틀린 건 틀린 것이길 원했다. 그는 몇몇 사람들이 자기를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는 심술궂은 영감탱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하지만솔직히 말해 그건 그들이 오베에게 사람을 다른 식으로 볼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살다보면 자신이 어떤 종류의 인간이 될지 결정을 내릴 때가 오게 마련이다.
때로 어떤 남자들이 갑자기 어떤 일을 했을 때 그 이유를 설명하기란 어렵다. 물론 그들 자신이 언젠가 그 일을 하게 되리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냥 지금 하는 게 나아서일 수도 있다. 때로는 정반대의 이유이기도 했다. 즉 자기들이 진작 그 일을 했어야했다는 걸 깨닫는 것이다. 아마 오베도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내내 알고 있었겠지만, 사람이란 근본적으로 시간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 할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말할 시간이 넘쳐난다고생각한다. 그러다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고 나면,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만약‘과 같은 말들을 곱씹는다.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어렵다. 특히나 무척 오랫동안 틀린 채로 살아왔을 때는소냐는 그들이 결혼한 뒤로 오베가 딱 한 번 자신이 틀렸다고인정한 적이 있다고 말하곤 했다. 때는 1980년대 초반, 나중에알고 보니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진 일에 대해 그녀의 의견에동의하고 나서였다. 오베는 그건 거짓말이라고, 망할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정확히 따지자면 오베는 그녀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었다. 자기가 틀렸다는 걸 인정한 게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요." 소냐는그렇게 말하곤 했다. "처음에는 새 물건들 전부와 사랑에 빠져
요 매일 아침마다 이 모든 게 자기 거라는 사실에 경탄하지요. 마치 누가 갑자기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와서 끔찍한 실수가 벌어졌다고, 사실 당신은 이런 훌륭한 곳에 살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말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러다 세월이 지나면서 벽은 빛바래고 나무는 여기저기 쪼개져요. 그러면 집이 완벽해서 사랑하는게 아니라 불완전해서 사랑하기 시작해요. 온갖 구석진 곳과 갈라진 틈에 통달하게 되는 거죠. 바깥이 추울 때 열쇠가 자물쇠에 꽉 끼어버리는 상황을 피하는 법을 알아요. 발을 디딜 때어느 바닥 널이 살짝 휘는지 알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옷장 문을 여는 법도 정확히 알죠. 집을 자기 집처럼 만드는건 이런 작은 비밀들이에요." 물론 오베는 예시로 든 옷장 문이 혹시 자기를 가리키는 건아닌지 의심했다. 그는 소냐가 "나는 가끔요, 기초가 처음부터몽땅 흔들리면 고칠 수 있는 게 있기는 한지 궁금할 때가 있어요"라고 중얼거리는 걸 이따금 들었다. 그녀가 그에게 화가 났을때 하는 소리였다. 그는 그녀가 이야기를 어디로 몰고 가려는 건지 무척 잘 알았다.
죽음이란 이상한 것이다. 사람들은 마치 죽음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양 인생을 살아가지만, 죽음은 종종 삶을 유지하는 가장커다란 동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 중 어떤 이들은 때로 죽음을 무척이나 의식함으로써 더 열심히, 더 완고하게, 더 분노하며 산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죽음의 반대 항을 의식하기 위해서라도 죽음의 존재를 끊임없이 필요로 했다. 또 다른 이들은 죽음에 너무나 사로잡힌 나머지 죽음이 자기의 도착을 알리기 훨씬전부터 대기실로 들어가기도 한다. 우리는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지만, 대부분은 죽음이 우리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데려갈지모른다는 사실을 더 두려워한다. 죽음에 대해 갖는 가장 큰 두려움은, 죽음이 언제나 자신을 비껴가리라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우리를 홀로 남겨놓으리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늘 오베가 ‘까칠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빌어먹을 까칠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내내 웃으며 돌아다니지않았을 뿐이었다. 그게 누군가가 거친 사람으로 취급당해 싸다는 얘긴가? 오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 남자를 이해했던 유일한 사람을 땅에 묻어야 할 때, 그의 내면에 있던 무언가는 산산조각이 난다. 그런 부상은 치료할 수 없었다. 시간은 묘한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바로 눈앞에 닥친 시간을살아갈 뿐이다. 며칠, 몇 주, 몇 년.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 중 하나는, 아마도 바라볼 시간보단 돌아볼 시간이 더 많다는 나이에 도달했다는 깨달음과 함께 찾아올 것이다. 더 이상 앞에 남아 있는 시간이 없을 때는 다른 것을 위해 살게될 수밖에 없다. 아마도 그건 추억일 것이다. 누군가의 손을 꼭쥐고 있던 화창한 오후. 이제 막 꽃들이 만개한 정원의 향기. 카페에서 보내는 일요일. 어쩌면 손자들. 사람은 다른 이의 미래를위해 사는 법을 발견하게 된다. 그건 소냐가 곁을 떠났을 때 오베 또한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였다. 그는그저 살아가는 걸 멈췄을 뿐이었다. 슬픔이란 이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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