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사료로 보는 청와대의 모든 것
백승렬 지음 / 아라크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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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510일 청와대가 개방됐다. 이 책은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기록한 사진과 글을 담고 있다. 저자는 청와대 출입기자가 된 후 보도용 사진을 찍다가 점점 청와대 안 건물, 그림, 가구, 풍경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했다. 조선시대 궁궐의 뒤뜰에서 오늘날의 청와대 모습과 건물에 담긴 전통 사상, 청와대 안 소박한 가구 등을 볼 수 있었고, 영빈관, 녹지원, 상춘재, 여민관, 가족의 사적 공간인 관저, 춘추관, 수궁터를 직접 본 것처럼 생생한 사진들을 실었다. 지금은 못가지만 언젠가는 청와대를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다.

 

궁궐에는 인간으로서 최고의 권력을 지녔던 왕과 왕비와 신하들의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삶과 이야기들이 남아 있다. 서울에는 조선시대 궁궐들이 있는데 경복궁은 복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고, 창덕궁은 아름다움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에 등재되기까지 했다. 경운궁과 창경궁은 그 모습이 많이 훼손되긴 했지만 여전히 궁궐로서의 기품을 갖추고 있다. 경희궁은 전각들을 거의 잃어버리고 정전의 승정전과 그 부근의 건물들 몇 채만 남아 있다. 현대에 와서 궁궐의 역할을 했던 곳은 바로 청와대였다.

 

일제는 우리나라의 정기를 완전히 끊어 버리겠다는 생각에서 경복궁을 유린하는 한편 1926년에는 총독 관저마저 경복궁 일대에서 물색하게 됐다. 조선총독부 청사는 해방 후에도 철거되지 않은 채 중앙청, 국립중앙박물관으로 70년 동안이나 계속해서 사용됐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궁궐의 뒤뜰이었던 곳이 현대에 와서 대통령 관저로 사용된 셈이다.





청와대 장식 기와는 대부분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단다. 사악하고 나쁜 기운이 궁궐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팔작지붕은 우리 전통 지붕 모양 중 가장 아름답고 격조 높은 양식으로 꼽힌다. 해태상은 액운을 쫓는 벽사로도 사용됐다지만 무섭다기보다는 익살스럽게 보인다. 예전에는 하마(말에서 내리는 곳)였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공식 환영식 때 외국 정상을 태운 승용차가 해태상 앞에서 정차한다.

 

대통령 영부인이 집무를 보는 곳이었다. 대통령 배우자의 집무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집무를 보며 비서실 직원과 각료들을 불러 국가의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궁궐에서는 왕이 일상적으로 기거하면서 주요 신하들과 중요한 현안을 논의하는 곳이 대전이다. 청와대에서는 여러 유명 작가의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필자가 본관에 들어서면서 처음 만난 것은 역사의식을 가지고 우리 것을 그린 손장섭의 고목 그림이었다. 천연기념물 고목 4그루 <효자송> <김제왕버들> <이천백송> <느티나무>20064월에 수장고로 들어가고 김병종의 <생명의 노래> 연작 4점이 그 자리를 채웠다.

 

녹지원은 청와대 후원으로, 청와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글자를 풀어 보면 검푸른 영지 정원이란 뜻이다. 원래는 채소밭이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때 총독 관저가 들어서면서 가축 사육장과 온실 등이 조성됐다고 한다. 이곳에는 역대 대통령의 기념식수와 120여 종의 나무가 잘 가꿔져 있다.





대통령과 가족이 생활하던 관저는 19901025일에 완공됐다. 공적과 사적인 공간을 구분하기 위해서였다. 춘추관은 대통령의 기자회견 장소이자 출입기자들의 기사송고실로 사용됐던 곳이다. 출입기자들에게는 춘추삼락이라는 것이 있었다. 싼값으로 아침과 점심을 먹을수 있고, 대부분 시간을 춘추관에서 보냈다. 피로할 때 목욕할 수 있는 목욕탕이 있다는 것이다. 오전과 오후 한 시간씩 여민관에 있는 비서실 직원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청와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녹지원 앞을 지날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다. 마지막 즐거움이 참여정부 들어서 사라졌다.

 

청와대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은근한 멋과 맛을 풍기는 우리 것 그 자체이다. 보도 목적이 아닌 청와대 사진을 찍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 청와대를 좀 더 가깝게 들여다보고 드러나지 않았던 문화유산과 역사를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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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듯 깊은 생각들 - 찰나의 삶, 얽히고 설킨 갈등의 일상
정팔영 지음 / 명륜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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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듯 깊은 생각들>의 저자는 교사이자 행정가로 근무하였고 교직에서 느낀 다양한 이야기와 세상살이를 소개한다. 순간적으로 스쳐 갈 수 있는 일상들은 훗날 역사가 되고 지혜가 된다.

 

가끔은 흰 안개나 구름의 스치고 소멸하는 모습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음에 안정적 정서를 느끼며 틈을 내어 관산의 느낌에 다가가고 싶어 산행이나 산책을 즐기는데 숲을 구성하는 수많은 존재의 어울림에 깊은 겸허함을 느낀다. 소로우의 [월든]은 숲속의 느리고 평안하고 가르치려 하지 않고 보이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러기에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체험적 삶이 오히려 소중하다고 했다.

 

외로움이나 고독은 공허한 시간의 감당하기 어려운 선물을 놓고 고민일 것인가, 오히려 소중한 보너스이냐의 차이이므로 책을 읽을까, 산책할까, 취미활동을 할까? 그것이 문제이니 각자의 다른 사유의 공간에서 사는 것이다. 무얼 잘하느냐고? 갑자기 묻는다면 대개는 곧바로, 자신 있게 대답하기가 그렇고 그렇다. 간혹 우월한 심리로 던지는 말로 넘기면 되는데 약간 기분은 언짢은 표현이다. 그래서 쉽게 되받아치는 말이 없다!”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장면은 무언가 가슴 뭉클하다. 아버지를 팝니다. 코믹 내용 같지만 생각에 빠지게 된다. 현충일에 신문을 펼쳐 보니 6.25 전쟁 참전에 미국인이 타국에서 목숨을 건 전쟁 중 찍은 사진 289장을 한국 정부에 기증하고 싶다는 기사와 함께 보내 온 사진들을 보고 51년생인 저자는 아련히 귀동냥으로 들어 보았고 일부는 경험한 듯하거나 한 나이지만 50년대의 사진들을 보며 유아 성장기의 풍경을 회상해 본다.

 

인생의 그 어떤 것도 살아 있다는 것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한 번뿐인 인생을 타인의 기준에 휘둘리지 말고 내 삶을 살되 민폐가 되지 않는 선까지만 즐겁게 살아야 한다.(p114)

 

부유층 사모님이 백화점에 가던 시각 대형 백화점 붕괴 사고 뉴스가 나오는데 그곳이 자기가 옷을 사러 가려고 하다 교통사고로 갈 수 없었던 삼풍백화점이었다. 목숨을 잃을 뻔한 어마어마한 사고가 소형승용차와 다툼으로 모면할 수 있었던 사고는 위기로부터 구한 사례이다.

 

요즘 사회적으로 유행어가 돼 버린 내로남불이란 말은 주장이 강한 사람들이 그들끼리 강한 어필을 앞세울 때 많이들 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의 앞말을 따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남은 비난하면서도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교직의 보람으로 <>을 되돌아보면 그동안 가르쳤던 많은 학생은 이제는 이 시대에 살면서 여러 직업을 가지고 훌륭히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때 왜 그리 학생들의 덜 다듬어진 행동과 내 잣대로 들이댔는지, 돌이켜 보면 부끄럽고 내 그릇이 오히려 작았음에 초라함을 느낀다. 긍정적 습관이 원만한 사회성을 키워준다는 사실을 내포한다.

 

삶의 후반기 누구에게나 닥칠 재앙, 가장 슬픈 병,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옛날의 용어인 듯한데 건망증그러나 수명이 길어지는 반면 가장 무섭고 피하기를 기원하는 슬픈 병, 치매는 지난날의 기억을 나눌 수 있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을수록 늦출 수는 있다고 하니 스러져 가는 기억이 떠올라 반복한다고 몰아붙인다면 소심해져서 입 닫고 마니 어린아이 보살피듯 조심하고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어린아이가 노는 상황과 노인이 살아가는 상황은 아주 비슷하다. 어린아이는 자라면서 자존감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의존과 모델을 찾아 흉내를 내지만 그 이후부터는 겁이 없어지고 새로운 모험을 즐기려 충동적이고 반항적이며 서서히 자신만의 우월감을 갖게 된다.

 

욕망의 공통점은 각자의 삶의 영역을 덜 침해 받고, 덜 복잡한 관계의 무게를 짊어지고 쉽지 않음은 알지만, 그 알 수 없는 행복의 잣대의 우위를 누리고 싶은 심리로서 모두가 같다. 이 모든 것이 눈 깜짝할 사이[찰나(刹那)]의 거쳐 가는 인생인 것을. 그러나 이제는 끈을 놓아야 할 시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소소한 듯 깊은 생각들]에서 삶의 적기는 지금이 최적기다.”라는 말을 최고로 꼽는다. 삶의 여유가 없다고 느껴질 때, 저자의 경험과 지혜가 담긴 이 책을 읽어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좋은 책을 선물로 보내 준 신규출판사 명륜북스에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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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
조수빈 지음 / 파람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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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KBS에서 [뉴스 9] 앵커로 활약했고, 지금은 채널A에서 주말 뉴스를 맡고 있는 조수빈 아나운서이다. 자신의 청춘 이야기를 누군가에겐 작은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서툴고 부끄럽지만 청춘의 기록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고 믿는다.

 

IMF라는 시절을 만나 힘들었을 때 해맑게 대학을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젊었던 아버지 덕이라고 했다. 부모가 젊다는 건 큰 축복이다. 20대부터 영화 매거진에 연재를 했던 경험으로 영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스무 살에 본 엽기적인 그녀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나도 재미있게 봤던 영화이다. 인생의 장면도 영화처럼 반복된다. 똑같은 벽에 또 부딪히고, 풀어야 할 숙제의 이름만 바뀐다. <주말의 명화> 속 장면을 목격하고, 키스신을 보고 엄마한테 걸리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했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영화로 열 번 이상, 소설을 스무 번 넘게 읽었고 스칼렛은 상상 속의 롤모델이다.

 

다들 힘들다고 하는데 감사한 20대였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하고 싶던 방송이 업이 되었는데 마냥 즐겁기만 했을까. 인간은 꿈을 잡으면 행복할 줄 착각하지만 사람 마음은 간사하다고 한다. ‘에 치이고 사람 에 치이면서 불면과 공허함을 견뎠다. 20대를 함께 해준 친구가 있어 30대를 용기 있게 맞았지만 30대엔 인생이란 놈으로부터 뺨을 대차게 맞았다. 그래도 힘들 때 서로 위로했고 곁에 있었다. 무탈했던 연인의 갑작스런 이별에 굳이 왜 나에게 핵폭탄같은 이별을 선포했는지 알려고 하지마라. 알아봤자,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괴로울 뿐이라고 했다.

 

저자가 처음 방송을 시작한 곳은 강릉인데 영화 <봄날은 간다>에 나오는 방송국이 첫 근무지가 되었다. KBS <FM음악여행>을 진행했는데 라디오가 없었다면 더욱 고독했을 것이다. 그 후 <상쾌한 아침>9시 뉴스를 병행하는 힘든 스케줄로 디스크가 와서 마이크를 놓을 수밖에 없어 많이 아쉬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 강연을 통해서 꾸준히 대중들을 만나왔고, 유튜브채널 <조수빈TV>를 통해 얇고 넓은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살면서 아직도 이루고 싶은 꿈이 많지만 늘 1순위는 가족이다.

 

15년 울타리였던 곳을 그만둘 거라곤, 그만둘 용기가 생길 거라곤 생각한 적 없었다. 직장이 주던 모든 혜택을 포기하고 나오니까 비로소 다른 문이 열리더라는 말을 하고 싶다. 언제가 회사를 그만두면 좋은 타이밍일까, 고민하는 청춘에게 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을 때가 그만둘 시점이고, 직업을 바꾸는 거라면 하루라도 일찍 그만두거나 그게 아니라면 한 분야에서 적어도 10년쯤은 내공을 쌓기를 바란다.

 

서른셋은 어른이지만 엄마가 처음이라 두려움이 컸다. 아이를 안고 산후조리원을 몇 주만에 나와 집으로 향했다. 조리원 방에만 있다 나오니, 세상이 처음 본 것 같이 낯설었던 기억이 나고 갑자기 주어진 엄마라는 역할도 그 세상처럼 낯설었다. 한 친구는 아이를 낳고 기르다 급성혈액암에 걸려 한 달 만에 세상을 떴고. 한 친구는 아이를 먼저 보내고 결혼생활마저 끝나 버렸다. 두 친구의 불행은 저자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후배들에게 직업적 조언으로 몸부터 바꿔라!’라고 한다. 건강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어떤 테크닉을 배워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몸, 체력부터 키우라는 거다. 살면서 힘들거나 공포심을 느낄 때가 있는데 운동을 하는 순간만큼은 잠시 고민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직업상 유족들과 인터뷰를 할 일이 있는데 유업이 부모님을 전화로 만났다. 처음 코로나가 시작된 대구에서 비 내리던 날, 마스크를 사느라 긴 줄을 서야 했던 고등학생이었던 유엽이는 코로나에 걸렸지만 병원을 찾지 못하고 엄마, 너무 아프다.“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는 이야기를 길게 쓰는 이유는 사람의 이야기면서 잊지 못할 경험이어서라고 하였다.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고 했는데, 줄 수만 있다면 유엽이 같은 아이들에게 청춘을 주고 싶다.

 

저자는 주말 저녁 7, 광화문 청계천 광장에서 방송을 한다. 오픈 스튜디오라고 하니 한 번 가보고 싶다. 청춘은 다 서툴고 지나고 나면 아쉬운 것이 인생인 것 같다. 이 책은 힘들다고 생각하던 그때가 지나고 보면 아쉽고 빛나던 때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늘 도전하는 청춘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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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고전에서 역사를 읽다 - 삶의 변곡점에 선 사람들을 위한 색다른 고전 읽기
최봉수 지음 / 가디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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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자주 찾아오는 분노, 지난 선택을 후회하거나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삶의 지혜를 구할 수 있는 고전을 읽는 것이다. 저자는 오랜 시간 출판계에서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편집한 편집자로 경영인으로 일했다. 이 책은 <내 맘대로 고전 읽기> 개정판으로 출간되었고, 어쩌다 오십이 된 이들에게 권하는, 고전에서 길어 올린 삶의 지혜를 전한다.

 

책에는 각 장의 시작에 <시간, 분노, 귀향, 운명, 결벽, 마음, 시비, 리셋, 가지 않은 길, 선택, 세월, 명분과 실존, 큐빅 맞추기의 즐거움> 13개의 키워드로 구성되었다. 고전을 펼쳐 그 안을 들어가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같은 인물, 같은 사건, 같은 이야기, 같은 문장이라도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 다른 상상으로 그려진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최초의 창조는 가이아, 대지다. 반면 <구약> 최초의 창조는 빛이다. 대지의 신인 가이아의 몸에서는 태어나기 전의 공간인 자궁에 해당한다. 우라노스는 자식들을 태어나자마자 바로 그 타르타로스에 다시 집어 넣는다. 가이아는 잔인한 어머니다. 아들 크로노스에게 아버지의 남근을 내려치게 하여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보며 얼마나 몸서리쳤을까. 이렇듯 막장 드라마는 올림포스 신들의 한결같은 사랑 집착에서 비롯되는데, 그것은 그들의 할아버지인 우라노스의 사랑 결핍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사소한 일에도 욱한다. 눈이 어두워진 탓이다. 스스로 부끄러움만 드러낼 뿐 지혜롭기를 거부하는 것이 분노다. 그래서 분노는 먼저 입을 열어 눈을 감는 것이다. 사는 데 지쳐 훈장처럼 난 상처들을 토닥이고 싶은 마음에 문득 고향이 그리운 것이다. 나이가 들면 고향은 찾아가야 할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마음속에서 커가고 있다. 개인사든 역사든 돌이켜보아 아쉬운 것은 바로 그때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 일상은 어쩌면 선택의 연속이다.

 

오디세우스는 잔머리가 비상한 데다 호기심이 많아 모험을 즐기고, 문약하며 미인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면서도 역마살이 돋아 어느 날 훌쩍 그녀 곁을 떠나버리는, 나쁜 남자의 원형이 아닐까. 오이디푸스의 비극은 우리의 인생이 그렇듯 우연의 연속이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을 키워준 부모가 양부모인 줄 모르고, 자신이 아버지를 죽인다는 신탁의 예언을 듣자 그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떠난다.

 

상대의 마음을 얻고 싶으면 그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라는 말처럼, 오비디우스는 아우구스투스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아우구스투스는 황제를 꿈꾼다. 오비디우스는 역사적 사명감을 안고 그리스 신들의 <변신 이야기>를 신들린 듯 써 내려간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양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역사 본연의 자세라고 보았다. 제왕을 다루는 본기에 항우와 진시황을 포함했으며, 여성인 여태후도 당당히 기록했다. 당시의 이데올로기적 명분이 아니라 누가 그 시대의 대세였는지를 기록하는 장이 본기라는 원칙을 지켰다. 사마천이 <사기>를 집필할 때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는 <춘추>를 이을 역사서를 만들겠다는 집념 외에는 다른 모든 것을 배제하고 오직 존재하는 것과 자신과의 대화로 역사를 재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삼국사기>에서 보여준 김부식의 자주적태도는 단지 배타적 우리에서 비롯된 것뿐. 실용적 사고는 아와 피아의 확실한 구분에 바탕을 둔다. 자신과 자신의 형제, 가문, 자신의 파벌과 조국을 구분하고, 항상 우선 가치를 두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 기분은 바로 의 분별이었다. <일본서기>는 허구와 왜곡으로만 평가되어 독서 대상에서 빠져 있다. <삼국사기>와 달리 고대에 편찬한 고대 역사서라는 것, 한반도의 고대사, 백제와 가야 역사에 대한 소중한 조각들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읽을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하였다.

 

고전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있었다. 결국 사람 이야기라고 한다. 사실 고전은 많이 어려워서 읽을 엄두를 못내지만 한 권씩 동서양 고전을 읽다 보면 고전을 통해 역사를 돌아보고 인물들의 삶의 지혜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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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남의 눈치만 보고 살았을까?
최리나 지음 / 모모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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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K-장녀, 부모님께 인정 한 번 받고자 평생 노력하며 살아 온 치유 에세이 <나는 왜 남의 눈치만 보고 살았을까?>의 저자는 맘에스밈 대표, 성인 아동 심리상담사, 국제어학원 강사로 활동 중이다. 그녀는 45세가 되기까지 버라이어티한 삶을 소개한다. 읽다가 마음이 너무 아파서 울컥하였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인 순간,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무겁지만 솔직한 내용의 글이다.

 

3살 때 얼굴에 생긴 상처로 두 번의 수술에 성공했지만 큰 칼자국 흉터가 남았다.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학원을 다니는 남자애가 칼자국, 깡패라는 말을 처음 들었고 종종 마음을 다치기도 했다. 8살에 불같이 호령을 하는 할아버지로 인해 공포감을 느끼다 경기를 일으켰는데 나중에 간질이 되어 평생 따라 다닌다. 초등학교 때 간질을 치료하기 위해 정신병동에 입원했다가 독방에 갇히게 되고 오히려 병동 사건이 트라우마가 되었다.

 

아빠가 좋아하는 pop을 들어서인지 흥도 많고, 영어가 즐겁게 느껴졌던 것 같다. 영어 성적은 최고가 되고 싶었고 올백을 맞았다. 아빠는 칭찬은커녕 수학 점수에 대한 비난이 시작되었다. 덕분에 영어 학원을 운영했으며, 심리상담을 공부하고 심리상담사가 되었다.

 

첫 남편은 신혼때부터 폭력과 자해를 일삼았고 아이 때문에 참고 살다가 이혼을 하게 되었다. 어렸을 적부터 춤을 좋아해서 취미로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재혼을 하고 나니 전남편이 딸을 납치하는 등 난동을 부리자 가정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 번째 결혼은 모든 걸 내어주고 빈털터리가 되었다. 막장 드라마도 정도껏 하지 이런 막장 드라마는 시청자한테도 과하다고 욕먹을 것 같다고 지인들이 말했다고 한다. 41살까지의 스토리이고 42살이 되자마자 인생에서 독립을 하게 되었다.

 

저자는 더는 살아야 할 이유도 모르겠고, 갈 길이 너무 멀고 내 앞에 놓여 있는 장애물들이 많아서 한 줄기 희망도 보이지 않았다. 인생을 돌아보니 다 잃고 더 이상 지킬 게 없어서 두려움이 없는 지금이 진짜 내 삶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서점에 가서 책을 많이 읽었다. 서점은 힐링 플레이스가 되었다.

 

책의 구성은 봄에서 다시 봄으로 5장으로 되어 있다. 슬프고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있는데 책을 읽다가 생각했다 저자의 기억력이 좋은 것 같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일들이 많아서일 것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은 저자의 멘토가 되었다. 멘토와 상담사의 권유로 책을 쓰게 되었고, 책을 쓰는 동안 치유가 되었다. 두 번의 이혼이 자신의 능력 때문에 교만했고 화가 나면 한심해 보이는 남편의 자존감을 바닥까지 끌고 내려가서 담판이 날 때까지 그의 감정을 들쑤셔놓는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회상한다.

 

두 번의 이혼과 두 아이를 만나는 과정이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세 번째 인연을 만나 잘 살고 있으니 앞으로 자신만을 위한 행복한 삶을 꾸려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 때문에 아프고 잠 못 이루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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