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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고전에서 역사를 읽다 - 삶의 변곡점에 선 사람들을 위한 색다른 고전 읽기
최봉수 지음 / 가디언 / 2022년 4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511/pimg_7583281443409323.jpg)
나이가 들면서 자주 찾아오는 분노, 지난 선택을 후회하거나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삶의 지혜를 구할 수 있는 고전을 읽는 것이다. 저자는 오랜 시간 출판계에서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편집한 편집자로 경영인으로 일했다. 이 책은 <내 맘대로 고전 읽기> 개정판으로 출간되었고, 어쩌다 오십이 된 이들에게 권하는, 고전에서 길어 올린 삶의 지혜를 전한다.
책에는 각 장의 시작에 <시간, 분노, 귀향, 운명, 결벽, 마음, 시비, 리셋, 가지 않은 길, 선택, 세월, 명분과 실존, 큐빅 맞추기의 즐거움> 등 13개의 키워드로 구성되었다. 고전을 펼쳐 그 안을 들어가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같은 인물, 같은 사건, 같은 이야기, 같은 문장이라도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 다른 상상으로 그려진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최초의 창조는 가이아, 대지다. 반면 <구약> 최초의 창조는 빛이다. 대지의 신인 가이아의 몸에서는 태어나기 전의 공간인 자궁에 해당한다. 우라노스는 자식들을 태어나자마자 바로 그 타르타로스에 다시 집어 넣는다. 가이아는 잔인한 어머니다. 아들 크로노스에게 아버지의 남근을 내려치게 하여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보며 얼마나 몸서리쳤을까. 이렇듯 막장 드라마는 올림포스 신들의 한결같은 사랑 집착에서 비롯되는데, 그것은 그들의 할아버지인 우라노스의 사랑 결핍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사소한 일에도 욱한다. 눈이 어두워진 탓이다. 스스로 부끄러움만 드러낼 뿐 지혜롭기를 거부하는 것이 분노다. 그래서 분노는 먼저 입을 열어 눈을 감는 것이다. 사는 데 지쳐 훈장처럼 난 상처들을 토닥이고 싶은 마음에 문득 고향이 그리운 것이다. 나이가 들면 고향은 찾아가야 할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마음속에서 커가고 있다. 개인사든 역사든 돌이켜보아 아쉬운 것은 바로 그때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 일상은 어쩌면 선택의 연속이다.
오디세우스는 잔머리가 비상한 데다 호기심이 많아 모험을 즐기고, 문약하며 미인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면서도 역마살이 돋아 어느 날 훌쩍 그녀 곁을 떠나버리는, 나쁜 남자의 원형이 아닐까. 오이디푸스의 비극은 우리의 인생이 그렇듯 우연의 연속이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을 키워준 부모가 양부모인 줄 모르고, 자신이 아버지를 죽인다는 신탁의 예언을 듣자 그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떠난다.
상대의 마음을 얻고 싶으면 그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라는 말처럼, 오비디우스는 아우구스투스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아우구스투스는 황제를 꿈꾼다. 오비디우스는 역사적 사명감을 안고 그리스 신들의 <변신 이야기>를 신들린 듯 써 내려간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양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역사 본연의 자세라고 보았다. 제왕을 다루는 본기에 항우와 진시황을 포함했으며, 여성인 여태후도 당당히 기록했다. 당시의 이데올로기적 명분이 아니라 누가 그 시대의 대세였는지를 기록하는 장이 본기라는 원칙을 지켰다. 사마천이 <사기>를 집필할 때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는 <춘추>를 이을 역사서를 만들겠다는 집념 외에는 다른 모든 것을 배제하고 ‘오직 존재하는 것과 자신과의 대화로 역사를 재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삼국사기>에서 보여준 김부식의 ‘자주적’ 태도는 단지 배타적 ‘우리’에서 비롯된 것뿐. 실용적 사고는 아와 피아의 확실한 구분에 바탕을 둔다. 자신과 자신의 형제, 가문, 자신의 파벌과 조국을 구분하고, 항상 우선 가치를 두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 기분은 바로 ‘나’와 ‘너’의 분별이었다. <일본서기>는 허구와 왜곡으로만 평가되어 독서 대상에서 빠져 있다. <삼국사기>와 달리 고대에 편찬한 고대 역사서라는 것, 한반도의 고대사, 백제와 가야 역사에 대한 소중한 조각들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읽을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하였다.
고전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있었다. 결국 사람 이야기라고 한다. 사실 고전은 많이 어려워서 읽을 엄두를 못내지만 한 권씩 동서양 고전을 읽다 보면 고전을 통해 역사를 돌아보고 인물들의 삶의 지혜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