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듯 깊은 생각들 - 찰나의 삶, 얽히고 설킨 갈등의 일상
정팔영 지음 / 명륜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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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듯 깊은 생각들>의 저자는 교사이자 행정가로 근무하였고 교직에서 느낀 다양한 이야기와 세상살이를 소개한다. 순간적으로 스쳐 갈 수 있는 일상들은 훗날 역사가 되고 지혜가 된다.

 

가끔은 흰 안개나 구름의 스치고 소멸하는 모습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음에 안정적 정서를 느끼며 틈을 내어 관산의 느낌에 다가가고 싶어 산행이나 산책을 즐기는데 숲을 구성하는 수많은 존재의 어울림에 깊은 겸허함을 느낀다. 소로우의 [월든]은 숲속의 느리고 평안하고 가르치려 하지 않고 보이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러기에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체험적 삶이 오히려 소중하다고 했다.

 

외로움이나 고독은 공허한 시간의 감당하기 어려운 선물을 놓고 고민일 것인가, 오히려 소중한 보너스이냐의 차이이므로 책을 읽을까, 산책할까, 취미활동을 할까? 그것이 문제이니 각자의 다른 사유의 공간에서 사는 것이다. 무얼 잘하느냐고? 갑자기 묻는다면 대개는 곧바로, 자신 있게 대답하기가 그렇고 그렇다. 간혹 우월한 심리로 던지는 말로 넘기면 되는데 약간 기분은 언짢은 표현이다. 그래서 쉽게 되받아치는 말이 없다!”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장면은 무언가 가슴 뭉클하다. 아버지를 팝니다. 코믹 내용 같지만 생각에 빠지게 된다. 현충일에 신문을 펼쳐 보니 6.25 전쟁 참전에 미국인이 타국에서 목숨을 건 전쟁 중 찍은 사진 289장을 한국 정부에 기증하고 싶다는 기사와 함께 보내 온 사진들을 보고 51년생인 저자는 아련히 귀동냥으로 들어 보았고 일부는 경험한 듯하거나 한 나이지만 50년대의 사진들을 보며 유아 성장기의 풍경을 회상해 본다.

 

인생의 그 어떤 것도 살아 있다는 것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한 번뿐인 인생을 타인의 기준에 휘둘리지 말고 내 삶을 살되 민폐가 되지 않는 선까지만 즐겁게 살아야 한다.(p114)

 

부유층 사모님이 백화점에 가던 시각 대형 백화점 붕괴 사고 뉴스가 나오는데 그곳이 자기가 옷을 사러 가려고 하다 교통사고로 갈 수 없었던 삼풍백화점이었다. 목숨을 잃을 뻔한 어마어마한 사고가 소형승용차와 다툼으로 모면할 수 있었던 사고는 위기로부터 구한 사례이다.

 

요즘 사회적으로 유행어가 돼 버린 내로남불이란 말은 주장이 강한 사람들이 그들끼리 강한 어필을 앞세울 때 많이들 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의 앞말을 따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남은 비난하면서도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교직의 보람으로 <>을 되돌아보면 그동안 가르쳤던 많은 학생은 이제는 이 시대에 살면서 여러 직업을 가지고 훌륭히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때 왜 그리 학생들의 덜 다듬어진 행동과 내 잣대로 들이댔는지, 돌이켜 보면 부끄럽고 내 그릇이 오히려 작았음에 초라함을 느낀다. 긍정적 습관이 원만한 사회성을 키워준다는 사실을 내포한다.

 

삶의 후반기 누구에게나 닥칠 재앙, 가장 슬픈 병,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옛날의 용어인 듯한데 건망증그러나 수명이 길어지는 반면 가장 무섭고 피하기를 기원하는 슬픈 병, 치매는 지난날의 기억을 나눌 수 있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을수록 늦출 수는 있다고 하니 스러져 가는 기억이 떠올라 반복한다고 몰아붙인다면 소심해져서 입 닫고 마니 어린아이 보살피듯 조심하고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어린아이가 노는 상황과 노인이 살아가는 상황은 아주 비슷하다. 어린아이는 자라면서 자존감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의존과 모델을 찾아 흉내를 내지만 그 이후부터는 겁이 없어지고 새로운 모험을 즐기려 충동적이고 반항적이며 서서히 자신만의 우월감을 갖게 된다.

 

욕망의 공통점은 각자의 삶의 영역을 덜 침해 받고, 덜 복잡한 관계의 무게를 짊어지고 쉽지 않음은 알지만, 그 알 수 없는 행복의 잣대의 우위를 누리고 싶은 심리로서 모두가 같다. 이 모든 것이 눈 깜짝할 사이[찰나(刹那)]의 거쳐 가는 인생인 것을. 그러나 이제는 끈을 놓아야 할 시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소소한 듯 깊은 생각들]에서 삶의 적기는 지금이 최적기다.”라는 말을 최고로 꼽는다. 삶의 여유가 없다고 느껴질 때, 저자의 경험과 지혜가 담긴 이 책을 읽어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좋은 책을 선물로 보내 준 신규출판사 명륜북스에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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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
조수빈 지음 / 파람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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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KBS에서 [뉴스 9] 앵커로 활약했고, 지금은 채널A에서 주말 뉴스를 맡고 있는 조수빈 아나운서이다. 자신의 청춘 이야기를 누군가에겐 작은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서툴고 부끄럽지만 청춘의 기록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고 믿는다.

 

IMF라는 시절을 만나 힘들었을 때 해맑게 대학을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젊었던 아버지 덕이라고 했다. 부모가 젊다는 건 큰 축복이다. 20대부터 영화 매거진에 연재를 했던 경험으로 영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스무 살에 본 엽기적인 그녀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나도 재미있게 봤던 영화이다. 인생의 장면도 영화처럼 반복된다. 똑같은 벽에 또 부딪히고, 풀어야 할 숙제의 이름만 바뀐다. <주말의 명화> 속 장면을 목격하고, 키스신을 보고 엄마한테 걸리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했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영화로 열 번 이상, 소설을 스무 번 넘게 읽었고 스칼렛은 상상 속의 롤모델이다.

 

다들 힘들다고 하는데 감사한 20대였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하고 싶던 방송이 업이 되었는데 마냥 즐겁기만 했을까. 인간은 꿈을 잡으면 행복할 줄 착각하지만 사람 마음은 간사하다고 한다. ‘에 치이고 사람 에 치이면서 불면과 공허함을 견뎠다. 20대를 함께 해준 친구가 있어 30대를 용기 있게 맞았지만 30대엔 인생이란 놈으로부터 뺨을 대차게 맞았다. 그래도 힘들 때 서로 위로했고 곁에 있었다. 무탈했던 연인의 갑작스런 이별에 굳이 왜 나에게 핵폭탄같은 이별을 선포했는지 알려고 하지마라. 알아봤자,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괴로울 뿐이라고 했다.

 

저자가 처음 방송을 시작한 곳은 강릉인데 영화 <봄날은 간다>에 나오는 방송국이 첫 근무지가 되었다. KBS <FM음악여행>을 진행했는데 라디오가 없었다면 더욱 고독했을 것이다. 그 후 <상쾌한 아침>9시 뉴스를 병행하는 힘든 스케줄로 디스크가 와서 마이크를 놓을 수밖에 없어 많이 아쉬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 강연을 통해서 꾸준히 대중들을 만나왔고, 유튜브채널 <조수빈TV>를 통해 얇고 넓은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살면서 아직도 이루고 싶은 꿈이 많지만 늘 1순위는 가족이다.

 

15년 울타리였던 곳을 그만둘 거라곤, 그만둘 용기가 생길 거라곤 생각한 적 없었다. 직장이 주던 모든 혜택을 포기하고 나오니까 비로소 다른 문이 열리더라는 말을 하고 싶다. 언제가 회사를 그만두면 좋은 타이밍일까, 고민하는 청춘에게 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을 때가 그만둘 시점이고, 직업을 바꾸는 거라면 하루라도 일찍 그만두거나 그게 아니라면 한 분야에서 적어도 10년쯤은 내공을 쌓기를 바란다.

 

서른셋은 어른이지만 엄마가 처음이라 두려움이 컸다. 아이를 안고 산후조리원을 몇 주만에 나와 집으로 향했다. 조리원 방에만 있다 나오니, 세상이 처음 본 것 같이 낯설었던 기억이 나고 갑자기 주어진 엄마라는 역할도 그 세상처럼 낯설었다. 한 친구는 아이를 낳고 기르다 급성혈액암에 걸려 한 달 만에 세상을 떴고. 한 친구는 아이를 먼저 보내고 결혼생활마저 끝나 버렸다. 두 친구의 불행은 저자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후배들에게 직업적 조언으로 몸부터 바꿔라!’라고 한다. 건강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어떤 테크닉을 배워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몸, 체력부터 키우라는 거다. 살면서 힘들거나 공포심을 느낄 때가 있는데 운동을 하는 순간만큼은 잠시 고민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직업상 유족들과 인터뷰를 할 일이 있는데 유업이 부모님을 전화로 만났다. 처음 코로나가 시작된 대구에서 비 내리던 날, 마스크를 사느라 긴 줄을 서야 했던 고등학생이었던 유엽이는 코로나에 걸렸지만 병원을 찾지 못하고 엄마, 너무 아프다.“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는 이야기를 길게 쓰는 이유는 사람의 이야기면서 잊지 못할 경험이어서라고 하였다.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고 했는데, 줄 수만 있다면 유엽이 같은 아이들에게 청춘을 주고 싶다.

 

저자는 주말 저녁 7, 광화문 청계천 광장에서 방송을 한다. 오픈 스튜디오라고 하니 한 번 가보고 싶다. 청춘은 다 서툴고 지나고 나면 아쉬운 것이 인생인 것 같다. 이 책은 힘들다고 생각하던 그때가 지나고 보면 아쉽고 빛나던 때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늘 도전하는 청춘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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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고전에서 역사를 읽다 - 삶의 변곡점에 선 사람들을 위한 색다른 고전 읽기
최봉수 지음 / 가디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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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자주 찾아오는 분노, 지난 선택을 후회하거나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삶의 지혜를 구할 수 있는 고전을 읽는 것이다. 저자는 오랜 시간 출판계에서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편집한 편집자로 경영인으로 일했다. 이 책은 <내 맘대로 고전 읽기> 개정판으로 출간되었고, 어쩌다 오십이 된 이들에게 권하는, 고전에서 길어 올린 삶의 지혜를 전한다.

 

책에는 각 장의 시작에 <시간, 분노, 귀향, 운명, 결벽, 마음, 시비, 리셋, 가지 않은 길, 선택, 세월, 명분과 실존, 큐빅 맞추기의 즐거움> 13개의 키워드로 구성되었다. 고전을 펼쳐 그 안을 들어가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같은 인물, 같은 사건, 같은 이야기, 같은 문장이라도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 다른 상상으로 그려진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최초의 창조는 가이아, 대지다. 반면 <구약> 최초의 창조는 빛이다. 대지의 신인 가이아의 몸에서는 태어나기 전의 공간인 자궁에 해당한다. 우라노스는 자식들을 태어나자마자 바로 그 타르타로스에 다시 집어 넣는다. 가이아는 잔인한 어머니다. 아들 크로노스에게 아버지의 남근을 내려치게 하여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보며 얼마나 몸서리쳤을까. 이렇듯 막장 드라마는 올림포스 신들의 한결같은 사랑 집착에서 비롯되는데, 그것은 그들의 할아버지인 우라노스의 사랑 결핍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사소한 일에도 욱한다. 눈이 어두워진 탓이다. 스스로 부끄러움만 드러낼 뿐 지혜롭기를 거부하는 것이 분노다. 그래서 분노는 먼저 입을 열어 눈을 감는 것이다. 사는 데 지쳐 훈장처럼 난 상처들을 토닥이고 싶은 마음에 문득 고향이 그리운 것이다. 나이가 들면 고향은 찾아가야 할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마음속에서 커가고 있다. 개인사든 역사든 돌이켜보아 아쉬운 것은 바로 그때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 일상은 어쩌면 선택의 연속이다.

 

오디세우스는 잔머리가 비상한 데다 호기심이 많아 모험을 즐기고, 문약하며 미인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면서도 역마살이 돋아 어느 날 훌쩍 그녀 곁을 떠나버리는, 나쁜 남자의 원형이 아닐까. 오이디푸스의 비극은 우리의 인생이 그렇듯 우연의 연속이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을 키워준 부모가 양부모인 줄 모르고, 자신이 아버지를 죽인다는 신탁의 예언을 듣자 그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떠난다.

 

상대의 마음을 얻고 싶으면 그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라는 말처럼, 오비디우스는 아우구스투스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아우구스투스는 황제를 꿈꾼다. 오비디우스는 역사적 사명감을 안고 그리스 신들의 <변신 이야기>를 신들린 듯 써 내려간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양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역사 본연의 자세라고 보았다. 제왕을 다루는 본기에 항우와 진시황을 포함했으며, 여성인 여태후도 당당히 기록했다. 당시의 이데올로기적 명분이 아니라 누가 그 시대의 대세였는지를 기록하는 장이 본기라는 원칙을 지켰다. 사마천이 <사기>를 집필할 때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는 <춘추>를 이을 역사서를 만들겠다는 집념 외에는 다른 모든 것을 배제하고 오직 존재하는 것과 자신과의 대화로 역사를 재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삼국사기>에서 보여준 김부식의 자주적태도는 단지 배타적 우리에서 비롯된 것뿐. 실용적 사고는 아와 피아의 확실한 구분에 바탕을 둔다. 자신과 자신의 형제, 가문, 자신의 파벌과 조국을 구분하고, 항상 우선 가치를 두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 기분은 바로 의 분별이었다. <일본서기>는 허구와 왜곡으로만 평가되어 독서 대상에서 빠져 있다. <삼국사기>와 달리 고대에 편찬한 고대 역사서라는 것, 한반도의 고대사, 백제와 가야 역사에 대한 소중한 조각들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읽을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하였다.

 

고전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있었다. 결국 사람 이야기라고 한다. 사실 고전은 많이 어려워서 읽을 엄두를 못내지만 한 권씩 동서양 고전을 읽다 보면 고전을 통해 역사를 돌아보고 인물들의 삶의 지혜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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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남의 눈치만 보고 살았을까?
최리나 지음 / 모모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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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K-장녀, 부모님께 인정 한 번 받고자 평생 노력하며 살아 온 치유 에세이 <나는 왜 남의 눈치만 보고 살았을까?>의 저자는 맘에스밈 대표, 성인 아동 심리상담사, 국제어학원 강사로 활동 중이다. 그녀는 45세가 되기까지 버라이어티한 삶을 소개한다. 읽다가 마음이 너무 아파서 울컥하였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인 순간,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무겁지만 솔직한 내용의 글이다.

 

3살 때 얼굴에 생긴 상처로 두 번의 수술에 성공했지만 큰 칼자국 흉터가 남았다.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학원을 다니는 남자애가 칼자국, 깡패라는 말을 처음 들었고 종종 마음을 다치기도 했다. 8살에 불같이 호령을 하는 할아버지로 인해 공포감을 느끼다 경기를 일으켰는데 나중에 간질이 되어 평생 따라 다닌다. 초등학교 때 간질을 치료하기 위해 정신병동에 입원했다가 독방에 갇히게 되고 오히려 병동 사건이 트라우마가 되었다.

 

아빠가 좋아하는 pop을 들어서인지 흥도 많고, 영어가 즐겁게 느껴졌던 것 같다. 영어 성적은 최고가 되고 싶었고 올백을 맞았다. 아빠는 칭찬은커녕 수학 점수에 대한 비난이 시작되었다. 덕분에 영어 학원을 운영했으며, 심리상담을 공부하고 심리상담사가 되었다.

 

첫 남편은 신혼때부터 폭력과 자해를 일삼았고 아이 때문에 참고 살다가 이혼을 하게 되었다. 어렸을 적부터 춤을 좋아해서 취미로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재혼을 하고 나니 전남편이 딸을 납치하는 등 난동을 부리자 가정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 번째 결혼은 모든 걸 내어주고 빈털터리가 되었다. 막장 드라마도 정도껏 하지 이런 막장 드라마는 시청자한테도 과하다고 욕먹을 것 같다고 지인들이 말했다고 한다. 41살까지의 스토리이고 42살이 되자마자 인생에서 독립을 하게 되었다.

 

저자는 더는 살아야 할 이유도 모르겠고, 갈 길이 너무 멀고 내 앞에 놓여 있는 장애물들이 많아서 한 줄기 희망도 보이지 않았다. 인생을 돌아보니 다 잃고 더 이상 지킬 게 없어서 두려움이 없는 지금이 진짜 내 삶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서점에 가서 책을 많이 읽었다. 서점은 힐링 플레이스가 되었다.

 

책의 구성은 봄에서 다시 봄으로 5장으로 되어 있다. 슬프고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있는데 책을 읽다가 생각했다 저자의 기억력이 좋은 것 같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일들이 많아서일 것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은 저자의 멘토가 되었다. 멘토와 상담사의 권유로 책을 쓰게 되었고, 책을 쓰는 동안 치유가 되었다. 두 번의 이혼이 자신의 능력 때문에 교만했고 화가 나면 한심해 보이는 남편의 자존감을 바닥까지 끌고 내려가서 담판이 날 때까지 그의 감정을 들쑤셔놓는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회상한다.

 

두 번의 이혼과 두 아이를 만나는 과정이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세 번째 인연을 만나 잘 살고 있으니 앞으로 자신만을 위한 행복한 삶을 꾸려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 때문에 아프고 잠 못 이루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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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정호승 지음 / 시공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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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이 등단 50주년을 맞아 신작 우화소설집 [산산조각]을 펴냈다. 시인은 우화에 관심을 가진 지 오래였다. 시를 쓰다 보면 시 속에 서사가 있고, 그 서사를 소설적 형태로 재탄생시키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러다 우화소설이라는 그릇에 담을 때 시가 소설로 재탄생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동물이나 식물과 사물이다. 17편의 단편은 인간의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가,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우화의 방법으로 성찰해본 것이다. 첫 번째로 전시장에 외롭게 전시되어 있는 수의가 말을 한다. 주인 김씨는 주머니 달린 수의를 만들어드립니다라는 광고를 냈다. 주문이 들어오자 주머니에 무엇을 담아 갈것인가 물었다. 돈이나 후회, 행복, 상처를 넣어 간다고 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주문을 받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 분이 주문을 했는데 아내의 사랑을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찾으러 올 때가 지나 연락을 해보니 돌아가신지 한 달도 넘었다고 한다. 살아 있을 때 미리 수의를 준비하는 게 중요하고 내일 내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면 오늘을 더 열심히 성실하게 살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은 것이고,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가면 되지 무슨 걱정이 그리 많은가.p47

 

못생긴 룸비니 부처는 오랜 기다림 끝에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 주인은 내가(부처) 흙으로 만들어져서 떨어져 산산조각 나면 어떡하나 걱정됀다고 했다. 친구의 빚 보증을 서고 단칸방으로 갈때도 데리고 갔다. 채권자들에 쫓겨 노숙자가 되어 하루하루 산산조각이 날 뿐이라고 했다. 부처는 단순한 모조품이 아니라 고행 끝에 진짜 부처님이 된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산산조각 난 내 삶이라는 종의 파편을 소중하게 거두어야 한다.

 

큰스님은 참나무를 사서 손수 장작을 패 쌓아놓았고, 당신이 입적할 때 당신을 태워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해주고 이제는 숯이 되어,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주는 참나무의 존재를 깨닫는다. 새는 바람이 있어야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걸레는 자신을 더럽히고 내 살을 헐어서 남을 깨끗하게 해준다는 것은 보람된 삶이 된다. 아라가야의 공주님은 연꽃에게 희망을 심어주기도 한다. 연꽃이 보고 싶어 아라연꽃 테마파크를 찾아가 보려고 한다.

 

룸비니 부처 다음으로 인상 깊게 읽은 우화는 선암사 해우소다. 허승 스님이 찻잎을 딸 때 잠시나마 쉬었다 가곤 하던 바윗돌이 있었다. 차 향기를 맡고 살다가 어느 날 뒷간의 받침돌이 필요하여 그곳으로 옮겨지니 어두컴컴하고 냄새나는 곳이었다.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는데 다른 받침돌들은 무덤덤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다른 돌들은 여기도 살면 살아갈 만하고 선암사 해우소는 지은 지 400년이 되었고 우리나라 해우소 중에서 아름답다고 말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참고 견뎌야 하고, 견딘다는 것은 희생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희생한다는 것은 자비를 실천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희생 없는 자비는 없다. 바윗돌은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존재다.

 

선암사/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네모난 수박을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 둥그런 모양을 네모난 형태로 변형 시키려면 아크릴 모형틀 사각 모서리에 철제 빔을 설치해야 하고 그 생장력이 1톤이나 된다고 한다. 겉모양이 네모져도 수박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네모난 수박이 맛과 향기를 잃지 않듯이 인간으로서의 본질과 가치만은 잃어서는 안된다. 기러기는 삶의 가치는 무엇이고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왔는지 왜 해마다 따뜻한 남쪽을 향해 멀고 먼 여행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를 생각하였다. 마지막으로 하동 송림에 있는 장승은 소나무가 장승이 될 때까지의 과정을 겪으며 소나무로서의 삶은 살 수 없지만 송림을 떠나지 않음이 얼마나 다행인가. 그는 호탕하게 웃음으로 삶에 지친 이들이 송림을 찾았을 때, 모든 근심 걱정, 우울한 고통을 한 순간에 다 날아가게 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삶이 무엇인지, 왜 고난을 견디고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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