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테릭스와 신들의 전당 아스테릭스 18
르네 고시니 지음, 오영주 옮김, 알베르 우데르조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아스테릭스 : 신들의 전당>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읽었다. 이 책은 마법책인 것이 분명하다. 첫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나는 30여년 전의 어린 나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80년대 전반기에 소년중앙이던가? 어린이 잡지 부록으로 이 만화를 처음 접했다. 본책에 있는 다른 명랑 만화보다 이 만화가 더 재미있었다. 여기에 나오는 지명과 인명, 소품들, 역사와 문화 배경이 너무도 궁금했다. 아, 나는 떡잎부터 껌정 떡잎이었구나.

 

내용은 이렇다. 기원전 50년 경, 로마의 카이사르는 베르생제토릭스까지 무찌르고 갈리아를 정복을 완료해 간다. 유일하게 정복 못한 골적의 마을은 아스테릭스가 사는 마을. 이에 카이사르는 무력 대결을 피하고 골족 마을을 에워싼 숲을 파괴하여 '신들의 전당'이라는 아파트, 신시가지를 건설해 자본과 문화적 침략을 꾀한다. 물론 우리의 아스테릭스와 골족 사람들은 이를 이겨낸다. 자연 파괴, 노예제, 문화와 경제적 침략 등등 날카로운 현실 풍자가 곳곳에 넘친다. 어린이보다 어른이 보아야 제대로 그 맛을 느낄 것 같다.

 

책을 읽어가는 내내 어른인 현재의 나와 어린 내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30여년 전의 어린 나는 현재의 나에게 궁금한 점을 묻는다. 어른인 지금의 나는 이 책을 펼치고 만화 한 칸 한 칸 짚어주며 어린 나에게 이야기를 해 준다. 처음 등장하는 골족 마을의 지도를 보면 이 곳은 현재 프랑스 노르망디 주의 쉘부르야. 도무스는 상류층의 주택이고 인술라는 공동주택, 일종의 아파트지. 카이사르의 가장 큰 업적은 갈리아 정복이야. 8년 걸렸지. 서구인들은 이 전쟁이 지금의 유럽을 만들었다고 의미부여해. 하지만 <풀루타르코스 영웅전>에 따르면 이 전쟁 중에 로마는 100만 명을 죽이고 100만 명을 생포했다고 하지'. 당시 갈리아 총 인구는 1200만명이었는데 말이야. 이거 어떻게 생각해? 아스테릭스, 파라노믹스 같은 이름은 갈리아의  영웅 베르킨게토릭스(프랑스에서는 베르생제토릭스)의 이름 패턴에서 따 왔지. 로마인들은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처럼 우스 패턴으로 이름 지었어. 로마인들은 스커트 형, 골족이나 게르만족은 바지 형태 옷을 입어. 베르킨제토릭스를 카이사르가 생포한 알레시아 전투가 벌어진 곳에는 지금도 대형 베르킨제토릭스 동상이 서 있단다. 이는 나폴레옹 3세가,,,,

 

어린 나는 입을 딱 벌리며 크게 웃는다. 어른인 나는 장난친다. 입에 '멸치 잼' 넣어야지! 하하.

(어릴 적 나는 이 만화를 읽으며 도대체 '멸치 잼'이 무엇인지 매우 궁금했는데, 이제 보니 일종의 멸치액젓인 '가룸'이었다. 아, 허무해라,,, )

 

여튼, 책도 영화도 강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범우희곡선 35
테네시 윌리암스 지음, 신정옥 옮김 / 종합출판범우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이다. 1947년 초연되었으며 1951년 말론 브랜도, 비비안 리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스탠리와 블랑쉬(이 책에는 '블랭취'로 표기되었지만 난 내게 익숙한대로 블랑쉬로 표기함), 두 인물을 생생하게 그려낸 저자의 필력이 대단하다.

 

남부 몰락한 대농장주의 딸인 블랑쉬가 뉴올리언즈에 사는 여동생 스텔라의 집에 찾아온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묘지'라고 적힌 전차로 갈아탄 다음 '극락'에서 내려 찾아온다. 스텔라의 남편 스탠리는 블랑쉬를 달갑잖게 여긴다. 이후 극은 두 남녀 주연 배우의 팽팽한 연기 대결로 이어진다. 농장을 판 돈을 탕진한데다가 자신을 천하게 여기는 것에 분개한 스탠리는 미치와 결혼해 새출발하려는 블랑쉬를 방해한다. 그 과정 줄거리는 이 책 읽으실 분을 위해 생략. 끝내 블랑쉬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황폐하게 만든다. 블랑쉬는 정신 병원으로 가며 마지막으로 의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다른 연극이나 영화 대사에 종종 인용되는 유명한 대사이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 저는 언제나 낯선 분의 친절에 의지하여 살아왔어요."

 - 본문 216쪽에서 인용 

 

희곡에는 등장인물 각자의 욕망이 득실득실 거린다. 활자로만 봐도 배우들의 땀내가 느껴지는 듯하다. 전등갓, 블랑쉬의 옷과 장신구들, 포커 판, 스탠리의 폭로와 병행되는 블랑쉬의 "나를 믿으면 거짓말도 진실이야"라는 노래 가사,,,, 정교한 장치들이 배치된, 잘 짜인 희곡이다. 대가가 쓴 명작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단번에 든다.

 

역시나, 내가 관심갖은 부분은 시대 배경. 나쁜 방향으로 단점만 극대화된 스카렛 오하라같은 캐릭터를 가진 블랑쉬. 그런데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미국 문학이나 대중문화에 등장하는 남부 출신 여자들 중에는 이런 인물들이 꽤 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있지만 이곳은 원래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의식에 쩔어있는 인물. 과거의 영화를 끊임없이 그리워하면서 상실감에 젖어 현재는 허영, 환상에 빠져 있는 인물. 가진 것은 자존심밖에 없기에 오히려 자아 도취를 스스로 조장하는 인물. 이는 남북 전쟁 이후 재건법에 의해 반세기 동안 북군의 군정 치하에 놓인 남부의 현실를 반영하는 것일까. 산업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북부에서 내려온 사기꾼 투자꾼에게 농장 처분한 돈까지 날리곤 했던 농장귀족들의 모습이 이랬을까. 반면에 무기력하게 현실적인 힘에 순종하여 생존한 남부인은 스텔라였을까. 남부인들이 보기에 무식하고 천한 노동자로 여겨지던 북부인의 모습을 대표하는 인물이 스탠리였을까. 스탠리는 폴란드 이민자의 후손이고 성은 코발스키(대장장이, 말하자면 스미스 씨)이다. 지구 전체에서 코발스키 성씨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는 폴란드에 있지 않다. 미국 디트로이트이다,,, 란 폴리쉬 유머가 있다. 그 이유는 가난한 폴란드 이민들이 오대호 부근 자동차 공장에 대거 취직했기 때문이다. (영화 <그랜토리노>의 주인공 할아버지를 생각해보라) 그렇다면 스탠리는 북부 상징? ,,, 시대 배경, 역사 쪽으로 내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희곡이다.

 

대학 다니던 시절에 해적판으로 읽은 희곡을 오랫만에 다시 찾아 읽었다. 최근에 어떤 책에서 블랑쉬의 마지막 대사를 친절을 강조하는 의미로 사용한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깜짝 놀랐다. 예전의 내 기억이 잘못 되었던가 아니면 예전의 내가 무식해서 이 희곡을 오해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원전 희곡을 찾아 통독해봤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희곡 전체의 주제는 물론이거니와, 그 마지막 장면만 떼어 놓고 봐도 전혀 그 대사는 순수하게 친절을 받고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감사하는 대사가 아니다. 본문에 이런 대사도 있다.

 

저는 낯선 사람들하고 수많은 정사를 가졌지요. 앨런이 죽은 후에는 - 낯선 사람들의 애무를 받는 것 말고는 공허한 마음을 메울 수 없었으니까,,,,,, 난 공포에 질렸던 거예요. 그래서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도 날 몰아넣고 보호를 구했던 거예요.

- 본문 177쪽, 블랑쉬의 대사.

 

위 대사만 보아도 마지막 대사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그 마지막 대사가 나오는 상황은, 간호사가 힘으로 끌어내여 병원에 데려가려 하자 안 가려고 버티는 블랑쉬를 의사가 모자를 벗어들고 신사처럼 행동하여 블랑쉬가 스스로 나서게 만드는 장면이다.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서도 블랑쉬는 의사의 팔에 안기며 친절하다고 아양을 떤다. 미치와의 결혼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새로운 타겟을 만난듯.

 

그런데 그 마지막 대사만 떼어 놓고 보면 너무도 훈훈하고 교훈적이어서, 연극을 보거나 희곡을 읽지도 않은 사람들이 맥락을 확인해보지도 않고 함부로 자신의 말이나 글에 사용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이번에 내가 접한 케이스는 좀 심했다. 아아, 할말은 많지만 문제의 도화선이 되고 싶지 않으니, 이만 줄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대한 사상가들 -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 예수
카를 야스퍼스 지음, 권영경 옮김 / 책과함께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카렌 암스트롱의 <축의 시대>를 읽다보니 그 시대를, 그 시대의 위인들을 거론한 카를 야스퍼스의 책을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야스퍼스로 검색해보니 이 책이 있었다. 절판된 책이어서 다른 지역 도서관에 가서 단숨에 냅다 읽었건만 지금 기분이 맹숭맹숭하다.

 

이 책은 실존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가 인류사의 걸출한 사상가와 철학자를 다룬 두꺼운 책에서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 예수에 대해 쓴 부분만을 발췌해 묶었다. 주 내용은 사대성인들의 생애와 근본 사상, 그들의 가르침이 후대에 미친 영향, 각 성인의 인간적인 면모, 공통점과 차이점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현재까지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친 위인들이며 종교 창시자로까지 여겨지지만 그들의 생애와 사상을 알 수 있는 경전은 모두 그들 사후에, 추종자들에 의해 나와서 본 모습보다 신격화 되었다는 점. 이에 야스퍼스는 후대의 신격화는 걷어내고 그들의 인간적 상황, 인간적 모습을 독자에게 말해주려 한다. 각 시대의 맥락에서. 

 

불교는 폭력은 물론, 이교도 탄압, 종교 재판, 마녀 재판, 종교 전쟁을 일으키지 않은 유일한 종교다.

- 95쪽

 

공자에게 가르치는 방법과 배움의 방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배움은 실용성을 전제로 한다. '어떤 사람이 <시경>에 나오는 3백 개의 시를 외운다 하더라도, 국가의 일을 맡았을 때나 외국의 사절로 나갔을 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 모든 지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배움이 없으면 모든 덕은 안개와 같이 사라진다. 배움이 없으면 정직은 저속함이 되고, 용기는 불복종이 되고, 강인함은 괴벽이 되고, 자비심은 어리석음이 되고, 지혜는 산만함이 되고, 진실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

- 110쪽

 

성서 종교는 아브라함에서부터 오늘날까지 수세기 동안 모든 종교인을 포괄하는 종교다. 어느 누구도 이 종교를 간과하거나 독점할 수 없다. 성서 종교와 유대를 맺고 사는 사람은 그 가운데서 자신의 삶을 찾고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강조하게 된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서구의 종말은 이런 다양한 형태의 성서 종교가 사라질 때 올 것이다.

예수는 이런 성서 종교의 한 요소일 뿐이다. 그를  그리스도라고 부르는 신도들에게 중요한 하나의 요소에 불과한 것이다. (중략) 그는 기독교의 창시자도 아니며, 그를 통해서만 기독교가 탄생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예수의 실재는 그와는 거리가 먼 여러 이념들로 겹쳐져 있어 완전히 다른 실재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의 실재의 잔재는 늘 우리에게 남아 있다.

- 200 ~201쪽

 

책에 적힌 내용은 다 이해하겠다. 그런데 그건 솔직히 내가 한글을 뗏으니 읽을 수 있었을 뿐이다.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 예수 이 사대성인의 생애와 사상을 요약 정리하는 야스퍼스의 생각을 간단요약본을 접한 거라, 내게 그 깊이가 와 닿지 않는다. 저자가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이런 견해를 피력했는지가 이해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나 스스로 고민하여 문제 푼 것이 아니라 수학 자습서 답지 보고 풀이과정을 연습장에 베껴 쓴 기분이라고나 할까. (별점이 셋인 이유는 내가 이 책을 평가할 수 없기에 기본만 준 것) 게다가 야스퍼스는 니체 등 다른 철학자의 견해를 많이 거론한다. 맙소사! 이번에는 또 누구로 찾아 읽어야 하나?

 

결국, 이 책을 읽고 얻은 소득은 사대성인에 대한 지식이 아니다. 몸을 쓰는 운동이나 기술을 배울 때 처럼, 책을 읽을 때도 두꺼운 책을 통해 저자의 생각의 과정을 천천히 몸에 익숙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 그래도, 이런 식으로라도 시작해야 진전이 있지 않겠나. 그러니 이번 독서는 걍 마트 시식 코너에서 한 점 맛본 것 정도. 다른 책으로 다시 읽어 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센세이션展 - 세상을 뒤흔든 천재들
이명옥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관련한 글들을 찾아 읽다가 만난 책인데, "심봤다!" 저자분이 넓고 깊은 시각을 갖고 공부해서 쓴 책이라는 것이 팍팍 티가 난다. 자신의 전문 분야를 대중적으로 이렇게 쉽고 흥미롭게 전달해주는 능력이라니,,, 그러면서도 상당히 깊이 있는 지식을 전해 준다. 대중미술 에세이 분야에도 꽤 많은 책들이 끊임없이 새로 나오고 있지만 이 책은 흔한, 고만고만한 짜깁기 정보 전달하거나 근거없는 개인적 감상을 쓴 책이 아니다. 내게는 무엇보다 역사적 맥락을 짚어 준 점이 마음에 든다.

 

다루는 예술가들 라인업은 이렇다. '첫 번째 : 가부장제에 도전한 페미니즘展'에서는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카미유 클로델, 오노 요코, 주디 시카고가 등장한다. (최근에 읽은 <여성과 미술>의 저자인 주디 시카고가 이렇게 유명한 언니인줄 몰랐다.) '두 번째 : 외설과 예술 사이의 시시비비展'에서는 프란시스코 고야, 에두아르 마네,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로버트 메이플소프가, '세 번째 : 고정관념을 처절히 깨부순 파격展'에서는 부오나로티 미켈란젤로 , 귀스타브 쿠르베, 오귀스트 로댕, 마르셀 뒤샹이 등장한다. 각 예술가의 약력과 대표작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 주시고, 왜 그 작품이나 그 예술가의 행위가 그 시대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는가에 대한 분석이 이어지는 구성이다.

 

중고딩 미술사 이론시험공부만 제대로 하고, 성인이 되어 관련 대중 서적 좀 읽어보면 다 아는 인물들이다. 솔직히 나는 목차 읽어보고 안 들어본 사람이 로버트 메이플소프만이었기에 좀 만만한 자세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예를 들어 쿠르베. 나는 쿠르베가 리얼리즘 회화 대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돌 깨는 인부>등 대표작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리얼리즘 회화가 19세기 중반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의 대작 <오르낭의 매장>이 왜 당시 관람객에게 충격을 주고 비평가들에게 천시를 받고 욕을 먹었는지는 몰랐다.

 

 

 

                         오르낭의 매장, Un enterrement à Ornans, 쿠르베 作, 1850년

 

 

 

 

당시 사람들이 느낀 충격의 강도를 이해하려면 그 시대의 눈길로 그림을 보아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19세기 중반까지 아카데미 회화의 제왕은 단연 역사화였다. 역사화는 가장 고귀한 장르이니만큼 품격에 맞도록 주제도 도덕적이며 교훈적이어야 했다. 색채도 고상하고 크기도 거대했다. 그래야 역사화다웠다. 역사화의 대가인 다비드의 그림을 보라. (중략)

  <오르낭의 매장>이 그토록 맹렬한 비난을 받는 것은 한 시골 무명인의 죽음을 기념비적인 역사화의 형식을 빌려서 묘사했기 때문이다. 즉 저급미술과 고급미술의 순위를 뒤섞어버렸다.

- 본문 166~267쪽에 인용

 

 

이 책은 예술가와 그 작품 해설이나 소개로 끝나는 책이 아니었다. 그 시대 맥락에서 왜 그게 유명해졌으며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심도 있게 알려주는 책이다. 좋은 책을 만났다. 내용은 물론, 저자가 소재를 다루는 자세에 대해서도 배울 점이 많은 책이었다. 나온지 좀 되었고 현재 절판이지만 일부러 도서관에서 찾아 읽을 가치가 있다. (누가 검색해본 후 절판이라고 화낼까봐 이 문장을 덧붙인다)

 

(참 그런데, 당시엔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이나 풍조, 작법도 시간이 흘러가면 주류에 편입되고 평범한 예술이 되는,,,, 뭐 그런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데,,,, 20년전 작품이지만 안드레스 세라노의 <오줌 예수>는 현재 내게도 충격이었음.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멀티를 선물하는 남자 - 명화와 함께 읽는 나의 섹스 감정 수업 29
김진국 지음 / 스토리3.0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주로 예스24에 리뷰를 올리고 그곳에서 글벗들과 교류한다.

이곳은 예스에 있다가 알라딘으로 이사온 친구분의 요청에 따라 리뷰를 복사해 올린다.

 

이번에 <멀티 ~> 책을 읽고 별점 낮은 리뷰를 썼더니,

다른 분들의 리뷰(별점 후하게 주는 분들) 내용에 내가 언급되어 인신공격당하고

내 리뷰에도 시비거는 댓글이 달렸다.

심지어 누가 손을 썼는지, 지금 예스 상품 상세 소개 페이지에, 내 리뷰가 나오지도 않는다.

 

사실 이 리뷰는 별로 좋은 책을 논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친구분께 보이고 싶지 않아 쓰고도 1주일 넘게 옯기지 않았지만

예스에서 내 리뷰를 못 읽게 막아놓았으므로 알라딘에 옮겨 놓는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 책의 저자는 많은 여성을 상대해서 노하우를 얻었다고 하지만, 나는 책을 통해 성 관련 정보를 얻는다. 나는 많은 남성과 실전을 통해 성 지식을 쌓고 싶은 생각이 없다. 평 ~ 생 내 인생의 남자 한 사람과 영혼과 육체를 다 나누는 사랑을 주고 받으며 살고 싶다. 하지만 여성의 몸과 영혼을 지니고 태어난 이상, 내가 누릴 수 있는 기쁨과 사랑은 더 누리고 살고 싶다. 그래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관련 책을 찾아 본다. 이게 부끄럽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스스로 사 읽고 리뷰를 쓴다.

 

이 책에 엄청난 비법은 없었다. 상대 여성의 몸 여러 군데를 멀티로 자극하면 멀티로 여러 번 느낀다는 것이 전부다. 이 책을 읽고 이 책에 등장하는 스킬을 사용할 남성분이 보는 입장은 또 모르겠다. 그러니 기본으로 별 셋은 주어야겠지. 하지만 여성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책에 잘못된 정보가 꽤 있다.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성 지식 외적인 부분에도 미흡한 서술이 눈에 많이 뜨인다. 그 부분은 책의 장점을 능가한다. 이 책은 실용서이다. 잘못된 정보가 있다면, 당연히 가치가 떨어진다. 게다가 본 정보도 분량이 너무 빈약하다. 이하, 조목조목 밝혀 쓰겠다.

 

<이 책의 장점>

 

내가 보기에 이 책의 장점은 다음의 셋이다.

1 상대 여성을 배려하는 자세.

 (저자가 문장으로 표현한 부분은 그렇다. 숨어 있는 뉘앙스는 좀 다른 느낌인데 아래에 서술하겠다)

2 애무방법을 모르는 초보자, 성을 자신의 욕구만 충족시키는 것으로 아는 일부 남성에게는 유용할지도.

3 성도 공부하고 서로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 강조하는 것

 

*** 자, 그러면 기본인 별점 3에서 출발하자.

 

<이 책의 문제점 - 책 내용의 경우>

 

1 여성의 몸에 대한 잘못된 지식 - 질편

 

이 책 본문 175 ~ 178쪽에는 키 차이가 28cm되어 서로 성기와 질의 길이 차이로(저자는 그 경우 10cm라고 말했다) 섹스가 힘들어 고통받는 커플의 고민을 저자가 해결해주는 부분이 있다. 저자는 원래 여성의 질은 신축성이 뛰어나서  1,2년 지나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며 애무를 권장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만약 그래도 정상적인 섹스가 어렵다면 질 확장술을 받는 등 비뇨기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도 고려해보십시오."

- 본문 178쪽에서 인용

 

맙소사! 남성의 성 만족을 위해 여성에게 질성형 수술을 시키라니? 이 책 전체를 통해 가장 끔찍한 부분이었다. 남성을 위해 여성의 몸에 칼을 대게 하라니? 남성 자신이야 성욕 참고 못풀고,,, 이 차원이지만 여성은 평생의 건강이 달린 문제다. 게다가 충고해준 정보도 엉터리이다. 위의 커플은 길이 차이를 고민했다. 그런데 질 확장술은 질 입구를 넓히는 수술이다. 즉, 길이가 아니라 굵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술이다. 질의 길이를 길게 늘이는 수술은, 내가 알기론 없다. 질 끝에는 자궁이 있는데, 어떻게 늘이나? 자궁은 어디로 가나? 그리고 그 위 내장기관들은 다 어디로 가나? 저자는 여성의 질은 신축성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그건 직경 차원이지 길이 차원이 아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질을 수술하는데 왜 비뇨기과를 가나? 저자는 여성의 몸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거 맞을까? 남성기 확장 수술이야 굵기와 길이 차원 다 되고 비뇨기과에서 하겠지. 여성은 산부인과다. 이건 기본 상식이다.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방광염에 걸려도 여성 전문 비뇨기과가 아닌 이상, 비뇨기과에 가지 않는다. 비뇨기 질환도 산부인과로 간다. 여자들은 대기실에 앉아있는 아저씨들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난 이 대목이 이 책 전체에서 가장 싫었다. 사실 정보도 아닐뿐더러, 남성의 성적 만족을 위해 여성을 수술시킬 수도 있다는 그 발상 자체가 혐오스럽다. 이런 잘못된 지식과 세계관을 퍼뜨리지 말라!

 

2 여성의 몸에 대한 잘못된 지식 - 가슴편

 

이 책 156쪽을 보면, 저자분께서 수술하지 않고 여자의 가슴을 키워줄 자신이 있다며 "손 타면 됩니다. 남자가 손과 입, 혀를 통해 정성껏 반복해서 애무를 해 주면 가슴이 커집니다. "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여자의 가슴은 애무 시 일시적으로 커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몸이 식으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 평상시에도 여성의 가슴은 자연스럽게 생리 주기에 따라 변한다. 그리고 임신과 출산, 수유에 따라 크기 변동이 있다. 성 경험 없어도 체중 변동에 따라 당연히 크기 기가 변한다.  남자 손 타면 여자 가슴이 커진다는 건 (가슴 수술 안해도 한 것처럼 커질 정도로 영구적으로) 성의학적 근거가 없다. 그런 말은  정말 수준 낮은 남자들이 가슴 큰 여자 성희롱할 때나 쓰는 천박한 멘트이다.

 

자, 나는 이 책에 있는 내용 그대로 써서 내 의견을 말했다. 반박하고 싶으면 "남자 손 타면 여자의 가슴이 수술한 상태처럼 영구불변 크기로 커진다는 의학 학설(물론 정설로 인정받는)과 많은 여성을 상대로 통계내어 도출된 사례"를 소개해 달라.

 

게다가 가슴 애무를 많이 하면 유두가 핑크색에서 점점 짙어진다니? "다만 젖꼭지는 선홍빛의 신선함이 사라지고 검붉게 그늘지는 부위가 늘어나며"라고 156쪽에서 저자는 말한다. 이는  말도 안되는 말. 본래 피부색이 짙은 여성은 성관계 유무나 횟수와 상관없이 유두 색이 짙다.

 

나는 이런 대목들에서 오히려 저자가 여성의 몸을 잘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결코 좋게 볼 수 없었다. 출판사 리뷰에서는 저자를 "풍부한 경험과 체계적 이론으로 무장한 강남 대치동 일타 강사 김진국 선생"이라 소개했지만, 나는 어디에 "이론"이 있는지 모르겠다. 옛날 아저씨들이 여성의 몸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이 더 많이 보인다.

 

3 여성의 몸에 대한 잘못된 지식 - 생리편

 

제 19강은 "여성의 그 날 중 섹스는?"이란 제목으로 생리 중 섹스 방법을 다루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생리 증상 가운데에는 섹스와 관련된 오해도 있으니, 바로 대부분의 여성이 생리 시 섹스를 기피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오히려 상당수 여성은 그 시기에 성감이 극도로 고조된다고 얘기합니다. - 본문 152쪽에서 인용

생리가 시작되고 이틀 정도는 특히 민감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 시기로, 애무 단계부터 지속적으로 연인의 기분과 몸 상태를 체크해야 합니다. 특히 삽입을 하게 될 경우에는 바닥에 수건을 깔거나 아예 욕조에서 관계를 맺는 등 출혈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자유로운 여건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 본문 152 - 153쪽에서 인용

 

저자는 생리 중 상당수 여성이 섹스를 원하는 것처럼 쓰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성욕이 드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래서 양이 적은  생리기간 앞 뒤 얼마간은 삽입이 가능할 지도 모르겠지만, 본격적 생리 시작 후 2,3일간은 절대 삽입해서는 안된다. 가장 양이 많은 생리 중간에는 새끼 손가락만한 탐폰을 넣어도 엄청 아픈데, 삽입하여 피스톤까지 하겠다면 이는 여성의 건강을 해치고 고통을 주려고 작정한 거다. 영화의 한 장면을 근거로 든다. 영화 <쇼걸>에 보면 생리시 관계를 원하며 "휴지 많이 있어."라고 말하는 남성에게 여주인공이 째려보며 이렇게 말하고 나가 버린다. "너가 날 사랑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거야. " 이게 보통 여성의 생각이다.

 

생리 기간에도 성욕을 느끼는 여성은 많다. 그러나 결코 생리 한 중간에 삽입을 원하는 여성은 없다. 이 부분을 읽은 일부 지각없는 남성이 여성도 당연히 원하는 줄 알고 상대 여성의 건강은 신경쓰지 않고 자기 욕심만 채우려고 들이대지 않길 바란다. 내게 위의 대목은 남성의 요구를 어느때나 들어주기를 원하는 일부 남성의 이기적 심리를 합리화하려는 듯 보인다. 인용 부분을 다시 읽어봐라. 여건을 마련한다는게, 겨우 출혈 뒷처리 생각뿐인가? 여성이 받을지도 모를 고통은 아예 염두에 없는가? 건강문제는? 항상 그게 최우선이 되어야하지 않은가? 나는 이런 점에서 위의 장점 1을 쓸 때, 겉으로는 '여성 배려'를 말하지만 숨어있는 느낌은 좀 다르다고 말했다.

 

*** 이상 1,2,3으로 보아, 나는 이 책의 저자가 여성의 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에 있는 정보와 스킬이 우리 여성들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별점 1을 뺸다. 현재 2개. (사실 1번의 수술 만으로도 별점 -5는 충분히 된다)

 

4 명화에 대한 잘못된 소개

 

이 책은 부제 자체도 <명화와 함께 읽는 나의 섹스 감정 수업>일 정도로 명화를 강조했다. 그런데 그 인용된 명화가 책 내용과 큰 상관이 없다. 그림 밑에 달린 해설도 피상적이다. 예를 들겠다. 151쪽에는 에곤 실레의 <서 있는 소녀의 누드>가 있다. "제 19강 여성의 그날 중 섹스는?"에 소개된 그림이다. 그런데 십대 중반 밖에 안 되어 보이는 미성년자의 누드화이다. 그림을 보고 싶다면 구글에서 <Muchacha desnuda con el pelo negro>를 검색하시라. 난 차마 여기 못올리겠다.  

 

"조화로운 흑백의 명암과 다소 거칠어 보이는 선, 넓은 여백이 에곤 실레의 예술적 감각을 돋보이게 한다. 특히 붉은색으로 덧칠된 입술과 젖꼭지, 그리고 음부는 여성의 아름다움이 어디에서 기원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

본문 151쪽 그림 밑에 달린 설명이다.

 

에곤 실레는 1912년에는 미성년자를 유괴하여 외설적인 그림을 그렸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24일 동안 수감되었다. 그 미성년자가 이 소녀다. 저자는 이 사실을 알고 이 그림을 인용하고 그런 감상을 달았는가? 난 여기서 에곤 실레의 그 사건의 진실을 논할 의도가 아니다. 그런 사건이 있었던 그림을 굳이 이 책의 그 항목에, 그런 설명을 달아 쓴다는 것은 좀 생각이 없거나 공부를 하지 않고 그림을 소개한 것 같아서 책 완성도 측면에서 말한다. 생리 중 섹스 방법과 미성년자 소녀 누드가 뭔 상관이 있는가? 미성년자의 미숙한 육체에 깃들인 불안한 정신을 그린 그림을 보고 어떻게 그런 여성의 아름다움 운운하는 설명을  달 수 있는가? 소아성애자(일명 롤리타 콤플렉스)와 관련해서 더 할말이 많지만, 저자를 인신공격하는 것처럼 보이는 서술은 하지 않을 생각이므로 이만 줄인다. 객관적 사실만 말하자. 저자는 화가와 관련 그림을 제대로 공부하고 쓴 것 같지 않다. 아무리 본 내용이 성 지식이고 다른 건 곁다리라고 해도, 책에 있는 모든 지식과 정보는 신중히 써야 한다.

 

5 역사 왜곡, 여성 편견 조장

 

이 책의 21강은 '남성보다 우월한 여성들'이란 제목하에 "동서양의 역사르 보면 막강한 성적 능력을 뽐낸 희대의 요부는 대개 거대 권력을 장악한 이들이었습니다."라며 메살리나, 측천무후, 하희를 소개하고 있다.

 

클레오파트라, 양귀비, 서시, 진성 여왕, 장희빈 등 역사에 이름을 남긴 여성들은 여성이 성적으로 얼마나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강한 성적 능력을 가지고 있음은 이렇게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죠.

- 본문 164쪽에서 인용

 

이분, 역사 자료 제대로 안 보고 썼다. 이 부분은 길게 쓰면 끝이 없다. 그리고 내가 내 책에 쓸 것도 남겨 두어야 하니까 대강 쓴다. 장희빈은 숙종이 죽인 후궁이다. 성적 힘으로 권력을 쥐고 왕까지 좌우한 것이 아니라 숙종의 서인 남인 견제 왕권 강화에 희생당한 여성이다. 하희 같은 경우도 <사기>를 읽으면서 나라가 망한 원인 여자 탓으로 돌리는 사기의 여성 서술 패턴을 보았더라면 그렇게 단편적으로 서술할 수 없다. 자신이 생각하는 주제에 맞춰 역사 자료를 충분히 공부하지 않고 왜곡해서 서술, 편견을 조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난 이 책 전체에서 그래도 좋은 점은 여성을 배려하는 자세라고 맨 위에 썼다. 하지만 곳곳에서 이분의 성차별 성편견이 툭툭 보여서 불편하다. 이런 점을 보면 저자분이 주장하는 상대 여성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자세, 과연 침대 말고 다른 곳에서도 다 똑같이 적용될지가 나는 궁금하다.

 

6 심지어 영화 인용도 잘못됨

 

"섹스를 할 때 시각이나 청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촉각입니다. 1986년 개봉한 영화 <나인 하프 위크>에는 (중략)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자신을 아는 형사 미키 루크의 양손을 묶고 눈을 가린 채 절묘한 터치를 즐깁니다. 침대 밑에는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예리한 송곳이 준비되어 있지만, 형사는 터치의 무아지경에 빠져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죠. 그만큼 그 영화는 촉각 예술로서의 섹스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

이책 본문 100-101쪽 내용이다. 이 결말, 저자는 <나인 하프 위크>라고 말한다. 이거 <원초적 본능>이다.  <나인 하프 위크>는 여자가 떠나간 후 남자가 50까지 센다.


*** 이상,  4,5,6으로 보아 이 책에는 성지식 외에도 역사, 미술,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잘못된 정보가 많다. 그래서 별점1을 더 뺀다. 현재 별점 1개.

 

7 본 정보 분량이 적다

 

책은 출판사 소개글에서 말해주는 것 만큼 실용서의 목적을 달성해주지 못한다. 이 책은 성생활 테크닉을 설명해주는 실용서라기엔 본 정보 분량이 너무 적다.  전체 250쪽의 책인데, 그 중에 그림이 40쪽이고 자기 인생이야기가 30쪽이다. 더하면 무려 70쪽이다! 성 관련 정보는 겨우 180쪽이다. 그런데 책 가격은 13000원이다.

 

8 책의 목적이 무엇인가

 

 이 책에는 성생활 테크닉을 설명해주는 실용서의 내용만 있지는 않다. 저자가 자신의 지난 인생사를 말하는 경수필적 성격을 겸한다. 저자가 학원 강사시절 잘 나가던 이야기, 소설 써서 성공한 이야기, 방송해서 인기 끈 이야기,,, 등등 이어진다. 전체 3장 중 마지막 장 한 장은 완전히 자신의 좌절된 문학청년의 꿈과 사업 이야기를 한다. 앞으로 재기를 꿈꾸며 책이 끝난다. 그렇다면 이 책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 책을 구입해서 읽는 독자의 목적은 당연히 성 지식 습득이다. 왜냐? 광고를 그렇게 했으니까. 출판사 책 소개글에 그렇게 나와 있으니까. 그런데 이 책은 독자의 이 런목적에 부합하는가? 저자가 궁극적으로 이 책을 쓴 목적은 무엇인가? 왜 성지식 말고 다른 내용이 이렇게 많은가? 이 부분은 저자 개인적 사정을 언급해야 하기에 나는 언급하지 않는다.결론적으로 이 책은 독자가 책을 구입한 목적인 성관련 정보 습득에 부합하지 못한다.

 

9 급히 쓰고 급히 만들어 헛점 많은 책

 

저자는 이 책을 매우 빨리 썼다. 본문 243 쪽, "4월 21일 새벽, 아내를 만나는 꿈을 꾸었고, 이틀 뒤부터 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본문 144쪽,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정확히 2주일 만에 탈고를 했으니까요. " 저자 서문은 6월에 썼다. 초판 1쇄는 8월12일 나왔다. 저자와 출판사는 이 책을 굉장히 빨리 만들었다. 모든 과정이 4달도 안 되어 끝났다. 난 바로 이 점에 위에 쓴 모든 문제의 원인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천재적 작가가 초고를 빨리 완성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후 책으로 만드는 과정은 빨라서는 안 된다. 저자와 담당 에디터는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초고의 정보를 다 다시 검토하고 근거로 든 사실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초고부터 완성까지 4달이라니, 아마 시간이 충분치 못했을 것이다. 두 분이 무슨 죄냐. 위에서 시키는 높으신 어르신이 문제지. 여기까지 쓰고 나니 책공장에서 소모품처럼 혹사당하다보니 이렇게 만들 수 밖에 없었던 분들께 이런 리뷰 올리기가 좀 안쓰럽기도 하다. 게다가 작가 이력에 이 책을 평생 올릴 작가를 생각하니 더 그렇다. 충분히 시간을 갖고 모니터하고 책을 다듬었더라면 이 책 훨씬 좋은 책이 되었을텐데. 안타깝다.

 

여튼 급히 만든 결과,  책 내용에 잘못된 부분이 많다. 게다가 비문도 많다. 예를 들어 볼까. "우리가 흔히 아는 생리 증상 가운데에는 섹스와 관련된 오해도 있으니, 바로 대부분의 여성이 생리 시 섹스를 기피한다는 것입니다. " 본문 152쪽에 있는 이 문장을 보자. "생리 증상 가운데" "오해도 있"단다. 생리 증상 중의 하나가 오해였던가?

 

글을 쓰면서 생각의 속도에 맞춰 빨리 쓰다보면 초고에는 비문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저자가 퇴고하고, 에디터가 초교 재교 삼교 보고 교정지에 앉힌 후 다시 검토하는 과정을 제대로 거치면, 오타나 비문은 거의 없을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여러 면에서 제대로 만들지 않았다. 그런데 책값은 13000원. 어찌 라멘전문집의 라멘과 사발면이 같은 값을 받으리오!

 

*** 이상, 7, 8, 9로 보아 이 책은 적은 양의 본 정보의 양을 늘려 단행본 한 권 분량으로 급히 만든 책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을 두고 관련 자료 찾고 오류 검토해가며 독자를 위해 책임감 갖고 만든 책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직 베스트 셀러 만들기 만이 목적인 듯. 물론 베셀 되기를 꿈꾸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제대로 만들지 않은 것이 문제다. 난 이런 점에서 별점 1을 더 뺀다. 현재 별점 0개.

 

10 은근히 보이는 여성에 대한 편견 조장

 

이런 멀티 오르가슴을 선사하면 여자가 '다른 여자 만나도 좋으니 나랑 결혼해 달라고 한다','그녀를 온전히 지배하게 된다'이런 문장은 괴이하다. 섹스 스킬을 키워 멀티 오르가슴만 경험하게 해 주면 여자는 무조건 행복해할까? 여자를 성으로만 길들이고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뭔가 에로 영화에서 순둥이 여자를 성으로 길들이는 장면 같은 이 느낌. 궁금하다. 남성분들, '다른 여자 만나도 좋으니 자신과 결혼해서 규칙적인 성생활만 보장해 달라'고 말하는 여성의 사랑을 받는 게 행복한가? 그게 참된 사랑 같은가? 나는 정신이든 육체든, 다른 여성과 내 남자를 나눌 생각은 절대 없다. 성 스킬이든 다른 부엇으로든, 날 지배하려는 남자는 질색이다.  뭐 이 부분은 내가 좀 예민할 수도 있고, 다른 여성분들은 인생에서 성생활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테니 지나간다.

 

11 여성 자위법이 너무 웃겨!

 

이 책 126 -142쪽에는 여성 자위법 테크닉이 있다. 자신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상대 없이도 혼자 멀티 오르가즘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시험 결과, 무려 6명중 4명의 여성이 느꼈다고 한다. 솔직히, 나 이 대목에서 좀 기대했다. 그러나,,, 더 읽어보니,,,

 

당신은 곧 걷잡을 수 없이 만은 양의 애액을 쏟아내기 시작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입니다.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당신은 오늘 멀티 올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제 목소리가 감미롭지 않나요? 이 부드러운 목소리가 당신을 안락하게 멀티의 세계로 이끌 것입니다. 믿어보세요!

- 본문 128쪽에서 인용

 

사랑하는 여보님, 당신이 그토록 고대하던 젖과 꿀이 흐르는 축복의 계곡에 마침내 도착했습니다. 먼저 당신 은하수 주변의 우거진 숲을 정성껏 쓸어주십시오. 숲속에서 노닐던 새들과 나비가 당신을 보고 반갑게 인사하는군요. 이제 당신의 집게 손가락과 가운뎃 손가락, 약손가락으로 내밀한 은하수를 포근하게 덮어주기도 하고, 쓸어주기도 하세요.

- 본문 137쪽에서 인용

 

그러니까 이 분은 자신의 문학적 문장력으로 여성을 감동시켜 멀티 오르가슴을 느끼게 해 주겠다는 건가? 하하하,,,, 저자의 목소리가 감미롭고,,,,새들과 나비가 인사해,,,, 웃다가 눈물 흘렸다. 새와 나비는 날아다녀야지 왜 노닐어? 저자의 자위 매뉴얼을 읽으며 너무 웃어서 눈물 줄줄,,,, 아! 드디어 나는 눈에서 애액 흘리는 여자가 되었다. 이건 내가 저자를 믿지 않아서 못 느낀 건가? 그런데 당연히 받을 은총을 믿지 않아서 못 받는다는 거는 사이비 교주들이 쓰는 말 아닌가?

 

물론 위의 인용부분은 본격적 스킬 전수 이전에 무드 잡는 부분이다. 그 부분만 읽고 단정하기엔 성급하다. 그럼 본격 스킬 부분은 어떠한가?

 

다시 손을 올려이 번에는 클리토리스를 자극합니다.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 본문 134쪽에서 인용

 

이런 식으로, 한 쪽 18행 중에 5행이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고 외치는 구령이다. 야, 정말 책 쉽게 쓴다. 그래도 난 다른 여성들의 경우를 모르니, 이 부분은 판단을 보류하겠다. 그래도 웃긴 거는 웃기다. 다시 눈에서,,,,

 

이런 식이라면 나는 <조루 극복 비법>이나 <백만돌이가 되는 비결>이란 제목으로 만 쪽 분량의 두꺼운 성생활 실용서를 쓸 수 있겠다. "고민하는 남성분, 여기 조루를 극복하는 비법이 있습니다. 제가 당신을 백만돌이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자, 저의 지시를 따라 해 보세요.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 이렇게 한 행에 5회씩 구령을 넣어 한 쪽에 20행을 넣는다. 계속해서 백만 스물 하나까지 쓴다. 만 쪽 분량은 거뜬히 채울 수 있다. 마지막에는 이렇게 쓴다. "자, 이제 당신은 백만 번 피스톤 운동에 성공하셨습니다. 조루를 극복하고 백만돌이가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 (이 분단은 평소 나답지 않은 유머 없는 리뷰를 쓰려니 나 자신이 심심해서 장난친 문단이다. 너무 신경쓰지 마시길.)

 

*** 이상 10, 11 이 부분은 좀 주관적인 내 느낌인 것을 인정한다. 내가 인정했으니 이 부분은 꼬투리잡지 마시길. 이 부분은 별점과 상관 없다. 유지, 현재 별점 0개.

 

 

<이 책의 문제점 - 책  소개글의 경우>

 

1 책 소개글의 허위, 과장

 

"음핵 오르가슴에 이른 여성은 이미 온몸의 신경계에 과부하가 걸려 조그만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남성을 받아들이게 된다. 성기가 작다고 고민하거나 조루증을 앓고 있는 남성이 반드시 멀티플레이를 시도해야 하는 이유다. 발기 불능으로 자신감을 잃은 남성이 반드시 이 책을 보아야 하는 까닭이다. " - 이하 따옴표 인용 부분은 상품 상세 페이지

이는 책 소개 글 내용 중 일부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발기 불능"을 고치는 비법이 없다.

 

2  작가 경력 서술한 부분에서 독자의 착각 유도 - 일타 강사 편

 

"1부. 강남 대치동 일타 강사의 젊은 세대를 위한 성스킬 강의

2부. 강남 대치동 일타 강사의 젊은 섹스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

3부. 강남 대치동 일타 강사의 산전수전 인생 분투기"

이는 목차이다.

 

"풍부한 경험과 체계적 이론으로 무장한 강남 대치동 일타 강사 김진국 선생은 프로이트의 이론이 틀렸다고 단언한다." "강남 대치동 전설의 일타 강사가 전하는 새로운 섹스 패러다임, 멀티 오르가슴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 "강남 대치동 전설의 일타 강사이자 베스트셀러 소설가인 김진국 선생은 이러한 남성들의 무지함이 여성들에게 고통을 가한다고 말한다."

이는 출판사 리뷰 글이다.

 

출판사에서는 마치 저자가 강남 대치동 <전설의 성스킬 강의>의 일타 강사인 것처럼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학원 국어 강사시절 유명 강사였다. 정식으로 강좌가 열린 성강좌의 입증된 인기 강사가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서울 학원가에서 족집게 국어 강사로 이름을 날렸다. 1991년 왕십리에서 강북 최고의 스타 강사 자리에 등극했으며, 이듬해부터는 강남 대치동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일타 강사로 활약했다."

그 근거는 출판사 측에서 쓴 저자 소개글이다. 과거 인기 국어 강사였던 이력이 현재 쓴 성생활 실용서의 품질을 보장한다고 생각하가?

 

3  작가 경력 서술한 부분에서 독자의 착각 유도 - 방송 강의 편

 

"그의 강의는 여자친구에게 차일 뻔한 남성을 구하기도 하고, 매너리즘에 빠진 부부에게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 그들의 삶을 바꾸기도 했다. 지금도 수백, 수천 명의 사람이 입소문을 듣고 그의 인터넷 방송을 들으러 오는 이유다. 대한민국의 모든 연인이 멀티 오르가슴을 함께 나누는 그날까지, 무당 강사의 강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는 책 소개 글에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가 한 인터넷 성 강의는  아프리카 TV 개인 캠방에서 개인적으로 한 19금 성인방송을 말한다. "결국 아프리카 TV가 허용하는 기준을 넘어서면서 방송 자격을 박탈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때 저는 방송이 가지는 표현의 한계를 절감하고, 강의를 모아서 책으로 출간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중략) 최근 저는 다른 곳에서 방송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클럼 5978의 음악 방송에 상주하며 음악을 들려주고, 나비 TV나 캔TV 등에서 캠방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성인 방송으로 형성되었던 뜨거운 애청자층이 궤멸되어 규모가 초라하지만, 어쨌듯 저는 다시 방송을 시작했고, 사람들과 노래를 들으며 즐기고 있습니다. "

그 근거는 이 책 본문 237 쪽 내용이다.

 

정리하자, 이 분이 한 방송 강의란, 외부 기관에서 초빙해서 정규 강좌로 연 인터넷 동영상 강의가 아니다. 개인 방송에서 자신이 스스로 한 말들이다. 그것도 지금은 자격을 박탈당해 못하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은 규모가 초라한 음악 방송이다. 그런데 출판사에서는 이 저자가 제대로 된 인터넷 성강의를 했으며, 지금도 성 강의를 하고 있고, 지금도 사람들이 몰려드는 대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처럼 소개해서 썼다.

 

<이 책의 문제점 -  출판사 마케팅의 경우>

 

1 무차별적 광고 노출

 

이 책이 나온 뒤, 예스에 들어오면 이 책 광고가 계속 보였다. 이는 예스에 광고비 지불하고 광고 자리를 얻은 것이다. 좋은 책이어서 예스에서 알아서 소개해 주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성인 성생활 코너가 아니라 어린이 학습서까지 광고가 나온다. 광고를 하더라도 가려서 하시라. 이 부분은 예스 사에도 문제가 있다. 지금 많은 예스 고객들이 이 점에 대하여 출판사와 예스사 양쪽에 다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아시라.

 

2 셀프 리뷰

 

내가 첫 리뷰를 쓸 당시, 이 책이 나온 출판사 리뷰만 쓰는 리뷰어가 쓴 리뷰가 있었다. 내가 첫 리뷰에 이 점을 지적하자 바로 지워버렸다. 이 부분은 이 글, 맨 위 링크 건 첫 리뷰에 가 보면 자세히 나와 있다. 이 책이 나온 스토리3.0사는 다산북스에 속한다. 그 리뷰에는 다산북스 최근 책들만 소개되어 있었다.

 

그 리뷰 외에도, 정당하지 못한 광고의 한 방법으로 추측되는 일들을 계속 목격했는데, 이 부분은 내게 객관적 증거가 없으니 쓰지 않는다. 그래도 기분이 언짢아 그런 일 겪을 때마다 리뷰에 이 책의 단점을 하나 더 써 넣었다. 그러다보니 리뷰가 이렇게 길어졌다.

 

 

*** 이상 책 내용 외적인 면으로 봐서 별점 1개를 더 깎는다. 현재 별점 -1개.

그런데 -1은 없다. 0도 없다.

그래서 후하게 별점 1을 주었다.

 

빡! 끝!

 

(예스에 올린 글을 복사해 올렸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