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랜만에 서평을 남긴다. 책을 드문드문 읽었고, 좋은 책들도 있었지만 요즘 왠지 시간이 지나치게 빠른 듯 해서 놓친 일상이 많다. 서평도 그렇다.
가난 사파리는 언젠가 내가 써 보고 싶던 그런 책이었다. 가난에 대한 솔직하고, 경험적인 고백과 성찰이 억지스럽지 않고, 자기 반성적으로 시스템과.. 개인의 책임을 오고가며.. 가난의 원인을 찾아간다. 그가 하려는 말들이 내가 맘 속에 담아놓는 말들과 같아서 애착이 가는 페이지를 접고, 표시해가며 읽었다.
불행한 유년기를 보낼 수 밖에 없었던 가족의 문제와 슬럼가의 구조에 대한 그의 평가는 양가감정 속에서 시스템의 변화와 개인의 변화 사이를 저울질하며 원인을 찾아가는데, 결론 부근에서 체제의 전복이 왜 유치한 이야기이며, 개인의 노력도 중요한지 꽤 꼼꼼하게 이야길한다. 특히, 슬럼가에서 키운 사회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들면서 자신의 재생과 자활을 위해서 어떤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었는지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그는 감정적이기 보다는 좀더 현명해지고 현실적인 판단을 하게 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것을 고백하며 개인적으로 성장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가난은 조용히 사람을 가라앉힌다. 서서히 그 부정적인 문화에 길들어 가게 된다. 시스템은 계층 구조이며 가난은 쉽게 무시당하고 소외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무력감에 휩싸인다. 그런 면을 볼 때 시스템에도 공공부조에 대한 책임이 있다. 가난이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런 맥가비의 결론대로 그 문화에서 벗어나도록 돕기 위한 시스템이 이미 존재하며 그것은 개인의 선택까지 대신 해줄 순 없더라도 재활을 돕기 위해서 많은 정책과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시스템의 보완은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먼저 스스로 선택하기 위한 역량을 갖도록 도울 교육을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다.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 만큼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책을 읽고 교육에 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교육은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흔한 말이 무척 다르게 다가왔다. 경쟁과 성공의 여부를 떠나서 내가 날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마지노선으로서의 교육을 생각하며 대런 맥가비의 가난 사파리를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