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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의 미래 예측을 읽고 잇다. 자유로운 발상으로 틀에 얽매이지 않은 채 글을 써서 지적인 교양서라는 느낌보다는 친구와의 대화에 가깝다. 물론, 미래 예측은 대부분의 미래학 책들이 예견하는 큰 틀, 정보에 대한 예견과 우려를 적절히 담고 있다. 처음 이런 류의 책을 접했을 땐, 4차 산업 혁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반반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보 독식과 인공 지능, 대량 실업, 온난화와 식량 부족의 원인이 되는 보편적 문명인과 정보 엘리트의 책임 유무를 적절히 구분할 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미래 정치와 경제의 주역이 보편적 문명인. 일반인들이 아니라는 확증도 얻었다. 정보 독식 기업들이 어떻게 굴러가고, 신기술을 통해서 부를 독점할 지도 알며, 그로 인해 파생될 대량 실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정치가 어떻게 관여할지도 가늠이 된다. 하지만 지적 문맹이 아니더라도 경제적 약자들에겐 혹독한 겨울이 될 것 같다. 더 이상 정보는 일개 개인이 위험을 피하도록 돕지 않는다. 정보를 대량 생산하는 것은 온라인을 이용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경제적 입지는 소셜 네트워크를 가진 공룡 기업의 경제적 입지와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 언제부터 개인 정보를 기업이 소유할 수 있게 된 걸까?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 아무도 법적으로 제재를 가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치 온 인류가 인큐베이터 안의 인공 지능을 키우고 있는 것 같다. 그 일이 미칠 긍정적 여파와 무관한 사람들까지도 끌어들여서 말이다. 무엇보다도 공짜 서버를 위해서 감시를 용인한다는게 소름이 끼친다. 얼마전 기사에도 나왔지만 인공지능을 위해서 일반인들의 목소리까지 녹취한다는데... 왜 더 이상 (거의) 아무도 분개하지 않는 걸까?
오래 전 지적 재산권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었다. 정보를 수집하는 모든 업체(소셜 네트워크 포함하여)에 세금을 매기고 국민들에게 보편적 복지로 돌려주자는 내용이었는데... 이런 이상적 방향으로 미래가 돌아갈진 모르겠다.
미래 기술에 관한 책들이 더 이상 황당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시간 문제, 법적, 정치적 여건의 문제라고 볼 뿐이다. 이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팽창하진 않겠지만 대부분의 책들이 예견하듯 21세기 말에 이루어진다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 같다. 애초에 정치가 아닌 경제에서 출발한 변화이므로 완벽하게 평등하고 민주적이리란 기대는 되지 않는다. 대량 실업, 환경과 인구의 광풍이 어떤 식으로 밀려올 지...... 일부 책은 정보 및 인공 지능에 기반을 둔 산업 사회가 구세주라도 되는 양 떠벌리지만.... 마흔이 되어서 깨달은 바, 어떤 문명도.. 정치의 주체는, 즉, 국민이라 여겨진 이들은 중산층 이상이었다. 변화의 광풍이 허리인 중산층만 비껴나가면 나머지 서민들은 광풍에 휩쓸려도 할 말이 없는 것. 난 중산층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몸으로 부딪히게 될 것을 알 뿐이다.
계속 읽어볼 예정이지만 이젠 복습에 가깝다.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식에 대한 책들은 구태가 되어 버렸고, 정보주의가 명백한 후발주자가 된 것 같다. 하지만 태동의 단계라 자본주의만큼 인류를 먹여살릴지, 또는 덜 잔인할 지 아직은 알 길이 없다. ...얼른 씻고 일이나 하러 가자. 아직은 일과 화폐, 생계의 유기적 관계가 현실이므로, 미래에 관한 백일몽을 머리에서 떨쳐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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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자살 노트를 쓰는 살인자,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글 중에 케릭터 간 대화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언론이 이 사건을 알게 되면 표제를 '죽은 시인의 사회'라 정하고 대서특필 할거라고. 정말, 시인의... 가치관이 표현하기 힘들만큼(스포니까) 울창하게 작중에 뻗어 있어서 책을 덮을 즈음엔 좀 소름 끼쳤다.
정말...... 반전이 많아서 600p가 넘었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작중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과하지 않은 마이클 코넬리의 특징이 복잡한스토리 라인을 통해서 슬픔과 절망을 자아내는 점이 압권이었다. 영화같은 구성이고, 선악의 응징이나 심리전과 같은 류의 묘사에 공을 들이지 않는, 담백한 마이클 코넬리의 특징을 안다면... 스포를 조심할 것이다. 나도... 다음 책들도, 마이클 코넬리 만큼은 스포없이 볼 생각이다. 별점 다섯개를 준 이유는 정말이지... 이 작가의 논리적 스토리 구성력은 대단한 것 같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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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을 중도포기했다. 감정이 과한 책인데, 발번역이었다. 행간까지 자신의 넘치는 감수성의 도구로 삼으려는 작가인 것 만으로도 부담스러운데, 작가의 개성이 분명한 의도적으로 구린 대화체들을 번역가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색하고, 미련한 농담들이 되어 버린 대화체가 주를 이루는 이 책을 끝까지 읽을수가 없었다. 일부러 루저처럼 글을 쓰는 작가들이 있다. 슬픈 주제를 가볍고, 우스꽝스러운 농담으로 이끌어가려던 작가의 노력이 가상한데, 번역가는 왜 그걸 이해하지 못했을까?

수 십년 전에 읽어버린 가족, 혼자만 살아남은 죄책감과 같은 슬픔의 이중주를 연주하면서 작가는 우스꽝스럽게 농담을 던지는 것으로 화자들이 상처받고 세상과 거리를 둔 루저인 걸 강조한다. 이 찌질한 두 남녀가 하는 말은 족족 대화의 핀트에 어긋나고, 짜증을 유발시킨다. 그리고 문체 곳곳에서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뚝뚝 떨어진다. 현지어와 현지 감성으로 읽었다면 아름다운 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책을 ˝.....그렇지? 예!˝ 따위로 감탄사마저 딱딱하게 번역할 게 아니라, 우리말 정서에 맞도록 약간의 편집만 가했더라도 끝까지 읽었을 텐데. 공감이 전혀 안 된 촌스러운 책에 이별을 고한다. 이별사가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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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초반부터 진이 빠지는 책을 만난다. 이 책이 그렇다. 이해하기 힘든 농담과 늘어지는 줄거리에 활자 중독만 아니라면 도망치고 싶은, 비호감 첫인상.
일기 같은 답답함이 있다. 하지만 아직 본 줄기도 채 못 본 터라 좀더 버텨본다. 책이니까. 만약에 사람이었다면 잠깐도 못 참았을 듯하다. 난 편협한 취향을 갖고 있고, 다만 활자 중독 선의 너그러움을 가진 독서 애호가일 뿐, 온 맘을 다 열고 타인의 방식을 무조건 받아들일 정도로 개방적이진 않다.
난 소설에서만큼은 마초 스타일을 좋아한다. 사춘기 애마냥 알랑거리며, 시덥잖게 감상적이면 불편하다. 하지만.. 활자로 쓰여진 재미없는 농담과 자기 연민에 걸려들 때마다 책을 포기하기엔 추리 소설이란 장르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다. 어줍잖은 성장 소설 흉내는 부디 초반부에서 끝내길 바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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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환송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넬리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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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여진 법정 소설. 논리적으로 진술해나가는 검사, 증인, 수세로 몰리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당연하게 예측하면서도 끝까지 읽게끔 이끌어나간 책.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심리전이 적거나, 전무한채 법정이란 답답한 건물 내에서만 허용하는 논리에 갇혀 있다가 책을 덮고 나서야 풀려났다. 개인적으로 형사의 관점에서 쓰여지는 소설이 나와 잘 맞는다. 24년 만에 재심리를 하게 된 유괴, 살인 사건에서도 그랬지만, 여기서 파생된 다른 사건의 암시에서도 죽은 이들의 정의를 위해서 몸으로 부딪히며 고군분투하는 해리 보슈 형사의 관점만이 책에 생기를 입혔다. 그마저도 현실에 가까운 신중함과 피의자의 인간적 한계로 인해서... 이 책엔 사건과 정의, 현실이 있고, 신속한 증거 수집과 증인 보호, 자기 방어와 같은 법정 공방이 최우선인 요소들 속에는 인간적 작은 틈, 실수는 요구되지 않았다. 재판에서 이기는게 최우선인 법정 소설은... 이렇구나.. 라고 경험하게 된 책. 어쨌든 사건의 증거가 너무 적다보니 지루한 법정 공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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