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는 남자 진구 시리즈 2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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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은 사람들의 심리를 구경하기 위해 찾는 케릭터 백과사전. 어떤 인물이든 심리적 구성만은 탄탄한 게 좋다. 그런데 매번 결말이 실망스럽다. 물증 없이는 절대로 범인의 성향을 알아맞출 수가 없으니......
먼저 읽은 정신 자살도 그렇고...
무난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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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시 페이션트 에디션 D(desire) 14
마이클 온다치 지음, 박현주 옮김 / 그책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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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시 페이션트 안에는 끝나지 못하는 전쟁이 있다. 전쟁이 소강 상태에 접어든 것 같은 이탈리아의 고적한 빌라 안에서 전쟁이 남긴 상처를 질질 끌며 네 사람이 네 가지 색깔로 살고 있다. 시적인 문체를 통해서 작가 역시 동참한다. 사막과 전쟁과 화약과 포화, 총들은 이들의 가슴 안에 사라지지 못하는 먹구름처럼 드리웠고, 아직 다른 삶으로 건너갈 엄두를 못 낸채 폐허 속의 유령처럼 존재한다. 많은 말들이 오고 가지만 살아있지 않은 이상한 상태로 그들의 슬픔이 책을 건너 내게로 온다.

영화를 먼저 봤다. 유명한 장면 하나를 기억할 것이다. 난 책에서 그 장면의 흔적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책 속에서 동일한 사랑의 형태를 발견하게 된다면 난 울지도 모르겠다. 아직 절반을 넘어섰을 뿐이나 가슴이 먹먹해서 서평을 남긴다. 이토록 절망적인 아름다움이 더 깊은 절망으로 나아갈까봐 이젠 저어하게 된다. 펑펑 울 것 같다. 중년에게 사랑은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너무 아름다워서 첫사랑처럼 오래도록 간직하게 될 것 같다.

번역은... 조금 난감하지만, 그런 불통을 뛰어 넘을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 나는 오랫동안 사막을 좋아했었는데 사랑에 실망한 후 이상하게 사막이 싫어졌었다. 나는...... 이 책을 영화화 한 사실을 내가 사랑하는 두 사람을 통해서 알았었는데 둘 다 나를 버렸고, 나는 여전히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빈자릴 이젠 이 책이 채울 것 같다. 언어가 아니면 사랑이 아닐 것 같던 나에게 그들이 남긴 유일한 언어가 이 책이다. 왠지 나 역시 책 속 캐릭터들에게 동화되어서 폐허같은 빌라를 맴도는 것 같지만, 오랫동안 이런 걸 원해왔던 것 같다. 사랑은 사람의 머릿 수만큼 다르고 복잡한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책 속의 사랑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로맨스를 싫어하지만 이 책읔 내 삶의 일부같아서 소중하게 읽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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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의 법칙 인간 본성의 법칙
로버트 그린 지음, 이지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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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그린씨에게 반한 열흘이었다. 900페이지에 이르는 긴 여행에서 지루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책을 읽기 전보다 나와 사람, 일에 관해서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무모하게 헤집거나 억누른 본성과 화해하며 더 나은 공존을 꿈꾸고, 타인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며, 내면의 에너지를 어떻게 일로 환원하게 되는지 이 책보다 더 잘설명한 책은 내가 여태 읽은 책 중에는 없었다.

사람과 사회, 자아와 이 모든 체계의 기본 구성 원리를 알고 싶어서심리학 및 인문 교양서들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내 맘에 품었던 질문에 대한 정답에 가장 근접한 책으로 곁에 두고 오래오래 읽을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란 질문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다면 이 책을 통해서 자신과 자신이 사회와 타인과 맺고 있는 관계 등을 점검해본 후에 새로운 변화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이런 성찰은 시간이 충분히 들여서 해야하는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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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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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1984에서 기억에 남는 말은,
권력은 인간에 대한 것이라는 문장인데, 죽을 때까지 구속한다는 빅브라더의 세계는 정말 말 그대로 권력이 권력을 위해 존재한다. 인간 실존을 타락시킨 책으로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에 버금갈 만하다. 지독하게 슬프고, 가여운 인간의 나약함으로부터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겨우 눈을 돌린다.
복제 인간의 태생적 운명과 오브라이언에 의해 행해진 정신 개조 고문은 쌍동이처럼 닮았다.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비극에 순응하고, 속마음까지 유린당해선 행복한 채로 죽음을 맞는다. 선택의 자유를 뺏는 것은 정말 부조리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슬펐다. 윈스턴은 나였는데... 고문실을 거쳐서 나온 후 사람이 아닌, 비극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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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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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읽던 책과 기사에서 수 십번은 이 책에 대한 언급을 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미 읽은 책처럼 친근했으나 사실 읽은 적이 없다는 것을 얼마전에 깨닫고 이 책을 구입했다. 내가 읽은 글들을 연결해줄 지적 통로인 '빅브라더의 세계관'이 궁금해서였다.

이 책을 읽고 가장 와 닿은 통찰은 '이중 사고'인데, 전체주의 사회가 아닌 현재, 그리고 국가 단위의 큰 집단이 아닌, 가족이란 작은 집단 내의 (내가 본성이라고 부르는) 말의 계층성, 강압적인 독재성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비논리적이면서 억압적인 언어의 기만은 사람을 효과적으로 망가뜨린다고 생각해 왔다. 인간의 이성은 모순을 용인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못하기 때문에 맹신하거나 도망치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지 자기 확신을 가지고 살아갈 수 없도록 인식은 망가지고, 모순의 공존(자아 분열) 상태가 되어 버려서 의존적, 또는 고립적 성격에서 헤어나오지 못 하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주인공처럼 결국은 선택을 해야한다는 데 있다. 아무것도 안 해야만 안전한데도 불구하고, 비극을 자초할지도 모르는, 때론 알면서도 행위를 선택하고, 선택해야 한다. 그 끝이 죽음이라면그것은 비극이지만, 어떤 경우에서는 유일한 실존이다. 거의 그런 혼란과 공포, 무모함을 가지고 자아를 탐색하게 만드는 강압적 환경이 난 언어로 이루어진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이중논리는 모순으로부터 실존을 지키는 방법에 대한 영감을 주었다.
"사람은 결국 죽는다." 를 통해서.
왜 이 문장이 모순의 긴장을 해소했냐면, 어떤 모순에도 끝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인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결국 모든 긴장은 해소될 것이다. 문명의 성격이 어떠하든 한결같이 말이다. 정반합 어떤 과정에서도 운명은 인간을 죽음으로부터 놓아준 적이 없다.
결국 언어를 이기는 실존은 죽음이란 의미인 동시에, 실존적 선택엔 죽음을 감당할 만큼의 책임감이 요구된다는 것인데, 그 정도로 언어는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한 편, 반드시 넘어설 수 있는 한계를 가진 것이다. 그래서...이중 논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내부당원의 모습에서 내가 발견한 건, 언어를 뛰어넘는 아주 쉬운 방식이었다. 공포와 불안같은 실존은 힘을 얻지 않으려는 평화주의적 공포, 인간은 평등하다는 착한 신념에서 나오나, 이중 논리의 용인, 모순의 습득은 권력욕, 힘 그 자체였다. 난 이 책에서 이런 그림을 봤고, 이 차이를 얼핏 이해하게 된 것 같다.
1984 속에서 인간 실존은 비극이다. 세상 어디에 있든지 '이중 논리'를 가진 어떤 힘은 사람을 끝까지 따라다닌다.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든지. 문명이 존재하는 한. 그것은 문명 실존인 것 같다. 문명은 인류의 총합이고, 이중논리는 문명의 구성 요소 중의 하나여서사람으로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계층 사회에 천착해 자유로워질 것인지, 평화적이고 고통스러운 실존으로 방황할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죽음과 다르게 삶의 선택는 운명이아닌 기술만 있을 뿐이었다. 어떤 수준의 삶을 동경하든, 이젠 경멸감 없이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나와 다르더라도.
빅 브라더의 계층 통제만 놓고 보자면, 기술의 발전이 무비판적으로 모든 욕망을 흡수할 때, 가장 저질의 상황이면서도 다수인 의견을 따라서 실현이 될 것만 같다. 하지만 다행이도 정치가 다수를 맹신하진 않으므로 문명의 핸들을 욕망, 본성, 이기심과 같은, 다수성에 빼앗기진 않겠지만, 늘상 합리적 이성과 충돌하며 문명의 핸들을 위태롭게 하는 걸림돌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앞서 말한 인간의 진짜 실존이 죽음과 선택 뿐인 걸 놓고 보면, 빅 브라더는 절대자나 전지전능한 자는 될 수 없을 것이다. 스미스와 줄리아처럼 인간은 죽음을 예감하면서도 선택을 한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정답은 아니다. 그런데 빅브라더는 정답만을 요구한다. 그런 인지적 오류 때문에 빅브라더의 세계 제패는 실패할 거라고 생각한다.ㅎㅎ
재미있게 읽었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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