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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는 어떻게 유전되는가
마크 월린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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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후성 유전학을 과학적 근거로 삼아서 개인의 트라우마 속에 내재해 있을지도 모르는 가족력을 찾아간다. 질환 자체의 유전이 아니라 트라우마 자체가 유전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데, 삼 사대 내의 부모와 형제, 친인척, 또는 그들에게 깊이 각인된 피해자나 가해자에 대한 심리와 태도가 유전 형질을 변형시켜서 세대를 거슬러 유전된다고 말한다. 심리학계의 통속극을 한 편 본 기분이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후성 유전학적 견해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부모의 트라우마나 삶의 형태를 자녀가 죄책감, 또는 의리로 인해서 답습할수도 있다는데 크게 공감했으며, 복잡했던 내 자아에도 한줄기 빛이 비치는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는 좋은 책이다. 현재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이나 삶의 태도로 힘들다면, 이상한 구호와 선전으로 가득한 자기 계발서를 읽는 것보다는 이 책을 읽는 편이 위로가 될 것이다. 저자의 환자들에 관한 여러 사례들에 공감하면서, 나 또한 상담을 받듯 책 한 켠에 많이도 끄적여 놨는데, 그러는 가운데 충분한 자기 성찰이 이루어지고, 위로를 얻어서 저자가 좋은 심리치료사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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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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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강한 뒷심을 발휘하는 책. 평범한듯 단조롭게 시작하지만 마지막장을 덮을 땐 추리 소설로서의 만족감 뿐 아니라 홍콩 사회를 묘사해온 사건들이 오버랩되며 막바지에 이르면.. 작가가 전하고자 한 부조리를 사무치게 느끼고 스산한 기분이 든다. 정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

마흔, 외로우면 책을 읽는다. 이렇게 복잡한 사회파 추리 소설들은인간 군상의 감춰진 면들을 드러내며 여러 각도로 보여준다. 누구나 알만한 현실적인 삶이란 새장에 묶인 새들 중의 일부가 도태되면서 벌어지는 문명 사회의 위기감, 관계 속에서 타락해가는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어서 마흔의.. 현실적인 감수성에 위화감 없이 스며든다. 추리 소설은 시간 때우기 용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파 추리 소설을 찾는 사람들은 알 것이라고 믿는데, 부조리와 모순이 현실에 범람할 때, 이 책들은 어떤 환상도 없이 다가온다. 꼭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하드보일드하게 앞서나가는 사람들과 완고한 교리로 속박하는 이웃들 속에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려면 신념이 아니라 오로지 태도만 본받아. 인생의 부조리와 모순 앞에서 하드보일드하고, 완고하고, 철저하게 정의를 쫓아가봐. 영혼은 태도보다 선택에 좌우되지. 그만큼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해. 인생 자체가 하드보일드한데, 다수가 만들어낸 그 흐름 속에서 사랑과 관용이 정의에 반댓말일까? 아니. 반댓말은 없고, 모두 일방적으로 나열되어서 선택되어질 뿐이야. ..모순된 사회에 지쳐서 권선징악을 찾는 게 아니야. 단 한 명이라도 구해내는... 소심한 정의와 인본주의에서 사람에게 실망해가는.. 내 감수성을 되찾고 싶은 거지. 사람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걸 잊지 않으려고 책을 읽는지도 몰라..."

그래서, 관전둬에 공감하며 쓰게 웃고는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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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의 비밀 - 뇌, 마음, 관계를 바꾸는 대화
루이스 코졸리노 지음, 하혜숙 외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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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심리학 책을 처음 접한 건 중학교 때였다. 나 자신을 좀더 알고 싶 어서 시작된 독서가 굴곡진 인생의 심연마다 상담가이자 친구가 되어 주었다. 최근 동향은 정신 질환 및 심리적 상태가 뇌과학에 기인한다는 전제하에 과학적 방법론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주인 것 같다. 난 뇌의 유연성, 신경 가소성으로 인해서 심리 결정론을 피해가는 요즘 방식을 좋아한다.
이 책은 왜 심리 상담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잘 설명해주는데, 과거의 잘못된 관계와 경험으로 인해서 습관되어진 '뇌 상태 및 심리 상태' 의 개선을 상담을 통해서 이끌어 낼 수 있다는 확신에서 쓰여져서, 습관의 힘에 관한 자기 계발서를 심리학 및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는 듯한 책이다.
마흔을 앞두고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을 만큼 큰 삶의 변화를 겪었고, 그 탓에 불가항력적인 재해 앞에서의 무력함을 느꼈다. 거의 모든 것을 잃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좌절감을 주던 그 시기, 그리고 지금까지도 날 지탱해준 것은 신앙과 책이었다. 밑바닥 감정들을 훑는 동안에도 신앙으로 인한 믿음과 책을 통해서 얻은 새로운 언어들로 날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어서 새로운 터에 뿌리를 내릴 힘을 얻었다.
가장 도움이 된 책들 중의 하나이다. 친절한 심리 상담사를 만나서 감정의 지도를 얻고, 지도를 보는 방법까지 배우고, 심리 상담의 오리엔테이션까지 마친 듯 많은 것을 얻었다.
미처 지켜내지 못한 관계들이 준 트라우마가 업이 되어서 내 맘을 지옥으로 끌어내릴 때,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 때, 받지 못한 이해와 배려가 책 속에 있었다. 그리고... 작가는 반드시 좋아질 거라고 낙관하여 이정표를 잃은 삶에 롤모델이 되어주길 자처한다. 심리 상담의 비밀이란 여타의 방법론의 나열만이 아니라 이 관계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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