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강한 뒷심을 발휘하는 책. 평범한듯 단조롭게 시작하지만 마지막장을 덮을 땐 추리 소설로서의 만족감 뿐 아니라 홍콩 사회를 묘사해온 사건들이 오버랩되며 막바지에 이르면.. 작가가 전하고자 한 부조리를 사무치게 느끼고 스산한 기분이 든다. 정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

마흔, 외로우면 책을 읽는다. 이렇게 복잡한 사회파 추리 소설들은인간 군상의 감춰진 면들을 드러내며 여러 각도로 보여준다. 누구나 알만한 현실적인 삶이란 새장에 묶인 새들 중의 일부가 도태되면서 벌어지는 문명 사회의 위기감, 관계 속에서 타락해가는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어서 마흔의.. 현실적인 감수성에 위화감 없이 스며든다. 추리 소설은 시간 때우기 용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파 추리 소설을 찾는 사람들은 알 것이라고 믿는데, 부조리와 모순이 현실에 범람할 때, 이 책들은 어떤 환상도 없이 다가온다. 꼭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하드보일드하게 앞서나가는 사람들과 완고한 교리로 속박하는 이웃들 속에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려면 신념이 아니라 오로지 태도만 본받아. 인생의 부조리와 모순 앞에서 하드보일드하고, 완고하고, 철저하게 정의를 쫓아가봐. 영혼은 태도보다 선택에 좌우되지. 그만큼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해. 인생 자체가 하드보일드한데, 다수가 만들어낸 그 흐름 속에서 사랑과 관용이 정의에 반댓말일까? 아니. 반댓말은 없고, 모두 일방적으로 나열되어서 선택되어질 뿐이야. ..모순된 사회에 지쳐서 권선징악을 찾는 게 아니야. 단 한 명이라도 구해내는... 소심한 정의와 인본주의에서 사람에게 실망해가는.. 내 감수성을 되찾고 싶은 거지. 사람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걸 잊지 않으려고 책을 읽는지도 몰라..."

그래서, 관전둬에 공감하며 쓰게 웃고는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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