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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는 어떻게 유전되는가
마크 월린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6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후성 유전학을 과학적 근거로 삼아서 개인의 트라우마 속에 내재해 있을지도 모르는 가족력을 찾아간다. 질환 자체의 유전이 아니라 트라우마 자체가 유전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데, 삼 사대 내의 부모와 형제, 친인척, 또는 그들에게 깊이 각인된 피해자나 가해자에 대한 심리와 태도가 유전 형질을 변형시켜서 세대를 거슬러 유전된다고 말한다. 심리학계의 통속극을 한 편 본 기분이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후성 유전학적 견해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부모의 트라우마나 삶의 형태를 자녀가 죄책감, 또는 의리로 인해서 답습할수도 있다는데 크게 공감했으며, 복잡했던 내 자아에도 한줄기 빛이 비치는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는 좋은 책이다. 현재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이나 삶의 태도로 힘들다면, 이상한 구호와 선전으로 가득한 자기 계발서를 읽는 것보다는 이 책을 읽는 편이 위로가 될 것이다. 저자의 환자들에 관한 여러 사례들에 공감하면서, 나 또한 상담을 받듯 책 한 켠에 많이도 끄적여 놨는데, 그러는 가운데 충분한 자기 성찰이 이루어지고, 위로를 얻어서 저자가 좋은 심리치료사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