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록>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한중록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3
혜경궁 홍씨 지음, 정병설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 중에서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만큼 흥미로운 사건도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래 전 국사책에서나 암기했던 『한중록』이라는 역사서를 이제야 눈으로 확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 사도세자의 죽음,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음모와 권력 투쟁 등 흥미로운 사건들이 정말 숨 쉴 틈 없이 전개됩니다. 요즘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들보다도 훨씬 더 재미있네요.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고전임에도 고리타분하거나 하지 않고 정말 재미있습니다. 사실에 바탕을 둔 역사는 언제나 흥미로운 것 같아요. 영/정조 시절 홍 씨네(혜경궁)와 김 씨네(정순왕후)의 대립이 심했죠. 피비린내가 끊이지 않는 죽고 죽이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죠. 그러니 의심이 아니 생길 수 없습니다. 바로 과연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이 얼마나 사실에 근거해서 그 당시를 서술하고 있는가? 역사는 권력자들에 의해서 쓰여 지고, 또한 그들에 의해서 알려지잖아요? 김 씨네 세력(김종수, 김귀주, 홍국영 등)은 정말 극악무도한 사악한 악인으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자기네 친정(아버지를 포함하여 형제들)은 임금을 위해 충성을 다하는 선인으로 그려지고요. 심지어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과연 『한중록』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많은 역사학자들이 이 기록서가 허구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죠.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임오일기》 등에 기록된 내용과 비교해도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치하고요. 물론 몇몇 중요한 부분(예를 들면, 영조가 사도세자를 죽일 때 들인 뒤주를 혜경궁의 아버지 홍봉한이 권했다는 의견과 뒤주를 다 들인 후에 뒤늦게 홍봉한이 와서 관계가 없다는 의견의 대립)은 정사와 사실관계가 조금 다르고 조금 모호하게 처리한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개인의 사적인 기록(기억에만 의존한 내용이 많습니다)이니 그런 부분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역사서와의 비교/대조를 통해서 그런 부분은 수정하거나 보완이 가능하니까요. 그보다는 정말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은 영/정조 시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정말 훌륭한 역사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후손을 위해 개인적으로 쓴 글들이라 어렵지도 않고 쉽게 읽힙니다. 『한중록』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중록』은 크게 제1부 「내 남편 사도세자」, 제2부 「나의 일생」, 제3부 「친정을 위한 변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원본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옮긴이가 현대 독자들을 배려하여 배열을 재구성하였습니다(그래서 정말 읽기가 편합니다). 제1부는 사도세자의 이야기, 2부는 혜경궁 홍씨의 이야기, 제3부는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 이야기입니다. 제1부는 그 유명한 사도세자 죽음의 비밀을 밝힐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흥미롭습니다. 제2부는 혜경궁 홍씨가 그 당시의 심정들 솔직하게 드러낸 자전적인 이야기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한 여인의 번민과 고뇌를 엿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3부는 영/정조 시대의 정치 상황을 서술한 글로 그 시대를 아는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물론 사실 관계가 모호한 이야기도 있습니다(그런 부분은 <한중록 깊이 읽기> 코너를 통해서 자세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석으로 언급되어 있기도 하고요). 정치적인 부분은 제외하더라도 자식을 지키기 위한 부모의 사투를 그린 것만으로도 이 자료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정말 재미있습니다. 권력을 갖기 위해 다양한 인간들이 모기떼처럼 몰려들고, 음모와 권모술수, 비방은 판을 치고, 서로 죽고 죽이며, 생각만 해도 정말 소름 돋고 치가 떨립니다. 가족 사랑을 다룬 그 어느 소설보다 감동적이고, 권력자들의 정치 투쟁을 다룬 그 어느 역사서보다 더 흥미롭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