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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먼로의 죽음
닉 케이브 지음, 임정재 옮김 / 시아출판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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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착하게 살기에는 이 세상이 너무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어.”(p.316)

  Bunny Munro, 토끼 먼로, 그렇다고 정말 토끼처럼 사정 시간이 짧지는 않습니다. 많은 여성들과 만나서 시도 때도 없이 섹스를 하는 것을 보면 이름과는 반대로 정력이 꽤 좋은 듯. 맞습니다. 버니 먼로는 난봉꾼입니다. 그리고 사기꾼이기도 합니다. 화장품 방문 판매 세일즈맨은 명목상 직업일 뿐 방문하는 여성을 만나 섹스를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런 난봉꾼 기질 때문에 아내가 자살을 합니다. 아내의 장례식에 참석해서까지 페니스를 쥐고 성적 흥분을 느끼려고 합니다. 아내의 죽음과 페니스가 딱딱해지는 느낌은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버니 먼로는 오직 섹스가 목적입니다. 착하게 살기에 이 세상이 어려워서일까요? 그는 하루라도 여자와 섹스를 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어 합니다. 에이브릴 라빈 보X를 사랑하는 전혀 사랑스럽지 않은 버니 먼로의 죽음.

  그런 버니 먼로에게도 버니 주니어라는 아홉 살의 아들이 있습니다. 버니 먼로는 아내가 죽자 아들과 함께 화장품 방문 판매일을 시작합니다. 아들에게는 죽여주는 세일즈 기술을 가르쳐 준다고는 하지만, 아들이 보는 것은 아빠가 매일 누군가에게 맞거나 욕을 먹는 모습일 뿐. 사실 배우는 게 없습니다. 버니의 시점과 아들의 시점으로 번갈아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외설적이지만 시니컬한 위트와 유머가 가득합니다. 정말 쓰레기 같은 인간임에도 (나중에는 완전 미쳐서 아무 여자나 붙잡고 섹스를 하자고 합니다) 그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작가의 그런 위트와 유머 때문이지 않나 싶어요. 사실 조금 불쌍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런 인간들이 이 세상에는 많잖아요. 그리고 그런 아빠를 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아들의 노력도 눈물은 전혀 흐르지 않지만, 감동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아들도 아빠만큼이나 세상에 대해 냉소적입니다. 귀엽지만 어른이 된 아이의 모습에서는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지더군요. 아빠와 아들의 기이한 여행과 희망. 조금 통속적인 소재이기는 하지만 전혀 “뻔”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괴짜 작가의 기이한 이야기, 과연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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