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생존 -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나무 이야기
레이첼 서스만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경건해 지기는 처음이다. 2000년이 넘은 지구상의 생물에 대한 기록은 책장을 넘기는 중간에도, 한 장의 사진에 그들의 기나긴 생명을 생각하는 시간에도 경이로움 혹은 경건함을 가지게 한다. 인간의 문명이 기록되기 이전부터 그리고 지금의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긴 세월을 지구에서 우리와 함께 생활한 생명체의 기록과 현재의 모습은 새삼 살아있는 것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을 가지게 한다.

 

저자는 일본에서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고 한다. ‘조몬 삼나무수령 2000년에서 7000년으로 추정되는 나무를 보고 기록하기 위해 찾아간 여정에서 그는 지구상의 수령 2000년 이상의 생명체를 찾아나서는 긴 여정을 시작한다. 굳이 2000년 이었을까? 하는 의문은 아마도 서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기록에 근거하였다는 것이 그의 짧은 생각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그의 피사체로 잡힐 식물은 없었던 것 같다. 인간의 발길이 곳곳에 닿을수록 긴 생명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그가 찾아가는 여정과 그 힘든 여정 속에서 남겨져 지금 내 눈앞에 보여 지는 생명체는 생각만큼 화려하지 않다. 그리고 살기 좋은 생명의 활기가 넘치는 곳에 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사막의 한 가운데서, 그리고 잡목 숲에서 때로는 인간과 공존하면서 그렇게 그들의 긴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절대 화려하지도 많은 시간을 지났음에도 거대하거나 이목을 끌수 있는 또 다른 것도 있지 않다. 특이한 것도 있지만 올리브 나무, 삼나무, 밤나무 등 우리에게 익숙한 나무들도 등장한다. 이들의 생존은 내가 100년을 살아간다 해도 찰나의 순간 이었을 것이다. 때로는 상처 받고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자연의 시험을 이겨내고 그리고 환경과 날씨의 변화에 적응하며 자신을 지키고 스스로를 번식시키며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이들의 삶은 급속한 성장을 바라지 않고, 작은 성장과 튼튼한 버팀이 될 자양분을 보관하는 방법으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의 화려함과, 때로는 돌과 같은 자연의 일부로 그리곤 적은 양분으로도 살 수 있는 자신을 만들어 지금까지 우리와 같은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들의 삶은 우리의 삶에 많은 교훈이 될 것이다. 화려함을 추구하고 더 많은 것을 원하며, 과식과 폭음으로 질병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나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 바른 삶인지 이야기 하고 있다.

 

그 많은 시간동안 이들에게 시련은 없었을까? 이 책을 만들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그 많은 시간을 버텨온 생명체중 둘이 지구상에서 생명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였다고 한다. 하나는 인간의 실수로 하나는 개체의 중요성 보다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공사 현장의 걸림돌로 제거 되었다고 해야 할까? 누군가의 말처럼 지구상에 모든 생물에게 가장 무서운 천적은 인간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작은 상처와 시련을 극복하며 지금도 살고 있다. 우리가 작은 것에 상처받고 주저앉아 있는 것과 다르게 말이다.

 

하지만 나무와 우리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상처가 너무 깊지만 않다면 치유될 수 있으며 실제로 치유된다는 점이다. - page 171

 

이 오래된 나무의 경건한 모습에서 나는 이 한 줄의 위로와 힘을 받는다. 그 생명들이 버티고 살아온 시간에 비하면 나의 시간은 찰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 짧은 순간도 힘들고 어렵다고 주어앉아 길지 않은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이 나무들에게서 배운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생명체들은 과거의 기념이자 기록이고, 현재의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며, 미래를 가늠하게 해주는 지표다. - Page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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