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좋아하는 음식을 매일 먹으면 질리고 물리듯이 독서를 하다보면 의도치않게 물릴때가 있다. 예기치 못한 독서슬럼프에 빠지게 되면  괜한 시간만 축내는것 같아 뭐라도 해볼 요량으로 평소에 보지 않았던 책들을 뒤적거린다거나, 독서와 관련된 매체를 찾아 읽어보지만 흥미가 당기지 않을때가 있다.

 

 

그럴때 내가 쓰는 방법이라면, 그냥 모든걸 놔버린다는 것. 뭔가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것 마냥 죄책감도 생기고,  온종일 편치않은 마음으로 지내야 하지만 맹렬한 독서욕구가 생길때까지 티비 혹은 보고 싶던 영화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순간 책이 그리워질 때가 있고 그렇게 슬럼프를 극복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김영하식 독서 슬럼프 극복법을 알게되었는데 참 흥미로웠다. 어릴적 읽었던 책이나, 재밌게 읽었던 책 혹은 10년전에서 지금까지 읽은 책 베스트 10권을 간추려 다시 읽기를 통해 독서 욕구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 저도 가끔 벽에 부딪힐 때면 어린시절에 읽었던 책, 또는 10년 전에 읽었던 책, 또는 지금까지 읽었던 책, 베스트 10 같은것을 한번 적어봐요, 그리고 그것들을 다시 한번 들춰보죠. 그러면 ' 내 기억이 상당히 왜곡돼 있었구나"하고 전혀 색다른 의미에서 다시 재미를 느끼게 돼요. 그게 독서에 대해 잃어버렸던 즐거움, 흥분, 이런것을 되살려 줍니다." p84

 

그러고보니 올 해 내 목표가 위편삼절 , 다시 읽기였고 개중  몇 권의 책을 다시 읽으며 내 머리속에 담겨진 오래된 기억과 상당부분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좀 의아했던 적이 있다. 파울로 코엘료의 책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였는데, 에뒤아르 와 베로니카카가 흰 천들이 휘날리는 곳에 있던 장면은 내 머리속에 오래도록 각인되었던 부분이였지만, 다시 읽어본 책에선 그 내용을 찾을 수 없어 기억이라는게 온전할 수 없음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 이처럼 기억의 왜곡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재미가 독서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김영하식 독서법은 후에 독서 슬럼프가 찾아오면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생각이다. 

 

 

이 책을 통해  만나본 김영하라는 사람은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던지는 메세지가 강연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그간 집필해온 소설속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으로 소통한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의 글이라면 문학동네 계간지에 실렸던 단편이 고작이였지만, 그 단편의 글 속에  담겼던 문제의 이면 넘어에 가족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했던 느낌이 떠올랐고, 작가란 적어도 언어와 행동으로 끊임없이 보여주는 사람이란 느낌을 받게 되었다.

 

 

또  현시대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느끼고 파헤치는 과정속에서 탄생한 세계를 독자에게  판단받고 싶지 않아 그져 서랍안에 넣어두고 싶다던 이야기는 작가로써의 고충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모든 작가들이 창작의 고통과 아픔의 시간을 거쳐 내놓은 작품을 독자라는 이유로 판단해도 되는 것일까 싶은 미안한 마음도 갖게 되었다. 그러니 한 작가의 작품을 읽을적에 정성을 다해 그 세계에 침몰하고 느끼고 생각해봐야 한다는것을 느껴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은 김영하 작가가 그간 강연과 인터뷰를 모아놓은 묶은 집이다. 독서와 글쓰기, 김영하 작가의 소설들의 탄생과 의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인데, 그중 이 책의 분류가 영 탐탁치 않다. 표지에 적혀진 ' 김영하 산문'이란 분류를 보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게 산문이라지만, 어찌 이 책을 산문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강연과 인터뷰를 모아놓았으니  모음집 혹은 묶음집으로 표기해야 하는게 아닐까? 그렇게 표기한 부분이 표지가 아니라 띠지에 적혔다는 것 역시 약간의 상술로 느껴지는건 나에 못된 심보일까?  또한 그간의 내용들을 묶어놓다 보니 앞 뒤  내용의 의미가 중복되는 부분과 내용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산만하게 느껴진다는 점, 또 인터뷰이가 누구인지 명시를 해놓지 않아서 어떤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질문을 하고 있는지 글을 읽는 당시에 느낄 수가 없어  좀 아쉬운 마음에 별 하나를 빼게 되었다. 물론 인터뷰를 했던 사람들에 관한 언급은 '작가의 말'편에 수록되었지만, 명확성을 위해 글의 첫 부분에 언급했더라면 더 좋았을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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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i 2015-07-10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키호테, 채털리 부인의 사랑, 데미안, 노인과 바다... 음 또 뭐더라 10권채워야 하는디 ~~~

해피북 2015-07-13 11:00   좋아요 0 | URL
오~~데만 빼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예요 저두 빨리 읽고 베스트 10위권 안으로 진입시켜놓아야 겠어요 ㅋㅂㅋ

바람향 2015-07-16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책들은 다시 읽어도 좋은 것 같아요. 전에 느꼈던 감동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게 되니까요. 음~~ 저도 한번 골라봐야겠네요^^ 근데 막상 책 고르기가 무지 힘들 것 같아요~ㅠㅠㅋㅋ

해피북 2015-07-22 10:52   좋아요 0 | URL
맞아요~바람향님! 좋은 책은 다시 꺼내 읽어두 설래이고 밑줄 그었던 글에 다시 밑줄긋게 되면서도 행복해지는거 같아요 ㅋㅂㅋ,
저두 막상 고르려니까 못고르겠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