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 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 개정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 중에 가장 먼저 구입한 책이 요 3권이였다. 내가 살아가는 지역권에 관한 답사 여행기라 관심도 많았고, 특히나 경주와 안동에 관한 이야기엔 큰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즐겁게 구입했던 기억이난다. 그러나 즐거운 마음은 잠시뿐 읽고 싶던 그 순간에 읽어내지 못한 책은 다른 호기심에 밀리고 밀려 책장 안쪽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버렸고, 내 기억 속에서 잠시 잊혀지게 되었다.

 

 

올 해 연초 계획으로 한 달에 한 권씩 읽기로한 답사기는 3권에 접어들었고, 그렇게 책을 덮었을때쯤엔 허탈함과 아쉬움, 후회와 미련들이 떠돌아 깊은 한숨만 내쉬게 되었다. 지난번 다녀왔던 경주와 안동, 공주 여행은 내 미처 보지 못한 이야기들로 가득해 다시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크게 일었는데 함께 다녀왔던 일행들을 꼬시고 또 꼬셔봐도 '볼것없음'으로 일축하는 콧방귀에 깨달은바 있으니 '선 독서, 후 답사'라. 역시 유물의 내력을 알고 모름에 있어 유물을 제대로 느끼는데 큰 차이가 난다던 말씀이 이번처럼 절절히 느껴진적 없었던거 같다.

 

 

특히나 아쉬운 부분은 경주 여행인지라, 불국사의 내력을 읽고 또 읽으며 마음 속으로 새겨 보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문화유산을 볼라치면 눈 앞에 보이는 사물을 두고 평가하기에 이르는데, 여기를 봐도, 저기를봐도 똑같은 사찰과 탑으로만 보며 더 이상 '볼것없음'으로 치부해버리곤 한다. 경주에 당도했을때 일행들과 둘러보며 조금이라도 뭔가 더 보려고 눈을 부리며 살폈지만, 일행들의 등살에 못이겨 그 자리를 떠나게 되었다. 그때 이 책을 읽고 그들에게 이렇게 말을 했더라면.

 

 

' 왕즉불 사상이 강했던 시대야. 왕이 곧 부처다 이말이지. 그러니 요 불국사가 웅장할 수 밖에. 천상의 세계로 오르는 길을 표현 한건데, 정상이 수미산으로 범영루를 의미하고 거기엔 108명이 앉을 수 있대. 불교에서 말하는 108번뇌 알지? 그걸 상징한다나봐. 천상으로 오르는 청운교와 백운교는 33계단으로 33天의 세계를 의미하고, 33天을 올라 자하문에 들어가면 석가모니와 부처를 모신 대웅전을 마주하고, 그 좌우로 석가탑과 다보탑을 만날 수 있어요. 옛날에 다보불이란 사람이 <법화경>에 대해 진리를 깨우친자있으면 그 자리에서 우뚝 솟아나리라 라고 말한적이 있는데 석가여래가 법화경에 대해 진리를 깨친것을 말하자 그 자리에서 솟아오른게 다보탑 이라고해 그래서 두 탑이 마주 보고 있다고도 하지. 아니아니 질문은 받지 않아. 가서 봐야할 것들이 정말 많아. 계단에 새겨진 연화꽃연 꽃무늬, 대웅전 돌계단의 소맷돌, 그랭이기법으로 만든 석축들, 다보탑의 돌사자 까지 모두 봐야한다고, 이래도 볼 것없다고 할꺼야?' 라고.

 

 

하지만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한 번 다녀온곳을 다시 찾아가기란 쉽지 않은 법. 내 다시 이와같은 후회하지 않기위해서라도 열심히 읽고 또 읽어야할 이유를 찾게 되었다. 아쉬운 부분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안동 하회마을을 찾아갔을적에 안동댐 근처의 까치구멍집에서 헛제사 밥을 먹으며 식당에서 처음 경험하던 찬 음식들을 두고 훗날 다녀온분과 이야기 나눈적 있었다. 그때 그분과 나의 합의점은 '그 음식들을 사 먹느니, 차라리 자기가 한 음식을 먹으러 와라'는 다분히 낯 뜨거운 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뿌리깊은 유교사상을 가지고 있는 안동 사람들에겐 제사는 하나의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제사를 지내고 밤참으로 먹었다는 제사밥을 향토음식이 되면서 '헛'으로 먹는다고 하여 헛제사밥이 되어 나왔을적에 우리와 제사음식이 어떻게 다른지 살폈더라면, 고등어가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내륙지방인 안동에서는 고등어를 먹기위해선 소금에 푹 절인 생선이 운반 되었던 것이 유래가 되어 '안동 고등어' 가 유명세를 타게되었는데 그 고등어를 제사상에 올리는 사연을 살폈더라면 그들의 문화를 조금 더 느껴보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더욱이 하회마을에 도착해 '여기 사람이 살까 안살까?'와 같은 영양가 없는 내기를 하는대신 팔작, 우진각, 맞배 지붕중 어느 모양을 띄고 있는지, 마당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물동이동을 품고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조금 더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했더라면 어떠했을까 싶은 아쉬운 마음이 크게 들었다. 그런데 교수님의 말씀처럼  안동 하회마을에도 변화가 일어 21세기 놀이기구들이 어울리지 않는 그림으로 다가온다. 하회마을의 전통을 생각한다면 그런 놀이기구는 좀 멀리 설치하는게 좋지 않을까.

 

 

무튼 곧 다가올 봄철을 맞아 아직 아쉬워만 하기엔 이르다. 가보지 못한 구례의 연곡사 사리탑과 꼭 닮은 현각선사탑이나, 모방이 아니라 변주로 계승했다는 소요대사탑도 봐야한다. 해의 각도에 따라 얼굴이 달리 보인다는 서산 마애불은 어떠하며, 한낮과 저녁의 물결이 달리 보인다는 섬진강의 모습은 어떠한가. 익산의 미륵사터 석탑과 복원된 미륵사탑의 허망함도 느껴보고, 공주와 부여의 고분과 박물관을 다녀와야 한다. 그때는 꼭 '볼것없다'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살뜰히 아주 감질 맛나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우리 문화 유산은 ' 검이불루, 화이불치. 소중현대 (儉而不陋 華而不侈, 小中現大)속에 있다는 것을.(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으며 작은것 속에 큰 것이 다 들어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