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음 - 타인의 역사, 나의 산문
박민정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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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음’은 그야말로 잊지 않기 위해 다양한 소재와 경험담으로 구성된 박민정 작가의 산문집이었다.

유려한 글 솜씨로 작품은 단숨에 읽게 되었지만, 가벼운 책의 무게와 분량에 비해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주제들과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확고한 신념과 생각들을 가지고 있지만, 이와는 다분히 상반되는 용기로 나의 의견을 쉬이 피력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러나 ‘잊지 않음’은 여러 가지 소재들을 정치적, 사상적 색이 매우 짙게, 호불호가 강할듯한 뚜렷한 자기주장으로 솔직하게 본인의 생각을 가감 없이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80년대에 태어나 오늘을 살아가는 나는, 동년배이기에 더욱 공감되는 소재들에 분노하며 답답하기도 하며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공감하며 감정을 함께 나누었고, 사촌 언니의 입양에 대해 윤리적인 딜레마 속의 현실이나, 2019년 여름의 불매운동에 따른 오류, 오늘날을 살아가며 뿌리 깊게 박힌 혐오 의식에 대해 고찰하는 여러 소재들이 눈길을 끌었다.

동생의 직업인 모델로 비어있기에 표현해 내는 것이라는 사고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였다.

작가가 선호하는 새로운 작가들과 작품들을 알게 되어 뜻깊은 시간이었으며, 정희기작가와의 대담이 인상적이라 전시도 꼭 감상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도 산문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졌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 그녀의 소설이 가장 궁금하여 조만간 여러 문학상을 휩쓴 그녀의 멋진 작품들을 감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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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카페
모치즈키 마이 지음, 김난주 옮김, 사쿠라다 치히로 일러스트 / 멜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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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가 끝나 특히나 고되던 업무가 끝난 후 지친 오늘의 나는 보름달 카페를 만났다.

시선을 끄는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분위기에 사로잡혀 읽는 동안 동화 속 세계에 도착한 듯 황홀함이 함께 했는데, 신비로움을 잔뜩 머금은 이 카페는 정해진 장소 없이 불현듯 나타나 주문 없이 특별히 당신만을 위해 준비한 음식과 디저트 음료를 제공하는 신출귀몰함마저 갖추고 있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며 당신의 나이대에 걸맞은 행성들에 붙여진 세계관도 무척이나 매력적이었고 디저트를 맛보며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몽환적인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비단, 환상만으로 이루어지진 않았고, 고민과 걱정 없는 이는 없다는 말처럼 아이에서부터 어른까지 힘든 현실과 현대인의 고충마저 녹아있어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든 보름달 카페로 위로받을 수있었기에 이 카페는 오늘의 나를 위한 힐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나를 위로해 주어 가슴 한 쪽이 뭉클하기도 하며, 설렘이 퐁퐁 솟아오르는 느낌이었기에,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보름달 카페를 잠시나마 다녀와 치유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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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호세 홈스 그림, 김수진 옮김, 스티그 라르손 원작, 실뱅 룅베르그 각색 / 책세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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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광기 어린, 흡입력 넘치는 이 밀레니엄 시리즈에 푹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었고, 작가의 사망을 뒤늦게 알게 되어 망연자실했었다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의 연재로 다시 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던 나의 애정 가득한 소설!

그래픽노블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설레는 마음으로 이렇게 감상 후 서평을 남기고 있다.

나의 상상 속 화면들이 그대로 시각화되어있어 너무나 신기하고도 반가웠고 소설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빠른 전개와 단숨에 결말에 이르는 매력에 그래픽노블로서의 밀레니엄 시리즈의 매력 속에서도 유영하고 있는 중이다.

코믹북 특유의 거친 그림체도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일부 내용이 아주 살짝 변경된 것 이외에는 소설의 내용과 같아 친근했기에 다음 시리즈인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도 정말 기대가 된다.

평소 밀레니엄 시리즈의 팬으로서 많은 분들이 밀레니엄 시리즈를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밀레니엄 시리즈는 독서 깨나 하는 이들이 흔히들 말하는 벽돌 책이기에, 방대한 분량의 압박으로 쉽사리 추천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허나, 그래픽노블로는 부담 없는 두께에 순식간에 읽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기에 앞으로는 많은 이들에게 감상하기를 추천하길 주저하지 않을듯하다.

스티그 라르손의 신작은 앞으로 영원히 볼 수 없지만,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들로 새로운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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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단 한 번 - 때론 아프게, 때론 불꽃같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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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꿀벌은 날 수 없는 선천적 구조로 인해 노력파로 한계를 뛰어넘어왔던 곤충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장영희 교수는 5세까지 누워만 있었으며, 소아마비라는 장애와 암을 겪어내고도 그녀의 짧은 생애 동안 힘이 되는 글을 써 내려간 이 시대의 꿀벌과 같은 분이셨다.

못한다고,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느냐고 시작하는 그녀의 에세이는 우리가 흔히 한탄을 할 때 사용하는 “하필이면”이라는 단어를 긍정적으로 사용하며,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라라는 주제를 전하고 있다.

장애를 가진 딸을 위해 눈길을 치우며 두 시간마다 찾아가는 어머니의 희생에, 미안한 마음은 체면치레 없이 표현하며 딸을 위해 헌신하시던 아버지.
함께 작업하던 교과서 집필 작업을 부친 사후에도 이어가는 부분에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런 훌륭하신 부모님 슬하에 자란 그녀이기에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 속에서도 굳건하고 강인하며, 소탈하며 좋은 것이 좋은 거다 하는 마인드로 ’교수’라는 직함에 비해 겸손하며 학생들을 생각하는 이해심이 바다와 같이 넓은 것 같았다.

그녀의 짧은 생각과 글 조각들은 독자의 가슴을 후벼파고 눈물짓게 해 가슴이 울컥하며 먹먹했고 반성하게 하여 후폭풍 또한 너무나 크게 작용했다.
한 편 한 편 곱씹어 읽으며 가슴속에 담아두느라 얼마나 한참 동안이나 읽고 또 읽었는지, 또한 읽을 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리는지

나이가 들어감에도 방황하는 나에게 이미 가진 것의 소중함과 현재, 청춘을 감사하며 살게 하였고, 사랑할 수 있게 용기를 주는 글이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그녀가 병마와 싸우며 써 내려갔던 글이기에 더욱 자주 등장했고, 천국에 대해, 유언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된다.
그녀의 생애를 찾아보고 에세이를 읽으며 느낀 생각은 역시 하늘은 좋은 사람을 먼저 데려가는구나 하는 탄식이었다.

박지리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와 동일한 감정이 든다.
그건 더 많은 작품을 통해 작가의 삶을 더욱더 가까이에서 느껴보고 싶다는 안타까운 바로 그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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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8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김운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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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흔히 들어본 “군주론”이지만 고전이기에, 낯설기에 언젠가 한 번쯤은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도전할 엄두도 나지 않던 이 책을 감사한 기회에 감상하게 되었다.

우려와는 달리 겁내던 것과는 사뭇 다른 짧은 내용과 읽기 쉬운 문체와 친절한 설명으로 전혀 부담 없이 읽게 되었다.

그러나 시대상이나 인물들에 대해 배경지식 없이는 읽기 다소 무리가 있어 각주와 미주가 꽤나 많이 등장한다.

그렇기에 나는 짧은 분량의 장점으로 1차로 미주, 각주 생략 후 읽은 후 2차로 모든 설명을 함께 한 번 더 읽고, 이후 관련 동영상이나 인터넷 검색 찬스도 사용하여 군주론을 섭렵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현재의 이탈리아는 500년 전 각 도시들이 모두 분열되고, 그 혼란 속 열강들까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시기였다.
군주론은 마키아벨리가 관직에서 박탈을 당한 후 감옥에서 나온 후 탄생한 작품이다.

이는 로렌초 데 메디치에게 물러나있는 본인을 잘 봐주십사 하는 환심을 사기 위한 헌정의 글로 정치적 기회주의라고도 일컫는데, 세간의 말로는 로렌초 데 메디치는 군주론을 전혀 읽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군주론은 수많은 인물들과 나라들의 흥망성쇠를 예시로 바람직한 군주의 이상을 그리고 있다.

선대의 단점은 조목조목 따져 되풀이되지 않게끔 주의를 주며, 본받을 내용도 언급하는데, 그가 이상적인 군주로 예시를 든 모델은 “체사레 보르자”라는 인물이었다.
사실 500년 전에 쓰인 글이라 그런지 이 인물이 이상적이라는 내용은 도통 공감이 가지 않았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지금 언급하면 큰일 날 소리들도 꽤나 등장하기에 당황스러웠지만, (살인과 약탈, 여성비하 등의 내용) 그 속에서는 현재 오늘날에도 가져와야 할 장점이 충분히 존재하며 몇 백 년이 지나도 불변의 법칙이 있음을 보여준다.

비록 필사본만 존재하며, 일부 내용이 수정되었다고는 하나, 이렇듯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고전인 이유는 그 속 분명히 우리가 취해야 할 핵심이 있기 때문이다.

몇 해전 개그맨 박명수의 어록이 눈길을 끈 적이 있다.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 가는 말이 고우면 얕본다, 참을 인이 세 번이면 호구, 티끌 모아 티끌 등이 대표적이었는데 박명수가 마키아벨리의 500년 후 순한 맛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딱 맞을듯하다고 생각했다.
500년 전 너무나 직설적으로 마키아벨리는 말한다.
멸시당하지 않으려면 약탈자가 되어야 한다, 잔인하다는 오명에 신경 쓰지 말 것, 생명을 빼앗는 것은 명백한 이유와 적절한 명분이 있으면 용인된다 등, 이 내용들은 위의 내용과 상응하지 않는가.

그렇기에 오늘날의 지도자들에게는 이 군주론에서 제시하는 지혜를 분별력 있게 선별하여 리더로서의 자질을 높여야 할 도서로, 현대인들에게는 처세술 및 인간관계를 위해 꼭 필요한 도서가 아닌가 생각하며 나는 한동안 정말 인상 깊게 읽은 이 도서를 각박하고 날이 선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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