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의 인생문답 - 100명의 질문에 100년의 지혜로 답하다
김형석 지음 / 미류책방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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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하루를 보냈다기보단 버티며 지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시련이나 풍파를 겪거나 스스로의 힘으로 사태를 모면하기 어려울 때 쓰던 말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문장이었다.

나의 능력과 경험으로는 도피 이외에는 방법이 없을 때 그나마 이 문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하여 위안을 삼곤 했었는데 미흡한 통찰력으로 고군분투하기보다는 누군가의 조언을 토대로 해결하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여 읽게 된 김형석의 인생 문답은 20~60 대 100명에게 궁금한 점을 받아 공통된 질문 31가지를 저자가 답변해 주는 책이었고 특히나 나의 부족한 경험을 무려 103세의 연세에도 지금까지 강연을 이어가시는 인생 전문가라 해도 무방하신 커리어 덕분에 해결해 주실만한 신뢰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북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고 이남하여 일제 강점기를 지나 지리멸렬한 삶을 살아왔음에도 은퇴 이후 지금까지도 강연을 하시니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에 직면할 때 조언을 구해도 믿어 의심치 않을, 이에 부합한 혜안을 가지신 분이었다.

또한 책의 주제마저도 누구도 피할 수 없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외면할 수 없는 문제라 하여 나도 언젠가는 고민할 문제를 다루었으리라 사료되어 더욱 눈길이 갔다.

그러나 본문 속 저자는 겸손하게도 본인의 답변을 통해 결론에 도달하기보다는 더 좋은 결론을 스스로 찾길 권한다고 언급한다.

또한 이 겸손한 자세로 학생들이 졸업을 하면 사회에서 일을 하듯 본인도 교수직을 내려놓고 사회에 나가 열심히 일하겠다고 언급하셨고 이런 위트마저 책에 녹여내 103세의 작가의 이야기라고 추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머러스함이 묻어나 연령대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고 흥미롭게 독서에 빠져들게 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인 나는 지금 현재를 살아가며 무언가를 도전함에 있어 늦었다 판단할 때가 많았는데, 저자는 50대 이전에는 인생을 평가하지 말고 50대 이후 떨어진 기억력 대신 사고력이 올라간다고 60세 이후 독서를 많이 하라고 역설한다.

이렇듯 저자의 연세를 잊고 몰입하다 보면, 사랑하기를 언급하며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마지막 강연에 나왔던 내용이라 언급하거나, 선배가 황순원 작가였고, 윤동주 시인과 소설가 엔도 슈사쿠가 동창이라는 경이로움에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연세에도 그는 30대인 나의 시선보다도 더욱 열린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았다.

표지마저도 긍정적인 미소가 함께하며 본문에 녹아있는 유머와 함께한 긍정 에너지는 독자의 가능성을 빛나게 해 도전의식을 전했고
“행복을 목적으로 삼다 보면 욕심만으로 행복을 놓칠 수 있다”는 가르침이나 “나에게 주어진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다 맡아서 내 인격을 갖추게 되면 행복은 자연히 따라오니 삶의 가치를 높일수록 인생이 귀하고 영광스러워진다”는 문장들이 모두 그간 행적을 나타내며 독자로 하여금 욕심 없는 삶을 지향하게 해준다.

끊임없이 베풂의 미덕과 그로 하여금 자신의 그릇이 넓어짐을 강조하시는 넓은 아량이 지금의 저자를 만든 것 같다.

2022년 새해, 이번 도서를 만나 나의 과오를 톺아보고 앞으로의 삶의 지침을 인도해 주었기에 올해는 나의 소양이 더욱 넓어지는 시작이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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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로 상상을 그리다
김석은 지음 / 달꽃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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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무리 스마트폰이 발전을 거듭해 카메라의 성능이 예전과 다르고 기술 또한 보편화되었다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사진작가, 즉 전문가만이 전할 수 있는 감동과 벅차오르는 감격은 향후 몇 십년이 지나도 스마트폰, 그리고 일반인이 범접할 수 없을듯한 견고한 벽이 되어버린다.

특히 김석은 작가의 각고의 노력이 담긴 사진들은 지구상에 이런 치명적인 아름다움의 천국과도 같은 곳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경이로웠고, 이렇게 장엄한 자연을 마주하며 미미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느끼기도, 외려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신비로움 앞에 살아있다는 짜릿한 희열과 태고로 돌아간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어 만감이 교차했다.

신이 저 멀리서 관조하는듯한 시선으로 신화와 같은 환상을 풀어내는듯한 장면들앞에 담담한 어조로 겪었던 고된 피로나 고충을 가감 없이 전해 꿈과 현실의 아이러니함이 융화되어 노력으로 빚어낸 결과물들이기에 더욱더 빛났다.

마냥 여행을 자유로이 할 것만 같았던 직업 이면에는 수 십 시간의 비행과 육로로 달려 열악한 숙소에서 새우잠으로 버티며 원하는 장면을 마주하기까지 인고의 시간을 참아내는 현실도 묻어나있었고, 어부도 아닌데 겨울만 되면 매일 밤 다음 날 파도 높이를 살피고 좋은 뷰를 담기 위해 종일 물에 발을 담고 촬영을 이어간다는 저자의 솔직함은 기존에 갖고 있던 사진작가라는 직업의 여유롭다는 편견을 모두 깨주었다.

또한 마치 사진과 제목으로 그 속에 담긴 감정과 깃든 사연을 소개해주는 시인과도 같았다.

여기에 전반적으로 짙게 깔려있는 저자의 겸손과 감사의 마음가짐, 그리고 성실함과 현재도 끊임없는 성장에 대한 탐구와 나아가는 자세가 돋보였고, 더불어 작가 활동을 하기 원하는 이들에게 뜻을 세워 도전하라며 언제든 도움의 손길을 주저 말라는 든든함에 후배 양성과 사진에 대한 열정이 깃들어 뭉클함까지 자아냈다.

본문에서 저자는 인간의 눈이 담아낼 수 있는 경관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언급한다.
하지만 이번 작품들은 이미 내가 기존에 두 눈으로 보아온 경관들을 뛰어넘어있었다.

카메라를 잘 다루는 것보다는, 대상과 잘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저자.

나와 다른 삶 속에서 또 다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체험하게 되어 참으로 경이로운 경험이었고, 팬데믹으로 여행은커녕 외출하기도 주저하는 이 시국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사진전을 다녀온 기분을 방불케하는 찬란한 색감과 예술성을 책으로 느낄 수 있어 황홀한 눈호강에 만족스러움이 배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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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어내고 덜 버리고 - 제로웨이스트가 건네는 변화
오한빛 지음 / 채륜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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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소비하고 어떻게 후대에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답은 짧은 삶을 살다가 사라지고 마는 우리에게 인류애를 바탕으로 범 지구적인 이타심을 요구하는 중요한 논점이 된다.

이 심오한 주제를 두고 현 인류가 대처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로 나뉜다.

소수일 테지만 무지로 인하여 아무런 인식이나 거리낌 없이 소비만을 취하며 떠나는 삶,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 등을 알고 있음에도 익숙함과 나 하나 쯤이라는 비일비재한 생각으로 무던히 살아가는 삶, 그리고 현 사태에 대한 교육으로 소비와 행동 패턴의 문제를 조금이나마 인지하여 소소한 노력을 하는 삶,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는 고통이 되리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지구를 위한 방법의 삶을 직접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삶 등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모순 중 하나는 ‘나 하나’라는 단어의 오류인데 이는 바로 나 하나쯤 쓰레기를 더 버려도 괜찮겠지라고 내재된 생각과 나 하나 노력한다고 달라질까? 두가지다.

그렇다면 과연 환경에 관한 책이라면 우리가 완벽하게 마지막 생활패턴만을 추구해야 할까?

그러나 우리가 오늘날 살아가는 삶은 즉각적으로 마지막에 언급된 사례를 실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너무나 어렵다.
배달음식을 먹기는커녕 마트에서 물건을 사기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하여 저자는 스스로 지구를 위해, 환경을 위해 본인이 아는 만큼의 최선을 다하는 사례를 언급하지만 독자에게 완벽한 삶을 역설하지는 않는다.

서문에서부터 언급하듯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 놓으면서 더 다양한 경험과 문제와 지혜들이 발전되기를 바랍니다.”라는 문구로 완벽보다는 지식, 노하우를 공유하며 우리가 함께 노력하기를 소망하는 바람만을 내비칠 뿐이었다.

또한 나의 ‘나 하나’라는 단어가 가져온 고민마저 본문에 고스란히 언급해 늘상 부딪히는 이 괴리감이야말로 서문에서 언급한 문장으로 해결해 주며 바로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진정한 핵심 키워드로 나의 해묵은 갈증을 해결해 주었다.

우리가 지구에게, 환경에게 가한 일들은 고의가 아닌 다만 몰랐었던 실수이기 때문에 무지했던 부분은 알면 알수록 고쳐나갈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평소 전혀 의식하지 못한 수많은 나비효과들을 제시된 방안들로 해결해 나가며 조금씩 생각을 바꿔 나가는 것은 어떨까?

아직은 시장에 직접 밀폐용기를 가지고 재료들을 구입하자면 눈치를 보며 용기를 내 순발력과 센스를 발휘해야만 하는 분위기이지만 환경을 위한 인식이 재고되며 개선되길 바란다.

나도 이 책을 계기로 시나브로 변화하기 위해 읽지 않은 이메일을 삭제하고, 무쇠 프라이팬 웹툰을 읽어보며 고체 샴푸나 비치코밍을 찾아 실천해 보기로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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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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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성숙함에,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었기에 그들은 얼어붙은 호수가 따스한 봄날에 시나브로 녹은 줄도 모르고 무지에 사로잡혀 위험한 발걸음을 내딛고 말았다.

또한 주변에서 악으로만 여겨 원색적인 비판마저 서슴지 않고 다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없었던 이유 역시 그들 조차도 과도기였고 성장하고 있었다는 이유였으리라.

그것이 표리부동한 것임을 인지하지 못함 역시.

그들은 시쳇말로 어려서라는 흔하디흔한 말로 포장을 하고 망각하며 또다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딜 수도 있는 시기였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과오를 받아들이지 못해 본인을 조금씩 갉아먹던 은기와 호정에게는 그 과오조차 용납할 수없이 너무나 큰 상처로 변모해 스스로를 무너뜨렸다.

무뎌짐을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하지만 은기의 표리부동했던 진실과도 같이 호정이 겪고 표현해 내는 방식 역시 그와 같아 스스로를 좀먹고 있었다.

이는 동생인 진주, 친구인 나래, 성미 등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무릇 해맑고, 무탈하며, 그늘 없이 다시금 밝아 올 내일을 받아들일 수조차 없게끔 길들여진 것이다.

저자는 미묘한 호정의 심경을 아주 조금씩, 그러나 유려한 문체로 자연스럽게 드러내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극했고 종국에는 가슴 저릿한 탄식으로 마무리하게끔 세밀하게 그려냈다.

타인과 크게 다르지 않고 모나지 않은 일상을 보내던 호정의 속내는 일상의 중압감을 겪어내고 있던 것임을, 은기에게 사소한 질문 하나하나 던지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던 이유를 아주 조금씩 은밀하게, 그러나 파괴력 있게 수면 위로 노출시킨다.

이 설득력 있고 몰입도 강한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비단 미성숙한 사춘기 아이들의 이야기만이 아닌 어른인 우리가 지켜내지 못한 과오마저 자연스레 드러내, 그들을 책임지기는커녕 상처로 잠식되어 도태시켜버린 오류 또한 자각하는 장치로 드러냈다.

섬세하고 예리함으로 손끝 감각 한 부분들 마저 자극을 느끼게 되어 진정으로 첫사랑을 마주하던 애틋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고, 일상마저 버거워져버린 고통의 이면을 마주하기도 하는 여러 감정들이 교차하며 공존하는 그야말로 과도기의 벅찬, 날것의 낯섦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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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완성 수프 도시락 - 쉽고 간편한 수프 레시피 60가지
아리가 카오루 지음, 이은정 옮김 / 푸른향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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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요리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수프 요리는 전혀 접하거나 도전해 본 적이 없었고 특히나 도시락으로 수프는 전혀 생각해 본 바가 없어서 도서를 처음 접한 후 조금은 의아한 기분마저 들었다.
평소 알던 수프는 옥수수나 감자, 크림수프였으니.😅

그러나 저자를 수프 작가라 소개하며 포문을 여는 10분 완성 수프 도시락은 무려 10년간 매일 아침 수프를 만들었다는 저자의 경력으로 따라만 한다면 맛이 보장되어 있을 것만 같은 신뢰를 주었다.

10분 만에 만들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에 경제적이기까지 하다는 매력은 덤.
여기에 채소를 듬뿍 넣어 활용해 건강까지 챙겨준다.

아침에 만들어 도시락으로 먹는다는 컨셉이기 때문에 육수를 내거나 동시에 조리하지 않고 모두 한 번에 끓이기만 하면 된다는 장점에 요린이도 쉽게 따라 할 수 있고 특히 본문의 레시피에서도 양파를 써는 방법이나 도구를 이용하기, 있으면 편리한 우수 식재료와 같은 소소한 팁들을 전해주어 누구나 바쁜 아침 시간에도 10분 만에 도시락을 완성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친절한 도서는 목차를 재료별, 계절별로 구분해 수프를 나열해 두었고 적은 재료를 사용해 낭비하거나 처치할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염려도 덜어준다.

도시락 통에 미리 따뜻한 물을 넣어두는 노하우까지 전해주는 배려는 독자로 하여금 도전의식을 불타게 한다.

독자가 점심시간을 “자신을 소중히 대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따스한 마음으로 책을 썼다는 저자.
이러한 뭉클한 멘트와 감동이 전해져 힘든 하루를 따뜻한 수프와 함께 힐링하며 견딜 용기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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