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로 상상을 그리다
김석은 지음 / 달꽃 / 202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제아무리 스마트폰이 발전을 거듭해 카메라의 성능이 예전과 다르고 기술 또한 보편화되었다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사진작가, 즉 전문가만이 전할 수 있는 감동과 벅차오르는 감격은 향후 몇 십년이 지나도 스마트폰, 그리고 일반인이 범접할 수 없을듯한 견고한 벽이 되어버린다.

특히 김석은 작가의 각고의 노력이 담긴 사진들은 지구상에 이런 치명적인 아름다움의 천국과도 같은 곳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경이로웠고, 이렇게 장엄한 자연을 마주하며 미미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느끼기도, 외려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신비로움 앞에 살아있다는 짜릿한 희열과 태고로 돌아간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어 만감이 교차했다.

신이 저 멀리서 관조하는듯한 시선으로 신화와 같은 환상을 풀어내는듯한 장면들앞에 담담한 어조로 겪었던 고된 피로나 고충을 가감 없이 전해 꿈과 현실의 아이러니함이 융화되어 노력으로 빚어낸 결과물들이기에 더욱더 빛났다.

마냥 여행을 자유로이 할 것만 같았던 직업 이면에는 수 십 시간의 비행과 육로로 달려 열악한 숙소에서 새우잠으로 버티며 원하는 장면을 마주하기까지 인고의 시간을 참아내는 현실도 묻어나있었고, 어부도 아닌데 겨울만 되면 매일 밤 다음 날 파도 높이를 살피고 좋은 뷰를 담기 위해 종일 물에 발을 담고 촬영을 이어간다는 저자의 솔직함은 기존에 갖고 있던 사진작가라는 직업의 여유롭다는 편견을 모두 깨주었다.

또한 마치 사진과 제목으로 그 속에 담긴 감정과 깃든 사연을 소개해주는 시인과도 같았다.

여기에 전반적으로 짙게 깔려있는 저자의 겸손과 감사의 마음가짐, 그리고 성실함과 현재도 끊임없는 성장에 대한 탐구와 나아가는 자세가 돋보였고, 더불어 작가 활동을 하기 원하는 이들에게 뜻을 세워 도전하라며 언제든 도움의 손길을 주저 말라는 든든함에 후배 양성과 사진에 대한 열정이 깃들어 뭉클함까지 자아냈다.

본문에서 저자는 인간의 눈이 담아낼 수 있는 경관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언급한다.
하지만 이번 작품들은 이미 내가 기존에 두 눈으로 보아온 경관들을 뛰어넘어있었다.

카메라를 잘 다루는 것보다는, 대상과 잘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저자.

나와 다른 삶 속에서 또 다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체험하게 되어 참으로 경이로운 경험이었고, 팬데믹으로 여행은커녕 외출하기도 주저하는 이 시국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사진전을 다녀온 기분을 방불케하는 찬란한 색감과 예술성을 책으로 느낄 수 있어 황홀한 눈호강에 만족스러움이 배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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