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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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 최인호가 쓴 장편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그가 두달만에 쓴 작품이다. 두달 동안 항암치료 속에서 손톱 한개와 발톱 두개가 빠져나가는 고통속에서도 직접 원고지에 만년필로 써내려간 소설이기에 작가의 집념과 의지가 더욱 살아난 작품이 아닐까. 더욱이 이 소설은 최인호 작가가 누군가의 청탁으로 이루어진 작품이 아닌 작가 스스로의 열망으로 쓴 최초의 장편소설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만한 작품이였다. 독자를 의식해서 쓴 작품이 아니라 최인호 작가 혼자만의 독자를 위해 쓴 작품이다. 암투병중에 자신에게 바치는 글이라는 생각을 하니 더욱 애틋한 소설이 아닐까. 

 

K는 어느 날 아침 자명종이 울리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일상임을 감지하고 혼란스러워한다. 나와 함께하는 아내, 딸이 내가 알고있는 아내와 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시작한다.

 

"7시 정각에 자명종이 울린 것으로부터 이 혼란은 시작되었다. 그 누구도 작동하지 않은 자명종이 스스로 울린 것이다. 그리고 K는 결혼한 지 15년의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벌거숭이 상태로 침대에서 일어났으며, 잠옷 또한 마술사의 손끝에서 순식간에 사라지는 비둘기처럼 증발해버렸다. K가 매일 아침 사용하던 스킨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그 자리에 K가 전혀 알 수 없는 천박한 상표의 스킨이 놓여 있는 것이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어머니를 때렸던 아버지를 싫어했던 반면에 K는 어머니의 존재를 걱정인형이라는 표현으로 대변했다.

 

"어머니의 죽음은 K가 가진 단 하나의 걱정인형을 잃어버린 것과 같았다. 걱정할 때 그 걱정을 대신해준 어머니. 걱정인형이 없다는 것은 K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아내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정신과를 알아보던 중에 K는 학창시절 친구였던 H를 알게된다. 그리고 정신과의사인 H에게 아내와 딸 등 주변의 사람들이 가짜로 보이는 혼란스러움을 고백한다. 의사 H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K에게 치료방법을 권한다. 

 

"가족 중에 가장 좋아했던 사람을 만나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고 정체성을 회복하는 거야."

 

K는 결국 의사 H가 권해준 방법대로 가족중에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누나는 찾기 시작한다. 지금은 누나와 이혼한 매형을 찾고 매형에게서 누나의 연락츠를 알게된다. 그리고 마침내 K는 누나를 찾았다.누나에게 가족 사진 2장을 가지고 가겠다는 말을 꺼내는 K. 사진을 통해서 자신과 가족이 사랑했던 기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갖는 K.

 

"K는 두 장의 사진을 골랐다. 한장은 K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고, 또 한 장은 덕수궁에서 어머니,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K는 두 장의 사진이 자신에게 필요한 치료제임을 알 수 있었다. K는 언젠가 H가 이야기했던 거울요법을 떠올렸다. 한쪽 팔을 잃은 환자가 잃어버린 환상의 팔로부터 계속해서 극심한 통증을 느낄 때의 유일한 치료 방법인 거울요법. 거울을 통해 환자가 느끼는 통증이 실제로 존재하는 통증이 아니라 환상사지에 대한 착각임을 인지케 하는 대증요법처럼, 두 장의 사진 역시 K의 정체성을 찾는 거울이자 특효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K는 누나가 자꾸 자신에게 "그때 일은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듣는다. 과연 누나는 왜 자신에게 자꾸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것일까. K가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자신이 친누나에게 성욕을 갖았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가족인 친누나에게 성욕을 갖을 수 있는것일까.

 

"이제 K는 알 수 있었다. 간질환자들은 발작이 시작되기 직전에 몽롱한 현기증을 느낀다. 개미들은 비가 오기 직전에 자신의 집 주변에 흙을 쌓고, 쥐들은 지진이 일어나기 직전에 떼를 지어 안전지대를 찾아 대피한다. K에게도 그런 육감이 생긴 것이다. 오관으로는 느낄 수 없는 자연의 신비한 섭리나 깊은 본질을 직감적으로 포착하는 기능인 식스센스가 생긴 것이다. 그 슈퍼센스는 '낯이 익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K에게 타인은 너라는 2인칭이었다는 문장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자신 외에는 모두 타인이라는 K의 생각은 세상과 자신을 완전히 분리해버리는 이분법이 아닐까.

 

"K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거짓말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K의 고백은 그래서 주로 자선에 것이었다. K는 남에게 온정을 베풀거나 재물을 기부하거나, 남을 위해 봉사하거나, 헌신하거나, 희생하거나 하는 일에 대해 무관심하였다. K는 남의 일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사생활을 침해하는 독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K에게 타인은 '너'라는 2인칭이었다. '너'는 '그'라는 3인칭과 일치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물질적인 자선 행위와 정신적인 자비 행위는 모두 '나'와 '너'는 다르지 않고 하나이며, '나는 곧 너'고 '너는 곧 나다'라는 등호와 같은 모순된 진리라고 K는 생각하고 있었다."

 

"K는 굶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만약 자신이 굶주린 사람이 될 경우에도 결코 남에게 도움을 받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병이 들어도 남에게 간호를 기대하지 않을 것이며, 헐벗을 때에도 남에게 동정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K의 인생철학이었다."

 

K는 자신을 따라다니는 듯 자꾸만 눈에 보이던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낯익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K는 나중에 자신과 똑같은 K라는 인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자신은 결국 K2였고 K1이 존재한다는 것을. 자신과 똑같은 K1을 바라보는 K2의 기분은 어땠을까. 세련된 회사원도 아니고 행색이 초라한 K1의 모습에서 K1조차 K1과 K2가 동일인물이라면 이렇게 다른 사람일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에서 우리는 무엇을 찾아 헤매는 것일까. 내가 누구인지, 내 가족,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그들이 맞는 것일까. 낯은 익지만 서로를 알 수 없는 진정성이 없다면 우리는 낯익은 타인일 뿐이다. 어쩌면 K2가 K1을 발견해가는 과정은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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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도서관
조란 지브코비치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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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환상 도서관>은 책에 관한 소재를 판타지로 해석하여 독특함을 선사한 작품이다. 책 <환상 도서관>에 등장하는 각각의 단편을 읽으면서 책과 인간, 인생에 대한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다. 책 <환상 도서관>은 2003년 Wolrd Fantasy Award를 수상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환상적이고 마술적인 세계를 만들어내는 작가 조란 지브코비치의 의식세계가 탁월한 작품이 아닐까.

 

<가상 도서관>에 등장하는 인상적인 대사이다. 단편 <가상 도서관>에서 우연히 스팸메일을 열어본 작가는 책에 관한 판타지를 경험한다.

 

"상식이란 훌륭하고 좋은 것이지만, 항상 거기에 의존할 수는 없다. 가끔은 경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더 유용하고 현명한 행동이다."

 

"아침 8시 26분, 백마흔세 번째 짐가방을 나른 후 나는 마침내 방 안을 꽉 해웠다. 팔천삼백다섯 권의 책으로! 정말이지 웅장한 장면이었다. 마지막 책을 끼워넣은 다음 나는 감격해서 엄숙한 침묵에 잠겼다. 이런 작은 공간에 <세계의 문학>이 가득 들어찬 모습을 본 사람이 있을까? 숨이 막힐 정도였다. 엄청난 노력이었지만 결국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두번째 <야간 도서관>에 등장하는 인생에 관한 책 이야기도 무척 흥미롭다.

 

"낮과는 책의 종류가 좀 다를뿐이지요. 저희는 오로지 인생에 관한 책만 갖고 있습니다. 꼭 한 번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굉장히 흥미롭지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진짜 인생은 만들어낸 이야기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하답니다.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의 인생이지요. 이렇게 많은 인생이 있다 해도 제각각 독특하고 하나도 같은 데가 없답니다. 아주 귀중하죠. 그래서 기록할 가치가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에 관한 책이라고 하는 것이고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처음엔 자신에 관한 책을 고르죠. 그들이 이미 그 책의 내용을 알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좀 기묘한 일이지만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책에 놀랍고 새로운 사실이 가득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사람들은 많은 일을 잊거나 지워버리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법정의 기소장처럼 건조한 사실들이 내 앞에 전부 다 적혀 있었다. 내가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종종 나 자신으로부터 숨기는 모든 비밀까지도. 갑자기 대중 앞에 모든 범죄가 공개된 상습범이 된 듯 무력하고 벌거벗은 느낌이었다."

 

세번째 <지옥 도서관>에서는 책을 통해 치유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모든 시대에는 그 나름의 지옥이 있지. 요즘은 도서관이야. 우린 사람들이 강제로 책을 읽게 만들지. 덕택에 아름다움과 유용함을 조화시킬 수 있게 됐어. 무엇보다도 제소자들이 여기 오게 된 핵심적인 결점을 없앨 수 있지. 책을 많이 읽을수록 나쁜 짓을 할 시간과 동기가 점점 더 줄어들거든. 이 친구들에게 독서가 정말로 치유의 효과를 발휘하는 거야. 그래서 우리는 이것을 벌이 아니라 치료로 생각하는거지."

 

네번째 <초소형 도서관>에서 작가의 냄새를 표현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작가의 기쁨이 커지는 매력을 표현한 글귀가 특히 돋보였다.

 

"작가들에게는 냄새가 있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수록 그 냄새가 더 강해지지."

 

"앞으로 길고 힘겨운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소설은 행간 띄기가 없는 작은 글씨로 인쇄되어 있었다. 하지만 작가라는 직업이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이다. 휴식이란 없다. 지름길도 없다. 작가로서의 삶의 일부다. 그래서 완결로 향해갈수록 기쁨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쓰고 나서 그저 책을 덮으면, 이 작품은 내 필사본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그때 가서 제목 위에 내 이름을 덧붙인들 누가 나를 비난하겠는가?"

 

다섯번째 <위대한 도서관>에서는 책 속에 등장하는 각 단편의 맛을 요리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위대한 도서관이란 위장과 매우 비슷하다. 안에 무엇을 넣느냐에 대해 엄격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위대한 도서관에 들어갈 물건은 적절한 기준을 통해 세심하게 골라야 한다. 어울리지 않는 책이 거기 들어가는 것은 잘못된 음식을 마구 먹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구역질이 나고 속이 메스꺼워질것이다."

 

책과 도서관이 등장하는 매력적인 소재를 통해서 신비로운 판타지를 표현한 작품인 책 <환상도서관>은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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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친한 친구들 스토리콜렉터 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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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너무 친한 친구들>은 베스트셀러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가 쓴 작품이여서 무척 흥미가 느껴졌다. 이 작품은 동물원에서 발견된 한 남자의 시체를 둘러싸고 범인을 찾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린 소설이다. 시체로 발견된 남자는 바로 인근 학교 교사이자 도로 확장 건설을 반대하던 환경운동가 파울리이다. 성적 문제로 그를 협박했던 학생부터 땅 문제로 다투던 전부인, 도로 확장을 추진하던 시의원들과 건설회사 대표까지 그의 죽음을 바라던 이는 너무나 많다. 파울리를 미워하던 많은 사람들중에서 누가 범인인가를 알리바이와 함께 파헤쳐나가는 서사가 상당히 흥미롭다. 게다가 여형사인 피아는 파울리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을 알아보던 중에 동물원장인 산더와 재벌가 미청년 루카스로부터 동시에 구애를 받는다. 냉철한 카리스마 수사반장 보덴슈타인과 남다른 직관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여형사 피아가 콤비가 되어 파울리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이 긴장감있게 그려졌다. 누가 과연 파울리를 죽인 범인인가는 책이 읽어나가는 동안 예측하기 힘들만큼 짜임새있는 스토리가 무척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작가는 소설 <너무 친한 친구들>을 통해서 인간의 욕망을 세심하게 드러낸다. 환경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도로공사를 추진하는 시의원, 건설회사 대표의 이해관계를 엿볼수 있다. 죽은 파울리의 전부인과 파울리의 여자친구였던 에스더라는 인물이 어떤 관계였는지를 알아가는 과정도 무척 흥미로웠다. 루카스가 친구들과 함께 컴퓨터 회사를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도 상당히 재미있다.  

 

매력적인 외모의 미청년 루카스와 여형사 피아와의 관계를 읽어나갈때면 마음이 설레였다. 루카스는 어릴적 상처로 인하여 방황을 많이했던 인물이다. 컴퓨터 천재이기도 하고 호기심이 많이 생겼던 인물이고, 수사반장 보덴슈타인이 끝까지 사건의 범인으로 의심했던 캐릭터이기도하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인물이라고 할까. 루카스라는 인물의 대사중에 마음속에 남았던 글귀는 아래와 같다.

 

"뭔가 끊임없이 원하고 머릿속에서 상상하며 마음 설레는 게 실제 그것을 갖는 것보다 훨씬 좋아요. 목표를 이루고 나면 그 모든 노력이 헛된 것임을 알게 되죠. 남는 건.... 공허 뿐이에요."

"인생에 바라는 거요. 칵테일과 비슷해요. 뭐가 들어가야 하는지, 어떤 맛이 나야 하는지도 알아요. 그래서 그 맛을 기대하고 막상 마셔보면 맹물 맛인 거에요. 아무 맛도 없는 김빠진 맛요. 그런 적이 많았어요."

 

파울리에 이어서 요나스까지 살해당하자 소설은 더욱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과연 어떤 인물이 살인사건의 범인인지,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추리해가는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소설 속 다양한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인간의 욕망을 세심하고 흥미롭게 펼쳐낸 내용이 재미있는 작품이다. 여형사 피아가 동물원장 산더와 재벌가 미청년 루카스 사이에서 마음의 혼란을 겪었던 부분도 세심하게 그려진다. 책 <너무 친한 친구들>은 살인사건을 둘러싼 인간들의 오욕과 그 추리과정을 실랄하게 느낄 수 있는 소설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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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 - 중국 낙관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31가지 근거
데이빗 매리어트 & 칼 라크루와 지음, 김승완.황미영 옮김 / 평사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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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 경제발전을 다루는 서적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물론 중국이 세계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중국의 어둡지만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들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20여년간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피부로 느낀 생생한 현실을 되짚어 쓴 글이다. 책에서는 중국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글이 아닌 저자가 본 중국의 올바른 현실을 보여준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중국의 31가지의 문제점을 통해서 역사와 전통, 이념, 부패, 무지 등이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중국사회는 블로그가 제공하는 가능성을 무시하며 새로운 매체로 인해 사회가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아두고 있다. 그리고 중국에는 대규모의 '사이버 공안', 즉 사람들이 인터넷상에서 무엇을 하는지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정부의 스파이 부대가 있다.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내용을 찾아 읽는 사용자는 곧 접속을 차단 당한다.

 

"언론인, 블로거, 사이버 반체제 인사들에게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감옥이다. '사회 전복'을 괴했다거나 '국가 기밀을 누설'했다는 죄목으로 장기형을 언도받고 가혹한 환경에 구금되어 있는 사람이 100여명에 이른다. 언론인이 강제 노역에 처해지는 경우도 흔하다. 지방 당국은 부패와 족벌주의를 비판하는 기사 때문에 평판이 떨어질까 두려워 계속해서 언론인들을 체포하고 있다."

  

3장에서는 중국의 인권 후진국을 만드는 제도와 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저자는 중국의 자살인구가 높아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특히 젊은이와 여성의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성공을 향한 무거운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으며 바로 여기에 수직으로 상승하는 자살률의 원인이 숨어있다. 경제 성장을 향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달려가는 동안 중국인은 어디선가 자아정체성을 잃어버렸다. 고대 중국인의 영혼에 존재했던 '조화'라는 덕목은 개인의 부를 향한 열망, 부유한 중국의 미래에 대한 욕망, 중국을 중심에 둔 새로운 세계를 건설할 욕망으로 대체되어 버린 것이다.

 

"중국에서는 가족이 서로를 밀고했던 문화대혁명의 공포와 한 자녀갖기 정책의 결과로 확대가족이 해체되면서 오래된 사회 구조로서의 전통적 가족이 사라진 상태이다. 가족의 해체로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할 길을 잃게 되었다. 혹여 그렇지 않다 해도 개인주의를 이기주의와 동일시하는 문화적 풍토 속에서 자신의 정신 건강 문제를 이야기하는 일 자체가 백안시되는 실정이다."

 

책을 읽는 동안 중국에서 매매되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중국에서 아이들이 매매되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가난이요, 둘째는 관습이다. 가난 때문에 농촌 부모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남겨진 아이들은 그들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려는 조직들에 너무 쉽게 노출된다. 이 조직들은 아이들을 앵벌이, 소매치기, 성노예로 일하게 하거나 아이를 원하는 부부에게 팔기도 한다. 관습도 어린이들에게는 덫이다. 왜냐하면 중국에는 관습적으로 결혼한 부부라면 아이가, 특히나 남아가 있어야 한다는 전통이 있기 때문에 자식을 가질 수 없거나 여아만 있는 부모들은 돈을 주고라도 남아를 사고 싶어한다."


 

짝퉁 천국, 범죄 지옥이라는 4장의 내용은 평소 중국에 대해서 사람들이 가장 좋지 않게 인식하고 있는 단락이 아닐까. 중국에서 일어난 가짜 분유 파동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중국의 가짜 및 저질 식품, 그리고 먹을 수 없는 화학물질로 만든 음식물 리스트가 얼마나 많은가. 특히 먹는 것까지도 짝퉁을 만드는 중국은 정말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로 수출되는 중국의 가짜 의약품들도 위험이 심각하다. 전 세계 유행병인 조류독감 치료제를 가짜로 만들어 팔고 가짜 피임약을 만들어 결국 낙태나 원치 않는 임신을 유발시키고 가짜 에이즈 치료제를 만들어 에이즈에 신음하는 이들을 더욱 끔찍한 고통 속에 몰아 넣는 중국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중국은 가짜 천국이다. 빵부터 시작해서 마을 하나까지, 실로 놀랄만큼 다채로운 품목의 제품들이 모방되고 위조된다. 2010년 초 중국 정부는 2009년 1월부터 11월 사이 모조품 및 규격미달 제품 적발 사례가 20만 건이 넘는다고 발표했다."

 

"중국에는 아직까지 세계적인 브랜드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기업들은 여럿 있지만 세계시장에서 알아줄 만한 브랜드를 가진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적 브랜드는 양적 성장의 결과로 형성될 수 없다. 과감한 혁신과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우수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노력만이 세계적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길이다. 중국은 과연 부패와 뇌물에 기댄 정부 지원, 인맥에 근거한 기업경영의 관행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그래서 짝퉁과 싸구려 제품이라는 오명을 뛰어 넘어 언젠가는 중국산 명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종이와 화약을 발명하고 세계 최고의 도자기와 비단을 수출하던 고대 중국의 우월함을 다시 확인할 수 있을까?"

 

저자는 중국에서 화약,나침반,인쇄술,제지술이라는 4대 발명이 등장한 이래 긴 세월동안 다른 문명에서는 수천가지가 넘는 발명품이 쏟아져 나왔음을 이야기한다. 한때 화려하게 꽃을 피웠던 중국의 찬란한 재능과 열정은 망각의 강 너머로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인쇄술을 이용하여 수백만권의 책을 제작했고 그로인한 지혜의 등장은 경제 분야에서 일어난 가장 혁명적인 사건이였다. 나침반의 등장으로 중국은 해양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화약의 발명으로 중국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폭죽놀이를 할 수 있게 되었으며 기마전과 단병접전 위주이던 전쟁의 양상에서 혁명을 일으켰다. 하지만 1949년 공산당이 정권을 장악한 이후 창조적이며 혁신적인 사고는 중국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추었다. 중국인 모두가 공산당의 지령을 따르는데 급급한 나머지 학교는 사회 각 부문의 지도자를 키워내는 곳이 아니라 오로지 국가에 충성하는 사람을 키워내는 양성소가 되었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 중국은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던 창조적인 인재들을 길러내 과학 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이뤄내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만 한다.

 

중국은 값싼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을 맞고 있다. 놀라운 경제 성장의 근간으로 간주되는 저렴한 노동력의 공급이 지금까지는 풍족했지만 이제 곧 그 증가세가 멈추고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다.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진짜 문제는 가난한 인민들에게 정당하고 공장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데 있다.

 

책에서 저자는 마지막으로 던지로 싶은 질문으로 "어떠한 자연적 요소가 중국이 품고 있는 진실의 방향을 바꿀 것인가?"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중국을 움직이고 변화시킬 유일한 에너지로서 청년세대에 걸었던 희망의 싹이 움트지 않고 있다는 것. 그들이 의식하지 못한 채 중국 사회 내부의 갈등과 반란의 기운이 자라나고 있다는 것. 그러한 기운이 그저 소수 급진파나 불평분자의 상투적인 문제제기가 아니라는 것. 중국을 세계 대국으로 이끌고 있는 급속한 경제성장이 오히려 그러한 기운을 촉발하는 제1의 요소라는 것이다. 저자가 책을 쓴 이유도  중국이 진정한 대국이 되서 세계를 리드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깔려있다.

 

중국이 현실적인 비판을 겸허이 받아들이고 자국의 발전을 위해서 거름을 뿌려야 할 때가 아닐까. 책 <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수 없는가>는 중국이라는 나라에게 내리는 저주가 아닌 중국을 사랑하는 사람이 진정 할 수 있는 애정을 담은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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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날개, 윙스 윙스 시리즈 1
에이프릴린 파이크 지음, 김지윤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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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윙스> 영화로 제작

 

에이프릴린 파이크의 소설 <윙스>는 디즈니사에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영화제작에 들어간 작품이다. 주인공 로렐 역으로는 <한나 몬타나>의 주연을 맡았던, 세계 10대들의 우상 마일리 사이러스가 캐스팅되었다. 또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 <트와일라잇>의 제작진이 메가폰을 잡았다. 판타지적 요소와 더불어서 자신이 요정임을 알게되는 소녀 로렐이 겪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된다.


 

2. <윙스> 시리즈의 첫번째 소설

 

소설 <윙스>는 총 4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는 동명의 <윙스>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다. 윙스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평범한 소녀로서 살아온 여주인공 로렐이 서서히 자신의 숨겨진 과거를 깨닫게 되고 새로운 정체성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3. 요정이라는 소재

 

홈스쿨을 통해서 집에서 공부를 해왔던 소녀 로렐은 어느날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다. 학교에서 데이빗이라는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그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등에 꽃잎으로 된 날개가 생겨난 것을 발견한다. 요정이라는 판타지적 소재를 통해서 소녀 로렐이 현실세계에서 겪게되는 경험을 이야기하는 내용이 재미와 함께 성장소설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또한 요정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봄의 요정, 여름의 요정, 가을의 요정, 겨울의 요정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가을의 요정인 로렐, 봄의 요정인 타마니의 특징을 나타내는 세세한 이야기가 신비롭다.

 

"손으로 어깨너머를 더듬던 로렐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다른 손까지 동원해서 손에 잡히는 것을 재차 확인하고는 비명을 질렀다. 혹이 없어졌다. 대신 그 자리에 다른 게 생겼다. 길쭉하고 차가운 게 있었다. 게다가 혹보다 훨씬 컸다. 로렐은 다른 여자애들처럼 방에 거울을 두지 않은 자신이 원망스러워졌다. 목을 쭉 빼고 어깨너머를 보려 애썼지만, 흰 것의 둥그스름한 가장자리만 보일 뿐이었다. 
몸을 돌릴 필요도 없이 새로 생긴 게 보였다. 푸른빛이 도는 흰색의 긴 형체들이 양어깨 위로 솟아 있었다. 로렐은 넋을 잃고, 옅은 빛깔의 형체들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지독히 아름다웠다. 로렐은 어깨에 난 것을 자세히 보려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혹이 있던 자리에는 꽃잎과 같이 생긴 조각들이 등에 부드러운 마름모꼴을 이룬 채로 돋아 있었다. 30센티는 넘을 가장 큰 꽃잎들은 각 어깨에서 시작되어 허리까지 늘어져 있엇고 피부와 연결된 곳에는 작은 초록색 잎까지 몇 개 나 있었다. 꽃잎은 모두 중심부가 군청색이었고, 중간부터 부드러운 하늘색으로 옅어져 끝은 흰색이었다. 가장자리가 나풀나풀한 것이, 엄마가 부엌에서 힘들게 키우시는 아프리칸 바이올렛 꽃을 떠올리게 해 오싹했다. 부드러운 꽃잎 모양의 조각은 스무 쪽은 족히 되어 보였다. 그 이상일 수도 있고. 로렐은 머리 위로 보이는 꽃잎들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다시 정면으로 거울 앞에 섰다. 머리 위로 보이는 꽃잎들은 마치…… 날개 같았다.
 "


 

인간인 데이빗과 요정인 타마니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도 책을 읽으면서 점점 궁금해졌다.

로렐의 부모님의 땅을 빼앗으려는 트롤족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그들은 대칭이 맞지 않아. 대칭은 요정들에게도 특별한 점이야. 인간은 거의 균형이 맞아. 동물들이 불균형적인 세포를 갖고도 대칭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눈 두개, 팔 두 개, 다리 두 개. 길이와 비율이 거의 똑같지. 사실 따지고 보면 대단한 일이야. 아주 오래전 요정들은 트롤을 받아주려 했지. 하지만 진화가 포기한 것은 죽음 역시 피할 수 없는 법이지. 또 육체만 그런 게 아니야. 아둔할수록 진화가 더 나쁘게 이루어진 거라 균형이 더 안 맞거든. 안타깝게도 그들은 실패만큼이나 성공도 거두거든. 반스 같이 인간 세계에 파고들 수 있는 트롤들이 그 경우야. 일부는 인간들을 어느 정도 조종까지 할 수 있지.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어. 트롤인지 확인할 방법은 딱 하나, 그들의 힘을 관찰하거나 그들이 피나는 고깃덩이를 먹는 장면을 보는 것뿐이야."

 

3살때 입양된 로렐, 자신이 친부모가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자신이 인간이 아닌 요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혼란에 휩싸인다. 가족, 사랑, 우정 등 성장기에 한 소녀가 겪는 다양한 이야기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심리의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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