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에서 훔치고 싶은 책은 한 두개가 아니다. 몇 백권에 다다른다. 책에 싸여 그 속에서 책을 읽는 행복한 상상은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할 것이다. 언젠가 읽고 싶은 책을 모두 읽을 수 있을까? 책은 많고 생은 짧다. 그동안이라도 열심히 읽어야겠다. ^^ 내가 만든 문학동네에서 훔치고 싶은 책은 이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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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 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13,500원 → 12,150원(10%할인) / 마일리지 6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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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아직 보지 못한 책..^^ 영화로도 보지 못해 궁금증이 더 커지고 있다.
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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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아자르의 유명한 책. 이것도 읽지 못해 부끄러울 따름이다.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스티븐 갤러웨이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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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예보의 총성을 유명한 일화다. 그곳에서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는 무엇을 했을까?
고모라
로베르토 사비아노 지음, 박중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2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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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모라.. 인간의 탐욕이 어디까지인지..
작가가 살해협박까지 받았다고 하는데 꼭 읽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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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과의 악수 - 문예시선
정묵훈 지음 / 21문예정신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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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학창 시절 시를 분해하여 작가의 의도나 사상적 배경을 알아보도록 ‘훈련’을 받았지만 그건 의도된 훈련이었다. 다 자라서 읽는 시는 가슴으로 느꼈지만 시의 주제나 작가가 배치해 놓은 함축적인 어휘의 뜻을 혼자서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불편과의 악수>가 눈에 띈 건 그 붉은 색 표지 때문만은 아니었다. 미술과 음악 등 문화 교양지나 전문지에 다양한 글을 기고 한 작가의 이력 때문도 아니었다. 나를 사로잡은 건 제목이었다. <불편과의 악수> 라는 제목이 이유 없이 내 눈을 이끌었다.   

(처음 시집을 펴자 몇 개의 미술 작품이 실려 있었다. 그림과 이어진 시라 제일 먼저 눈이 갔고 7부로 나뉜 시들의 제목도 심상치 않았다.  )

시는 역시나 어려웠다. 형식을 파괴하는 시의 나열이 그러했고 읽으면 읽을수록 시의 어두운 그림자가 내게 드리워지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시가 내 자신의 상처와 마주보게 했기 때문이었다. 칼날 같은 언어에 베이면서도 끝까지 책을 잡고 화자와 나의 공통점을 찾아보려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 어딘가 있을 희망의 한 조각을 찾으려 하려 했을지도. 

참, 아픈 사람들   

부유한 사람들은 가난을 가장하지 못한다. 또 상처 받은 사람들만이 자신이 갖고 있는 상처에 대해 잘 쓰는 법이다. 작가는 ‘가난한 식탁’ 에서는 지리멸렬한 가난에 대해 노래하고 ‘피에 취한 말의 산책’ 과 ‘헐크’ 에서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에 희생당하는 가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시엔 체념도 맞서 싸울 용기도 매한가지라 가슴을 아프게 하면서도 어딘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호소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남편은 그녀가 건네준 것이 보름달이었다고/ 입 안 가득 베어 물고 있는 건 아내의 달이었다고/ 혀를 보드랍고도 따뜻하게 감싸는/ 달물/ 뚝,/ 뚝,//-

석 달째 일을 못하고 있는 남편, 집 나간 아들, 팔 개월째 밀린 집세. 지긋지긋한 일상이겠지만 아내가 남편에게 쥐어 준 설렁탕 한 사발은 그 현실 속에서 피어난 따뜻한 온기인 것이다.

시는 옷장에 넣어 둔 옷들의 화려했던 옛 외출을 되뇌고 있고, 4인용 식탁엔 사람 대신 온기 없는 꽃병만 놓여 있지만 스스로 고독을 빛나게 하는 법을 노래한다. 또 스스로 구원하고 이제라도 <자기와의 포옹>처럼 수신해보라고도 한다.

불편한 현실과 삶의 무게를 짓누르는 권태를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미디어가 발달 하면서 기계를 통한 거리는 가까워 졌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는 이렇게 먼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우선은 나와 나 자신과의 불편한 동거를 허락해야 할 것 같다. 나 자신을 인정하고 아껴야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때때로 화해의 손길을 청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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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가 떴다
김이은 지음 / 민음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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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이 다르다’는 말은 이 책에서 써야 하는 말이 아닐까? 처음엔 따뜻한 색깔의 표지만 눈에 들어왔다. 책 내용만큼이나 예쁜 표지를 욕심내는 나에게 『코끼리가 떴다』의 표지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동화적인 색감에 귀여운 코끼리가 도시 위를 둥둥 떠다니는 그림.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표지와는 전혀 다른 메마른 문체와 난해한 글에 난 책을 덮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난 원래 단편 소설을 읽을 때 순서대로 읽지 않는다. 넘겨보다가 눈이 멎는 곳부터 읽어 나간다. 이 책에선 우선 표제작인 ‘코끼리가 떴다’부터 읽었다. 몇 년 전 일어났던 코끼리 집단 탈출 사건을 연상케 하는 이 소설은 동물원과 같이 창살에 갇힌 도시를 그리고 있다. 원래 왔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 곳이 어딘지 모르겠다는 코끼리의 말이 어딘가 와 닿았다. 답답한 도시에서 어딘가로 떠나 정신적인 안정을 이루고자 하는 소망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과 코끼리의 공통점이라고나 할까.

작가는 소설에서 지극히 현실 적인 부분과 환상적인 부분을 넘나든다. 가령 ‘잃어버린 몸을 찾아서’ 에서는 작년에 일어난 광화문 촛불운동을 담고 있고 ‘지진의 시대’ 에서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이 나온다. 또 ‘이건 사랑 노래가 아니야’ 에서는 숭례문 화재사건이 나오는데 시대 배경이 제각각이지만 뭔가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주인공들이 모두 소외되거나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외계인, 달리다’ 의 여자 주인공은 항상 가면을 쓰고 있다. 자신은 쓴 기억이 없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녀의 본 모습이 아닌 가면을 쓴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 가면은 세상과 여자 자신을 격리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쇼맨’ 은 유흥가에서 화려하게 살았지만 이젠 빠져 나올 수 없이 탑에 갇힌 남자를 다루고 있고 ‘잃어버린 몸을 찾아서’ 에선 유부남과 살림을 차리고도 또 아이를 가진 사람과 바람이 나는 여자에 대해 얘기 하고 있다. 가끔 주인공들이 답답해 소리를 지르고 싶기도 했었는데 그들에게 희망을 발견 할 수 없는 편이 많아 더 그랬던 것 같다.

환상적인 부분은 2년 동안 아기가 뱃속에 들어 있었다는 것과 몸이 주머니에 들어 갈 정도로 작아진 이야기, 다른 사람들을 치유 할수록 가슴이 커지는 빈의 이야기 등이 있었다. 가끔 등장하는 장치가 이해할 수 없어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했던 이야기도 있었다. 정말 쉽지 않은 책이었다. 하지만 답답하고 끔찍한 현실에 질려 책을 놨다가도 다음 순간 책을 집어 들게 하고 마는 마력을 지닌 책이기도 했다.

또 책에 실려 있는 기괴한 사진들과 건조한 문체가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너무 가깝게 다가선 탓일까? 책을 읽으며 책이 주는 정신적 폭력에 신음한 기억은 오래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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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지키기 위한 한 여인의 투쟁
브루스 바콧 지음, 이진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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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서 인간이 만들어 낸 재앙은 이제 수위가 너무 올라 더 이상의 것이 있을까 싶지만 아직 진행 중인 일이다. 몇 십 년 전 만해도 당연하게 벌였던 일들이 돌아와 우리 뿐 아니라 후대들의 삶도 위협하고 있다. 또 지구의 생명체 중 많은 것들이 자연도태가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도태로 사라지고 있는데 일 년에도 몇 번씩 이 생물들은 종의 생(生)이냐 멸(滅)이냐를 오가고 있다. 이들에게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멸종에 가까운 생물들을 보호하는 노력이 있어왔지만 몇몇 사람들의 욕심이 이 생물들을 사지에 몰아넣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몇 년 전 한 작은 나라에서 불거진, 주홍 마코앵무새을 살리기 위한 한 여인의 노력이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인구 30만 명의 작은 나라 벨리즈. 수세기 전엔 100만 명이 넘는 마야인들이 살던 나라였지만 많은 풍랑을 거쳐 지금의 벨리즈가 됐다. 자원이 많지 않은 나라라 관광업이 산업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벨리즈엔 많은 외국인들이 찾아온다. 관광객 뿐 아니라 벨리즈에 터전을 잡고 제2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늘어갔는데 책의 주인공 샤론 마톨라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샤론 마톨라가 벨리즈로 들어온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몰랐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과 야생을 사랑했던 샤론은 벨리즈의 야생을 동경했다. 치과 의사와 결혼하고 대학공부를 하며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완벽한 생태의 보고’ 라는 벨리즈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런 샤론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단연 주홍 마코앵무새였다.
주홍 마코앵무새는 멸종위기 동물 중 하나이다. 화려한 색과 좋은 머리,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친화적인 성격의 이 새는 지난 500년 간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주홍 마코 앵무새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새들의 요람인 숲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인데, 숲을 돈이나 정복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는 인간들의 소행이었다.

벨리즈에서 작은 동물원을 운영하면서 벨리즈의 숲을 누비고 여러 동물들을 연구하던 샤론에게 어떤 소식이 전해졌다. 마칼 강 유역에 댐이 건설 된다는 것이다. 작은 댐이지만 그 댐에서 물을 방류하면 강의 계곡에 살고 있는 재규어나 주홍 마코앵무새, 맥 등이 휩쓸려 죽을 위기에 처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때부터 샤론과 벨리즈 정부의 싸움이 시작된다. 무려 6년간을 끌고 결국 재판까지 가게 된 이 일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샤론 마톨라는 벨리즈의 국민이 아니다. 그들과는 달리 하얀 피부와 금발머리를 가졌다. 샤론이 벨리즈에 들어온 건 벨리즈와 벨리즈의 동물들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싸움이 길어질수록 벨리즈 정부의 샤론에 대한 압박은 높아져 갔다. 정부는 처음에 쓰레기 매립지를 동물원 바로 옆에 신설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압박은 샤론이 외국인이라는 공격이었다. 벨리즈는 오랜 시간 동안 영국의 식민지로 있었던 나라였다. 그들의 자존심은 상처 받았고 그들의 경제적, 사법적, 군사적 독립에 대한 갈망은 절실했다. 벨리즈 정부는 이 점을 이용해 벨리즈의 사정을 모르는 외국인이 벨리즈가 전기 시설을 자신의 나라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 낼 기회를 막고 있다고 비방했다.

나는 읽으면서 당연히 이 소송이 승리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실화이다. 실제 세상엔 우리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고 우리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할 때 어떤 식으로 밀어 붙이는 지 우리는 잘 모르고 있었다. 그 일들이 너무나 비밀리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나쁜 점은 이런 문제들이 아직 우리 주위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지리산 댐건설 문제로 많은 이들이 분개하고 있다. 실제 지리산 댐이 들어설 예정지인 칠선계곡과 용유담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지난해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 아홉 군데 가운데 으뜸으로 꼽은 곳이기도 하다고 한다. 건설로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말 중에 진실이 얼마나 있건 없건 이미 파괴된 생태계가 복원 되려면 벌어들인 몇 배의 돈을 누군가 부담 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들이 깨닫길 바란다. 더불어 그들의 행위가 지구의 생물들을 더 좁은 곳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사실도. 세계에는 이미 그 예가 넘칠 정도로 많지 않은가.

차릴로 댐은 마칼 강의 수질을 급격히 악화시켰고 수세기 동안 있었던 강 하류의 아름다운 백사장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 싸움에서 이긴 자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직 샤론은 벨리즈에서 동물원을 운영하고 살고 있다. 어려운 싸움에 맞서 싸운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 우리가 우리의 것을 지키기 위해 항상 눈을 뜨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날치기와 같은 행위로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잃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마칼 강의 차릴로 댐  출처 :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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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 - 魔人, 판타스틱 클래식 01
김내성 지음 / 페이퍼하우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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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추리소설은 이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스릴러, 추리소설 하면 영·미권 소설이나 일본 소설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랬다. 우리나라 장르문학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쁘게 말해 큰 관심이 없었다. 이번에 한국 최초의 본격 장편 추리소설이라는 『마인』을 접할 기회가 있어 읽게 되었는데 처음엔 책 두께에 놀랐고 두 번째엔 재미에 놀랐다. 김내성의 『마인』은 1930년대의 우리나라 문학을 지식인들의 고뇌와 가족사, 도시문명의 병폐 등으로 한정 짓고 있던 나의 무지에 부끄러움을 안겨주었다.  



한국 최초의 추리소설가 김내성(위)과 대표작 ‘마인(魔人·1939년 출간)’의 19판 표지 (출처 서울신문 2009-03-13일자)  

 김내성은 누구인가? 김내성은 일본 유학시절부터 잡지에 추리소설을 연재해 상을 받을 만큼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던 사람이었다. 고국으로 돌아와 조선일보에 『마인』을 연재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우리나라 문단에서 추리소설 작가로 독보적인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을 찬찬히 보자니 눈에 띄는 작품이 하나 있었다. 바로 『쌍 무지개 뜨는 언덕』이다. 어렸을 때 굉장히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었는데 같은 작가의 책이라니 깜짝 놀랐다. 거기다 『쌍 무지개 뜨는 언덕』은 추리소설과는 내용이 먼 책이다. 같은 작가의 다른 장르의 소설이라니 흥미로운 부분이다.

 천구백삼십X년, 사월 십오일 세계적 무용가인 공작부인 주은몽이 결혼을 앞두고 저택에서 성대하게 생일 파티를 열고 있었다. 그곳에서 은몽은 주홍빛 광대 옷을 입은 어릿광대에게 습격당해 칼에 찔리는 부상을 입지만 그 광대는 연기처럼 사라지고 만다. 이상한 일은 결혼식에서도 일어나고 신출귀몰한 광대는 또 다시 사라지고 마는데...
 그 뒤 광대의 정체가 은몽이 어렸을 때 할머니와 방문한 금강산 백도사의 애기 중 해월이라는 게 밝혀진다. 철없던 시절에 정을 나누던 일을 못 잊은 해월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려는 은몽에게 복수를 하려는 것이었다. 해월의 복수로 남편 백영호를 잃고 자신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한명한명 잃으면서 은몽은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사건을 풀기 위해 명탐정 유불란과 미남 변호사 오상억이 등장하면서 사건은 점차 해결 되는 듯했지만 희생자만 더 늘어갈 뿐이었다. 해월은 어떤 자인가? 사흘 안에 해월을 잡겠다는 유불란의 약속은 지켜질까?

 이야기는 은몽, 유불란, 오상억의 삼각관계와 미스터리 요소를 적절히 배치해 풀어간다. 인간의 탐욕과 복수, 애정이 주요 요소인데 탄탄한 스토리와 극적인 반전이 이 소설이 나온 지 70년이 흘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도록 뛰어나다. 1930년대 당시 경성의 거리와 과학수사가 도입되기 전 발로 뛰는 수사과정이 잘 묘사되어 있어 독자들에게 그 당시의 모습을 상상하는 즐거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인물은 탐정 유불란이다. 아르센 뤼팽을 만들어 낸 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이름을 따 만든 이름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뤼팽처럼 변장에 능한 것으로 나온다. 또 그 능력으로 이중생활을 즐기면서 여러 정보를 모으는 것으로 보인다. 재밌는 점은 여느 탐정과는 다르게 사랑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특히 탐정은 절대로 사건 중의 이성과 연애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수칙을 따라야 한다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은몽에게 끌리는 자신에 대해 고민 할 때는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오상억에게 질투를 하면서 은몽을 끝까지 지키려하는 모습은 남자 중의 남자요, 큰 키에 사건을 해결하는 비상한 머리까지 갖추다니 요즘 말로 하면 엄친아가 아닐까? 하지만 너무 자주 나오는 애정 씬은 극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는데, 뒤에 정혜영 대구대 교수가 쓴 해설을 보니 그 당시 조선이 <장한몽>같은 신파극이 휩쓸고 있었고, 이 이야기와 인물의 차용이 조선 사람들로 하여금 탐정소설에 더 쉽게 다가서기 위한 장치임을 추정하는 글이 나온다. 순수문학이 꽃 피우던 시절, 정통탐정물을 쓸 능력이 있는 작가가 작가로서의 고민 끝에 추리소설에 신파적 요소와 친절한 설명을 어쩔 수 없이 넣었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또 읽으면서 식민지 현실 같지 않게 일본 사람이 한 명도 나오지 않는 다는 점과 너무나 화려한 등장인물들의 생활이 이상하게 생각됐지만 1930년대는 문학이나 언론에 대해 검열이 심했던 시기였다. 글 하나가 신문사를 문 닫게 할 정도로 감시가 심했으니 섣불리 다른 이야기를 쓸 수 없었다는 것이 이해가 됐다. 작가가 역사성을 배제한 판타지적인 1930년대의 경성을 창조해 냈지만 그리도 곳곳에 시대를 반영한 요소들이 있어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난 우리나라 추리소설의 계보를 몰랐을 것이다. 다른 작품 『쌍 무지개 뜨는 언덕』을 보았지만 김내성이라는 작가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인』을 봄으로써 조선 말기 우리에게도 추리소설을 쓴 작가가 있었음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올해는 김내성 작가의 탄생 백주년이자『마인』이 나온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크게 기념을 할 수 없어 안타깝지만 늦지 않게 김내성이라는 광산에서 마인이라는 금을 캐준 판타스틱 편집부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많은 금을 캐주시길. 그리고 김내성 걸작 단편선이 나온다고 알고 있는데 ‘태풍’이 속해있는지 궁금하다. 탐정 유불란이 나오는 첩보소설이라니 보고 싶은 마음이 불끈불끈 솟는다.

덧) 책을 읽다 보면 생소한 문어체의 말투가 나온다. 일러두기를 보니 원문의 어감과 어투를 살리기 위해 가능하면 수정하지 않았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예를 들어 “이 품은 나의 피난처, 피난처!” 라든가 “유 선생님의 말씀은 정신병자!” 같은 말이다. 생소함도 잠시. 어느 샌가 따라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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