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일기 - 아프리카의 북서쪽 끝, 카나리아에서 펼쳐지는 달콤한 신혼 생활
싼마오 지음, 이지영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허수아비 일기>의 저자 싼마오를 알게 된 것은 <흐느끼는 낙타>를 통해서였다.

마치 소설처럼 펼쳐지는 그녀의 삶은 통통 튀는 발랄한 감성과 버무려진 우수어린 분위기가 묘한 여운을 줬던 느낌은 매우 특별했다.

싼마오를 한번이라도 만나본 독자라면 이번에 출간된 <허수아비 일기>를 선택하는 데 아무런 주저함이 없었을 것이다. 아니, 너무도 기쁘게 환영했을 것이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바로 그러했으니까.

<허수아비 일기>에서 '허수아비'는 바로 싼마오 자신을 말한다.

표지속 새와 나무와 풀과 어우러져 있는 허수아비의 몸짓은 금방이라도 경쾌한 리듬을 탈 것처럼 두 다리가 엉켜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싼마오는 세상의 잣대로는 아무런 실속도 없이 미래계획도 없이, 하루하루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낸느 허수아비같지만, 그를 비웃고 저 멀리 날아가버리는 참새를 그저 한결같은 미소로 배웅한 채 황금빛 들판을 지키며 자연과 동화되는 그 모습은 바로 싼마오의 가치를 말해주고 있다.

 

<허수아비 일기>에는 1부에서 '타이완에서 사하라까지'라는 소제목으로 싼마오의 성장기, 파란만장 유학기, 그리고 일곱 살 연하 스페인 남자의 호세와의 결혼으로 맺어진 시댁과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싼마오의 글은 뭐랄까, 매우 독특해서 직접 만나야만 그 맛을 제대로 알 수가 있다. 미리, 한마디 언급하자면 지금 당신의 시선이 그녀 글의 첫문장과 만났다면 당신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결코 책을 놓지 못한다는 사실을 주지하라는 것 뿐이다.

1부에서 호세를 만나기 이전의 부모슬하의 귀여운 싼마오, 유학시절의 당찬 싼마오, 시어머니와의 관계를 풀어가는 사랑스런 싼마오를 보면서 우리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된다. 사실 싼마오는 이때껏 내가 만나온 사람들 중에서는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유형의 인간이다. 단순히 멋지다, 신선하다는 표현만으로는 그녀를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2부에서는 호세와 잠깐 살았던 사하라가 전쟁으로 분할되자 사막 맞은편에 위치한 대서양의 작은 섬, 카나리아 제도로 이사하여 정착하면서 그 곳에서의 신혼생활을 그려놓았다.  창을 열면 바로 앞에 바다를 펼쳐지는 곳에서 자유롭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싼마오와 호세부부의 모습은 읽는 내내 입가에 따뜻한 미소가 번지게 한다.

스페인령이지만 아프리카의 북서쪽에 위치한 카나리아 제도는 <흐느끼는 낙타>에서도 잠깐 언급된다.

그림같은 풍광과 동화속에나 나올 법한 인정많고 개성강하면서도 아름다운 그 곳 사람들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향기는 오랫 동안 뇌리에 박혀 있어 내게는 지상낙원처럼 떠올리는 곳 중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인생을 대하는 싼마오의 방식인 유쾌하고 단순하고 따뜻하고 씩씩한 자세는 비록 30 여년이나 흘렀지만 오늘의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해주는 힘을 지녔다.

책을 읽다가 문득 호세의 표현대로  '머릿속에 야생마가 뛰어다니는 듯한' 싼마오가 내 이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더라도 그녀만은 분명코 그 안에서 보석같은 기쁨과 재미를 발견해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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