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살해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9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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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출간된 범죄소설을 읽다 보면 지금의 경찰은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가 아닐까 싶다.

온 사방에 CCTV 가 없는 곳이 없어 웬만한 건 다 걸리고 실내에서 벌어진 일들은 과학 수사 즉 DNA라든지 혹은 미세 증거 하나만으로도 용의자를 특정 지을 수 있다.

이에 반해 이런 기술이 없었던 시대에는 모든 걸 발품을 팔고 사람을 만나고 또 만나서 증언을 듣고 피해자와의 관련성을 따져 증언의 허점을 파고들어야 했던 만큼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었다.

물론 예전에 비해 범죄의 양상이 좀 더 교묘해지고 치밀해진 부분도 있지만 큰 관점에서 볼 때 범죄의 이유나 목적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 만큼 요즘의 온갖 화려한 장치와 범죄의 수법이 난무하는 범죄소설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예전에 나온 작품들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 투박함 속에서도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날카로움... 그게 바로 고전의 매력이 아닐까

마르틴 베커 시리즈 9번째 책에서는 첫 번째 시리즈에서 살인범으로 나왔던 남자가 또 다른 사건에 용의자로 등장한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이혼 후 혼자 살았던 여자가 깜쪽같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가출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경찰에서 이 실종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녀의 이웃집에는 한 여자를 살해한 죄로 복역을 했던 남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분명하게 보이는 사건의 형태였기에 윗선에선 제대로 수사하기는커녕 그저 얼른 그를 검거해서 넘기고 그 공을 자신의 승진의 발판으로 삼고 싶어 안달이 났다.

언론에서조차 그를 범인으로 단정 짓고 이에 대한 기사를 싣기에 바쁘다.

게다가 그녀가 사라지던 날 그와 대화하는 걸 목격한 증인마저 나오고 그는 여전히 입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마르틴은 왠지 그가 범인이라 단정 지을 수 없다.

결정적인 증거도 없고 용의자 역시 비협조적이어서 사건 해결이 지지부진한 이때 또 다른 사건... 범인을 검거하다 경찰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모두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게 된다.

전혀 다른 두 사건이지만 이 두 사건이 절묘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에서 끝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과정이 아주 흥미진진하게 그려져있다.

물론 빠른 전개와 장면전환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이 시리즈가 다소 느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야기 전체에서 볼 수 있는 당시 스웨덴 사회와 경찰 조직의 타락한 모습을 향한 작가의 통렬한 비판은 그들을 왜 장르를 지키는 보초와 같다고 하는지를 알 수 있다.

범죄소설은 단순히 범죄의 동기나 해결 과정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당시 시대의 현실과 사회현상에 관한 냉철한 비판의식이 있어야 함을 알 수 있게 한다.

마르틴을 포함해 등장하는 인물 모두의 개성이 제대로 살아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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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 샐 싱 미스터리 편 여고생 핍 시리즈
홀리 잭슨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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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을 꿈꾸거나 범죄물에 관심 있는 십대가 우연히 사건에 휘말려 이런저런 단서를 가지고 사건을 쫓다 결국에는 해결한다는 설정은 제법 익숙하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의 소개 글을 보고 비슷한 전개 즉 다소 어설프지만 마음만은 정의로운 아이들이 하나의 사건을 쫓다 때론 엉뚱한 사고도 치고 옆길로 새다가도 결국엔 옳은 결과로 가는 과정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면서 읽었는데...

기존의 작품과 비슷한 부분도 물론 있지만 의외로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핍의 사고능력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이 체계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마치 범죄소설을 어떻게 쓰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는 것처럼 논리의 허점도 없었고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했다.

왜 이 핍을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가 나왔는지 이해가 갔다.

모범생 핍은 케임브리지 입학을 지망하고 있다.

그 과제 중 하나로 자신이 주제를 정해서 수행하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아무도 생각지도 못한 소재를 가져온다.

작고 조용했던 이 마을을 한때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5년 전 사건 즉 동급생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한 사건을 졸업반 과제로 선택한 것이다.

당시 피해자는 아름다운 외모의 인기 많은 여학생 앤디 밸이었고 그녀를 살해한 학생은 당시 성적도 우수했고 착하다는 평이 자자해 누구도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못 했던 샐 싱이어서 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밝혀진 몇몇 증거에도 불구하고 핍은 자신이 알던 그가 도저히 범인이라 생각할 수 없어서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재조사를 해보기로 결심한다.

핍이 사건 당시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조사하는 과정이 마치 진짜 사건 수사를 하는 형사처럼 조직적이고 체계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여고생이라는 장점을 십분 이용할 줄 아는 영리함을 지녔다.

누가 봐도 순수하게 수업 과제를 위해 조사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걸 이용하는 핍의 모습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원하는 인터뷰를 쉽게 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그날 이후 모두에게 차가운 비난과 혐오의 시선을 받으며 마을에서 고립되다시피한 샐 싱의 동생마저 그녀에게 협조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을 찾아가서 인터뷰하고 새롭게 얻은 단서를 쫓아 또 다른 단서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한 발 한 발 그날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주 흥미진진하게 그려진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은 왜 이 책이 청소년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마침내 그 날밤의 진실을 찾게 된 순간... 조용하고 평화롭게만 보였던 마을과 마을 사람들이 외면했던 모습이 만천하에 드러난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문제시되고 있는 십 대 마약 문제라든지 혹은 약물을 이용한 강간과 같은... 무겁고 모두가 외면하고 싶은 문제를 어른이 아닌 십 대의 핍에 의해 드러내며 어른들의 무관심 혹은 무책임을 질타하고 있다.

게다가 범인으로 몰렸던 샐 싱이 같은 십 대의 백인이었어도 그렇게 쉽게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을까 하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책이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ㅎㅎ

곧 시리즈 2편도 나온다고 하니 얼른 읽어보고 싶다.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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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유
J. S. 먼로 지음, 지여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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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기억하는 초인식자에게 기억력 장애가 생긴다면 그녀 스스로는 자신의 기억을 믿을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던지고 있는 작품이네요
소재도 흥미롭지만 설정에서부터 긴장감이 느껴지는 게 스릴러 소설다운 책이라 느껴집니다.
그녀에게 어떤 어마어마한 일들이 펼쳐질 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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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는 사람들 스토리콜렉터 107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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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일과를 SNS를 보면서 시작해서 SNS를 보면서 마무리할 때가 많다.

그만큼 우리 일상에서 SNS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가 널리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한데 그런 만큼 그런 사회적 현상을 이용해서 돈벌이를 하는 새로운 직종도 탄생했다.

이른바 인플루언서라 하는...

수많은 팔로어와 소통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주고받는 가운데 기업과 손잡고 마케팅을 하는 등... 요즘은 이런 인플루언서를 이용한 영업방식도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사람들의 인기와 주목을 받는 만큼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 또한 커지는 것도 사실이고 이런 인플루언서를 범죄 대상으로 하는 스릴러 작품 역시 제법 눈에 띈다.

이 작품 따르는 사람들 역시 그 범주에 둘 수 있다.

수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인기 인플루언서 개브리엘의 어린 남동생 네이선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범인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할 정도의 엄청난 거금을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오고 네이선의 엄마 이든은 엄청난 충격과 불안 속에서 경찰이 아닌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녀의 이름은 애비 멀린

인질 협상가로서 최고의 솜씨를 지닌 애비는 그렇게 오랫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으려 했던 자신의 과거와 조우하게 된다.

사실 이든과 그녀는 수많은 사상자를 낸 사이비 종교집단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였다.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이든을 모른척할 수 없어 자신의 업무와 다른 네이선 유괴사건에 뛰어들게 된 애비는 이내 이 사건에서 이상한 점을 깨닫는다.

누가 봐도 넉넉지 않은 싱글 맘인 이든에게 범인이 요구한 네이선의 엄청난 몸값을 지불하기란 절대로 불가능한 금액인 걸 알 수 있는 데 범인은 왜 그토록 무모하리만큼 큰 금액을 요구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범인이 진짜로 원하는 건 돈이 아닐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좀처럼 범인의 의도가 밝혀지지 않는 가운데 네이선의 유괴 과정부터 아이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너무나 세심하면서 리얼하게 표현한 작가 덕분에 엄청난 긴장감과 몰입감을 가지고 책을 읽게 된다.

용의자를 추정하기는커녕 범인의 의도조차 좀체 파악하지 못하는 가운데 새로운 용의자가 부상하면서 이야기의 흐름은 완전히 뒤바뀌고 중간중간 어린 시절 집단생활을 했을 때의 과거와 겹치면서 사건의 진상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지는 듯한다.

책에는 평범했던 사람이 어떻게 사이비 종교집단의 표적이 되어 가족과 친구로부터 멀어져 그들의 뜻대로 함께하게 되는지 그 심리는 물론이고 그들의 교육방식을 비롯해 집단이 바깥세상의 사람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논리와 그 폐해까지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어 읽으면서 소름 끼치게 했다.

요즘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의 터무니없는 행동과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 십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누군가에게 악의를 가지고 살인을 하는 행위보다 더 섬뜩하고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사이비 종교집단과 SNS는 전혀 다르지만 누군가를 아무 의심 없이 믿고 따르는 행위는 SNS 상에서의 모습만 보고 좋아요를 누르며 따르는 사람들의 심리와 다른 듯 닮아있는 게 아닐까?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두 집단 사이를 기발하게 엮어 소설 소재로 만든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엄청난 몰입감을 보여주는 필력에 감탄하면서... 이 시리즈의 다음 편을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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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벌루션 No.3
가네시로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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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엉뚱하면서도 정의감에 불타는... 남들이 볼 땐 별것 아닌 것 같은 아이들이 모여 집단의 지성과 힘을 발휘해 문제를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모습이 멋졌던 더 좀비스가 돌아왔다.

좀비스의 새 이야기를 들고 왔으면 물론 더 좋았겠지만 다시 한번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여전히 엉뚱하면서도 나름의 곧음이 있는 좀비스는 남들이 볼 땐 그저 그런 학교에 다니면서 이런저런 싸움판에 끼어드는 문제아들로 볼 수 있겠지만 그 들의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런 평가가 얼마나 박하고 잘 못된 건지 알 수 있다.

주변 전부가 일류 고등학교라 그 부실함이 더 돋보이는 삼류 학교에 다니지만 그들은 나름대로의 멋에 살고 있다.

비록 무뇌아 혹은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 같다고 해서 더 좀비스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만 모든 것이 정형화되고 틀에 박힌 세상을 한번 들이박고 싶어 한다.

세상의 시선에서 보면 삼류 학교의 불량학생으로 보이지만 그들의 면면은 절대로 녹록지 않다.

하드보일드 소설을 읽고 재즈를 감상할 줄 아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철학서를 늘 옆에 끼고 다니며 탐독하면서도 싸움에 있어서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 재일 한국인 아이도 있고 항상 어디서든 모든 불운을 몰고 다니지만 주변 사람들을 웃게 하는 친구도 있다.

이런 아이들 47명이 뭉쳐서 하는 일이라는 건 주변 일류 고등학교의 남학생들부터 모든 남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인 여고의 축제 때 입장권이 없으면서도 당당하게 들어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든지... 아니면 익명의 남자 스토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연약하지만 이쁜! 여대생 누나의 신변을 보호하고 그 변태 스토커를 경찰의 힘을 빌리지 않고 좀비스 멤버들이 사건을 해결한다든지 하는 엉뚱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을 그저 재밌을 것 같아서 혹은 멋져 보일 것 같다는 이유로 맡는다.

아무래도 이 아이들이 10대이기에 이런 위험할 수도 있는 일에 뛰어들 용기와 배짱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성인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떤 이익도 없으면서 남의 일에 뛰어드는 일은 좀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좀비스의 엉뚱하면서도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10대의 당연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왠지 멋있어 보이는 일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고 또래 친구들과 몰려다니면서 사고를 치고 정의감에 불타 패싸움도 불사하는 하는 모습은 십대가 아니면 또 언제 보여줄 주 있을까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 주변의 십 대는 입시지옥에 빠지고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죽도록 공부하는 것 외 어떤 일탈을 할 수도 하지도 못한 채 보내고 있다.

그래서 더욱 좀비스의 엉뚱한 모습이 유쾌하면서도 멋져 보이는 게 아닐까 싶다.

알고 보니 작가는 재일교포 3세란다.

왠지 더 친근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데 어쩌면 책 속의 주요 캐릭터 중 하나인 순신의 모습...즉 단순히 싸움 잘하는 주먹꾼이 아니라 깊이 있게 생각하면서 결정적일 때 절대로 지지않는 마치 어둠의 히어로처럼 느껴지는 건 작가의 사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야기도 재밌지만 무엇보다 좀비스 멤버들 캐릭터 하나하나를 입체감 있게 표현해낸 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엉뚱하면서도 유쾌해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 짓게 하는 더 좀비스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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