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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벌루션 No.3
가네시로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5월
평점 :
단순하고 엉뚱하면서도 정의감에 불타는... 남들이 볼 땐 별것 아닌 것 같은 아이들이 모여 집단의 지성과 힘을 발휘해 문제를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모습이 멋졌던 더 좀비스가 돌아왔다.
좀비스의 새 이야기를 들고 왔으면 물론 더 좋았겠지만 다시 한번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여전히 엉뚱하면서도 나름의 곧음이 있는 좀비스는 남들이 볼 땐 그저 그런 학교에 다니면서 이런저런 싸움판에 끼어드는 문제아들로 볼 수 있겠지만 그 들의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런 평가가 얼마나 박하고 잘 못된 건지 알 수 있다.
주변 전부가 일류 고등학교라 그 부실함이 더 돋보이는 삼류 학교에 다니지만 그들은 나름대로의 멋에 살고 있다.
비록 무뇌아 혹은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 같다고 해서 더 좀비스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만 모든 것이 정형화되고 틀에 박힌 세상을 한번 들이박고 싶어 한다.
세상의 시선에서 보면 삼류 학교의 불량학생으로 보이지만 그들의 면면은 절대로 녹록지 않다.
하드보일드 소설을 읽고 재즈를 감상할 줄 아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철학서를 늘 옆에 끼고 다니며 탐독하면서도 싸움에 있어서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 재일 한국인 아이도 있고 항상 어디서든 모든 불운을 몰고 다니지만 주변 사람들을 웃게 하는 친구도 있다.
이런 아이들 47명이 뭉쳐서 하는 일이라는 건 주변 일류 고등학교의 남학생들부터 모든 남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인 여고의 축제 때 입장권이 없으면서도 당당하게 들어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든지... 아니면 익명의 남자 스토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연약하지만 이쁜! 여대생 누나의 신변을 보호하고 그 변태 스토커를 경찰의 힘을 빌리지 않고 좀비스 멤버들이 사건을 해결한다든지 하는 엉뚱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을 그저 재밌을 것 같아서 혹은 멋져 보일 것 같다는 이유로 맡는다.
아무래도 이 아이들이 10대이기에 이런 위험할 수도 있는 일에 뛰어들 용기와 배짱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성인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떤 이익도 없으면서 남의 일에 뛰어드는 일은 좀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좀비스의 엉뚱하면서도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10대의 당연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왠지 멋있어 보이는 일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고 또래 친구들과 몰려다니면서 사고를 치고 정의감에 불타 패싸움도 불사하는 하는 모습은 십대가 아니면 또 언제 보여줄 주 있을까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 주변의 십 대는 입시지옥에 빠지고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죽도록 공부하는 것 외 어떤 일탈을 할 수도 하지도 못한 채 보내고 있다.
그래서 더욱 좀비스의 엉뚱한 모습이 유쾌하면서도 멋져 보이는 게 아닐까 싶다.
알고 보니 작가는 재일교포 3세란다.
왠지 더 친근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데 어쩌면 책 속의 주요 캐릭터 중 하나인 순신의 모습...즉 단순히 싸움 잘하는 주먹꾼이 아니라 깊이 있게 생각하면서 결정적일 때 절대로 지지않는 마치 어둠의 히어로처럼 느껴지는 건 작가의 사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야기도 재밌지만 무엇보다 좀비스 멤버들 캐릭터 하나하나를 입체감 있게 표현해낸 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엉뚱하면서도 유쾌해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 짓게 하는 더 좀비스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