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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언덕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
기타모리 고 지음, 김미림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것 같은...혹은 꼭 있었음 좋겠다싶은 맥주바 `가나리야`

도수가 다른 네가지 맥주를 팔고 그날그날 주인이자 주방장인 구도 데스야라는 남자가 만드는 신선한 요리를 안주로 인생의 쓴맛같은 쌉사레한 맥주 한잔으로 하루의 시름을 잊고 그날의 피로를 잊을려는 사람들이 모여드는곳

이렇게 평온하고 아늑하며 왠지 모든걸 보듬어 주는듯한 이 곳 분위기에 취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그날 있었던 이야기나 추억을 하나 둘씩 꺼내기 시작하면 그 이야기의 빈틈을 어느샌 구도라는 사람이 메꿔준다

가나리야 시리즈의 첫 작품인 `꽃 아래 봄에 죽기를`로 시작하여 그 다음편인`벚꽃 흩날리는 밤`그리고 이 책 `반딧불 언덕`까지..모두 책제목이라 하기엔 지나칠만큼 시적이고 감상적인 느낌이 드는데 작가인 기타모리 고는 구도 데스야를 주인공으로 한 `가나리야`시리즈를 4편으로 완성했다고 하니 이제 아쉽게도 마지막 한편만 남은 셈이다.

첫작품인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은 제목도 상당히 서정적이고 작품 내용 역시 꽃처럼 아련하면서 아름답다 생각했는데 갈수록 작품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마치 말없이 손님이 하는 이야기를 귀기우려 들어주는 구도처럼 은근하게 스며든다고 할까?

그래서 개인적인 느낌은 처음보다는 이 세번째 작품인 `반딧불 언덕`이 더 좋았고 그 뒷이야기자 마지막이 궁금해진다.


 


 반딧불 언덕에는 다섯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오래전 맺어지지 못했던 연인의 이야기와 그 연인과 헤어지게 된 사연의 이면에 관한 이야기가 실린 반딧불 언덕에서는 헤어진 연인들의 아련함과 더불어 자신도 모르는 새 누군가에 의해 서로가 헤어지게 되고 결국은 연이 끊어 지게 되었다는걸 오랜 시간이 흘러 알게 된 남자의 이야기인데 그녀와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들렀던 반딧불 언덕이란곳을 찾고자 하지만 찾을수 없었던 남자의 수수께기를 구도가 풀어준다.그리고 그녀가 그에게 하고자 했던 이야기의 진실도 알게 되고...

이와 비슷하지만 좀 다른 느낌인 눈을 기다리는 사람은 헤어진 연인이 아니라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연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여자의 처연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머나먼 나라로 공부하러 간 남자가 그곳에서 본 건 무엇이었는지 몰라도 한순간에 자신을 잃어버리고 방황하게 되고 그런 남자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여자의 이야기가 그려진 눈을 기다리는 사람

좀 더 미스터리에 가까운 고양이에게 보은을 과 두 얼굴,그리고이 편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는 고켄까지...


어딘가에 존재할것 같으면서도 존재할리 없을것 같은 꿈같은 맥주바인 가나리야

사람들은 하루일과를 마치고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이곳 가나리야에 들러 주인인 구도가 해주는 맛있는 안주와 맥주로 그날의 피로와 노고를 위로받는다.그래서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따뜻한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새 자신을 둘러싼 갑옷을 벗고 무장해제를 하게 되고 그야말로 자신도 모르는 새 마음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하나둘씩 풀어놓게 된다는것이 설정

이렇게 자신의 마음속에 담아뒀던 고민이나 이야기를 풀어 놓음으로써 이미 그의 고민의 반 이상은 해결된데다 친절하지만 쉽게 끼어들지않고 참견하지 않는 주인인 구도가 그가 가진 특유의 관찰력과 통찰력으로 나머지를 해결해주는데 미스터리소설 특유의 살인이나 기괴한 사건이 발생하지않는데도 이 소설만의 매력이 있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과거의 추억이나 아련한 옛사랑과 같은 소재를 바탕으로 해서인지 자극적이기보다는 아련하고 어딘지 안타까운듯 하면서도 간질간질한 첫사랑이 생각나게 한다.등장인물의 나이가 대체로 좀 지긋한것도 어찌보면 당연한건지도 모르겠다.몇번의 실연이나 아픔을 겪어본 사람만이 그가 묘사하는 아련함이나 맺어지지못한 인연에 대한 아쉬움과회한 혹은 그 쓸쓸함을 좀 더 잘 이해할수 있지않을까?

더불어 이렇게 멋진 가나비야라는 맥주바를 운영하는 구도라는 인물이 가진 미스터리함도 이야기를 끌고가는 힘이 되는데 그 역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이라는 복선으로 인해 그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아마도 다음편에선 그가 가진 사연은 뭔지 그가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인지 알수 있겠지?

책을 읽는 내내 미각이 살아나는듯한 느낌을 줄 정도라 맛있는 음식에 대한 설명과 묘사는 탁월해서 과연 작가는 이 많은 음식을 어떻게 알고 있는걸까하는 궁금증과 더불어 여기서 묘사하는 음식을 맛보고싶다는 욕심이 생기게 한 책이었다.

미스처리 장르로 보면 좀 약한듯 하지만 왠지 한편의 시 같고 떨어지는 벗꽃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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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와 존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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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형사나 탐정 캐릭터와 다른 독보적인 외모의 단신 형사반장인 카미유 베르호벤을 앞세운 3부작인 `이렌``알렉스``카미유`와 이 밖의 작품인 `웨딩드레스``실업자`로 짧은 시간 많은 독자를 확보한 피에르 르메트르

스릴러완 왠지 거리가 먼 듯한 프랑스의 작가로 단숨에 프랑스 스릴러에 대한 관심을 높힌 작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작품 인 `로지와 존`은 일단 형사반장인 카미유가 등장하지만 그의 이름을 내건 3부작 시리즈가 아닌 일종의 번외편이라 할수 있고 장편보다는 중편에 가까운 두께의 책이라고 할수 있다.


 

한낮이 조금 지난 한가로운 거리 한복판에서 느닷없는 폭탄이 터지고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다

그리고 모두가 어느 집단의 소행인지 알고자 정신없는 가운데 경찰서로 들어와 형사반장 카미유 베르호벤을 찾는 20대의 청년

그는 자신이 이 폭탄테러의 범인이며 이 폭탄말고도 6개의 폭탄이 매설되어있으며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않으면 매일매일 정해진 시각에 폭탄이 터질것을 예고한다.그의 조건은 단 하나 현재 살인죄로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자신의 엄마인 로지를 당장 석방해주고 자신과 엄마가 호주로 갈 비행기와 돈을 요구하고 있지만 당국에선 그의 조건을 들어줄 용의가 없을뿐 아니라 한눈에 봐도 조금은 어리숙한 듯 보이는 그를 조금은 얏잡아 보고 테러대책반에서 그를 겁박하지만 오로지 카미유와만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할뿐 아니라 외모와 달리 그가 하는 말이 단순 협박이 아님을 드러나게 되고 모두가 나머지 폭탄의 위치를 알아내고자 하는 가운데 카미유만은 왠지 이 모자에게선 수상하고 모호한 느낌을 받는데...


장편이 아니라 중편에 가까워서인지 순식간에 읽을수 있는 분량인데다 사건의 기조가 일견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듯 보인다.

폭탄테러가 발생하지만 범인이 요구하는건 거창한 정치적인 명분도 아니고 거금의 돈도 아닌자신의 모친의 석방이라니..

이런 이상하리만치 어루숙한 조건을 내미는 범인인 장은 테러진압반의 거친 심문에 당장에라도 모든걸 불어부릴것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어 그 이후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그의 자수에 사건이 곧 진정되리라 믿었던 사람들을 제대로 한방 먹이고 있다.

생각보다 치밀한 계산과 왠만한 협박과 폭행에도 끄떡하지않는 멧집을 가진 장은 그럼에도 그의 모친인 로지와의 대면에서 보이는 한순간의 헛점을 캐고 들어간 카미유로 인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토마스 쿡의 심문과는 또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남들에게는 형편없는 임금을 받고 엄마에게 얹혀사는 그저 백수나 다름없는 의지가 약한 청년인 장과 그를 그렇게나 귀찮아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아들의 욕을 서슴없이 헤대는 그의 모친 로지와의 관계는 평범한 모자의 관계가 아님이 드러나기까지의 과정이 자못 흥미롭다

요즘 우리주변에서도 자주 보이는 삐뚤어지고 뒤틀린 가족관계의 한 모습을 보여주는것 같아 생각해보면 섬뜩하기도 한 이야기가 아니었나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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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의 저주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8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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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부쩍 미쓰다 신조의 책이 다양한 출판사를 통해 나오고 있는데 각 출판사마다 그의 작품의 성향을 달리해서 나오고 있어 더욱 반갑다.

일단 그를 알리는데 가장 많은 공을 한 도조겐야시리즈에서는 민속학과 그 마을에 대대로 내려오는 기담과 같은 것들과 살인사건이 겹쳐지는 으스스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모티브로 그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인 도조겐야의 사건 해결과정을 그린것이라면 이른바 작가 시리즈라 불리우는 시리즈는 자신의 이름인 미쓰다 신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작가이자 미스터리하고 무서운 살인사건을 해결하는데 사건배경이 주로 살인사건이 난 집이나 으스스한 소문이 깃든 집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사건을 해결하게 되는 현대의 이야기라면 이번에 레드박스에서 나오는 사상학 탐정은 이제껏 그가 해오던 대로 괴상하고 기이한 사건 즉 사건자체가 사람의 힘이 아닌 그 무언가의 힘에 의해 벌어지는 사건들을 해결하는 탐정을 내세웠는데 도조겐야와 달리 이 책의 주인공은 사건을 해결하는 명석한 머리와 더불어 사상 즉 죽음이 예견된 사람을 볼수 있는 또 다른 특출한 재능을 가지고 있기에 괴담이나 기이한 전설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인간의 욕망을 추구하고자 하던 살인자를 찾아내는 도조겐야와 달리 그야말로 산 자를 위협하는 사람 그 이외의 악령들과도 직면하게 되기에 조금은 기존의 작품과 다른 느낌이자 그의 또다른 시리즈라고 할수 있다.


 

할머니로부터 이어져온 남다른 재능에다 그 자신만의 특출함을 가지고 있어 어릴적부터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하고 괴롭힘을 당해오던 슌이치로는 자신만의 재능을 살려 도쿄에다 탐정사무소를 열게 된다.

문을 열자마자 그에게 찾아온 첫의뢰인을 보자마자 그녀에게 돌아갈것을 요구하는 슌이치로

그녀에게서는 그가 익히 알아오던 죽음의 그림자가 보이지않았기에 그녀가 말하는 여러가지 불길한 징조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여지도 없이 사건의뢰를 거절했지만 그녀가 다시 찾아왔을땐 슌이치로는 놀라지않을수 없었다.

그녀의 온몸에서 기어져 나오는 죽음의 벌레들은 그녀를 덮고 있을뿐 아니라 할머니를 도와 많은 사람의 죽음의 그림자를 봐오던 그로서도 처음보는 형체의 불길한 죽음의 벌레들은 그에게 그 사건을 맡는것과 더불어 당장 그녀가 묶고 있는 저택으로 향하게 하는데 그가 도착하자마자 저택에는 연이은 죽음이 기다릴뿐 아니라 저택 사람 모두에게서 그 벌레가 보이는 기괴한 모습에 소름이 끼치는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은밀한 두려움이나 공포를 잘 끄집어 내는 신조가 이번엔 새로운 유형의 탐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도조겐야시리즈보다는 좀 가볍고 작가시리즈의 미쓰다 신조보다는 좀 더 능력을 갖춘...슌이치로라는 남의 죽음의 그림자를 보는 이른바 사상학 탐정

남과 다른것을 볼줄 알고 죽음의 그림자를 볼수 있다는 어머어마한 특혜를 준 대신에 그에겐 다른 핸디캡을 안겨줘서 좀 더 아기자기한 맛을 살리고 있는데 그게 바로 다른 사람과 대화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고 남과 잘 사귀기 어려운 히키코모리같은 성향을 지녔다는것이다.그래서 사건의뢰를 하러 온 사람이나 그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필수인 다른 사람들과 사건에 대한 대화를 이끌어가는데 있어 미숙하기 그지없어 오히려 사건해결에 도움을 커녕 불만을 얻거나 대화자체를 거부하게 만드는 타입

죽음의 그림자로 묘사된 악한 기운을 가진 검은 벌레와도 같은 이물들의 힘보다는 그런 이물을 자신들의 욕망과 욕심을 위해 불러 낸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의 근본을  찾아내 집안에서 연이은 죽음이 잇따르게 된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는 슌이치로의 활약을 그리고 있는데 시리즈의 첫편이라 사건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매력보다 오히려 그의 성향이나 그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묘사하기 위한 설명이 많았다.

살인사건과 그 사건을 조정하는 인간 그리고 인간이외의 이물을 또다른 주인공으로 드러내고 있는 사상학탐정... 다음편엔 탐정 본인에 대한 설명보다 사건에 대해 더 몰입해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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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7
무라카미 하루키.오자와 세이지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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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세이지는 잘 모르지만...하루키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것이다.

게다가 그의 책을 한두권이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그가 음악에 상당히 조예가 깊으며 특히 재즈와 클래식에 대한 애정이 상당할 뿐 아니라 그의 일상에서도 자주 듣는 음악장르임을 알 정도로 그의 책 곳곳에 그의 음악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글이 많다.

그런 그와 마치 지인끼리 서로의 취미를 편안한 마음에 공유하고 이야기하듯이 쓴 대담인 이 책은 하루키의 기획아래 1년에 걸친 인터뷰의 결과라고 볼수 있다.

이 대담의 또다른 주인공인 오자와 세이지는 1935년생으로 7살에 피아노를 배우고 1959년 프랑스로 건너가 그 해 국제청년지휘자 콩쿠르에서 1위 입상을 했으며 유명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및 음악감독으로서 이름을 떨친 마에스트로이다.

하루키 스스로는 음악을 그저 취미로 듣기때문에 전문적이지도 않고 지식이 별로 없다는 겸손을 떨지만 그들의 대화를 보면 그저 겸손에 불과함을 알 정도로 그는 클래식에도 상당히 조예가 깊다는걸 알수 있다.

그렇지만  책의 형식이 인터뷰같은 대담인 덕분에 그들이 직접 들으면서 이 부분 여기...라고 하는 대목을 보면 나 역시 독자의 입장에서 그들처럼 음악을 직접 들으면서 그들의 대화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키의 글렌굴드에 대한 사랑은 그의 책을 보면 알수 있는데 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 3번은 굴드가 최고라고 격찬한 바가 있듯이 이 들의 대담은 하루키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3번으로 시작 하고 있는데 상당히 즐거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굴드는 상당히 까다로운 연주자여서 그와 협연했던 지휘자와 의견이 맞지않아 지휘자가 아닌 부지휘자가 지휘한적도 제법 될 정도라고 하는 데 그는 평소 악수도 안하고 늘 장갑을 끼고 다닐 정도로 상당히 괴짜스러운 면이 있었다는 오자와의 코멘트가 재밌다.

오케스트라 역시 각 악단마다 특색이 다른데 특히 오랜 전통의 베를린 필이나 빈 필은 뉴욕필과 같은 미국악단과 달리 지휘자가 바뀌어도 자기들 색을 고수한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의외로 다가온다.

오케스트라는 지휘자에 따라 소리나 색이 많이 달라지는걸로 아는데 그런점에서 보면 자기들 나름의 고집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자기들 만의 색깔이 있어 그토록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가 싶기도 하다.

그런걸 하루키는 소설가의 문체와 비교해서 설명하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지휘자라고 하면 내가 아는 사람은 몇 안되는데 특히 카라얀과 오세와의 인연은 상당히 오래되어 그가 카라얀에게서 사사를 받았을 뿐 아니라 오페라에 관심이 없었던 그에게 오페라 지휘의 길을 열어주기도 한 장본인이라고 한다.

우리같은 사람이 볼때 대단하다싶은 지휘자나 예술가들도 일반인처럼 싸우고는 그 일때문에 화가 나서 수많은 사람이 기대를 가지고 돈을 치러 들으런 온 연주를 내팽게치고 나와 버리거나 하는 아이같은 모습은 제 3자의 눈으로 보면 상당히 의외지만 재밌게 느껴진다.

이밖에도 일반인들은 잘 모를수도 있는 음악가의 성격이나 그의 개성에 따른 일화같은 소개도 흥미로웠지만 우리도 여러 사람이 모이면 흔하게 하는 뒷담화같은걸 하는 두 사람을 보면 귀엽다는 생각도 한다.


솔직히 책내용자체가 어려운건 아니지만 그 음악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들의 대담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고 특히 곡에 대한 각자의 해석은 글자체보다 그 해석자체가 피부에 와닿지않아 아쉽게 느껴진다.

그래서 곡에 대한 그들의 의견보다는 솔직히 그들이 풀어놓는 가십이나 뒷이야기 같은 일화가 더 흥미롭게 느껴지고 멀게만 느껴지던 음악가들의 특이한 개성이나 사연같은걸 읽다보면 그들도 의견이 안맞으면 화도 내고 성질도 내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란걸 새삼 느낀다.

역시 이런책은 음악이 곁들여 출간하는게 정석이 아닐까?

여기에서 두사람이 의견을 모았던 음악들을 찾아서  꼭 한번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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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미 2015-01-13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투브에 부지런하신 분들이 여기저기 찾아둔 사이트들이 있기도 합니다. 그 분들 덕분에, 책을 읽다가 음악을 듣다가, 천천히 즐겁게 읽고 있는 중입니다. 참고로 그 분들의 사이트를 소개해드립니다. 시간이 지나면, 더 좋은 음악소개 사이트가 나올것을 믿으며.. https://twitter.com/fvthm/status/552833067648167936
 
종이달 -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작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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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한지 오래되어서 학생증을 볼 기회가 없었던 나에게 얼마전에 본 학생증은 좀 충격으로 다가왔다.

예전의 그런 학생증이 아닌 크레디트 카드 겸용 학생증은 그만큼 생소하면서도 나에겐 문화적 충격으로 까지 여겨졌는데..그러면서 든 생각은 학생이 무슨 능력이 있어 카드를 쓰지? 하는 생각이었다.

사회적으로 사금융이나 카드대출로 인한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운데 누가 봐도 지불 능력이 안되는 학생들에게 버젓이 카드가 발급되고 또 학생들 역시 별다른 의식 없이 그 카드를 당연하다는 듯 사용하는걸 보면 솔직히 섬뜩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는 점은 자본주의의 비정함과 잔인함에 대한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 유죄가 당연시 되다시피한 자본주의 세계에서 돈에 대한 어떤 교육도 제대로 받아본 적도 없고 돈의 무서움에 대한 면역성따윈 갖추지도 못한 어린 학생들에게 카드라는 플라스틱은 도깨비 방망이 같은게 아닐지.. 단지 차이라면 이 카드는 제대로 지불하지 못할경우 사회생활이 힘든 건 물론이고 자신뿐 아니라 그 주변사람들의 생활까지도 지옥으로 만들수 있다는걸 그 학생들은 알고나 있을까?

이 책 `종이달`은 돈에 자신의 인생이 먹혀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자신도 모르는 새 자근자근...더 무서운건 이 사람들에겐 탈출구도 없을뿐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새 자신의 자식들에게까지 전염시켜버린다는 점이다.

자신의 공허함과 외로움 그리고 두려움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새 돈에 잡혀버린 여자의 이야기는 실화이기때문에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것 같다.


 


몇년만에 열리는 동창회 소식을 전하는 친구의 음성에는 동창인 리카의 거액횡령사건 스캔들에 대해 말할수 있다는것에 대한 음습한 기대감과 은근한 기쁨이 배여있음을 느끼는 유코는 자신이 기억하는 한 청초하면서도 의로운 아이라고 생각했던 리카의 고객돈 횡령사건이 믿기질않는다.

그녀 리카를 기억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그녀가 고객의 돈을 횡령하고 달아난 사건이 의외일뿐 아니라 평소 자신들이 기억하는 그녀의 성격과 맞지않다고 느껴져 그녀가 왜 그런 선택을 한 건지 궁금하다.

남들보기엔 부잣집딸로 태어나 평탄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모범적인 생활을 하다 평범한 남편과 결혼생활을 하는..그저 아무런 근심걱정이 없는 평범하기 그지없어보이는 주부였던 그녀는 주간지의 말마따나 연인을 위해 그 돈이 필요했던것인지? 아니면 남들처럼 명품과 온갖 사치스런 물건을 사기 위해 그 돈이 필요했던건지 모두가 긍금해하는 가운데 의외의 장소에 나타나는데...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평범한 일상을 사는것처럼 보이던 리카가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그녀의 발자취를 더듬어가며 그런 일을 저지르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모든 중독을 가진 사람들 깊은속에는 외로움과 허무함으로 인한 일종의 반발로 쇼핑중독이든 알콜중독이든 중독에 걸리는것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이 이론은 그녀 리카의 삶을 들여다보면 어느정도 공감이 간다.

부유하진않지만 어렵지도 않은 살림이라 그녀가 굳이 일을 안해도 뭐라 할 사람도 없고 어려운 친정이 있어 돈을 벌어 도와줘야할 의무도 없는 그저 평온하기만 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녀지만 들여다보면 오랜세월 그녀의 곁에 있지만 그녀를 안아주지도 외로움을 덜어줄 노력조차 않는 남같은 남편과 그런 남편이 가지고 있는 그녀에 대한 경제력에 대한 우월감을 보면 부부가 아닌 남과 같이 생활하는것 같은 공허함이 느껴지고 그녀의 외로움이 손에 잡힐듯 하다.

그래서 리카가 자신보다 12살이나 어린 대학생 고타에게 빠져들어가 그와의 나이차를 극복하고자 미친듯이 쇼핑하고 옷을 사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 역시 그 쇼핑에서 원한건 단순한 불륜의 스릴이나 즐거움이 아닌 자신도 누군가에겐 필요한 사람이라는 위안과 안도가 아닐지?

쇼핑을 하고 쓰는 돈의 단위가 커질수록 리카가 위태로움을 느끼면서도 스스로는 멈출수 없는 심정을 잘 표현하고 있는데 그녀가 마침내는 누군가가 자신을 멈춰주길 바라는 심정이 왠지 이해가 될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즉 리카와 어떤식으로든 과거에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 모두가 직간접으로 돈에 어떤 문제가 있음을 알수 있는데..이런 사람들은 굳이 이 책을 읽지않아도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몰입감이 상당하고 읽을수록 내용이 점점 무거워지고 마침내는 그녀 리카가 경찰에게 `나를 데려가줘요`라고 하는 부분에선 나조차 안도감이 들 정도다.

돈에 중독되고 마침내 그 돈에 의해 침몰해가는 과정이 잔인할 정도로 현실적이어서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할 뿐 아니라 리카의 외로움과 공허함이 손에 잡힐 것 같이 느껴졌다.그녀가 돈으로도 사고 싶어했던 건 과연 무엇일지? 과연 잠시라도 그것을 손에 넣기는 했는지 ..안타깝게 느껴진다.

소비가 미덕이고 자신이 갚을수 있는것보다 더 많은걸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사회...어느새 필요해서 사는게 아니라 그저 가지고 싶어서 혹은 마음속의 채워지지않는 공허함을 물건으로 채울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재의 모습인것 같아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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