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부카를 위한 소나타
아단 미오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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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를 잘 다루지 못한 나에겐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들이 부러움의 대상이다.

피아노를 잘 치면 왠지 낭만적으로 느껴지고 바이올린이나 비올라 첼로 같은 현악기를 잘 켜면 고상한 품위마저 느껴진다.

그런데 악기도 성격에 따라 맞는 악기가 있다고 한다.

섬세한 현을 다루는 바이올린이나 비올라 첼로 같은 현악기를 다루는 사람들 중엔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이 많다는 걸 보면 그 말이 맞는 듯..

이 책 라부카를 위한 소나타에 나오는 주인공 다치바나도 첼로를 켠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들보다 휠씬 더 예민한 성격이다.

게다가 그런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을 가진 그에게 내려진 업무가 바로 저작권 위반 사례 모집을 위한 비밀 잠입 근무라니...

당연하게도 그에겐 이를 거부할 권한이 없었고 상사의 지시에 따라 음악교실에 첼로 레슨을 시작하게 된다.

오래전에 배웠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첼로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그는 첼로를 다시 켜기 시작하면서 사람들과도 어울리고 조금씩 변해가지만 그때부터 그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하는 일이 옳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왠지 자신이 하는 일이 그들의 신뢰를 배신한다고 느꼈던 것

전체적으로 음악 그중에서도 첼로에 대한 이야기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 부분을 차지하는 게 바로 저작권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다치바나가 갈등한 딜레마가 바로 이 부분인데 음악 저작권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첨예한 대립은 각자의 명분이 뚜렷해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주기 힘들다는 점에서 주인공의 고민이 십분 이해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은 다시 첼로를 켜면서 무기력하고 모두에게 벽을 치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다치바나가 조금씩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 현실을 마주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한때 멀리했던 악기를 새로 배운다는 설정을 보고 그가 뛰어난 스승을 만나 그로 인해 엄청난 재능을 깨닫고 모두로부터 영광과 찬사를 받으며 새롭게 탄생한다는 진부한 결과를 예상했던 내게 이 책의 결말은 의외였다.

그러고 보면 악기를 다루는 건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거나 탁월한 실력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닌지...

평범한 사람들이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잔잔하게 그려낸 라부카를 위한 소나타는 화끈하고 매운맛은 없지만 슴슴해서 더 사랑받는... 그런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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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 번은 살려드립니다
엘 코시마노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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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 소설을 쓰던 작가가 자신도 모르는 새 킬러로 오해받으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믹한 이야기를 그렸던 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의 후속작이 나왔다.

전작을 상당히 재밌게 읽어서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과연 우리의 핀레이는 이번엔 또 어떤 사건에 휘말릴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두 명의 남자로부터 애정공세를 받던 핀레이가 둘 중 어떤 남자와 본격적인 로맨스를 펼칠까 하는 것 또한 궁금했었다.

글을 쓰기 위해 카페에 들렀다 출판 에이전트와의 통화를 오해해 한순간에 킬러가 되어 누군가의 남편을 살해해달라는 청부살인 의뢰를 받았던 싱글맘이자 로맨스 소설 작가인 핀레이

이번엔 누군가의 의뢰를 받은 킬러로부터 전남편 스티븐을 구해야 한다.

스티븐이 한 행동을 보면 그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두 아이의 아빠로 본다면 그가 죽도록 모른척할 수는 없는 일

이에 베이비시터이자 파트너인 베로와 함께 살인 의뢰를 한 사람을 찾아 그 의뢰를 철회하고자 하지만 역시 이번에도 그 과정이 수월하지 않다.

의뢰인을 밝히기도 전에 누군가가 벌써 스티븐을 노리고 그의 컨테이너에 불까지 지른 걸로 부족해 몇 번의 살해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목숨을 노린다는 걸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 스티븐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게다가 모든 일에서 자신과 손발을 맞췄던 베로의 행동도 어딘가 수상하기 그지없고 잠깐 썸을 타다 사건과 관련되면서 어색해져버린 섹시한 형사 닉이 다시 한번 그녀의 주위를 맴돌며 연애 기류를 형성한다.

전편 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에서 오해로 인한 것이지만 어쨌든 살인사건에 휩쓸리고 마피아와 연관되어 이런저런 소동을 일으켰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 편에선 좀 더 능숙하게 사건을 대하는 여유를 보여주는 데 그 차이를 발견하는 것도 후속작을 읽는 재미중 하나

스티븐을 감시하면서 범인을 찾고 새로운 책에 대한 독촉을 받아 그때그때 벌어지는 이야기를 소설로 만들기도 하면서 그 와중에 두 남자와 썸을 타기도 하는 등... 이번 편에서도 핀레이는 정신없이 바쁜 가운데 사건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게다가 여기저기 떨어뜨려 놓은 작은 단서를 모아 마침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해가는 과정에서 번뜩이는 영감과 뛰어난 순발력을 보여주는 핀레이는 파트너인 베로와 함께 점점 더 누군가의 오해처럼 전문 킬러로서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듯하다.

과연 핀레이는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그리고 그토록 친밀하면서도 절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베로는 뭘 숨기고 있는지...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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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은 독
오리가미 교야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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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반전에 자신 있으면 100% 속게 되는 걸작 미스터리라고 대놓고 홍보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절대로 속지 않으리라 하는 약간은 불손한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되었고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은 플루트에 약간 당황하게 되었다.

어느 부분에서 속임수가 있다는 걸까?

하지만 책을 다 읽고서야 깨달은 건... 그런 걸 신경 쓰다 보면 책을 읽는 재미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단 책은 술술 잘 읽히고 복잡하지 않은 구조로 되어있다.

법대생인 기세는 한때 자신의 공부를 봐줬던 형 마카베와 우연히 재회해 술을 마시다 그의 집을 방문한 날 쓰레기통에서 협박편지를 발견한다.

사귀던 연인과의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를 앞둔 그에게 결혼을 그만두라는 것

하지만 어쩐 일인지 마카베는 경찰에게 알리는 걸 꺼린다.

평소 정의감이 있고 부조리한 걸 싫어하는 기세는 그를 대신해 탐정에게 조사를 의뢰하면서 오래전 그에게 탐정 견습생의 위치로 친척 형의 문제를 단숨에 해결해 강한 인상을 남겼던 선배 기타미와 조우한다.

그리고 그의 의뢰로 마카베의 주변을 살피던 중 그가 왜 협박편지로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경찰에게 알리길 꺼려 했는지... 그가 두려워한 건 뭔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마카베가 숨기고자 했던 과거가 드러나면서 누가 왜 무슨 목적으로 그에게 협박편지를 보낸 건지 협박범의 정체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이제 사건 해결이 눈앞에 보이는 듯한 순간... 하나의 사실이 드러나면서 모든 걸 뒤집는다.

그리고 드디어 이 책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치 이제까지의 이야기는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배경이었던 것처럼 마카베의 과거가 드러난 이후부터의 전개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전력질주하기 시작한다.

마치 몸속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단숨에 퍼져 어찌해볼 틈도 없이 단숨에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독처럼 그 효과는 강력하고 매혹적이다.

차곡차곡 쌓아둔 스토리를 단숨에 허물어버리고 파죽지세처럼 치달아가는 결말은 잔잔하고 평탄하기까지 했던 책의 느낌마저 확 바꿔버리는 데 성공한다.

다소 평이해 살짝 아쉽다고 느꼈던 마음은 결말로 가면서 채워진다.

작가의 전작 세계의 끝과 시작은 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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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의 새 - 나는 잠이 들면 살인자를 만난다
김은채 지음 / 델피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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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새가 되어 잔혹하기 그지없는 살해 현장이나 사람이 죽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리고 그 악몽은 점차 현실 속의 나를 잡아먹어서 잠을 자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에겐 이 악몽을 나름의 방식으로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데 그건 바로 자신이 새가 되어 꿈에서 본 그 잔혹한 현장을 글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진은 그렇게 글을 써 인기 작가가 되었다.

상당히 독특한 소재의 이 소설 지하실의 새는 별다른 기대 없이 읽었던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우선 살해 현장이나 누군가의 죽음의 현장을 꿈에서 그것도 인간이 아닌 새가 되어 지켜보는데 일단 평범한 죽음이 아닌 만큼 피해자와 가해자가 존재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피해자는 볼 수 있지만 가해자의 얼굴은 철저하게 가려져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하진이 꿈에서 본 장면이 정말 단순히 악몽일 뿐일까 하는 점이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듯이 꿈에서 새가 되어 본 장면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하진은 당연하지만 경찰과 독자 모두에게서 의심을 받는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런 꿈을 꾸는 것일까?

정말 모두의 의심대로 그가 사건 당사자인 걸까?

아니면 그는 어떻게 이 모든 일을 알 수 있었던 걸까?

뒤로 갈수록 그가 꾸는 꿈은 점점 더 실제 현실과 혼돈되어 뒤섞이고 뭐가 진실인지 헷갈리게 만들어놓았다.

더군다나 수많은 죽음 중에서 특히 인간의 피부를 벗기고 잔인하게 자르고 토막 내는 수법을 보여주는 그 사람은 분명 연쇄살인의 용의자 일 수밖에 없지만 하진이 수많은 현장을 지켜봤음에도 단 한 번도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를 향한 의심이 짙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10살 이전의 기억을 지워버림으로써 그의 과거에 분명 무슨 일이 있었을 뿐 아니라 지금 벌어지는 이 모든 일들이 그의 과거와 연결되어 있음을 쉽게 짐작하게 만들었지만 과연 하진의 어린 시절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는 또 다른 궁금증을 자아낸다.

또한 작가는 영리하게도 하진을 중심으로 사건이 벌어지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쉽게 알리바이를 만들어주지 않아 끝까지 그를 향한 의심을 거두지 않도록 만들었다.

두껍지 않아 단숨에 읽을 수 있었고 가독성도 좋고 몰입력까지 좋아서 오히려 짧은 게 살짝 아쉬웠을 정도였다.

하진의 과거 부분을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소재도 재밌었고 스토리 전개도 짜임새 있어서 모처럼 즐겁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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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축의 집 - 제3회 바라노마치 후쿠야마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 수상작!
미키 아키코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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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악마는 엄마였다.

강렬한 이 한 문장이 모든 걸 함축하고 있다.



아빠는 엄마가 죽였고...

언니도 엄마가 죽였고...

오빠는 엄마와 죽었고...

엄마는 나도 죽이려 했다.



누군가를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데 이 가족... 처음부터 심상치 않다.

일단 이 집의 가장이자 의사였던 친우의 자살을 남은 유가족을 위해 병사로 처리한 동료 의사의 인터뷰를 통해 이 집에 어떤 우환이 닥쳤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다음은 이 집안사람과 병원의 직원등의 입을 통해 이 결혼이 어떻게 이뤄졌으며 각 가족의 구성원은 어떤 성격이었는 지 그들이 왜 다른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점점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상세하게 알게 된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이 집이 왜 귀축의 집이 되었는지는 저주 받은 듯한 집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사람이자 이 집의 막내딸인 유치나의 의뢰를 받고 사람들을 일일이 수소문한 전직 형사인 탐정 사카키바라와의 대화를 통해 하나둘씩 베일이 벗겨진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 대화 속에서 또 다른 죽음의 전모가 전해지는 형식을 통해 이 가족 구성원 한 명 한 명에게 닥친 불운이 알려지는 데 그야말로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점점 더 숨을 조여오는 듯한 긴장감을 안겨준다.

처음부터 누가 이 집을 귀축의 집으로 이끌고 있는지 모든 일의 중심에 누구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서 과연 이 분명한 사실관계에서 어떤 반전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과정 속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작은 의혹을 숨겨두고 그 의혹의 싹을 키워 마침내 독자에게 강렬한 반전으로 짜릿함을 선사하는 작가는 분명 타고난 이야기꾼임에 분명하다.

집안의 중심이자 경제권을 가졌던 가장의 죽음 이후 이 집안에는 연이어서 죽음이 잇따른다.

그리고 그 죽음은 남은 가족에게 풍요를 선사한다.

귀축의 집은 너무나 분명한 악의와 이후 벌어진 일들 사이에 숨은 복선이 어떤 반전으로 이어질지 기대감을 차곡차곡 높여가다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훅 치고 들어오는 반전 타이밍이 죽여주는 책이었다.

벌어지는 사건 하나하나는 찜찜함을 남겨주고 있지만 전후 관계가 너무나 명확해서 어느 부분에서 반전이 있는지 그렇다면 이 사건들의 진실은 뭔지 눈을 크게 뜨고 찾아 헤매지만 물샐틈없는 전개와 논리는 허점을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분명 너무 뻔히 보이는 것에 숨겨둔 함정이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그게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몰라 더 궁금했었고 마침내 밝혀진 진실은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음을 깨달으면서 다소 허탈함을 느끼게 했다.

잘 짜인 스토리로 가독성도 좋았고 반전을 위한 억지스러운 장치가 없었다는 점 역시 높이 살 만한 부분이었다.

이 작품의 작가의 데뷔작이었다니... 과연 심사위원의 찬사를 받을만한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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