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리즘
정인영 지음 / 잇스토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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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는 관습을 카니발리즘 한다.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그렇지만 소설이나 영상에서의 카니발리즘은 조금 다른 모습으로 표현될 때가 많다.

진짜 동족을 잡아먹는다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거나 상대를 사지로 몰아가는 극한의 아수라장으로 많이 표현하고 있다.

평소의 모습에선 절대로 나타날 리 없고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누구도 그런 모습이 있을 거라 짐작할 수 없었던 모습이 드러나려면 일단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더 이상 어찌할 수 없거나 스스로가 그렇다고 느끼는 극한의 상황에 몰려야 한다.

이를테면 파리대왕에서의 소년들처럼 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조건은 겉으로 봐선 모르지만 지금 현재의 모습에 큰 불만이 있었거나 갈등 상황에 놓여있던 사람이 앞의 조건 상황에 처해져야 한다.

그렇게 불만과 갈등이 하나둘씩 차곡차곡 모였다 어떤 기회가 주어지면 손쓸 수 없이 폭발해버리고 자신을 포함 주변을 초토화시킨다.

이 책 속의 세 주인공이 그런 사례에 딱 부합하는 캐릭터들이다.

우선 세 사람 모두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뚜렷한 직업이 없거나 사회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한 사람은 몇 년째 붙을 희망도 없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면서 아버지로부터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돈이 없어 연인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은 상태 나머지 한 사람은 더 심해서 경마로 돈을 날리고 사채업자들에게 빚독촉을 받고 있는 상태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태

그런 그들에게 사고로 죽은 시신 하나를 조용히 처리해 주면 엄청난 거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처음부터 모두가 찬성하지는 않았지만 결국은 거액의 돈 앞에 무릎을 꿇고 시신을 묻으러 강원도 깊은 산속을 찾아가면서부터 그들의 미래는 정해졌는지 모르겠다.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한다는 게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어서인지 세 친구는 사소한 일에서도 트러블이 생긴다.

그러다 돌아오기 전에 들른 한 시골집에서 마침내 계속 밑바닥에 깔려있던 갈등이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파국으로 치달아간다.

사실 그들이 시신을 묻겠다고 낯선 곳으로 간다는 설정부터 너무 익숙해서인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어느 부분에서 갈등이 생기고 셋 중 특히 누가 그들 사이에서 갈등을 폭발시킬 스모킹 건의 역할을 할 지도 예상 가능했다.

소설로 본다면 평범함 그 자체지만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쓴 영상화 기획 소설이라고 본다면 이 들 세 사람이 각자가 처해있는 상황과 그 상황이 어떻게 친구에서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갈등으로 연결되는지를 제대로 표현한다면 괜찮은 스릴러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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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록 살인사건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박진범 북디자이너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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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을 인질로 삼아 협박한다는 생각지도 못한 천재적인 발상이 빛났던 작품 화려한 유괴는 소재의 파격성도 그렇지만 그 소재를 가지고 개연성 있고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펼쳤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작가 니시무라 교타로가 이번에도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는 범죄 수법을 가지고 나왔다.

사람들이 많은 긴자의 거리에서 나비 떼가 날아들고 그 나비가 이끈 곳에는 입가에 웃음을 띤 남자의 시신이 있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는 물론이고 왜 이런 곳에서 죽었는지 뭐하나 뚜렷하게 밝혀진 게 없는 상태에서 또다시 기이한 죽음이 발생한다.

이번엔 아파트 단지에서 누군가가 풍선을 날리며 죽어있다.

두 청년의 죽음은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 왜 이런 죽음을 맞았는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서로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건 그들이 손목에 차고 있는 성경의 한 구절이 새겨진 팔찌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누구이며 무슨 목적으로 이런 행위를 하는 걸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지만 죽은 사람의 신상을 밝히는 건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런 와중에 연이어 자살인지 타살인지 모호한 사망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모두의 관심이 모이지만 경찰 측은 어떤 단서도 찾지 못한다.

이로써 초반에는 경찰과의 대결에 완승한 것처럼 보이지만 탁월한 형사 도쓰가와 경부가 있는 경찰 측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연이어 벌어지는 사건 속 작은 곳에서 하나의 단서를 잡아 결국 그들의 본질에 이르게 되는 데 그 과정이 너무나 흥미진진했다.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갈 곳을 잃은 채 방황하는 젊은 층 속으로 들어가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감언이설로 속이고 세뇌하며 청년들을 이용하는 사이비 종교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묵시록 살인사건은 우리에게도 유명한 옴진리교 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얼마 전에 발표된 작품이라는 설명을 읽고 작가의 혜안에 감탄했다.

어쩌면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잘못된 종교인식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 묵시록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에 도심을 화려하게 비상하는 나비 떼나 알록달록한 풍선을 띄워 죽은 사람에게 인도하는 연출을 통해 밝은 이면 속에 숨은 채 어리고 순진한 우리의 청년들을 노리고 있는 어둠을 표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에 탁월한 연출, 우리 사회 전반에 던지는 메시지까지... 모든 게 잘 조합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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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아이
시게마쓰 기요시 지음, 권일영 옮김 / 크로스로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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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 소설 그중에서도 특히 장르소설은 가독성이 좋다.

대체적으로 사회성이 있는 소재를 가져와 너무 지나치게 무겁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 문제점을 각성시키고 어렵지 않은 문장에다 소설적 흥미를 더해 독자로 하여금 읽는데 부담을 줄이고 있다.

아마도 이런 요소들이 일본 장르소설이 인기를 끄는 요인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이유로 이 책 목요일의 아이도 비슷한 전개 방식을 따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의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받게 된다.

세계의 끝을 보고 싶지 않은가라는...

마치 묵시록적인 이 질문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의미이자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생각지도 못한 결혼으로 한 아이의 아빠가 된 시미즈는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와 정착하게 된다.

이 결정에는 아이가 전 학교에서 당한 극심한 학교폭력 때문인데 하필이면 그들이 선택한 곳은 7년 전 아무런 이유 없이 동급생을 독살한 한 소년으로 인해 전 일본을 떠들썩했던 아사히가오카라는 점에서 이 가족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마을의 유일한 중학교이자 사건이 발생했던 그 중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지만 부부의 우려와 달리 금방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고 친구를 사귀는 모습에 안도하면서도 왠지 시미즈는 못내 찜찜함이 있다.

그건 하루히코의 얼굴이 범인과 닮았다는 한 선생의 말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들 하루히코의 너무나 완벽한 미소와 모습에서 뭔지 모를 불안을 느꼈을 뿐 만 아니라 자신이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때 7년 전 사건을 일으켰던 소년범이 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소문과 함께 학교로 또다시 범행을 예고하는 협박장이 오고 마을에서 하나 둘 이상한 사건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소설의 전반부에는 이 가족이 이사해온 마을의 너무나 이상한 고요와 그곳에서 중학생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상한 루머를 중심으로 별 관계가 없을 것처럼 보였던 하루히코네 가족이 어떻게 서서히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 즉 세상의 끝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온 나라를 경악하게 만든 소년범이 또래의 소년들에게는 영웅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으며 한참 예민한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들이 그런 사람들에게 끌릴 수도 있음을 간과하기 쉽다는 걸 작가는 소년범을 우상화하는 10대의 아이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건 어쩌면 하루히코처럼 죽음의 문턱까지 갈 정도로 절망을 해보거나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기준점을 한 번이라도 넘어서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들의 위험하면서도 무책임하기까지 한 발언을 뒤집을 수 없었던 시미즈의 심정 또한 이해가 갔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해석 또한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재밌거나 기발한 소설이 아닌... 세상을 날카롭게 통찰하는 작가의 철학적 메시지가 강렬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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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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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아주 인상적으로 읽었던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잇는 작품이라는 설명만으로 내 눈길을 사로잡은 책이었다.

서정적인 글 속에 담긴 인생의 희로애락이 슬프면서도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는데 이 작품 흐르는 강물처럼 역시 마찬가지일 듯하다.

여자들이 억압받는 시대인 1950년대에 엄마 없이 십 대의 어린 나이에도 집안일을 하고 아빠와 아픈 이모부의 수발을 들던 순종적인 소녀가 한 소년을 만나 어른이 되고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과정을 아프도록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흐르는 강물처럼은 한 편의 슬픈 동화 같았다.

이제 갓 열일 곱이 된 빅토리아는 혼자서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느라 꾸밀 줄도 모르는 순진한 소녀였다.

그런 토리의 눈에 한 소년이 박힌 순간의 묘사는 여느 연인들이 서로에게 한눈에 빠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달콤하면서도 설렘 가득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둘의 사랑은 다른 사람의 눈에 띄어서도 발각되어서도 안됐다.

소년은 평범한 백인 소년이 아닌 검은 피부를 가진 외부인이었고 당시에 유색인과의 교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금지된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서로가 서로의 반쪽임을 알아본 두 사람은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사랑을 나누지만 작은 마을에서 그의 존재는 눈에 띄기 마련이고 이내 두 사람의 운명은 잔인하게도 소년의 죽음으로 끝장나고 만다.

그것도 빅토리아의 동생 손에 의해...

이 죽음은 소녀로 하여금 절대로 떠날 수 없을 거라 믿었던 집을 떠나는 계기가 되지만 소녀 역시 엄청난 고초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소녀에게는 도와줄 사람도 없었고 스스로 모든 걸 해결하기엔 모든 것이 열악한 상태였기에 어쩔 수 없이 엄청난 선택을 하게 되지만 이 선택은 오랜 시간 그녀에게 아픔을 주고 후회를 남긴다.

순진한 소녀였던 빅토리아가 가족을 벗어나 스스로 힘든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따라 행동하면서 끝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은 슬프면서도 인상적이었다.

누군가가 곁에서 그녀에게 힘이 되어 줬더라면 오랜 시간 후회를 할 그런 선택을 했을까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그 당시 빅토리아가 처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 모든 걸 홀로 겪으면서도 집안의 자랑이자 할아버지의 유산인 복숭아나무를 끝내 지켜내는 모습에서는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홀로서기에 성공한 그녀의 모습은 자랑스러우면서도 여자로서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빅토리아가 끝내 원하는 소원이 성취되는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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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연극 킴 스톤 시리즈 4
앤절라 마슨즈 지음, 강동혁 옮김 / 품스토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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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회를 거듭할수록 주인공이 누구에게도 말하려 하지 않는 과거가 하나둘씩 드러나며 점점 더 캐릭터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킴 스톤 시리즈

이제는 포상휴가차 방문했던 연구소에서까지 살인사건에 휘말린다.

기증받은 시신을 다양한 상태에서 부패되는 과정을 연구하는 일명 시체 농장에 누군가 시체를 가져다 놨다.

입안에 가득한 흙을 채운 채 얼굴의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구타당한 채 발견된 그녀

그리고 킴의 수사팀이 수사를 하는 중에 대범하게도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한다.

역시 엄청나게 구타를 당하고 입안을 흙으로 가득 채운 듯한 모습의 여자는 불행 중 다행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사건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뇌 손상을 입은 상태

수사팀은 두 사건과의 연관관계를 집중적으로 찾다 마침내 하나의 연결고리를 찾아내지만... 범인에게 다가가지 못한 채 단서는 끊겨버린다.

킴은 사건을 수사하다 범인이 왜 굳이 이곳에다 시체를 가져다 놓는 걸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게 된다.

범인에게 이 장소는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곳인 이유는 뭘까

모두가 수사에 예민해진 상태일 때 또다시 킴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언론 기자 트레이시가 사건에 대해 냄새를 맡고 추적을 시작하려 하자 킴은 그녀와 딜을 맺는다.

이번 편 죽음의 연극에서는 킴이 아닌 트레이시라는 기자의 역할이 상당히 비중을 차지한다.

어떤 형사물에서나 마찬가지로 이 시리즈에서 경찰과 언론의 관계 역시 서로를 미워하고 싫어하지만 둘의 관계는 역시 악어와 악어새에 가깝다.

특히 비밀주의에 가까운 킴에게 있어 사건 수사 결과에 상관없이 기사를 쓰고 그 기사로 인해 피해를 입는 부분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대표적인 기자 트레이시는 눈엣가시를 넘어 살의를 느낄 정도로 싫어한다.

그런 둘의 관계가 이번 편에서 극적으로 변화된다.

어쩌면 그 부분은 어두웠던 과거에서 하나둘씩 벗어나 조금씩 자신의 곁에 사람을 둘 여유를 가지게 된 킴의 변화와도 상통하는 부분이다.

사건 수사를 하는 데 있어서는 탁월한 능력을 보이지만 사회성이 떨어져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킴은 이제까지는 그런 문제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지만 이번 편을 계기로 조금씩 달라지는 게 보인다.

아마도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듯...

쌘 언니 킴이 어떻게 변해갈지를 지켜보는 것도 시리즈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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