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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연기하라
로버트 고다드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책 표지에서 손에 마리오네트(인형)을 조종하는 장치를 치켜 들고 째려보듯이 쳐다보는 수염 덥수룩한 남자의 모습이 마치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을 인형처럼 쥐락펴락하겠다는 도발처럼 느껴진다. 영국에서 가장 있기 있는 범죄소설, 역사소설 작가라는 “로버트 고다드”의 <끝까지 연기하라(원제 Play To The End/검은숲/2013년 1월)>은 이처럼 표지 그림부터 한 수 먹고 들어간다. 처음 만나는 작가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한지 책을 받아들고서도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표지 그림과 책날개 작가 소개글, 뒷 표지 책소개글부터 먼저 꼼꼼히 읽어 본다. 한물 간 배우가 휘말리는 범죄사건 이야기라니 스토리도 제법 신선하고 흥미로울 것 같다. 책을 듬성듬성 펼쳐보니 분량은 만만치 않지만 활자 크기와 줄간 간격이 눈에 편해 그다지 부담 없을 분량인 것 같다. 마치 맹수가 사냥감을 찬찬히 살펴본 후에야 사냥에 본격적으로 나서듯이 나는 이 책을 한참을 살펴본 후에야 펼쳐 들 수 있었다.

 

 

한 때는 유명 배우였지만 이제는 한물 간 퇴물 배우 신세가 된 “토비 플러드”는 일주일 남은 순회 공연을 마무리하기 위해 영국 남부의 휴양도시 브라이턴에 도착한다. 그런데 별거중인 아내 제니에게서 뜻밖의 연락을 받는다.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이상한 남자가 하나 있는데, 아무래도 토비의 팬 같으니 확인해달라는 것이다. 둘은 이혼을 앞두고 있던 터이지만 제니와의 이혼이 못내 아쉬운 토니는 그녀의 요청을 받아들여 다음날 그 남자를 만나고, 문제의 남자는 제니 주변을 맴돈 것을 순순히 시인하고 정중한 사과를 해온다. 별거한 아내 스토킹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 된 듯 싶었는데, 이런 이 남자, 토비와의 약속은 까맣게 잊은 것처럼 다시 제니의 주변을 배회하는 것이 아닌가. 자신에게 제니를 내버려두겠다고 약속할 때, 퍽 진실되게 들렸건만 이렇게 약속을 저버리다니, 생각보다 두배는 괴벽스러운 인간인 듯 하다고 생각하던 토니에게 그 남자에게서 볼펜으로 또박또박 작은 필체로 적은 편지가 배달되어 온다. 당신을 속인 일은 죄송하지만 토니에게 밝혀야 할 진실이 있으니 오늘 저녁 8시에 만나자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가 만나기로 요구한 오늘 저녁 8시는 7시 45분부터 저녁 공연이 있는 시간이 아닌가. “이 기회를 무시한다면 분명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라는 편지 말미의 협박성 문구가 영 맘에 걸린 토비는 동료 배우에게 대역을 부탁하고 약속 장소에 나간다. 토비에게 있어 가장 특별하면서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주일이 이 만남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막이 올라가게 된다.

 

 

앞서 소개한 표지 그림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스티븐 킹마저 두렵게 한 작가”라는 출판사 홍보글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분들도 꽤나 있었을 듯 싶다. 책은 전반적으로 재미있다. 평범한 연극 배우가 자신의 의지와 전혀 무관하게 범죄에 휘말리고, 사건의 전말을 한눈에 꿰뚫는 천재형 명탐정이나 범죄자들과 멋진 액션 활극을 벌이는 수사관이 아닌 이상 영문도 모르고 음모에 휩쓸려 가는 이 퇴물 배우의 아슬아슬한 행적은 절로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뒷 페이지가 절로 궁금하게 만들 정도로 긴장감있게 그려진다. 그리고 마침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짜릿한 반전과 함께 모든 궁금증이 해소되는 카타르시스마저 느껴볼 수 있으니 이만하면 추리소설로써는 합격점을 줘도 좋을 만큼 재미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스릴과 재미가 과연 스티븐 킹이 극찬을 할 만한 수준일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평범”하다. 출판사 소개글을 보면 실제 극작가의 흥미로운 생애와 한물간 연극배우, 그리고 휴양도시 브라이턴의 문화적 지형적 특성을 교묘하게 연결하는, 허구와 사실의 교묘한 이음매의 탁월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영국 독자들이나 그 탁월함을 이해할 뿐 실재한다는 극작가가 누군지도 모를뿐더러 휴양도시 브라이턴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나에게는 설명을 들어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그저 그런 탁월함인 셈이다.

 

 

재미는 있지만 나에게는 그저 “평범”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재미 정도만 느껴볼 수 있었던 추리소설이었다. 아니면 “여타 스릴러와는 달리 뭉근하게 끓어오르고 만족스러운 포만감을 주는”영국 스릴러 소설의 참 맛을 느끼기에는 아직 견문이 넓지 못했던 탓일 수 도 있을 것이다. 인상적인 표지 그림이나 요란스러운 스티븐 킹의 찬사에 괜한 기대만 가지지만 않는다면 킬링타임용으로는 딱 제격인 부담없는 추리소설로 추천하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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