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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2월 알라딘 신간평가단 소설부문 선정 책은 묘하게도 2권 다 “일본작가” 작품이었다. 두 한 권은 일본소설을 읽은 분들이라면 낯설지 않을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이었고, 다른 한 권은 일본 추리소설 작가들 중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원제 ナミヤ雜貨店の奇蹟 /현대문학/2012년 12월)>이었다. 추리소설 마니아를 자청하고 있다 보니 국내에 번역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 작품 - 인기답게 국내에 번역 출간된 작품이 언뜻 헤아려 봐도 수십 권은 족히 넘는다 - 을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나 많이 읽어봤었고, 그의 신간(新刊) 소식이 들릴 때면 늘 눈여겨 봐왔던 터라 이 책 또한 기대하고 있던 책인데 마침 신간평가단 책으로 선정되어 꽤나 반가웠다. 그렇다면 책 내용 또한 나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었을까?

 

얼치기 삼인조 도둑인 쇼타, 아쓰야, 고헤이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30 여 년간 버려져 있던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든다. 하룻밤 잠시 머물다가 다른 곳으로 피신(避身)항 요량이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셔터의 우편함에 밀어 넣는다. 오래전부터 비어 있는 이 곳에 편지라니. 혹 경찰차가 둘러 싸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밖을 내다보지만 바깥은 깜깜할 뿐이었고, 조금은 안심한 마음에 편지를 열어보는데, 자신을 "달 토끼“라고 밝히는 여자가 중병에 걸린 남자친구에 대한 고민을 상담해오는 기묘한 편지였다. 세 명에게는 참 뜬금없는 편지였지만 가게에서 발견한 오래된 주간지에서 원래 나미야 잡화점이 고민을 상담하고 해결해주는 것으로 유명했다는 기사를 발견한다. 셋은 장난반 진심반으로 편지에 대한 답장을 써서 편지함에 넣는데 바로 답장이 날라오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우연찮게 시작한 고민상담은 한 통에 그치지 않고 답장도 이어지면서 하룻밤 내내 이어지고 세 사람은 시공간을 초월한 이 낡은 잡화점에서 ”기적(奇蹟)“을 경험하게 된다.

 

책은 이처럼 고민상담의뢰와 답신, 그리고 관련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형식으로 다섯 명의 사연이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섯 개 사연 하나하나를 소개할 수 는 없지만 각각의 사연들은 때로는 가슴 먹먹해지고 때로는 가슴에 훈훈한 느낌을 절로 불러일으키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다. 특히 과거의 인물들이 편지를 보내고 현재의 3인의 도둑들이 이를 답장해주는, 시공간을 초월한 판타지적인 구성이 제법 기발했고, “타인의 고민 따위에는 무관심하고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일이라고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그들이 과거에서 날아온 편지를 받았을 때 어떻게 행동할까." 라는 생각에서 결점투성이의 젊은이들을 등장시켰다는 작가의 말처럼 어리숙하고 모자란 도둑 3인방이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면서 서서히 변화해가는 과정 또한 절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자기계발서적들처럼 작위(作爲)적인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는 어떨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하나둘씩 밝혀지는 나미야 잡화점에 얽힌 비밀들이라는 미스터리적인 요소들은 있지만 전작(前作)들에서 보여줬던 “정통 추리소설”로서의 자극적인 재미를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도 멋진 트릭과 반전을 기대하고 시작했다가 싱겁다는 느낌에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한편 한편의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에 실망감은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고, 책의 이야기에 절로 빠져들어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의 글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었다. 감정이 메말랐는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는 일본 아마존 독자처럼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소설 속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이런 상담소(?)하나 있다면 나는 어떤 고민을 상담할까, 도둑 3인방은 나에게 어떻게 상담해줄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정도로 여운이 제법 오랫동안 남았다.

 

그간 50 여 편이 넘는 소설을 써낸 대표적인 다작(多作) 작가이자 작품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평균 이상의 재미를 보여주는 작가라는 기대에 걸맞게 이야기 설정과 전개, 결말이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이 뛰어나고, 소설의 본령(本領)이라 할 수 있는 재미와 감동, 두 가지 모두를 아우르는 그만의 글솜씨가 어떤 것인지를 다시금 맛볼 수 있었고, “주위의 친지 모두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라는 역자(譯者)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책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이름값 제대로 하는 작가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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