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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동안
윤성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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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입부터 감정이입이 돼서 다 읽고 나서도 쉽게 헤어 나오기가 힘들 정도로 여운과 감동이 오래 지속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읽는 내내 겉도는 느낌에 몰입이 되지 않아 애먹는 책이 있기도 하다. 전자(前者)의 경우에는 읽고 나서 감상문(感想文)을 쓰면서 담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글이 절로 길어지게 만드는 데 반해, 후자(後者)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한 탓인지 감상 첫 대목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해서 수십번 썼다 지웠다 하게 만들기도 한다.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각종 문학상을 수상한, 이제는 중견작가의 반열에 오른 “윤성희” 작가의 네 번째 소설집인 <웃는 동안(문학과 지성사/2011년 12월)>은 나에게 어떤 책일까? 처음 대하는 작가이다 보니 낯섦으로 시작할 수 밖에 없었고, 선호하지 않는 단편 소설집이다 보니 이래저래 우려감으로 시작한 이 책, 아쉽게도 나에게는 “후자”의 책이었다.

 

 

책에는 열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수학여행을 가던 중 죠스바를 먹다가 차가 전복되는 바람에 죽으면서 입술과 혀가 보라색으로 물들어버린 네 여학생 귀신 이야기인 <어쩌면>부터 당황스럽게 만든다. 여기에 이 단편집의 표제작(表題作)이자 자신이 죽고 난 후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한 세 친구가 오래전 함께 훔쳤던 소파를 들고 다니는 장면을 지켜보며 과거를 떠올리는 남자 이야기 - 역시 귀신 이야기이다 - 인 <웃는 동안>, 한때는 금고 판매업자이자 금고털이범이었지만 지금은 죽어서 자신의 집 지하실에 갇혀 - 갇힌 이유가 아버지의 죽음을 감추고 연금을 타먹으려는 못된 아들 내외 때문이란다 - 주변에서 벌어지는 온갖 소리를 듣는 죽은 노인 이야기인 <눈사람>도 영 당황스럽기만 작품들이었다. 세편 모두 기발한 상황적 설정으로 주인공들 각자의 상실감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가 되긴 하지만 그런 이해는 머릿속에서만 가능할 뿐 가슴으로 공감할 수 가 없었다. 이렇게 세 작품부터 올곧이 공감을 못하다 보니 다른 단편들도 영 낯설기만 하고 이해가 쉽게 되지 않았는데, 그래도 오래전 가출한 쌍둥이 언니들과 재회하여 소매치기에 나서지만 나이 들어 관절염이 들어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못하게 되자 자신들이 훔쳤던 지갑의 주인공들을 찾아간다는 이야기인 <매일 매일 초승달>, 영화 오래 보기 대회에 참여하여 영화와 함께 자신의 삶을 오버랩해보는 노인 이야기인 <공기없는 밤>, 자신의 초라하기만 한 삶을 가짜 자서전을 쓰면서 위로받으려고 하는 중년 여인 이야기인 <부메랑> 만큼은 읽고 나서 한번쯤 생각할 꺼리를 남겨 놓은 그런 작품이라고 하겠다. 짤막짤막한 10편의 단편들을 다 읽고 나니 “영원히 우연적인 것이 기적을 구원한다”는 문학평론가의 멋드러진 해설집이 수록되어 있지만 역시나 해설 또한 쉽게 공감이 되지 않았고, 작가가 직접 소개하는 이 책의 단편들을 쓰게 된 동기들을 써놓은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야 다소나마 작품의 배경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이미 다 읽은 이상 다시 한번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그대로 마지막 책장을 덮고야 말았다.

 

 

책에는 분명 그동안 국내 여느 작가들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소재와 설정, 작가 특유의 삶에 대한 유머와 성찰이 담겨 있었지만 올곧이 공감하기가 어려웠던 나에게는 부끄럽지만 곤혹스러운 책읽기였다고 털어놓을 수 밖에 없겠다. 그렇다고 작가의 공들여 쓴 작품을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라 행간(行間)을 읽어내지 못하고 드러난 겉모습(이야기)에만 치우친 나의 문학적 소양(素養)의 부족함을 탓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감상문 또한 이렇게 짧게 서둘러 마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작가 “윤성희”를 단편이 아닌 호흡이 긴 장편으로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다. 긴 호흡에 맞춰보다 보면 절로 심장박동이 같아질 테고, 좀 더 깊은 공감을 느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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