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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타이거
페넬로피 라이블리 지음, 김선형 옮김 / 솔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1987년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이라는 “부커상(Booker Prize)" 수상 작품인 “페닐로피 라이블리”의 <문 타이거(원제 Moon Tiger/솔출판사/2011년 4월)>을 받아 들고서 먼저 제목인 “문타이거(Moon Tiger)”가 우리가 여름이면 흔히 볼 수 있는 동그랗게 나사모양으로 말린 모기향을 일컫는다고 하길래 인터넷 사전(辭典)부터 검색해봤다. 그런데 “모기향”의 영어식 표현은 “mosquito repellent incense(네이버 사전)”으로 나올 뿐 “Moon Tiger"는 검색되지 않았다. 영국식 속어(俗語)인지 아니면 작가가 만들어낸 신조어(新造語)인지 모르겠지만 “모기향”을 “달 호랑이” - 전혀 매칭은 되지 않지만 - 라고 표현하다니 꽤나 운치있구나 하는 생각하며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낭만이나 운치가 아니라 종잡을 수 없는 시점변화와 두서없는 이야기 전개로 마치 모기향의 동그란 나사모양을 오래 쳐다보면 마치 회전하는 것처럼 보여 어지러움이 느껴지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의 역사를 쓰고 있어요”

런던 병원에서 임종을 눈앞에 두고 있는 대중 역사서 작가 “클라우디아 햄프턴”은 자신의 전공인 세계의 역사를 자신의 삶과 맥락 속에서 써내려가기로 마음먹는다. 선형(線形)의 역사, 즉 연대기적인 서술을 싫어하고 유리관이 흔들어 뭐가 나오나 들여다보는 만화경 같은 시각에 흥미를 갖고 있었던 그녀는 우선 한 살 터울의 친오빠이자 천재 경제학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고든 햄프턴”과의 열한 살 때의 유년 시절과 함께 “역사에서 은퇴하신” 어머니, “역사가 비교적 사적인 방식으로 죽인”- 전쟁터에서 돌아가셨다는 표현을 이렇게 하고 있다 -아버지 이야기를 독백으로 들려준다. 그리고 시간을 더듬어 올라가며 자신의 첫 남편인 “제스퍼”와의 결혼 생활, 자신의 딸 “리사”, 오빠의 아내 “리사”, 종군 기자로 활약하던 2차 대전 당시 이집트 모래사막에 만나 불꽃같은 사랑을 나누었던 “톰 고든”과의 추억들을 털어놓는다.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의 격변기를 자신과 주변인물과의 에피소드로 재구성하는, 철저히 개인적인 시각과 경험으로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 책에서 제목인 여기서 “문 타이거”는 점점 타들어가 그 중심에 이르러서는 하얀 재만 남기고 꺼져 버리는 모기향처럼 이미 예비된 삶의 끝(죽음)을 향해 서서히 사그러져가는 클라우디아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클라우디아 햄프턴”이라는 여인이 자신의 삶과 가족, 그리고 자신과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의 이야기, 즉 자신의 개인사를 통해서 자신의 살아왔던 시대사를 구현해낸 이 책은 일종의 “회고록(回顧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자기중심적이고 제멋대로인 이 여인은 결국 자신의 마지막 작품마저도 자신의 고집대로 쓴 셈이다. 그런데 이 책, 참 난감한 책이다. 우선 종잡을 수 없는 시점 전환을 들 수 있겠다. 클라우디아가 독백(獨白)형식으로 이야기 하다가 갑작스레 에피소드 속의 타인의 시점으로 전환하는가 하면, 3인칭 시점으로 서술하다가 다시 독백으로 전환되는 등 도대체 화자(話者)가 누구인지 쉽게 파악이 되지 않아 앞 페이지를 다시 읽어보게 만든다. 뒤에 실려 있는 옮긴이 후기에서 이런 시점 변화를 “이 소설을 매력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으로 “어디까지가 클라우디아의 상상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이지만 이런 의문에 답을 구하지 말고 “운명이라는 다른 이름을 지닌 역사 속에서 본의 아니게 사람과, 사람과, 또 사람이 얽히고야 마는 그 관계, 그 관계 속에서 불가피하게 쌓이는 정, 애착, 아니 그 깊고 깊은 쓸쓸함에 집중”하라고 이야기하는데, 중반 이후 이런 시점 변화에 다소 익숙해지면서 나름 신선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혼란스럽기는 역시 마찬가지였다. 또한 클라우디아의 생각의 흐름에 따라 시간을 무시하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이야기들이 “연대기”를 싫어하는, 만화경에서 튀어나오는 파편과 같은 의외성의 재미를 느껴볼 수 있겠지만 명확한 서사(敍事) 구조를 선호 - 개인적으로 사건의 전말(顚末)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 순으로 구성되는 이야기와 과거 회상 장면은 명확하게 구분 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하는 나에게는 “시점 변화” 만큼이나 영 익숙하지 않았다. 이렇게 혼란스럽다 보니 이야기에 쉽게 몰입이 되지 않고 공감하기도 어려운, 결국 텍스트만 읽어내는 수준 정도로 책 읽기를 끝낼 수 밖에 없었다. 

자유로운 시점 변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라는 미시적 관점에서 거시적인 세계사를 이끌어내는 독특한 이야기 방식 등 분명 흥미롭고 색다른 구석이 있고, 세계 3대 권위 있는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했으며 “감동적이다”,“최고다”라는 언론의 수많은 찬사를 받은, “문학성”이 검증된 소설임에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혼란스럽기만 느낀 것은 책 자체가 아니라 나의 개인적인 취향과 이런 책을 충분히 이해해내지 못한 나의 “과문(寡聞)”함을 탓해야 할 것이다. 서둘러 읽고 책꽂이에 모셔둔 이 책, 다시 읽을 수 있을 지 장담을 할 수는 없겠지만 다음에 읽을 때는 좀 더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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