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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결탁 - 퓰리처상 수상작
존 케네디 툴 지음, 김선형 옮김 / 도마뱀출판사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이라는 “퓰리처 상”을 수상한 작품인 “존 케네디 툴”의 <바보들의 결탁(원제 A Confederacy of Dunces /도마뱀/2010년 12월)>에는 “걸작 코미디”, “대단한 서사 코미디”, “지성과 세련된 기교의 고급 코미디”, “가장 웃기는 책들 중 하나”라는 요란스럽기까지 한 찬사들이 붙어있다. 찬사만 본다면 재미있고 유쾌한 책 일 텐데 읽기 전에 걱정이 앞섰다. 해외에서 유명하다는 코미디물- 책, 드라마, 영화 장르를 불문하고 -을 소문 때문에 접해봤지만 당최 그들의 농담과 유머 코드를 이해하지 못해 실망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기발한 착상과 유머감각으로 매니아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다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더글러스 애덤스 저)>도 허무개그 같은 영국식 유머를 이해하지 못해 결국 읽다가 포기하고 말았었고, 가끔 빅 히트한 헐리우드 코미디 영화들도 그저 헛웃음만 나올 뿐 공감하기가 영 난감하기만 했다. 그나마 재미있게 본 작품이라면 어린 시절 즐겨 본 미국 TV 시트콤인 <코스비 가족(The Cosby Show)> 정도였을 뿐이다. 기대반 우려반으로 읽기 시작한 560 여 쪽의 이 책, 결론적으로는 역시나 내 우려가 맞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는 참 난감한 책읽기이었다.

책 표지를 보면 빨간색 외투를 입고 초록색 목도리를 걸치고 있는, 그리고 초록색 사냥 모자와 그 위에 새 한 마리가 올라가 있는 - 처음에는 새 인형이 장식되어 있는 독특한 모자인 줄 알았다. 책 말미에 주인공이 펼친 일대 난장판에서 앵무새가 주인공 귀를 무는 장면을 보고서야 알았다 -만화풍의 한 남자가 그려있다. 뚱뚱한 몸집에 짙은 콧수염이 마치 “슈퍼 마리오”를 연상시키는 이 남자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이그네이셔스 J. 라일리”이다. 우스꽝스러운 표지 그림만 보면 참 재미있을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표지를 펼쳐보면 제일 먼저 “서문”이 나오는 데, 특이하게 작가가 쓴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출간한 “워터 퍼시”가 쓴 글이다.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소개하고 있는데, 즉 자신의 첫 작품에 확신이 있었지만 출판사마다 퇴짜를 맞고, 건강악화에 우울증, 어머니와의 불화가 겹치면서 32세의 나이에 자살한 작가, 결국 아들이 죽은 후 어머니가 아들의 원고를 들고 출판사들을 전전하다가 남부문학의 대가라는 “워커 퍼시”를 만나면서 사후 11년 만에 작품이 출간되고, 이듬해 퓰리처상까지 수상하게 되었단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출간 사연을 다시 읽어 보니 엉뚱한 주인공 이그네이셔스가 바로 작가 자신, 즉 자전적인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작가는 우울증과 편집증으로 끝마쳤지만 이그네이셔스는 자살이라는 단어 자체를 모를, 뻔뻔함과 황당함으로 백세를 누리고도 남겠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 이그네이셔스의 이력을 살펴보자. 표지 그림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외형적으로는 뚱뚱한 거구에 우스꽝스러운 옷차림을 한 삼십 세 청년이다.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비록 잠시지만 강사로 대학 교단에도 섰었으며, 매일같이 현대 사회의 모순을 고발하는 장문의 글을 쓸 정도로 “유식”한 인텔리라고 할 수 있는 데 이 친구, 옮긴이가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말할 정도로 엉뚱한 청년이다. 직장이라고는 대학 교단과 도서관 사서로 잠깐 일했을 뿐 버텨내지 못하고 집에서 어머니에게 얹혀사는 백수인 주제에 툭하면 큰소리치고 악기를 연주해서 온 동네를 시끄럽게 만들고, 길에서 불신 검문하는 경찰과는 한바탕 댓거리를 하기도 한다. 종종 스트레스를 받으면 유문(幽門) - 위와 십이지장의 경계 부분이라는데 여기가 열려 있으면 십이지장액이 위로 역류하여 속이 쓰리고 종종 구토를 하게 된다고 한다 - 이 열리는 통에 항상 신경이 유문에 쏠려 있다. 이 팔자 좋은 청년이 어느날 어머니가 자동차 사고를 내서 거액의 보상금을 지불해야 되는 불운을 만나는 바람에 취업 전선에 나서게 된다. 요행히 유행 지난 바지를 만드는 회사인 “라일리 팬츠”에 취직하지만 순진한 노동자들을 선동해 파업 - 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 을 일으켰다가 짤려 버리고, 핫도그 노점상으로 나섰다가 팔라는 핫도그를 죄 먹어버리지 않나 동성애자들의 정치적 권익을 위해 동성애자 정당 “평화당” 건설을 주도하기도 하는 등 엉뚱하고 기괴한 소동을 연이어 벌인다. 결국 정신병원에 넣어 버리려는 어머니의 음모(?)에 맞서 자신의 전 애인이자 역시나 데모꾼인 “머나”에 의해 일촉즉발의 위기를 넘기고 탈출하게 된다. 주인공 외에도 참 많은 주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정상적인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엉뚱한 인물들 일색이다. 결국 이 책은 1960년대 60년대 뉴올리언스에서 벌이는 주인공과 주변인물이 어우러져 벌이는 일대 소동극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이그네이셔스가 벌이는 각종 소동들을 읽다 보니 어느새 책 마지막 장을 덮을 정도로 나름 재미와 몰입도가 있는 그런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소동들이 앞에서 언급한 세련되거나 지적인, 또는 가장 웃긴다는 찬사들에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몇몇 장면에서는 웃음을 짓기도 했지만 어이없어 지은 헛웃음들이라고 평가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또한 이그네이셔스가 일기처럼 써대는 장문의 글들도 현대 문명에 대한 냉소와 비판이라기보다는 머리에 헛된 망상만 가득 찬 한남자의 넋두리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이 책을 먼저 읽은 독자들의 호평(好評)이 여러 편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면 어쩌면 나는 이 책의 텍스트만 읽었을 뿐 텍스트 행간의 속 뜻을 제대로 읽어내는 데 실패한 것으로 평가할 수 도 있겠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 다를 수 도 있겠지만.

 참 독특하고 색다르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도대체 공감할 수 없는, 나에게는 난감하기만 했던 이 책, 결국 서양식 유머와 풍자가 나에게는 이해불가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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