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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는 인간 호모 루두스 - 존 내시의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인간 본성의 비밀
톰 지그프리드 지음, 이정국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게임이론”을 처음 대한 것은 미시경제학 시간이었다.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로 이제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내용으로 공범 두 명이 모두 자수를 하거나 모두 묵비권을 행사해서 죄를 인정안하면 감형을 받을 수 있지만, 둘 중 어느 한명이 자수를 했을 때 자수하지 않은 다른 한명은 더 무거운 형벌을 받을 수 있는 경우 죄수들은 상대방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엔 서로 자백을 하려 한다는 이론이었다. 그 당시 교수님은 언뜻 생각해보면 참 미련한 것 같지만, 상대편의 행동을 감안하여 자신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내리는 방법이어서 경제 주체들의 선택과 행동을 설명하는 데 꽤나 유용한 이론적 준거이며, 향후 다양한 분야로의 응용 - 경제 이론들이 가장 현실화되는 것은 역시 전쟁이며 이 게임이론도 1,2차 세계 대전 때 실제 응용이 되었다고 한다 - 될 것이라고 강의하셨던 기억이 난다. 최근 경제학 신조류로 각광받고 있는 "행태경제이론(behavioral economics)" 관련 책들을 읽다보니 게임이론을 다시 만나게 되면서 이제는 양자(兩者)간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다수를 대상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이론을 입증하는 실험 예들을 보게 되었고, 각광받는 만큼 논란의 여지도 많은 아직 최종 완성된 것이 아니라 아직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그런 이론이라고 생각되었다. 톰 지그프리트의 “게임하는 인간 호모 루두스; 존 내시의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인간 본성의 비밀”(자음과모음, 2010년 7월)은 오늘날의 게임 이론의 형태를 갖춘 “균형 게임이론”을 발견하여 게임이론 정립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존 내시(John Nash)의 게임이론을 중심으로 게임이론의 초기 태동과정에서부터 오늘날 통계학, 정치학, 사회학, 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을 설명한, 게임이론의 역사와 발전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집대성한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책 도입부에서 작가는 저명한 SF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1950년대의 소설 “파운데이션”을 언급하면서, 60여년 전 씌여진 작품인데도 21세기 현재의 과학기술문명을 마치 거울을 통해 들여다보듯이 정확히 예견한 그의 작품에서 흥미로운 이론 하나를 소개하는데, 바로 “심리역사학”이라는 가상의 학문으로 통계역학 - 원자·분자 등의 미시적 세계의 역학에 입각하여 통계적으로 거시적 세계의 법칙을 이끌어내는 이론 - 에서 쓰이는 분자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방법을 그대로 사회현상에 도입하여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그런 학문이라고 설명한다. 작가는 이러한 학문이 SF소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허황된 이론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고자 하는 이론이 존재하는 데 그것이 바로 “게임이론”이라고 설명한다. 책에서는 게임이론의 태동에서부터 현재 응용분야까지 총망라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고대 로마법”으로까지 그 기원을 두고 있다고 주장하는 작가는 “국부론”으로 유명한 경제학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애덤 스미스를 경제학계의 “뉴턴”의 자연법칙이 애덤 스미스의 “자유경쟁”으로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으로까지 이어져 온 과정을 설명한다. 1944년 폰 노이만과 모르겐슈테른의 공저《게임이론과 경제행동》에서 이론적 기초가 마련되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잠수함 전투에 이 이론을 이용한 미국의 물리학자인 P.모스에 의해서 본격적으로 실용화된 게임이론은 마침내 영화 "뷰티플 마인드(Beautiful Mind)"의 주인공이자 천재 수학자 및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잘 알려진 “존 내시(John Nash)"에 의해 이론적으로 체계를 갖추게 된다. ”내시균형(Nash-equilibrium)", 즉 경쟁자의 대응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하면 서로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 균형 상태를 말하며, 상대방이 현재 전략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나 자신도 현재 전략을 바꿀 유인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이 균형 이론은 몇몇 수학자와 냉전분석가들 사이에서만 논의되었을 뿐 별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게임이론을 경제학 분야에서 주류 이론으로 부각시키게 한다. 내시 이후 게임이론은 책에서 4장에서 11장에 이르기까지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경제학 분야에서 국한되지 않고 생물학, 통계학 및 통계 물리학, 네트워크 과학, 사회물리학, 그리고 양자역학과 정보이론 등 다양한 분야로 끊임없이 이론적 외연을 확대하고 있으며, 아직도 게임이론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이며 논란이 분분한 분야이지만 그 어느 이론보다도 주목할 만한 그런 이론이라고 이야기한다.
미시경제학에서 소비자 행동을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이론 중 하나로서, 행태경제이론의 이론적 근거로서 간접적으로만 접해본 게임이론을 이렇게 역사적 탄생부터 정립과정, 그리고 다양한 응용 분야에 이르기까지 올곳이 접해보기는 처음이어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었던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응용분야 설명에 있어서는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다소 어렵기는 했지만 그저 선택과 균형이라는 단순한 이론인 줄 알았던 게임이론의 응용분야가 이렇게 다양하고 광범위한 줄은 미처 몰랐던 사실이라 마치 공상과학소설을 대하듯 흥미롭게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물론 복잡다단한 인간의 심리와 선택을 공식화하여 미리 예측한다는 것은 아직도 요원하고 어쩌면 불가능한 그런 일이겠지만 이미 경제학에서 게임이론도 양자 간의 제로섬 균형에서 벗어나 다자(多者)의 다수(多數) 행동 패턴으로까지 실험 영역을 꾸준히 넓히고 있고, 다양한 분야로까지 응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어쩌면 인간의 행동을 예측해 통제하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상상이 결코 허황되지만은 않은 그런 사회가 올 지도 모르겠다. 책 첫머리에서 언급한 “파운데이션”의 미래 예측이 60년이 지난 오늘날 고스란히 구현되는 것처럼 말이다. 게임이론이 과연 이런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이론적 소양으로 어디까지 발전해나갈 것인지 앞으로 더욱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