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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vs 역사 - 책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책
볼프강 헤를레스.클라우스-뤼디거 마이 지음, 배진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학생들의 방학시즌, 직장인들의 휴가철,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시작되는 9월, 한해를 결산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연말 연시에는 각종 기관들이나 유명 인사들이 추천하는 “무슨 무슨 책 100선” 등과 같은 책 목록들이 수 없이 올라오곤 한다. 베스트셀러 위주이거나 출판사의 상술용 목록들이 대부분이고, 책에 대한 평가는 읽는 사람의 취향과 소화 능력에 따른 주관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저 일회성 흥미꺼리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몇몇 목록들은 자신의 편중된 독서습관을 바로잡고 독서의 외연을 넓히는 데 참고할 만한 목록들도 종종 눈에 띄인다. 그렇다면 세계 걸작 영화 100선, 세계 유명 음악 100선 처럼 선정의 주체와 그 대상이 누구인지, 또한 어느 문화권을 바탕으로 하느냐에 따라 모두 제각각일 수 밖에 없는 “인류 역사의 빛과 그림자를 만든 50권”, 바꿔 말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책 50권을 선정해본다면 과연 어떤 책들이 뽑힐수 있을까? 독일의 유명한 저술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볼프강 헤를레스”와 역시 독일의 유명 극작가이자 방송 프로듀서인 “클라우스 뤼디거 마이”는 책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책이라는 테마로 인류가 기억해야 할 책 50권을 선정하여 “책 VS 역사”(추수밭, 2010년 6월)라는 책으로 엮어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를 고대, 중세, 근대, 현대 4부로 나누어 이집트의 “사자의 서”부터 최근 전 세계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해리포터”에 이르기까지 50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책 목록의 면면을 보면 종교의 경전인 “신구약성경", 코란", "벽암록","논어"에서부터 서구 사상사에서 일대 변혁을 일으키고 새로운 철학적 사유를 이끈 “방법서설(데카르트)","국부론(애덤스미스)","순수이성비판(칸트)”, "공산당선언”(마르크스)등의 인문, 사회과학 서적, 과학사에서 일대 혁명을 가져왔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뉴튼), "종의 기원" (다윈),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에 관하여"(아인슈타인) 등과 같은 자연과학 서적, 세계 고전 명작으로 부를만한 “일리아스”(호메로스), "니벨룽겐의 노래", "로미오와 줄리엣"(세익스피어), "로빈슨 크루소"(대니얼 디포) 등의 문학 작품들과 최근 베스트셀러인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에 이르기까지 종교, 사회, 철학, 과학, 문화를 총망라한,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제는 식상하기까지 한 책들을 우리에게 선보이고 있다. 책에 대한 소개는 비교적 충실해서 본문에서는 책이 출간된 시점의 시대적 배경과 책이 인류의 역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다루고 책의 기본 내용이나 작가 소개, 책 이면의 이야기꺼리는 별도의 칸을 만들어 본문에 삽입했고, 페이지마다 그 시대와 책에 관한 각종 컬러 삽화를 배치하여 시각적 이해를 쉽게 하고 있어 유명 책들에 대한 상식 사전으로는 훌륭한 읽을 꺼리를 제공하지만 솔직히 이 책에 선정된 50권의 목록이 과연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그런 책들인가에 대해서는 솔직히 인정하기 어렵다. 작가의 태생이 독일인지라 그런지 서구, 특히 독일 문화권 위주의 책을 선정하는 편협된 시각과 역사관이 곳곳에 보이고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는 동양의 위대한 저술들 - 예를 들어 일리아스 못지 않게 위대한 서사시로 오늘날 10억 힌두교의 경전이자 문화적 근간이 될 수 있는 “마하바라타"나 “금강경",“화엄경”등 선종(宣宗)의 경전들, 유교, 불교와 함께 종교적, 사상사적 큰 줄기를 이어오고 있고 최근 서양에서도 크게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노자의 “도덕경” 등 -, 개인적으로야 참 좋아하는 작품인 “말괄량이 삐삐”나 “반지의 전쟁”, 그리고 비록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게임, 영화 등으로 천문학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했다지만 과연 “해리포터”가 문학사적으로 기념비적인 업적을 거두고 지대한 영향을 끼친 수많은 고전 걸작들을 제치고 과연 50권 안에 드는 것이 합당한지는 의문이다.
작가도 이런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한 듯 들어가는 말인 "책의 나비효과"에서 "여기에서 제시하는 50권 중에는 역사를 만든 책이 아닌 것도 있으며, 교양이 높은 사람들의 서가에 구비되어야 하는 필수 도서가 아닌 것도 있다. 그런 책이 존재하는다는 사실과 그 책에 담긴 지식이나 사상, 그리고 그 책이 미친 영향을 아는 것만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다. 이 책은 지식이 목마른 사람들에게 지침을 일러준다. " 며 J.K. 롤링의 "해리포터", 요한 볼프강 폰 괴태의 "파우스트",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등을 역사를 만들 정도의 힘은 가지지 못한 책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으며 이 책은 좀 더 중요한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둘러싼 흥미로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책은 사람과 똑같은 존재이며 일단 세상에 태어나면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그러다가 역사를 만들기도 한다는 마지막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도 보는 관점에 따라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지듯이 책도 사람처럼 다양한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쉽지만 “인류 역사의 빛과 그림자를 만든 50권의 책”이라는 거창한 광고글이 무색하게 이 책도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무슨 무슨 책 50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런 책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떤 책 목록을 내놓아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모두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왜 이런 책들을 선정했는지에 대한 불편한 마음만 가지지 않는다면 "그냥 마음내키는 대로, 기분에 따라 건너 뛰어도 좋고, 앞뒤를 오가면서도 읽어도 상관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책꽂이에 꼽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한 번씩 펼쳐볼 만한 책 상식 사전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