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지음 / 난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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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모든 현상들은 엄밀히 따지자면 적어도 지금까지는 과過보다 공功에 속하며, 우리 시단에 실失보다는 득得으로 작용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러나 그것들이 이미 대세를 이루고 주류를 이룬 마당에는, 이제 그것들은 긍정적인 역할보다는 부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압도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만큼 사실은 우리가 잃은 게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이며, 산문화라는 한 요인으로 귀속시킬 수 있는 그 모든 부정적인 현상들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내가 보기엔, 그것은 서정성의 회복일 것 같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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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생애 소설Q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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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나게 내 탓도 아닌데 마치 내 탓인 것 같아서 온 생애 전체를 잠식하는 어떤 사건이 있다. 소설에서 곧잘 선보이는 문제적 개인과 더 문제적인 사회의 모습은 멀고도 가까워서 아무리 픽션이라도 안심하긴 어렵다. 언제 어느 때 내게 닥칠지도 모르는데 그렇다고 대비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시련이다. 그래도 소설가가 창조한 세계에 흠뻑 빠져 ‘만일 나라면‘ 은 고민해 볼 수 있잖아. 그러면서 더 좋은 내가 되기 위해서 좀 더 나가는 거지. 인식하는 내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는 동안 또 한 권의 사랑스러운 소설 [완벽한 생애]를 만났다.



쇼스타코비치는 체호프를 게걸스럽게 읽었다는데 요즘 나도 한국 소설을 포악하리만큼 열심히 읽는 중이다. (그러면서 내내 나는 절대 소설가는 되기 힘들겠구나 좌절한다. 좌절이라면서 왜 행복한지는 모른 채!) 한국 소설을 읽으면서 단연 돋보이는 작가들이 있는데 그 군(群)에 조해진 작가가 합류하게 된 것은 [환한 숨]이라는 단편집을 읽고나서부터다. 그 전에는 조해진 작가를 잘 몰랐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을 읽었는데도 그랬다;;;) [환한 숨]에 완전히 사로잡혔으면서도 그 무렵 추천받은 [단순한 진심]을 위시에 올려놓고도 다른 책에 빠져 등한시 했다.

그러다가 신작이 나왔고, 우연히 팟캐스트에서 초대손님으로 온 조해진 작가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이 책을 먼저 읽고 싶다 생각했다. 단숨에 읽었고, 읽고 나서 여운이 남았고, 읽는 내내 너무 좋았다. 읽길 잘했다.



이별이라는 것은 생의 한 부분을 찢어내는 일이다. 어떤 이별은 다른 것으로 찢어진 부분이 꿰매지는 반면, 어떤 것은 계속 덧나고 곪는다. 불현듯 마주치는 슬픔의 감각 앞에서 인간은 저도 모르게 자기 탓을 하며 비관한다. 남 탓보다야 겸손해 보이지만 결코 미덕이 아니다. 왜 혼자만 아파야 해, 왜!!



짜내고 약을 바르는 것만으로는 턱도 없이 지독한 환부로 신음하는 세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셋이지만 나는 다섯을 보았다. 누가봐도 주인공인 윤주, 미정, 시징과 함께 주변인물인 보경언니와 선우도 완벽한 이별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조해진 소설의 등장인물은 죄다 너무 안타깝다. 경중과 상관 없이 모두가 안쓰럽다.



단 한번의 모의재판으로 법조인의 길을 포기해 버린 미정은 단지 법에 대항하여 무력했기 때문에 그 길을 놓아버린 것이 아니다. 사유하지 않은 죄에 대해 변호하기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아버지가 걸림돌. 혹자는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비약이라 말할지 모르지만 가슴 아프게 이해가 됐다.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는 거다.

가장 인상 깊은 말은 ‘신념 없는 활동가로 사는 게 나쁜 거냐‘ 는 물음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신념을 너무 중요하게 여기고 없으면 인간 말종 취급을 한다. 외려 잘못된 신념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근본적으로 악한 일임을 겪었으면서. 신념이 없어도 함께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박수칠 일 아닌가?

아무튼 난 미정이 너무 좋았다. 아버지를 이해하는 과정, 결국엔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들이 끝내 사랑으로 이루어진 거라 너무 좋았다. 보경언니를 힘들어 하는 그 마음까지도 정말 이해가 됐다.



미정이 좋았지만 감정 이입은 오롯이 윤주에게였다. 이유는 끝내 놓아버리지 못한 무엇 때문에 고통받는 윤주의 모습에서 왠지 내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피디가 되고 싶었지만 결국 되지 못했고, 차선으로 선택한 것은 비난을 샀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놀림받았을 때 과감히 버리고 떠나버린 그 용기도 멋졌다. 그리고 6년만에 완전한 이별을 경험하는 과정도 좋았다. 역시 가장 강력한 이별은 강제로 포기하게 되는 어떤 순간의 목격이다. 자꾸만 끈이 풀리는 운동화를 신고 달리기 하는 것을 함께 경험한 선우가 혼자 슬리퍼로 갈아신고 편안하게 웃는 모습을 본 윤주는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었음을 깨닫고 그를 놓아준다. 근사했다.



시징은 3개월의 뜨거운 사랑만 남기고 떠나버린 은철을 찾아 서울 영등포로 온다. 윤주가 제주도로 떠나면서 한달가량 방을 빌려주었기 때문에 윤주의 방에 머물면서 홀로 지독한 이별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생명이 다해버린 사랑에 대한 애도는 끝까지 공허해 보는 것이 아닐까. 은철에 대한 시징의 사랑이 세 가지의 은유로 빚어지는 것에서 아름다운 미술품을 보았을 때의 환희같은 걸 느꼈다. 소설가는 마법같이 빛나는 회화 한 점을 내게 선물했다. 근사하게 맞아 떨어지는 퍼즐 같기도 했다. 이 소설이 그다지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절절하게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엮어낼 수 있나 그걸 가능하게 하는 힘은 진정 필력인가!! 무지 놀랐다. 멋지다. (이거 말고 쓸 단어가 없어서 섭섭하다 ㅠ)



그리고 끝내 내게 울음을 터트리게 한 것은 보경언니다. 아, 작가님 진짜 나쁘다 ㅠㅠ결국 울렸어~~

주변인물인 보경언니, 선우, 그리고 미정의 아버지까지도 슬프고 슬픈 인물이다. 그러나 끝내 살아내는 그 인생들이 결국 완벽한 생애가 아닌가 싶다.



배경으로 작동하는 역사적 사실들도 궁금하게 했다. 홍콩의 이야기, 우리나라 민주화 이야기,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여러가지 사건들, 그리고 여전히 존재하는 부당함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여운이 길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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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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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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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 마르케스 - 카리브해에서 만난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 클래식 클라우드 29
권리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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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백년의 고독]을 완벽하게 읽은 느낌이었다. 두 번이나 읽었지만 아리송 했던 마술적 리얼리즘의 세계도, 따로 공부하지 않아서 잘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도 이 책을 읽고나면 완벽하게 이해할 수가 있다. 출간되자마자 무조건 읽고 싶었던 책 [가르시아 마르케스]에는 라틴아메리카의 거장,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인생과 그의 역작들을 상세하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권리 작가와 함께 떠나는 콜롬비아 여행도 실감나게 만나 볼 수 있다. 내 평생 실제로 한 번 가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낭만이 넘치는 그 곳, 마르케스의 마콘도는 정말 너무너무 흥미로운 곳이었다!



[백년의 고독] 속 마콘도의 실제 모델, 아라카타카! 권리 작가는 마르케스의 굿즈쯤은 있을 거라 상상했지만 그런 건 없었다. 하지만 너무 아름다웠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대학살이 일어나기도 했던 슬픈 곳 ㅠ 제주도도 슬쩍 생각났다. 나도 가보고 싶어 ㅠ



그렇지만 나는 몸포스라는 곳이 더 마음에 들었다. 가는 동안 바퀴벌레 버스에 시달렸다고 하니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아직도 망고서리를 할만큼 목가적인 마을인데 어릴 때 작가도 저렇게 자랐을까 싶어 웃음이 났다. 권리 작가가 속속들이 세세하게 알려주어서 앎이 충족되기도 했다. 적어만 두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마르케스의 자서전도 빨리 읽어보고 싶다.



[백년의 고독]을 읽고 나는 마르케스의 필력에 완전히 매료됐지만 실제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조금 매력이 떨어지긴 했다. 너무 문란하고 여성편력적이어서 ;;; 쩝. 그래도 다 자라서는 소설가의 시대적 사명을 잊지 않고 성실한 다작들을 희대의 역작으로 만든 공이 크다. 그 바람에 백년 후의 독자도 그의 글을 읽을 테다. 정치와 치안이 어지럽고 작가 개인적으로도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걸 멈추지 않았다. 정말 멋지다!



이책에서는 마르케스의 호칭을 가보라고 한다. 그것도 낯선데 가비타라고까지 해서 더 어색했다. 실제로 그리 불렸다고 해도 호칭을 통일했으면 하고 바랐다. 뭐 물론 적응했지만!

암튼 마르케스의 흔적을 이 책을 통해 하나씩 소개받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는 작품만큼 집도 많았다. 각각 다른 작품들이 나왔겠지?! 시간을 내서 [백년의 고독]외 다른 작품들도 다 읽어보고 싶다.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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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 개역판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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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 불확실성은 우주의 끝에 대한 결론은 물론이고 비교적 가까이 있는 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도널드 골드스미스가 지적한 것처럼,
천문학자들이 M87 은하가 6,000만 광년 떨어져 있다고 하는 것의 정확한의미는 그것이 4,000만에서 9,000만 광년 사이에 있다는 뜻이다. 그런 표현이 같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자들은 "일반인들에게 그 차이를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았다." 우주 전체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증폭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사실을 염두에 두면, 오늘날 우주의 나이에 대한 가장 정확한 추정값은 120억 년에서 135억 년 사이로 생각되지만, 모두가 동의하기까지는 먼 길이 남아 있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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