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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들이 떴다!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0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08년 12월
평점 :
학벌위주의 사회적 편견과 맞닿는 현실은 실로 냉혹하다. 이를 몸으로 체득한 후에 나오는 후회의 말이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열심히 할 걸!’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런 사회적 어려움을 알기에 자녀에게 공부의 중요성을 자꾸 이야기하지만, 역시 아이들은 잔소리로만 여긴다. 백 마디 말보다 글의 힘이 크다고, 청소년기의 성장소설이 잔소리가 아닌 그 시기에 겪는 아픔을 공유해 봄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해 보고 장차 삶을 설계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요즘은 성장소설을 자주 찾아 읽는 편이다.
그 중 블루픽션상 수상작인 이 책은 제목부터가 남다르다. 문학도의 꿈을 꾸며 긴 시간의 굴곡을 겪으며 늦게 문학의 발을 내딛은 작가가 학교에서 공부를 잘한 상위의 학생이 아닌 나머지 대다수 학생들이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얘기하고 있다. 책은 비교적 수월하게 잘 넘어가는 편이며 재미도 있고 깊이도 느껴진다. 학교나 가정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겪는 혹독한 사회 적응기라고 할까?
기계공고생 네 명이 딱히 자격증도 없이 졸업을 앞두고 있다가 한적한 시골에서 고압송전철탑을 건설하기 위한 기초 작업반 실습생으로 취직하게 된다. 그 힘든 중노동에 탈출을 감행하는 아이들 이야기를 시작으로 박진감 넘치게 진행된다.
네 아이들의 우정과 가슴 설레는 연애하기 직전의 마음도 잘 묘사되었고, 아이들을 친동생처럼 감싸는 노총각 양 대리의 깊은 배려가 무엇보다 돋보였다. 탈출실패로 다시 잡혀온 아이들을 훈계하고 토닥이는 마음 씀씀이,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는 태도, 천마산업의 사장 앞에서 어른들의 뻔뻔스러운 거짓에 아이들 말의 신뢰를 입증해준 용기 있는 행동 등 곳곳에서 그의 인간미를 한껏 느껴 볼 수 있어 좋았다.
작품 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할 만한 사회적인 문제도 많이 나온다.
임금체불이 소재가 된 노동법을 설명해주는 고시생, 철탑건설로 인한 마을의 재해로 인한 시위와 조폭을 동원한 강제 진압, 잠깐 비쳐주는 역사의 사실인 삼청교육대이야기,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전통장례 이야기, 농촌 수확 철에 일어나는 절도사건 등 조그만 마을에 펼쳐지는 사회적, 역사적 깊은 갈등이 배경이 된 이야기다.
그 중에 희진 할머니의 전통장례로 선소리꾼의 소리가락에 맞추어 상여가 나가는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현실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간혹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장면만 떠올렸기 때문에 잘 몰랐던 부분이었다. 차량을 이용한 현대적인 장례와는 또 다른 느낌이 전해지는 이야기다.
그동안 성장소설을 좀 읽었지만 이렇게 마음을 확 잡아끄는 선 굵은 소설은 보기 드물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