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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원 인생 -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일기
안수찬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시대의 노동일기

최근 비슷한 류의 책을 두 권 읽었다. 두 책 모두 우리 주위의 가난한 노동계층을 이야기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한 책은 그 속에서는 노동자들의 멋진 꿈을 만날 수 있지만, 다른 책에서는 가난의 굴레, 비극의 굴레만이 느껴진다. 한 책에서는 꿈을 향한 희망의 땀을 만날 수 있지만, 다른 책에서는 어쩔 수 없는 가난의 굴레 속에서 흘리는 땀을 만날 수 있다. 그 두 책 중 한 권이 ‘4천원 인생’이다.

'4천원 인생'에서는 희망은 보이지 않고, 누구의 힘으로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굴레 속에서 허우적 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저자들(저자가 4명임)의 의도가 그들을 만나고 그들을 알리는 것이 목적임에 당연한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솔직히 나 자신도 모두 ‘불공정한 시각을 가진 사회 속에서 홀로 공정한 시각을 가진 것처럼 착각하는 보수주의자’인 것을 최근에야 깨달을 수 있었지만, 이런 류의 책을 쓰는 노동계 작가들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히 그들은 ‘프롤레타리아 혁명가를 가장한 부르조아’처럼 보인다.

이 책은 한겨레신문 기자들이 노동현장을 체험하고 그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본 목적은 노동자들의 진솔한 삶을 묘사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저자들의 기자이 경력이 짧을수록 글이 더욱 진솔하고 사실적인 묘사가 잘되어 있는 반면 경력이 길수록 마치 우울한 시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름은 지워지고 노동자들의 삶 자체가 들어났으면 얼마나 좋을까?

암튼 책은 노동자의 삶을 꿈이 없는 비참함으로 밀어 넣기 위해 무척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부분이 현실일 것이고 분명히 모두가 그들을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 당연지사이나, 저자들은 어떤 대안의 제시도 없이 단지 그들을 비참함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데만 열중하고 있다. 마치 그들의 현실을 고발하고 그들을 위해야 할 저자들이 도리어 그들을 사회와 분리하는 무언의 계층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손에 든 것은 노동계급에 대한 이해와 마인드를 얻고자 함이었다. 그리고 일부 결실을 얻은 것도 사실이다. 이 책속에는 식당, 대형마트, 외국인 노동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쟁적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들의 소개되고 그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눈물 나는 가정환경을 소개함으로써 우리들의 심각한 고민과 관심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그 심각한 고민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무엇인가 거창한 정책을 만든다던지 그런 류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사회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는 그들에게 그들도 우리의 한 구성원이라는 표시만으로도 족할 수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외적인 물질일 수도 있으나, 더욱 필요한 것은 내적인 희망과 용기일 수도 있다는 것이 생각이 든다. 앞서 언급하였던 희망을 전하는 책에서는 동일하게 어려운 환경이지만 그 속에서 꿈을 잃지 않고 또 그 꿈을 이루어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은 후로는 사무실에서 만나는 청소용역 아줌마에게 인사를 한다. 식당에 가면 이분들이 얼마나 힘드실까하고 친절하려고 노력한다. 하루하루가 힘든 그들에게 잠시나마 쉼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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