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할 수 있을 거야 지구를 살리는 그림책 12
이모겐 팍스웰 지음, 아냐 쿠냐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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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할 수 있을 거야

이모겐 팍스웰 글, 아나 쿠냐 그림,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넌 할 수 있을 거야』 제목만 보고는 아이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라는 내용의 그림책인 줄 알았다. 단발머리 여자 아이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표지 그림 때문에 의기소침한 아이에게 해 주는 말인가 했었다. 하지만, 이 그림책은 '지구를 살리는 그림책'시리즈로 들어있는 그림책이었고 아이는 그저 고개를 숙인 것이 아니라 두 손을 모아 무엇인가를 담고 있는 모습인 것이 보였다. 환경에 관한 내용일까. 아이의 손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물음표를 가지고 책을 펼쳐보았다.

 

책은 풀이 자라지 않는 황량한 땅에 사는 아이가 씨앗을 발견하고, 주위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과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 씨앗을 심고 돌보며 결국에는 그 일대가 바뀌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마치 장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야기를 보는 듯 했다. 장 지오노의 책에서는 양치기 어른이 그 주인공이었다면, 이 그림책에서는 어린 소녀가 그 주인공이라는 것이 달랐을 뿐. 또 다른 점이 있다면,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는 오랜 시간 묵묵히 나무를 심은 그 모습을 다루며 주인공의 목소리는 최소화 하고 그 과정을 다큐멘터리를 보듯 보여주었다면, 이 책에서는 아이가 외부에서 듣는 비관적인 말과 그에 맞서는 내면의 목소리를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말하는 목소리에 체념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넌 할 수 있을 거야'라는 아이 안에서 울리는 그 목소리를 붙잡는 모습을 주변 환경의 변화와 함께 그림으로 담담히 그려진다.

 

희박한 가능성이라 할지라도 구멍을 파고 씨앗을 심고, 물과 거름을 주며 보호했을 때 나무가 자라고 열매가 맺힌다는 자연의 원리, 어쩌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이것을 메마른 땅에서 시작할 때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보게된다. 생명은 결국은 또 다른 생명을 낳고 그 일대를 비옥하게 하며 토양을 바꾸고 기후까지 바뀌게 만든다는 꿈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절망의 순간도 있겠지만, 물을 기대하지 못했던 곳에 강이 흐르고 생명이 깃든 곳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무언가 자라나도록 돕는 그 시작이 있어야 함을 잔잔한 어조로 격려해준다. 넌 할 수 있어!라는 강한 표현 대신, '어쩌면 넌 할 수 있을 거야'라는 작은 목소리로 말이다.

첫 장에 나왔던 아이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머리가 희끗하다못해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마른 땅위가 아닌, 넓은 강에 띄워진 배를 노젓는 모습으로 말이다. 나무가 자라고 배를 띄울 만큼 넓은 강, 수 많은 물고기들이 몰려있는 풍경이 현실이 되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혹시, 내가 지금 시작한다면, 어쩌면, 바라는 그 모습이 되지 않을까' 라는 그 조심스러운 마음을 무시했더라면 그 땅은 메마른 채로 그대로 있지 않았을까.

내 마음이 무너져 잘되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 누군가가 내게 씨앗을 주며 '어쩌면 될 수 있을 거야'하는 그 목소리를, 또 내 안에 작은 속삭임을 따라가보길.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숲을 이루고 그 생명이 물길을 찾고 그 순환이 대기의 흐름을 바꾸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변화는 온다는 것을 기다려보기. 내가 알아채기 어려운 속도로 기대 했던 것이 더디더라도.

넌 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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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키호테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16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저지 페리 엮음, 신인수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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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키호테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16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저지 페리 엮음, 신인수 옮김

보물창고


 

 

『돈 키호테』.'맨 오브 라만차'라는 이름의 뮤지컬로도, 또 괴짜 기사로도 유명하지만 이 책을 정독해본적은 없던 책. 이번에 보물창고에서 나온 세계명작전집을 통해 이 작품을 제대로 접하게 되었다.

배경지식이 있으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는 법. 이 책에서는 책 본론으로 들어가기 앞서 작가 등에 대한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먼저 볼 수 있게 되어있어서 작품에 대한 기대를 더 가지게 해 주었다. 4월23일 책의 날이 셰익스피어가 숨을 거둔 날이라고만 알고있었는데, 세르반데스도 같은날에 운명했다니!(같은 해, 같은 날!)

 

돈 키호테, 막연한 공상가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는 모험소설을 무진장 좋아하는 시골 귀족이었다. 자신이 탐독하던 책을 받아들이고 실제로 살아보고자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모든 상황에서 그런 것은 아닌모양이다. 자신이 방랑 기사가 되어 무장을 하고 모험을 찾아 말을 타고 세상을 돌아다니며 책에서 읽은 기사의 삶을 실천하겠다고 마음먹고 움직이는 순간부터 이 돈 키호테는 세상이 이전과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이 보호하고 충성을 바칠 여인을 실제와 다르게 설정하기도 하고, 포도주가 담긴 멀쩡한 가죽부대를 거인이라 공격하기도 한다. 그런 그의 곁에는그를 놀림감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고, 처음에야 어떤 마음으로 함께 했는지 몰라도 끝까지 함께 한 산초판자와 같은 이도 있다. 어떻게 해서든 그를 일상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신부의 모습도 보이고 말이다.

평범하지않은 한 시골 귀족의 행동으로 보아야 할까? 『성경』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책이 바로 이 『돈 키호테』라는데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실로 대단하다. 러시아 소설가 도스토예프스키는 '전세계를 뒤집어 봐도 『돈 키호테』보다 더 숭고하고 박진감 있는 소설은 없다고 평가했으니 말이다. 이런 평가를 받는 이유는 종교와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함께, 우리가 우리 자신임을 잊거나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본모습을 잃을 때,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라고 책 뒷편 부록에 나와있었다. 이 책은 저자 세르반테스가 감옥에 있을 때 1,2부로 출간한 내용을 영국 극작가 저지 페리가 새롭게 엮어 낸 책이다. 작가인 세르반테스는 당시 허황된 이야기로 가득한 기사도 소설의 유행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상만 추구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러나, 소설 속 돈 키호테를 미치광이로만 보지 않는 산초와 함께 등장시킴으로써 이상과 현실 이 두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완벽한 가치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이상을 좇아 거리낌없이 나아갔던 돈 키호테, 그리고 그의 곁에서 현실을 이야기 하면서도 그를 돌봤던 산초와 그를 돕거나 또는 우스꽝스럽게 여기며 대했던 주변 인물들. 엉뚱하기만 하다고 여겼던 행동들인데, 소신대로 믿고 나아갔던 점은 다시보니 인정할 만 하다 싶다. 그래도 현실에 발을 디딘 이상을 꿈꾸는게 맞겠지.

돈 키호테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전처럼 기사소설을 읽는 것 만으로 만족하며 지냈을까 산초는 약속받은 섬을 통치하게 되었을까. 이 책도 원작을 엮은 책이기에, 세르반테스가 처음 펴낸 2권분량의 책은 어떻게 되어있을지 궁금해지는데... 돈 키호테 입문으로 어린이도 보기 쉽게 되어 있는 저지 페리가 엮은 책, 보물창고의 『돈 키호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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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철학자 - 지혜롭고 안온한 삶을 위한 나무의 인생 수업
카린 마르콩브 지음, 박효은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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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철학자

지혜롭고 안온한 삶을 위한 나무의 인생수업

카린 마르콩브 지음, 박효은 옮김


 

 

책은 독자 안에서 유기체 처럼 서로 소통하는걸까.

존재의 이유를 생각하며 답을 찾는 고민을 하게 한 《세상 끝의 카페》와 함께, 제목만 보면 전혀 상관없을듯 한 이 책이 내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세상은 어떤 곳인가.

짧은 인간의 삶, 이곳에 머물머 무엇을 할 것인가'

나무의 임무와 사명, 나무의 모습을 보며 나를 돌아보게 하는 책 《숲속의 철학자》를 만났다.

나무의 하루를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가장 가까운 곳에 늘 그곳에 있었던 것 처럼 서 있는 가로수를 무심코 바라본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가지들을 쭉 늘리며 스트레칭을 하며 온몸 구석구석을 느끼는 시간을 가지는 나무.

뿌리가 땅에 잘 박혀 있는지 확인하고, 제 발치에 있는 세상을 느끼고 나서 제 곁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안부를 묻는 나무.

"모두 잘 있지? 내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고?"

...

아침의 햇살을 만끽하며 숨을 깊이 들이마셔요.

해 덕분에 오늘도 저는 제가 맡은 일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숲속의 철학자. 나무의 하루 p.7~9)

'나무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라'는 원제를 가진 책 답게, 이 책은 나무를 의인화해서 들여다본다. 나무가 지닌 인내심, 회복탄력성, 포용력, 감수성, 소통, 침묵, 단순함, 연대, 리더십, 치유의 힘, 이 열 가지 미덕을 살펴보며 우리 삶에 적용할 것을 이야기한다. 열 가지 미덕은 각 각 하나의 장으로 총 10개의 장으로 전개된다. 우리에게 각 미덕이 왜 필요하지 이유를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나무에게 배울 수 있는 점을 살펴보고 그렇게 살 수 있도록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떠올려보도록 돕는 페이지가 이어진다. 이어서 마음에 새겨둘 다짐과 함께 자신에게 되새길 수 있는 긍정확언과 목표를 적을 수 있는 란으로 구성되어 있다.

열 가지 미덕 중 소통에 대해 살펴보자. 나무에게서 소통을 배운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나무는 말을 할 수 없지만 에너지로 소통한다는 이야기를 책을 통해 접한다. 나무들 만의 인터넷,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이라 불리는 숲속 통신망을 이용해 뿌리와 균류의 공생관계를 만들고 이를 통해 시련을 이겨내고 오래 살아갈 정보를 교류한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것은 이러한 상생관계에서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다는 것.

이러한 나무의 모습을 보며 '타인과 원만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나무처럼 상생의 관계를 맺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다는 것이 다음단계이다. 그리고 이 미덕을 적용할 질문들이 이어진다. '오늘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에너지를 주었는가?','오늘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좋은 말을 했는가?'등의 질문말이다. 삶에 소통이라는 열매를 맺어줄 다짐들 - 진심 어린 질문하기, 함부로 추측하지 않기, 타인을 존중하기 등 -과, 긍정확언 - "나는 분명하게 의사를 표현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할 것이다"-로 마무리 된다.

나무의 미덕을 살펴보면 공통적인 것이 단순히 생존을 위해, 시류에 휩쓸리며 그저 흘러가는대로 자기만을 위해 살기보다,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함께 행동한다는 것이다. 각자의 삶을 위해 하나가 되는 삶.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삶. 그 삶은 매일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지금 여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무가 그 자리에 뿌리내려 서 있으면서 미덕을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나무를 통해 인생을 돌아보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을 생각하게 하는 책 《숲속의 철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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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기사 사각사각 그림책 53
크리스토퍼 데니스 지음,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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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기사

2023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크리스토퍼 데니스 글,그림 노은정 옮김

비룡소


 

그림책을 고를 때, 엄마는 책과 관련된 부수적인 것에 먼저 눈이 간다. 누군가의 추천사, 그리고 이 책 띠지에 있는 것 처럼 '2023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과 같은 상을 받은 작품이라는 것 등 이른바 '검증 된 것'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 용기를 내어 책을 손에 들게된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떤가? 보다 직관적이다. 이 책이 상을 받고 그렇지 않고를 아이에게 이야기해 준 적이 없다. 그런데, 4살된 막둥이는 이 책을 접한 후로, 하루에 한 번은 이 책을 보고 잠이든다. 신기한 일이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인가? 상을 받았다는 것은 심사위원들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감각으로 책을 들여다보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니 말이다.

 

이 이야기책은 고전적인 요소인 '기사'라는 것
과 함께 현대적인 소재를 등장시켜 이전과 확연히 다른 느낌의 '현대판 고전'으로 입성한다. 알에서 깨고 나온 그날부터 하나의 꿈을 꾸는 올빼미, 그의 꿈은 바로 기사가 되는 것이다. 매일 아침, 잠들기 전까지 - 올빼미라서! - 올빼미는 진짜 기사가 되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무슨 일인지 기사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속성과정을 거쳐 기사가 되고 자신의 특기를 살려 밤에 성을 지키는 임무를 맡게된다. 그러던 어느날 이상한 소리가 들리며 기사들을 간식거리로 여기는 용을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깜짝 전개가 새롭게 펼쳐진다. 올빼미가 용에게 어떤 제안을 하게 되는지는 책을 통해 확인하시길. 힌트를 드리자면, 꿈은 이루어진다고 할까. (그림책의 장점은, 책을 몇 번 읽다보면 이전에 보이지 않던 장면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손으로 짚은 그림은 작가님의 친절한 이야기 안내도!)



(책의 앞, 뒤 면지 그림. 얼굴가리개가 덮여져 있는 그림과 열려서 눈이 보이는 그림, 용이 불을 뿜는 모습과 웃고있는 듯한 얼굴의 변화를 찾아 낸 것도 아이들이다.)

고정관념 속에 있는 용의 공격성, 그것을 무찌르는 기사의 모습을 기대했다가 그것보다 훨씬 더 멋진 결말을 보게 해 준 그림책. 성을 지키고 공동체를 지키는 멋진 기사의 모습과 더불어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을 떠올리고 나눔으로써 친구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 그림책. 아이들이 보고 또 보는 그림책 답게 책을 볼 때마다 새로운 그림을 보게 되고 아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더 풍성하게 누릴 수 있게 되는 그림책 《올빼미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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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없이 비올라 샘터어린이문고 72
허혜란 지음, 명랑 그림 / 샘터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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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없이 비올라

글 허혜란, 그림 명랑

샘터


 

 

《우산 없이 비올라》 제목부터 독특하게 다가온다. 말장난 같기도 하고, 제목을 눈으로 한 번 읽은 뒤로는 계속해서 내 머릿속에서 맴도는 글이 되었다. 단순한 말장난일까? 아니면 특별한 의미가 담긴 말일까. 저자 이름에 '허혜란'이라 적힌 이름을 보고, 샘터에서 펴낸 제5회 정채봉 문학상 수상작이었던《503호 열차》를 쓴 작가님의 다음 책이라는 것에 읽어보자고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책은 두 개의 글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나는 '우산 없이 비올라'와 '팔뚝 피아노'. 서로 연관 없이 보이는 이 두 이야기는 묘한 접점을 통해 영향을 주고 받음으로 이어진다. 나비효과라고 해야할까. 한 사람의 삶이 또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나의 성장이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먼저, '우산 없이 비올라'에서는 어릴 적 부터 비올라를 연주한 열세 살 선욱이가 나온다. 분명 좋아서 시작한 악기연주이고, 잘한다는 칭찬과 콩쿨입상의 결과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무리한 연습과 '자기 소리'를 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지금은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있는 상태로 방학동안 할머니집에 있게 되었다. 정통 음악은 잘 모를지 몰라도 진정 음악을 즐기고 누리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소리를 내며 자신의 행복과 음악으로 '노는 것'을 깨닫게 되는 선욱이의 성장이야기가 바로 첫 번째 이야기 였다. 책 제목인 '우산 없이 비올라'는 비가 오는 광복절 무대에서 할머니들로 구성된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하며 진정 자신의 소리를낸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선욱이가 악기가 비에 젖는 것에 괘념치 않고 연주하는 그 장면에서 나온 말이었다. 실제 악기를 관리하는 측면에서는 아찔한 순간이지만, 음악을 하는 행복을 깨달은 이 순간은 값으로 매길 수 없을것이다.

나의 소리를 내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음악으로 '놀게'한다. 그것은 누구에게 배워서 되는 것도 아니고, 필사적으로 연습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실력이 쌓여야만 되는 것도 아니다.

...

내게는 빗속에서 신나게 연주하는 비올라만 있다.

자유로운 비올라. 우산 없이 비올라.

《우산 없이 비올라》 p.90

두 번째 이이기는 그렇게 연주를 마치고 차를 타고 돌아가는 선욱이의 시선을 마주친 아이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남자아이 여자아이가 있던 그곳은 늘푸른 병원. 사고로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김새별을 일으키기 위한 프로젝트가 이뤄지고 있는 병실에서 이야기는 펼쳐진다. '팔뚝 피아노'는 누워있는 오빠의 팔에 피아노를 그려서 연주하는 동생의 모습에서 나온 제목이다. 기적적으로 의식을 차린 오빠가 창 밖에서 들린 선욱이의 비올라 연주와 동생이 자신의 팔에 연주한 작은 별 연주를 이야기한다. 피아노를 잘 치는 아이가 의식을 찾기를 원하며 소규모 인원의 전교생이 방과후 서로 친구를 돌봐주는 이야기도 감동적이지만, 그 속에 함께 들어있는 돌아올 수 없는 엄마의 이야기- '우산 없이 비올라'에서 나온 광복절 기념 노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야기와 맞물린 -도 보게된다.

서로 다른 두 이야기 이지만 알지 못한 사이에 한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에 영향을 끼치며 우리의 삶이 이렇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게 하는 이야기. 동시에 작가가 이야기 속에 음악과 함께 조국, 평화, 통일이라는 요소를 함께 다루고 있음을 본다. 한 아이의 삶의 행복과 방향을 찾는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나라의 분단현실 가운데 가져야할 소원까지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 《우산 없이 비올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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