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없이 비올라 샘터어린이문고 72
허혜란 지음, 명랑 그림 / 샘터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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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없이 비올라

글 허혜란, 그림 명랑

샘터


 

 

《우산 없이 비올라》 제목부터 독특하게 다가온다. 말장난 같기도 하고, 제목을 눈으로 한 번 읽은 뒤로는 계속해서 내 머릿속에서 맴도는 글이 되었다. 단순한 말장난일까? 아니면 특별한 의미가 담긴 말일까. 저자 이름에 '허혜란'이라 적힌 이름을 보고, 샘터에서 펴낸 제5회 정채봉 문학상 수상작이었던《503호 열차》를 쓴 작가님의 다음 책이라는 것에 읽어보자고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책은 두 개의 글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나는 '우산 없이 비올라'와 '팔뚝 피아노'. 서로 연관 없이 보이는 이 두 이야기는 묘한 접점을 통해 영향을 주고 받음으로 이어진다. 나비효과라고 해야할까. 한 사람의 삶이 또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나의 성장이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먼저, '우산 없이 비올라'에서는 어릴 적 부터 비올라를 연주한 열세 살 선욱이가 나온다. 분명 좋아서 시작한 악기연주이고, 잘한다는 칭찬과 콩쿨입상의 결과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무리한 연습과 '자기 소리'를 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지금은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있는 상태로 방학동안 할머니집에 있게 되었다. 정통 음악은 잘 모를지 몰라도 진정 음악을 즐기고 누리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소리를 내며 자신의 행복과 음악으로 '노는 것'을 깨닫게 되는 선욱이의 성장이야기가 바로 첫 번째 이야기 였다. 책 제목인 '우산 없이 비올라'는 비가 오는 광복절 무대에서 할머니들로 구성된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하며 진정 자신의 소리를낸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선욱이가 악기가 비에 젖는 것에 괘념치 않고 연주하는 그 장면에서 나온 말이었다. 실제 악기를 관리하는 측면에서는 아찔한 순간이지만, 음악을 하는 행복을 깨달은 이 순간은 값으로 매길 수 없을것이다.

나의 소리를 내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음악으로 '놀게'한다. 그것은 누구에게 배워서 되는 것도 아니고, 필사적으로 연습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실력이 쌓여야만 되는 것도 아니다.

...

내게는 빗속에서 신나게 연주하는 비올라만 있다.

자유로운 비올라. 우산 없이 비올라.

《우산 없이 비올라》 p.90

두 번째 이이기는 그렇게 연주를 마치고 차를 타고 돌아가는 선욱이의 시선을 마주친 아이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남자아이 여자아이가 있던 그곳은 늘푸른 병원. 사고로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김새별을 일으키기 위한 프로젝트가 이뤄지고 있는 병실에서 이야기는 펼쳐진다. '팔뚝 피아노'는 누워있는 오빠의 팔에 피아노를 그려서 연주하는 동생의 모습에서 나온 제목이다. 기적적으로 의식을 차린 오빠가 창 밖에서 들린 선욱이의 비올라 연주와 동생이 자신의 팔에 연주한 작은 별 연주를 이야기한다. 피아노를 잘 치는 아이가 의식을 찾기를 원하며 소규모 인원의 전교생이 방과후 서로 친구를 돌봐주는 이야기도 감동적이지만, 그 속에 함께 들어있는 돌아올 수 없는 엄마의 이야기- '우산 없이 비올라'에서 나온 광복절 기념 노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야기와 맞물린 -도 보게된다.

서로 다른 두 이야기 이지만 알지 못한 사이에 한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에 영향을 끼치며 우리의 삶이 이렇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게 하는 이야기. 동시에 작가가 이야기 속에 음악과 함께 조국, 평화, 통일이라는 요소를 함께 다루고 있음을 본다. 한 아이의 삶의 행복과 방향을 찾는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나라의 분단현실 가운데 가져야할 소원까지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 《우산 없이 비올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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