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의는 경제주의적 해석에 의해서도 피해를 입는다.

정의를 행한다는 것이

"불의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되고 있다.

 

정부는 원주민들의 땅을 빼앗고 나서는,

충분한 현찰 보상 해결이 이루어지면

정의가 시행된 것인 양 느낀다.

 

사실 우리의 현행 법체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부분의 중요한 문제들은 "무엇이 정의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정의로운 해결인가?"인 것으로 보인다.

 

- 리차드 미들톤, 브라이언 왈쉬, 『그리스도인의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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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가족밖에 모르고 평생을 일만 하며 살아온 엄마 순옥. 매달 나갈 돈은 많은데 허리가 아프다는 남편은 좀처럼 일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있으니 어쩌겠는가. 청소일을 하러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아 인원감축으로 인해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게 된다. 결혼을 해서 분가해 있는 큰 딸 걱정은 한 시름 놓았지만, 도시에 나가서 일하고 있는 착한 아들과 일찌감치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멋 낼 줄만 아는 둘째 딸은 늘 마음속의 걱정꺼리다. 그러던 어느 날 순옥에게 암이 생겼다는 진단이 떨어졌고, 그녀는 가족들과 함께 죽음을 준비해나간다.

 

 

 

2. 감상평 。。。。。。。          

 

     한참 웰빙이라는 개념이 전국을 휩쓸더니, 언제부턴가는 웰 다잉(well-dying)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잘 죽는 법. 누구는 그것을 건강하게 살다가 죽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의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 혹은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죽는 순간까지 소유하는 것으로 풀기도 한다. 물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그저 죽은 후에도 남겨진 사람들이 곤란해지지 않게 돈도 좀 마련해 두고, 이런저런 준비들을 해 놓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보통 사람들 중 한 명의 이야기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일해 왔으면서도, 죽은 이후까지라도 뭔가 해 주고 싶어 하는 그런 어머니를 그리고 있다. 어머니들은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시는 건지.

 

     자연스럽게 영화를 보면서 부모님이 떠오른다. 몇 년 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 군에 있는 동안 돌아가신 아버지와 실질적으로 가장의 역할을 감당하시면서 한 번도 힘들다는 말 한 번 안하시는 어머니를 보고 있으면, 여전히 불효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딱히 뭐라 할 수 있는 분들이 아니었다. 주연을 맡은 윤석화를 비롯해 이경영, 김영옥 같은 중견배우들은 물론이고, 심이영이나 임지규 같은 젊은 배우들도 맡은 몫을 훌륭하게 감당한다. 다만 연극을 오래 해 온 윤석화의 연기는 약간 과장된 느낌이 강해서 조금 거슬리기도 했다. 관객과의 거리가 먼 연극과는 달리 카메라로 충분히 클로즈업이 가능한 영화에서는 그런 ‘큰 연기’가 오히려 어색하다.

 

     부모님과 함께 가서 보면 괜찮을 것 같은 영화다. 함께 간 부모님들이 더 감동받을 것 같은 영화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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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어지럽히는 텍스트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어 방법이 있다.

바로 여러 번 읽고 비판적으로 읽는 일이다.

 

- 마크 C. 헨리, 『인문학 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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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대학시절 건축학 개론 강의에 들어온 서연을 보고 첫눈에 반해버린 승민. 설레는 마음으로 조금씩 그녀에게 다가가지만, 알 듯 말 듯한 그녀의 반응은 승민을 혼란스럽게만 한다. 작은 오해는 둘 사이의 거리를 멀어지게 만들었고, 그렇게 두 사람은 헤어지고 만다.

 

     오랜 시간 후, 건축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승민을 찾아 온 서연. 제주도에 있는 집을 다시 짓고 싶다며 부탁한다. 건축이 진행되면서 서서히 떠오르는 회상들. 그리고 과거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게 되지만 이미 승민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2. 감상평 。。。。。。。             

 

     휴대전화가 아닌 삐삐로 연락을 주고받던 시기가 있었다. 이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기다림과 그 시간들의 빈 공간을 채우는 상상력과 설렘이 남아 있었던 시대였다. 영화는 처음부터 그 시대에 관한 강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데 공을 들이고 있었고, 이 부분을 제대로 캐치할 수 있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며 볼 수 있을만한 영화였다.

 

     건축학개론이라는 제목은 다분히 의도적인 느낌이 금방 들었다. 승민과 서연의 첫 만남을 성사케 해 준 시간인 동시에,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승민과 서연의 이야기를 가리키는 중의적 표현이기도 하고, 둘을 다시 만나게 하는 연결고리까지 된다. 뭐 너무 대놓고 하는 이야기라 낯간지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말이다.

 

 

 

 

     연기력 차원에서는 대체적으로 무난했다. 물론 영화에 첫 출연한 수지의 대사처리나 연기가 미숙한 건 당연한 거고. 문득 수지를 출연시키기 위해 일부러 과거와 현재의 배우들을 다르게 배치했던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딱히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지도 않았는데 굳이 다른 배우들을 쓰는 게 아무래도 어색하지 않은가. 아마도 수지를 중심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이끌고 가기에는 좀 버거웠던 게 아닐까 싶다.(사실이 그랬고) 근데 덕분에 영화의 완성도는 좀 떨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이 영화로 수지가 신인상을 받았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그렇게 특별한 연기였나.

 

     향수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릴 것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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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어느 날 갑자기 도시에 폭격이 시작되었고, 사람들은 급히 건물 지하로 대피한다. 그렇게 살아남은 여덟 명의 사람들. 얼마 후 지하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들은 방사능복을 입은 무장한 군인들이었고, 자신들을 구하러 왔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생존자들을 위협하며 잡아가려고 시도했다. 가까스로 그들을 제압하고 지하실 문을 닫은 생존자들은 언제 나갈지 알 수 없는 생활을 시작한다. 고립된 극한의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변해가기 시작한다.

 

 

 

 

 

2. 감상평 。。。。。。。          

 

     핵폭발이니 하는 자극적인 홍보문구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영화는 밀실에 갇힌 인물들의 불안한 심리상태에 기반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밖으로 나갈 수 없음을 깨닫게 된 이후부터 예상되는 전개였는데, 아쉽게도 딱 거기까지 만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점점 인간다움을 벗어버리고(정확히 말하면 다른 사람의 눈에 신경을 쓰지 않고) 내키는 대로 행동하기 시작하는데, 이 영화 역시 그 중심에는 ‘폭력’이 있었다. 엑스페리먼트와 같은 영화들에서 볼 수 있었던 설정과 거의 유사하다.

 

     아쉬운 건 영화 초반부에 조금 무게를 주었던 설정, 즉 거대한 음모와 관련되었다는 분위기가 금방 사라져버렸다는 점이다. 감독이 잊어버렸던 건지, 아니면 제작비가 많이 들어갈까 염려되었던 건지, 딱히 발전되지 못하고 사라져버렸다. 결과적으로 영화 속 메시지도 함께 사라져버린 듯한 느낌. 이런 종류의 주제를 제대로 다룬 작품으로는 주제 사마라구가 쓴 ‘눈먼 자들의 도시’ 같은 소설이 있는데(영화는 못 봤다), 그런 수작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거칠다. 뭔가 말하고 싶어 했던 건 알겠는데, 세련되게 표현해내지는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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