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명
이명이라는 병이 있다.
귀에서 나지 말아야 할 소리가 들리는 증상을 호소하는데,
구체적인 언어로 들리는 건 아니기 때문에 환청과 구별되지만,
이런 게 지속적으로 들리면 신경이 무지 쓰인다.
치료가 안되는 경우도 꽤 있다는 게 더 무서운 점.
지난 몇 년간 나도 이명이 좀 있었다.
이게 이명인가 하는 의혹이 들긴 했지만, 귀에서 이따금씩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래서 아내가 때릴 때면 이런 말을 했다.
"여보, 귀는 때리지 마. 내가 이명이 좀 있는 것 같거든."
얼마 전에는 하루가 지나도 그 소리가 없어지지 않아서
안되겠다 싶어 학교 병원을 갔다.
내 귀를 본 의사는 귓밥이 큰 게 있다면서
"이런 거 가지고 대학병원 오시다니!"라고 핀잔을 준다.
그걸 꺼내고 나니 소리는 사라졌고, 지금까지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 뒤부터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여보, 이제는 귀 때려도 되는 거지?"
2. 키
내 키는 176cm다.
대학 들어갈 때 172였고 졸업할 때 175였는데,
그 뒤 1센티가 더 커서 쭉 유지돼 오고 있다.
이 얼굴에 키라도 그 정도 돼서 다행이긴 한데,
최근 건강검진을 받다가 깜짝 놀랐다.
내 키가 177.4센티라는 것이다.
키가 무려 1.4센티가 크다니, 아직도 성장기인 것일까?
게다가 시력검사를 해봤더니 왼쪽 눈이 1.2, 오른쪽 눈이 0.7이다.
그 이전까지는 1.0에 0.5가 될까말까였으니
시력도 좋아졌다 (청력도 굉장히 좋다고 했다).
회춘이란 게 이런 건가 하면서 아내한테 말을 했더니
아내가 이런다.
"이게 다 내가 내조를 잘해서 그런 거야!"
몇 달 전부터 아내는 아침마다 영양제를 듬뿍 주면서 먹으라고 했는데,
알약이 어찌나 많은지 다 먹으면 배가 부를 정도였다 (물 한컵 가지고 다 삼키질 못한다).
그런데 거기에 눈을 좋게 만드는 영양제도 있고 기타 몸에 좋은 영양제도 있으니
키가 크고 눈이 좋아졌다는 게 아내의 설명.
원래 영양제의 효능을 믿지 않았지만 아내가 그렇다면 믿어야지 않겠는가?
그래도 의혹은 남는다.
눈이야 좋아질 수 있다 쳐도 키는 도대체 왜 자란단 말인가?
이런 식이면 아내의 알약을 열심히 먹으면 루저의 기준인 180까지도 클 수 있을 듯하다.
아내에게 고마워서 이렇게 말했다.
"여보, 고마워. 귀 마음껏 때려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