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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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때부터 배운 동고서저의 지형으로 우리나라의 강은 대개 동에서 서로 흐르며 동과 서의 고저차를 이용해 강에 설치한 다목적 댐이 나라에 많다. 전기의 생산과 강우의 편차로 인한 가뭄과 홍수를 막는 일, 식수의 확보등 여러 역할을 동시에 하기도 해 다목적댐이라 부르지만 자연스런 강의 흐름을 막아 인공호수를 생성하고 수몰지역을 낳아 많은 실향민을 낳기도 했다.  

 소설 7년의 밤은 바로 한국에 비교적 흔한 이 댐을 소재로 한다. 댐은 많은 영화나 소설등 여러매체에 활용되어 왔는데 댐이 무너지는 경우의 참사가 스펙터클을 자아내는게 첫번째고, 댐이 만들어낸 거대한 호수와, 그 호수가 뿜어내는 안개, 그리고 호수 안의 수몰지역이 묘한 분위기를 뿜어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소설은 댐이 가진 이런 두가지의 매력요소를 다 활용한다.

 작가는 세령호라는 한국에 흔하게 있을 법한 가상의 장소를 만들어낸다. 하류엔 드넓은 곡창지대인 세령평야가 있고, 댐으로 인해 생겨난 세령호가 있다. 다소 먼거리에는 세령시가 있으며 댐에서 가까운 위험한 저지대에는 아마도 댐 실향민들이 다수를 이룬 저지대 마을이 있다. 세령시와 저지대 마을을 인근에는 고속도로가 지나고 있으며 세령IC가 인근에 있고, 휴게소가 있다. 시골지역이라 이렇다할 유흥시설이 없는 저지대 마을 사람들에게는 바로 이 휴게소가 오락과 휴식의 공간이 된다. 그리고 댐 근처엔 수목원이 있으며 그 인근에 댐을 관리하는 보안요원들의 관사가 3동 존재한다.

 이 세령호를 두고 세사람의 운명이 얽힌다.

 한 놈은 오영제다. 놈이란 칭한 것은 나쁜 놈이기 때문이다. 타고난 금수저에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로 치과전문의다. 대대로 지역의 유지여서 그 넒은 세령평야가 이녀석의 것이고 그것도 모자로 세령시에 5층짜리 메디컬 센터가 있으며 전국 곳곳에 10개 정도의 병원체인을 운영한다. 미모의 아내와 세령이란 이름의 딸이 있지만 워낙 사이코 패스기질이 있고 자기 중심적인 녀석이어서 아내와 딸을 수시로 폭행한다. 엄마가 이혼소송에서 승리하고 영제의 손길에서 벗어나자 영제의 폭력성은 딸 세령에게 집중된다. 세령은 폭력을 견디다 못해 비내리는 밤에 아버지의 손길에서 벗어나고자 어두운 세령호로 도망간다.

 다른 한 사람은 최현수다. 전직 프로야구선수지만 2군을 전전했다. 아버지가 월남에서 팔을 읽고 온 최상사로 어릴적 부터 현수를 때리고 가족에 대한 짐을 많이 짊어지게 한다. 현수에게는 아내 은수와 아들 서원이 있는데, 역시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은수의 악착같음은 가정의 버팀목이지만 현수에겐 벗어날수 없는 족쇄였다. 현수가 가정에 충실한 것은 아들 서원때문이다. 선수생활 은퇴후 보안회사에서 근무하던 현수는 은수가 무리해서 일산의 아파트를 하나 장만하자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지방근무를 자처한다. 그리고 하필 발령받은 곳이 세령호다. 댐관리 보안요원으로 말이다. 아내 은수의 독촉으로 현수는 자신들이 머물 관사에 먼저 살고 있는 젊은 녀석과 소위 밀당을 하러 세령호로 향한다. 비오는 날, 그리고 무면허 상태에서 술에 만취한체.

 마지막 사람은 승환이다. 이상스레 성이 나오지 않는다.  승환의 가장환경도 불우하다. 아버지가 한강에서 잠수부로 활동하며 시체를 건지는 일로 먹고살았다. 잠수가 집안 내력인지 큰형도 작은형도 잠수부가 된다. 막내만큼은 이런 집안의 숙명에서 건져내고 싶은 가족들의 열망에 승환은 원치도 않는 대학진학을 하게 되지만 숙명은 숙명인지라 결국 군에서 잠수부 활동을 하게 된다. 글에 대한 열망이 있어 작은 신문의 신춘문예로 등단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글을 더이상 토해낼수 없었고, 승환에겐 뭔가 전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가게 된곳이 세령호였다. 처음엔 깊은 산중에 들어가 자연을 벗삼으로 글을 쓰기 위함이었지만 그것으론 충분하지가 않았다. 결국 승환은 잠수부경력을 살려 수몰된 세령마을을 보기로한다. 그곳을 본다면 막힌 글도 뚫릴것만 같았다. 승환은 그렇게 비오는 어두운 밤 다른 직원들 몰래 세령호로 잠수한다. 그리고 그날은 하필 영제의 손길을 피해 세령이가 도망나간 날이었고, 또 다시 하필 현수가 소위 밀당을 하러 승환을 보러 세령호로 향한 날이기도 했다.

 7년의 밤은 이 세사람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사소하고도 매우 불행한 실수와 불우한 가정사가 겹쳐 끔찍한 사건을 낳는다. 그리고 영제라는 재력과 끔찍한 성격을 가진이가 얽히면서 다수의 사람이 죽음을 맞는 대사건으로 번져나간다. 책은 독특한 전개를 갖는데, 현수의 아들 서원이 승환이 쓴 소설을 우연히 보게되면서 7년전의 과거를 알게되는 형식이다. 주요 사건은 사실 이 소설의 내용이다. 물론 소설이라기 보단 사실이지만. 책은 제법 두껍지만 빠르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휴가지 댐인근에서 읽는다면 더욱 환상적일듯. 아쉽게 영화는 실패한듯 하지만 책은 무척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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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8-10 0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시 제가 이 책을 읽은 느낌이 들어 너무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어제 바로 댓글을 남길라했는데 늦었습니다^^

닷슈 2018-08-10 13:20   좋아요 1 | URL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벨루치님 글 잘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