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자는 몰라도 전자는 coat로 이해했는데, 왜 둘다 court를 썼을까. 함축적인 내용보다는 줄글이 많은데도 영어로 옮겨놓으니 뉘앙스도 많이 달라진다. 다른 단어를 쓰는게 더 비슷한 느낌이지 않았을까, 아쉬운 부분도 생긴다.

이 책에서 제일 좋아하는 구절은 이거다.

"지붕 위에 일년 내내 걸터앉아있던 장미도

땅으로 첨벙 뛰어내린다"

유령시인이라 그런지, 거꾸로 된 장면들이 있다. 세계관이 독특해서 곱씹어 읽어야한다. 산 사람들이 죽은 사람을 인식하지 못하듯, 죽은 사람은 산 사람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각자의 풍경이 펼쳐져있는 공간이 겹쳐있다. 하지만 이 '유령시인'은 다른 존재와 끊임없이 만나고 싶어하는 것 같다. 허공에 돌을 던져 세계를 깨뜨리려고 한다. 또, 투명한 창문 사이를 통과하고 창문 너머 누군가를 잡는데, 창문이 열린다. 열린 창문으로 손을 뺄 수가 없다.

작가는 배를 타고 먼바다로 나가려고 하는데, 어렀을 때의 꿈 때문이다. 중년남성이 꿈에 찾아와 꼬마작가를 들여다본다. 건드리기도 하고, 말하기도 하는 뱃사람이 아빠인줄 알았다가, 할아버지인줄 알았다가, 결국 그가 죽는 꿈에서 펑펑 운 시인은 그가 자기 자신이었음을 알게 된다. 다른 '나'라는 존재가 있을까? 몇십년 뒤의 내가 어린 나를 만나는 게 가능할까? 상갓집을 다녀온 그에게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걸 보면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 나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나를 이분화하기가 어렵다. 나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대중에 의해 만들어진 나도 나일까. 내 속성 중에서 한두개를 빼더라도 나로 남을 수 있을까. 계속해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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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수를 가지고 노는 듯한 기분이었는데, 작가가 은행에서 일했다고 한다. 제목이 양각으로 인쇄돼있어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샛노랑에서 시작해서 빨강을 거쳐 보라색으로 덮는 커버는 별로다. 뾱뾱이 봉투대신 종이봉투에 담겨와서 책등이 찍혔는데 이부분은 아쉽지만 쓰레기 줄이는 데는 더 좋은 선택이었으리라 믿는다. 어차피 조카들한테도 보여주면 금방 지저분해질 것 같다.

산수를 배울때부터 나는 수포자였다. 숫자 자체는 좋아하는데 계산에서 막힌다. 암산을 아예 못하는 건 아니지만, 꼼꼼한 대신에 시간이 오래걸렸다. 속독 시간에 몸풀기로 계산문제를 풀도록 했는데, 나는 제일 오래 걸리는 대신 다 맞기는 했다. 크면서 약간의 '치트키'를 습득하게 됐고,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지만 수학은 어렵다는 생각이 컸다.

최근에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에서 95×93을 획기적인 방법으로 계산하는 걸 읽었다. 이렇게 쉽다고? 하고는 바로 계산해봤는데, 오히려 쓰면서 정석으로 계산하는게 틀려버렸다. 옛날에 배운 「수학귀신」 말고도 쉬운 방법들이 더 있겠구나, 했는데 마침 이 책이 보였다.

여기도 그 내용이 있다. 90대 수를 곱하는 방법. 끝자리 9를 사칙연산하는 방법들은 나도 언젠가부터 써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복잡한 곱셈이나 나눗셈 등에서 큰 수를 보니 이건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따라하다보니 은근히 중독성있다. 핸드폰마다 계산기가 있지만 암산을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다면 유용할 것 같다. 한편으론 최근에 사람들이 계산을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떤 식을 세워야 하는지 모르는 게 문제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는데, 심히 공감한다. 수의 모임에서 너무 어렵게만 생각할 게 아니고 수를 가지고 놀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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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예뻐서 한눈에 끌렸다. 「올드 뉴욕」이라, 올드한 건 좋아하지 않는데. 첫 만남에서 이정도의 생각을 했다. 책을 든 감상은, 역시나 표지가 예쁘다는 거였고, 뒷표지의 글씨가 큼직해서 시원시원하게 읽혔다.

전부 단편소설들이지만 꽤 내용이 긴 편이고, 여운도 길게 남는 편이다. 주인공이 이해됐다가도 몰상식한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부분들도 있다. 이런 주인공은 이렇게 행동한다는 식으로 편견을 가진 건 아니지만, 등장인물들의 예측불가능한 행동들이 놀랍다. 철저히 관찰자적인 시선이라 그런지, 아니면 이럴까 저럴까 하는 수사여구들 때문에 헷갈리는지 모르겠다.

맨 첫번째 장에서 루이스는 무책임한 인물로 그려진다. 루이스 가족은 고아가 된 베아트릭스를 가두면서 외모가 평범해 걱정이 없을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루이스는 여행에서 아버지의 큰 돈을 쏟아 자신이 사랑하는 베아트릭스를 닮은 성모그림을 잔뜩 사왔다. 유명 거장들의 그림이 아니라 쓸데없는 데 돈을 탕진해왔음을 안 아버지는 유서를 고치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 그림만 물려받은 루이스는 입장료를 받는 갤러리를 열지만 사람들의 혹평은 계속되고, 그의 안목은 빛을 보지 못한다. 아주 오래 뒤에는 그 그림들이 대단한 가치를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시간이 아주 오래 흐른 뒤였다.

루이스가 옳았다고 소설은 끝나지만, 내 시각에서는 루이스가 너무 자기만 생각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큰 돈을 지원받았다면 아버지의 뜻을 조금은 따라 주었어야 맞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돈이 없어서 동생들의 도움을 받는 처지면서도 고집을 꺾지 않으려고 했을 때는 민폐쟁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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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꽃처럼 아름답다
강민주(감성미인) 지음 / SISO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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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아름답다는 제목처럼 예쁜 표지에 꽃이 그려져 있었다. 파란색에 흰색을 섞어 만든 하늘색의 바탕도 마음에 든다. 게다가 내지가 풀컬러책이고 간간히 나오는 캘리그라피도 감성을 자극한다.

그런데 책에 비해 내용이 많지않아서 조금 아쉽다. 캘리그라피도 종종 들어가 있기에 캘리그라피 문구를 위주로 쓰였나, 하면 문장이 좋진 않고, 에세이라 하기엔 추상적인 글들이 많았다. 전반적으로 인스타같은 SNS용 책이랄까. 사진에 들어있는 감성도 그렇고, 감성인스타 몇개를 뽑아 덧붙인 글 같다. 꾸민 모습으로 풀세팅하고 찍은 사진이나, 이상한 이름이 아닌데도(이전 이름은 나와있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개명을 했다는 데서 그냥 예쁜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 비친다.

크게 감흥이 와닿지 않아 좋은말 하루 하나씩 보는 느낌이다. 예전엔 명언을 따라쓰기도 하고 명언 모음집을 찾기도 했는데, 확 와닿는 느낌이 없는 가벼운 느낌이라 밍밍한 맛이다. 작가만이 말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장장 293 페이진데 내용도 적어서 직사각형에 자간을 정상으로 줄인다면, 22쪽부터 본론이 시작한다는 점을 봤을때 반으로 줄일 수 있는 책이라 내용이 부실해보인다. 지나친 엔터 사용도 감성보다는 쓸 말이 없어서인것 같다. 차라리 캘리그라피를 더 지면에 할애했다면 덜 아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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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뉴욕
이디스 워튼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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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예뻐서 한눈에 끌렸다. 「올드 뉴욕」이라, 올드한 건 좋아하지 않는데. 첫 만남에서 이정도의 생각을 했다. 책을 든 감상은, 역시나 표지가 예쁘다는 거였고, 뒷표지의 글씨가 큼직해서 시원시원하게 읽혔다.

전부 단편소설들이지만 꽤 내용이 긴 편이고, 여운도 길게 남는 편이다. 주인공이 이해됐다가도 몰상식한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부분들도 있다. 이런 주인공은 이렇게 행동한다는 식으로 편견을 가진 건 아니지만, 등장인물들의 예측불가능한 행동들이 놀랍다. 철저히 관찰자적인 시선이라 그런지, 아니면 이럴까 저럴까 하는 수사여구들 때문에 헷갈리는지 모르겠다.

맨 첫번째 장에서 루이스는 무책임한 인물로 그려진다. 루이스 가족은 고아가 된 베아트릭스를 가두면서 외모가 평범해 걱정이 없을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루이스는 여행에서 아버지의 큰 돈을 쏟아 자신이 사랑하는 베아트릭스를 닮은 성모그림을 잔뜩 사왔다. 유명 거장들의 그림이 아니라 쓸데없는 데 돈을 탕진해왔음을 안 아버지는 유서를 고치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 그림만 물려받은 루이스는 입장료를 받는 갤러리를 열지만 사람들의 혹평은 계속되고, 그의 안목은 빛을 보지 못한다. 아주 오래 뒤에는 그 그림들이 대단한 가치를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시간이 아주 오래 흐른 뒤였다.

루이스가 옳았다고 소설은 끝나지만, 내 시각에서는 루이스가 너무 자기만 생각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큰 돈을 지원받았다면 아버지의 뜻을 조금은 따라 주었어야 맞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돈이 없어서 동생들의 도움을 받는 처지면서도 고집을 꺾지 않으려고 했을 때는 민폐쟁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나머지 단편들도 너무 스포일러성 글이 될것 같아 상세히 쓰지는 못하겠지만, 이 주인공이 민폐같으면서도 왜 이런 생각을 하게되는지를 잘 그려놔서 이해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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